패션 스타일리스트 : 역사, 의미,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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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00원
- 아네 륑에요를렌 (엮은이)
이상미 (옮긴이)
워크룸프레스(Workroom)
20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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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4099448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0길 22
201호
“스타일리스트는 디제이 같은 거지? 샘플링을 하잖아.”
패션 이미지는 우리의 일상을 가득 채운 지 오래다. 그리고 잡지, 광고, 인스타그램,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우리가 보는 패션 이미지는 대부분 패션 스타일링의 산물이다. 패션 스타일링은 산업과 예술과 취향이 교차하는 패션의 중심 영역으로서, 패션에 대한 우리 시대의 인식을 결정짓는 미학적 중추이다. 그럼에도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의 역사, 그리고 스타일링이라는 실천이 가지는 의미는 지금껏 체계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패션 스타일링은 이미 널리 퍼져 있는 관행이다. 한편으로 SNS에 올릴 각종 ‘룩’을 개발하는 개인들도 스타일링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브랜드와 셀러브리티를 위한 패션 이미지를 만드는 전문 스타일리스트도 분명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이 책 『패션 스타일리스트』에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후자, 즉 전문 스타일리스트의 역할과 그 의미이다.
스타일리스트란 누구인가? 아네 륑에요를렌은 서론에서 친구의 말을 인용하여 이 물음에 답한다. “스타일리스트는 디제이 같은 거지? 샘플링을 하잖아.” 그리고 륑에요를렌은 이 ‘디제이’와 ‘샘플링’이라는 비유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스타일리스트는 기존에 존재하는 의류와 액세서리를 가져와 패션적 혹은 비(非)패션적 요소를 가미하여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 낸다. 그렇기에 “스타일링은 본질적으로 샘플링”이다.
그런데 이 책은 스타일리스트의 의미를 한층 깊이 파헤친다. 처음 ‘스타일리스트’의 존재가 인정을 받게 된 1980년대 영국 출판계에서 ‘스타일’은 ‘패션’-위계와 권위에 의거한 의류 생산과 유통의 시스템-에 저항하는, 길거리와 런던 클럽 신에서 생성된 자유와 개성을 의미했다. 스타일리스트 및 스타일링에는 패션 시스템에 대한 저항과 도전의 뉘앙스가 내재되어 있던 것이다.
이런 용어상의 함의가 차츰 실현되듯이, 이 책에서 주목하는 현대 스타일링 또는 “실험적 스타일링”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전복과 도전이다. 실험적 스타일링은 패션이 의미를 변형, 전복하고 규범을 재정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한다. 이를 통해 신체, 정체성, 소재와 관련된 패션의 미학적 규범을 뒤흔든다. 실험적 스타일링은 가상적, 예술적 표현을 통해 주목할 만한 실험 정신을 보여 준다.
예컨대 잡지 『노바』의 캐럴라인 베이커는 남성복, 군복, 중고 의류 등을 커스텀하여 활용하고, 화려한 모피 코트를 부랑자 역할의 모델에게 입히는 등 반항적이고 도전적인 여성성을 스타일링했다.(7장) 한편, ‘버펄로 컬렉티브’를 이끈 레이 페트리는 카우보이, 인디언, 복서, 갱스터 등 남성성의 아이콘을 새롭게 조합, 변주함으로써 섹시함과 터프함을 동시에 가진 남성성, 섬세하고 멜랑콜리한 남성성을 새로이 창조했다.(8장) 한편, 3장에서 소개되는 ‘노숙자’ 스타일링과 ‘꼽추’(hunchback) 스타일링은 아름다움과 새로움에 관한 패션 산업의 집착적인 규범, 패션 이미지 속 날조된 몸, 아름다운 몸에 대한 패션계의 규율에 도전한다.
세계적인 스타일리스트들과의 인터뷰
또한 『패션 스타일리스트』에는 현직 스타일리스트들과의 인터뷰 여덟 편이 수록되어 있다. 아킴 스미스, 뱅자맹 키르히호프, 록산 당세, 로타 볼코바 등 “고정관념과 경계를 넘어서는 작업으로 늘 궁금증을 유발했던”(안상미) 여덟 명의 스타일리스트들은 스타일링의 원칙과 테마, 스타일링과의 만남, 캐스팅의 기준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해 자신만의 답변을 생생한 언어로 풀어 놓는다.
