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테일러 (지은이)
용선미 (옮긴이)
나선프레스 발행
강문식 디자인
360쪽 / 170*240mm
ISBN : 9791196540098
목차
1장 퍼포먼스를 [프레이밍] 하기 11
2장 퍼포먼스의 역사 85
3장 보는 행위자들 127
4장 퍼포먼스의 새로운 사용법 153
5장 퍼포머티브와 퍼포머티비티 201
6장 퍼포먼스를 통해 알아가기: 시나리오와 시뮬레이션 227
7장 예술행동가: 무엇을 해야 할까? 249
8장 퍼포먼스의 미래(들) 301
9장 퍼포먼스 연구 329
책 소개
퍼포먼스로 가득한 시대를 위한 안내서
유행하는 ‘무슨무슨 챌린지’를 따라 춘 춤을 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림으로써 만들어지는 네트워크가 있는가 하면, 미얀마의 여성들은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며 군인들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여자들이 입는 옷을 빨랫줄에 걸어 두었다.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온갖 퍼포먼스로 가득하고 우리는 그것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왜 퍼포먼스 하고, 퍼포먼스를 통해 무엇을 하는 것일까? 혹은, 퍼포먼스는 우리가 무엇을 하도록 할까? 다이애나 테일러의 『퍼포먼스 퍼포먼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퍼포먼스로 가득한,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퍼포먼스가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다른 한편으로는 동시에 퍼포먼스가 완전히 잊히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세계의 한 부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적 이론서이다. 세계를 퍼포먼스로서 바라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인식론으로서의 퍼포먼스, 퍼포먼스의 존재론
퍼포먼스를 일종의 인식론으로 여기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퍼포먼스가 그저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나 현상이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우리의 삶과 문화, 사회와 정치 안에 깊숙하게 자리잡은 작용인지를 일깨워준다. 즉, 우리가 어떻게 퍼포먼스를 통해서 무언가를 알게 되는지를 알려준다. 퍼포먼스를 통해 인간 문명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그리고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권력이 어떻게 미시적으로 복잡하게 작동하는지를 광범위하게 통찰하는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는 일상 생활에서 수행하는 사사로운 말과 행동들부터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억압적 정치 체제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퍼포먼스로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말과 행위들, 비가시적이지만 엄연한 힘의 작용, 관계의 양태에 대해 비로소 비판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퍼포먼스는 타자에게 영향을 주고 타자와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모든 행위의 총체이며 인식론으로서의 퍼포먼스는 이러한 행위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방법이다. 이 인식을 통해 우리는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몸과 몸짓에서 벗