가령 스타일링의 원칙과 테마에 대해, 안데르스 쇨스텐 톰슨은 둘 이상의 레이어를 쌓아 올리는 것을 중시한다고 말한다. 버네사 리드는 자신의 스타일링에서는 이미지의 조각적인 측면이 실루엣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이 핵심이라고 밝힌다. 한편 로타 볼코바의 경우, “누구나 인생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래서 캐릭터를 탐구하고 전복하는 것이 흥미롭다”며 자신의 스타일링의 유머와 전복성을 설명한다.
한편, 캐스팅의 기준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각기 다양한데, 예컨대 아킴 스미스가 어느 환경에서나 튀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고 또 자신감 없이 불안해 보이는 인물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반면, 나오미 잇케스는 개성과 존재감이 강한 인물을 선호한다고 밝힌다. 뱅자맹 키르히호프는 남들의 기대에 상관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발산할 역량을 가지고 있는 인물을 선호한다며 자신의 모델 캐스팅 원칙을 설명한다.
여덟 편의 인터뷰를 통해서 우리가 우선 알 수 있는 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스타일링이 고도로 창의적인 작업이라는 것이다. 스타일리스트들은 저마다의 기준과 미감을 가지고 스타일링을 실천한다. 그 작업 과정은 흡사 예술 작품의 창작 과정과도 같아 보인다. 몇몇 스타일리스트는 “절대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칭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리를 두지만 말이다. 두 번째는 스타일링이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에디터, 모델 등 다른 패션계의 인력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서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패션 스타일링의 마법 같은 이미지들은 종종 탁월한 협업 속에서 포착되며, 또한 스타일리스트가 느낄 수 있는 미적, 직업적 만족감도 협업으로부터 발생하곤 한다.
이러한 인터뷰의 생생함을 더해 주는 것은 바로 도판이다. 총 48개에 이르는 도판들은 스타일리스트들이 직접 선정한 자신의 작업들로서, 이것들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근거로 중요하게 활용된다. 그렇기에 스타일리스트의 고민과 태도가 실제 시각적 결과물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스타일링이라는 장르
반복하자면, 잡지, 광고, TV 속 패션 이미지들은 우리의 일상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그 대부분은 전문적인 패션 스타일링의 산물이다.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여덟 편의 연구 문헌과 여덟 편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껏 ‘백스테이지’에 머물러 있던 스타일리스트라는 존재를 ‘프런트스테이지’로 끄집어 낸다.
패션 디자이너 서혜인에 따르면, 스타일리스트는 “자신만의 고유한 미감에 따라 직관적으로 옷을 해체하고 재조합하여 옷과 신체 사이에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 내고, “옷과 신체를 넘어 프레임 속 아름답고도 때로는 전복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그로부터 촉발되는 감각을 전달한다.” 그러니까 스타일링은 우리의 시각문화 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그 자체로 독립된 분야이자 하나의 장르이다. 이 책은 패션 스타일링이라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낯선 장르의 안팎을 다양하게 접해 볼 입구가 되어 줄 것이다.
패션 이미지는 우리의 일상을 가득 채운 지 오래다. 그리고 잡지, 광고, 인스타그램,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우리가 보는 패션 이미지는 대부분 패션 스타일링의 산물이다. 패션 스타일링은 산업과 예술과 취향이 교차하는 패션의 중심 영역으로서, 패션에 대한 우리 시대의 인식을 결정짓는 미학적 중추이다. 그럼에도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의 역사, 그리고 스타일링이라는 실천이 가지는 의미는 지금껏 체계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패션 스타일링은 이미 널리 퍼져 있는 관행이다. 한편으로 SNS에 올릴 각종 ‘룩’을 개발하는 개인들도 스타일링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브랜드와 셀러브리티를 위한 패션 이미지를 만드는 전문 스타일리스트도 분명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이 책 『패션 스타일리스트』에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후자, 즉 전문 스타일리스트의 역할과 그 의미이다.
스타일리스트란 누구인가? 아네 륑에요를렌은 서론에서 친구의 말을 인용하여 이 물음에 답한다. “스타일리스트는 디제이 같은 거지? 샘플링을 하잖아.” 그리고 륑에요를렌은 이 ‘디제이’와 ‘샘플링’이라는 비유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스타일리스트는 기존에 존재하는 의류와 액세서리를 가져와 패션적 혹은 비(非)패션적 요소를 가미하여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 낸다. 그렇기에 “스타일링은 본질적으로 샘플링”이다.
그런데 이 책은 스타일리스트의 의미를 한층 깊이 파헤친다. 처음 ‘스타일리스트’의 존재가 인정을 받게 된 1980년대 영국 출판계에서 ‘스타일’은 ‘패션’-위계와 권위에 의거한 의류 생산과 유통의 시스템-에 저항하는, 길거리와 런던 클럽 신에서 생성된 자유와 개성을 의미했다. 스타일리스트 및 스타일링에는 패션 시스템에 대한 저항과 도전의 뉘앙스가 내재되어 있던 것이다.
이런 용어상의 함의가 차츰 실현되듯이, 이 책에서 주목하는 현대 스타일링 또는 “실험적 스타일링”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전복과 도전이다. 실험적 스타일링은 패션이 의미를 변형, 전복하고 규범을 재정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한다. 이를 통해 신체, 정체성, 소재와 관련된 패션의 미학적 규범을 뒤흔든다. 실험적 스타일링은 가상적, 예술적 표현을 통해 주목할 만한 실험 정신을 보여 준다.
예컨대 잡지 『노바』의 캐럴라인 베이커는 남성복, 군복, 중고 의류 등을 커스텀하여 활용하고, 화려한 모피 코트를 부랑자 역할의 모델에게 입히는 등 반항적이고 도전적인 여성성을 스타일링했다.(7장) 한편, ‘버펄로 컬렉티브’를 이끈 레이 페트리는 카우보이, 인디언, 복서, 갱스터 등 남성성의 아이콘을 새롭게 조합, 변주함으로써 섹시함과 터프함을 동시에 가진 남성성, 섬세하고 멜랑콜리한 남성성을 새로이 창조했다.(8장) 한편, 3장에서 소개되는 ‘노숙자’ 스타일링과 ‘꼽추’(hunchback) 스타일링은 아름다움과 새로움에 관한 패션 산업의 집착적인 규범, 패션 이미지 속 날조된 몸, 아름다운 몸에 대한 패션계의 규율에 도전한다.
세계적인 스타일리스트들과의 인터뷰
또한 『패션 스타일리스트』에는 현직 스타일리스트들과의 인터뷰 여덟 편이 수록되어 있다. 아킴 스미스, 뱅자맹 키르히호프, 록산 당세, 로타 볼코바 등 “고정관념과 경계를 넘어서는 작업으로 늘 궁금증을 유발했던”(안상미) 여덟 명의 스타일리스트들은 스타일링의 원칙과 테마, 스타일링과의 만남, 캐스팅의 기준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해 자신만의 답변을 생생한 언어로 풀어 놓는다.
가령 스타일링의 원칙과 테마에 대해, 안데르스 쇨스텐 톰슨은 둘 이상의 레이어를 쌓아 올리는 것을 중시한다고 말한다. 버네사 리드는 자신의 스타일링에서는 이미지의 조각적인 측면이 실루엣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이 핵심이라고 밝힌다. 한편 로타 볼코바의 경우, “누구나 인생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래서 캐릭터를 탐구하고 전복하는 것이 흥미롭다”며 자신의 스타일링의 유머와 전복성을 설명한다.
한편, 캐스팅의 기준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각기 다양한데, 예컨대 아킴 스미스가 어느 환경에서나 튀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고 또 자신감 없이 불안해 보이는 인물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반면, 나오미 잇케스는 개성과 존재감이 강한 인물을 선호한다고 밝힌다. 뱅자맹 키르히호프는 남들의 기대에 상관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발산할 역량을 가지고 있는 인물을 선호한다며 자신의 모델 캐스팅 원칙을 설명한다.
여덟 편의 인터뷰를 통해서 우리가 우선 알 수 있는 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스타일링이 고도로 창의적인 작업이라는 것이다. 스타일리스트들은 저마다의 기준과 미감을 가지고 스타일링을 실천한다. 그 작업 과정은 흡사 예술 작품의 창작 과정과도 같아 보인다. 몇몇 스타일리스트는 “절대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칭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리를 두지만 말이다. 두 번째는 스타일링이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에디터, 모델 등 다른 패션계의 인력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서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패션 스타일링의 마법 같은 이미지들은 종종 탁월한 협업 속에서 포착되며, 또한 스타일리스트가 느낄 수 있는 미적, 직업적 만족감도 협업으로부터 발생하곤 한다.
이러한 인터뷰의 생생함을 더해 주는 것은 바로 도판이다. 총 48개에 이르는 도판들은 스타일리스트들이 직접 선정한 자신의 작업들로서, 이것들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근거로 중요하게 활용된다. 그렇기에 스타일리스트의 고민과 태도가 실제 시각적 결과물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스타일링이라는 장르
반복하자면, 잡지, 광고, TV 속 패션 이미지들은 우리의 일상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그 대부분은 전문적인 패션 스타일링의 산물이다.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여덟 편의 연구 문헌과 여덟 편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껏 ‘백스테이지’에 머물러 있던 스타일리스트라는 존재를 ‘프런트스테이지’로 끄집어 낸다.
패션 디자이너 서혜인에 따르면, 스타일리스트는 “자신만의 고유한 미감에 따라 직관적으로 옷을 해체하고 재조합하여 옷과 신체 사이에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 내고, “옷과 신체를 넘어 프레임 속 아름답고도 때로는 전복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그로부터 촉발되는 감각을 전달한다.” 그러니까 스타일링은 우리의 시각문화 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그 자체로 독립된 분야이자 하나의 장르이다. 이 책은 패션 스타일링이라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낯선 장르의 안팎을 다양하게 접해 볼 입구가 되어 줄 것이다.
저자소개
독립 연구자로 현대의 니치 패션 실천에 중점을 둔 연구를 하고 있다. 스웨덴 룬드 대학교, 덴마크 코펜하겐 DIS, 영국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에서 패션학 연구 및 교수직을 역임했으며, 그녀의 연구는 『패션 이론 및 패션 실무』(Fashion Theory and Fashion Practice)에 게재되었다. 또한 『니치 패션 잡지: 패션의 형태를 바꾸다』(Niche Fashion Magazine: Changing the Shape of Fashion, 2017)의 저자이자 북유럽 패션 대학 졸업생 지원 플랫폼인 ‘디자이너스 네스트’(Designers’ Nest)의 디렉터다.
“스타일리스트는 디제이 같은 거지? 샘플링을 하잖아.”
패션 이미지는 우리의 일상을 가득 채운 지 오래다. 그리고 잡지, 광고, 인스타그램,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우리가 보는 패션 이미지는 대부분 패션 스타일링의 산물이다. 패션 스타일링은 산업과 예술과 취향이 교차하는 패션의 중심 영역으로서, 패션에 대한 우리 시대의 인식을 결정짓는 미학적 중추이다. 그럼에도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의 역사, 그리고 스타일링이라는 실천이 가지는 의미는 지금껏 체계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패션 스타일링은 이미 널리 퍼져 있는 관행이다. 한편으로 SNS에 올릴 각종 ‘룩’을 개발하는 개인들도 스타일링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브랜드와 셀러브리티를 위한 패션 이미지를 만드는 전문 스타일리스트도 분명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이 책 『패션 스타일리스트』에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후자, 즉 전문 스타일리스트의 역할과 그 의미이다.
스타일리스트란 누구인가? 아네 륑에요를렌은 서론에서 친구의 말을 인용하여 이 물음에 답한다. “스타일리스트는 디제이 같은 거지? 샘플링을 하잖아.” 그리고 륑에요를렌은 이 ‘디제이’와 ‘샘플링’이라는 비유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스타일리스트는 기존에 존재하는 의류와 액세서리를 가져와 패션적 혹은 비(非)패션적 요소를 가미하여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 낸다. 그렇기에 “스타일링은 본질적으로 샘플링”이다.
그런데 이 책은 스타일리스트의 의미를 한층 깊이 파헤친다. 처음 ‘스타일리스트’의 존재가 인정을 받게 된 1980년대 영국 출판계에서 ‘스타일’은 ‘패션’-위계와 권위에 의거한 의류 생산과 유통의 시스템-에 저항하는, 길거리와 런던 클럽 신에서 생성된 자유와 개성을 의미했다. 스타일리스트 및 스타일링에는 패션 시스템에 대한 저항과 도전의 뉘앙스가 내재되어 있던 것이다.
이런 용어상의 함의가 차츰 실현되듯이, 이 책에서 주목하는 현대 스타일링 또는 “실험적 스타일링”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전복과 도전이다. 실험적 스타일링은 패션이 의미를 변형, 전복하고 규범을 재정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한다. 이를 통해 신체, 정체성, 소재와 관련된 패션의 미학적 규범을 뒤흔든다. 실험적 스타일링은 가상적, 예술적 표현을 통해 주목할 만한 실험 정신을 보여 준다.
예컨대 잡지 『노바』의 캐럴라인 베이커는 남성복, 군복, 중고 의류 등을 커스텀하여 활용하고, 화려한 모피 코트를 부랑자 역할의 모델에게 입히는 등 반항적이고 도전적인 여성성을 스타일링했다.(7장) 한편, ‘버펄로 컬렉티브’를 이끈 레이 페트리는 카우보이, 인디언, 복서, 갱스터 등 남성성의 아이콘을 새롭게 조합, 변주함으로써 섹시함과 터프함을 동시에 가진 남성성, 섬세하고 멜랑콜리한 남성성을 새로이 창조했다.(8장) 한편, 3장에서 소개되는 ‘노숙자’ 스타일링과 ‘꼽추’(hunchback) 스타일링은 아름다움과 새로움에 관한 패션 산업의 집착적인 규범, 패션 이미지 속 날조된 몸, 아름다운 몸에 대한 패션계의 규율에 도전한다.
세계적인 스타일리스트들과의 인터뷰
또한 『패션 스타일리스트』에는 현직 스타일리스트들과의 인터뷰 여덟 편이 수록되어 있다. 아킴 스미스, 뱅자맹 키르히호프, 록산 당세, 로타 볼코바 등 “고정관념과 경계를 넘어서는 작업으로 늘 궁금증을 유발했던”(안상미) 여덟 명의 스타일리스트들은 스타일링의 원칙과 테마, 스타일링과의 만남, 캐스팅의 기준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해 자신만의 답변을 생생한 언어로 풀어 놓는다.
가령 스타일링의 원칙과 테마에 대해, 안데르스 쇨스텐 톰슨은 둘 이상의 레이어를 쌓아 올리는 것을 중시한다고 말한다. 버네사 리드는 자신의 스타일링에서는 이미지의 조각적인 측면이 실루엣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이 핵심이라고 밝힌다. 한편 로타 볼코바의 경우, “누구나 인생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래서 캐릭터를 탐구하고 전복하는 것이 흥미롭다”며 자신의 스타일링의 유머와 전복성을 설명한다.
한편, 캐스팅의 기준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각기 다양한데, 예컨대 아킴 스미스가 어느 환경에서나 튀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고 또 자신감 없이 불안해 보이는 인물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반면, 나오미 잇케스는 개성과 존재감이 강한 인물을 선호한다고 밝힌다. 뱅자맹 키르히호프는 남들의 기대에 상관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발산할 역량을 가지고 있는 인물을 선호한다며 자신의 모델 캐스팅 원칙을 설명한다.
여덟 편의 인터뷰를 통해서 우리가 우선 알 수 있는 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스타일링이 고도로 창의적인 작업이라는 것이다. 스타일리스트들은 저마다의 기준과 미감을 가지고 스타일링을 실천한다. 그 작업 과정은 흡사 예술 작품의 창작 과정과도 같아 보인다. 몇몇 스타일리스트는 “절대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칭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리를 두지만 말이다. 두 번째는 스타일링이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에디터, 모델 등 다른 패션계의 인력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서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패션 스타일링의 마법 같은 이미지들은 종종 탁월한 협업 속에서 포착되며, 또한 스타일리스트가 느낄 수 있는 미적, 직업적 만족감도 협업으로부터 발생하곤 한다.
이러한 인터뷰의 생생함을 더해 주는 것은 바로 도판이다. 총 48개에 이르는 도판들은 스타일리스트들이 직접 선정한 자신의 작업들로서, 이것들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근거로 중요하게 활용된다. 그렇기에 스타일리스트의 고민과 태도가 실제 시각적 결과물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스타일링이라는 장르
반복하자면, 잡지, 광고, TV 속 패션 이미지들은 우리의 일상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그 대부분은 전문적인 패션 스타일링의 산물이다.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여덟 편의 연구 문헌과 여덟 편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껏 ‘백스테이지’에 머물러 있던 스타일리스트라는 존재를 ‘프런트스테이지’로 끄집어 낸다.
패션 디자이너 서혜인에 따르면, 스타일리스트는 “자신만의 고유한 미감에 따라 직관적으로 옷을 해체하고 재조합하여 옷과 신체 사이에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 내고, “옷과 신체를 넘어 프레임 속 아름답고도 때로는 전복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그로부터 촉발되는 감각을 전달한다.” 그러니까 스타일링은 우리의 시각문화 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그 자체로 독립된 분야이자 하나의 장르이다. 이 책은 패션 스타일링이라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낯선 장르의 안팎을 다양하게 접해 볼 입구가 되어 줄 것이다.
패션 이미지는 우리의 일상을 가득 채운 지 오래다. 그리고 잡지, 광고, 인스타그램,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우리가 보는 패션 이미지는 대부분 패션 스타일링의 산물이다. 패션 스타일링은 산업과 예술과 취향이 교차하는 패션의 중심 영역으로서, 패션에 대한 우리 시대의 인식을 결정짓는 미학적 중추이다. 그럼에도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의 역사, 그리고 스타일링이라는 실천이 가지는 의미는 지금껏 체계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패션 스타일링은 이미 널리 퍼져 있는 관행이다. 한편으로 SNS에 올릴 각종 ‘룩’을 개발하는 개인들도 스타일링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브랜드와 셀러브리티를 위한 패션 이미지를 만드는 전문 스타일리스트도 분명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이 책 『패션 스타일리스트』에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후자, 즉 전문 스타일리스트의 역할과 그 의미이다.
스타일리스트란 누구인가? 아네 륑에요를렌은 서론에서 친구의 말을 인용하여 이 물음에 답한다. “스타일리스트는 디제이 같은 거지? 샘플링을 하잖아.” 그리고 륑에요를렌은 이 ‘디제이’와 ‘샘플링’이라는 비유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스타일리스트는 기존에 존재하는 의류와 액세서리를 가져와 패션적 혹은 비(非)패션적 요소를 가미하여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 낸다. 그렇기에 “스타일링은 본질적으로 샘플링”이다.
그런데 이 책은 스타일리스트의 의미를 한층 깊이 파헤친다. 처음 ‘스타일리스트’의 존재가 인정을 받게 된 1980년대 영국 출판계에서 ‘스타일’은 ‘패션’-위계와 권위에 의거한 의류 생산과 유통의 시스템-에 저항하는, 길거리와 런던 클럽 신에서 생성된 자유와 개성을 의미했다. 스타일리스트 및 스타일링에는 패션 시스템에 대한 저항과 도전의 뉘앙스가 내재되어 있던 것이다.
이런 용어상의 함의가 차츰 실현되듯이, 이 책에서 주목하는 현대 스타일링 또는 “실험적 스타일링”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전복과 도전이다. 실험적 스타일링은 패션이 의미를 변형, 전복하고 규범을 재정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한다. 이를 통해 신체, 정체성, 소재와 관련된 패션의 미학적 규범을 뒤흔든다. 실험적 스타일링은 가상적, 예술적 표현을 통해 주목할 만한 실험 정신을 보여 준다.
예컨대 잡지 『노바』의 캐럴라인 베이커는 남성복, 군복, 중고 의류 등을 커스텀하여 활용하고, 화려한 모피 코트를 부랑자 역할의 모델에게 입히는 등 반항적이고 도전적인 여성성을 스타일링했다.(7장) 한편, ‘버펄로 컬렉티브’를 이끈 레이 페트리는 카우보이, 인디언, 복서, 갱스터 등 남성성의 아이콘을 새롭게 조합, 변주함으로써 섹시함과 터프함을 동시에 가진 남성성, 섬세하고 멜랑콜리한 남성성을 새로이 창조했다.(8장) 한편, 3장에서 소개되는 ‘노숙자’ 스타일링과 ‘꼽추’(hunchback) 스타일링은 아름다움과 새로움에 관한 패션 산업의 집착적인 규범, 패션 이미지 속 날조된 몸, 아름다운 몸에 대한 패션계의 규율에 도전한다.
세계적인 스타일리스트들과의 인터뷰
또한 『패션 스타일리스트』에는 현직 스타일리스트들과의 인터뷰 여덟 편이 수록되어 있다. 아킴 스미스, 뱅자맹 키르히호프, 록산 당세, 로타 볼코바 등 “고정관념과 경계를 넘어서는 작업으로 늘 궁금증을 유발했던”(안상미) 여덟 명의 스타일리스트들은 스타일링의 원칙과 테마, 스타일링과의 만남, 캐스팅의 기준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해 자신만의 답변을 생생한 언어로 풀어 놓는다.
가령 스타일링의 원칙과 테마에 대해, 안데르스 쇨스텐 톰슨은 둘 이상의 레이어를 쌓아 올리는 것을 중시한다고 말한다. 버네사 리드는 자신의 스타일링에서는 이미지의 조각적인 측면이 실루엣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이 핵심이라고 밝힌다. 한편 로타 볼코바의 경우, “누구나 인생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래서 캐릭터를 탐구하고 전복하는 것이 흥미롭다”며 자신의 스타일링의 유머와 전복성을 설명한다.
한편, 캐스팅의 기준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각기 다양한데, 예컨대 아킴 스미스가 어느 환경에서나 튀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고 또 자신감 없이 불안해 보이는 인물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반면, 나오미 잇케스는 개성과 존재감이 강한 인물을 선호한다고 밝힌다. 뱅자맹 키르히호프는 남들의 기대에 상관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발산할 역량을 가지고 있는 인물을 선호한다며 자신의 모델 캐스팅 원칙을 설명한다.
여덟 편의 인터뷰를 통해서 우리가 우선 알 수 있는 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스타일링이 고도로 창의적인 작업이라는 것이다. 스타일리스트들은 저마다의 기준과 미감을 가지고 스타일링을 실천한다. 그 작업 과정은 흡사 예술 작품의 창작 과정과도 같아 보인다. 몇몇 스타일리스트는 “절대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칭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리를 두지만 말이다. 두 번째는 스타일링이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에디터, 모델 등 다른 패션계의 인력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서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패션 스타일링의 마법 같은 이미지들은 종종 탁월한 협업 속에서 포착되며, 또한 스타일리스트가 느낄 수 있는 미적, 직업적 만족감도 협업으로부터 발생하곤 한다.
이러한 인터뷰의 생생함을 더해 주는 것은 바로 도판이다. 총 48개에 이르는 도판들은 스타일리스트들이 직접 선정한 자신의 작업들로서, 이것들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근거로 중요하게 활용된다. 그렇기에 스타일리스트의 고민과 태도가 실제 시각적 결과물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스타일링이라는 장르
반복하자면, 잡지, 광고, TV 속 패션 이미지들은 우리의 일상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그 대부분은 전문적인 패션 스타일링의 산물이다.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여덟 편의 연구 문헌과 여덟 편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껏 ‘백스테이지’에 머물러 있던 스타일리스트라는 존재를 ‘프런트스테이지’로 끄집어 낸다.
패션 디자이너 서혜인에 따르면, 스타일리스트는 “자신만의 고유한 미감에 따라 직관적으로 옷을 해체하고 재조합하여 옷과 신체 사이에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 내고, “옷과 신체를 넘어 프레임 속 아름답고도 때로는 전복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그로부터 촉발되는 감각을 전달한다.” 그러니까 스타일링은 우리의 시각문화 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그 자체로 독립된 분야이자 하나의 장르이다. 이 책은 패션 스타일링이라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낯선 장르의 안팎을 다양하게 접해 볼 입구가 되어 줄 것이다.
저자소개
독립 연구자로 현대의 니치 패션 실천에 중점을 둔 연구를 하고 있다. 스웨덴 룬드 대학교, 덴마크 코펜하겐 DIS, 영국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에서 패션학 연구 및 교수직을 역임했으며, 그녀의 연구는 『패션 이론 및 패션 실무』(Fashion Theory and Fashion Practice)에 게재되었다. 또한 『니치 패션 잡지: 패션의 형태를 바꾸다』(Niche Fashion Magazine: Changing the Shape of Fashion, 2017)의 저자이자 북유럽 패션 대학 졸업생 지원 플랫폼인 ‘디자이너스 네스트’(Designers’ Nest)의 디렉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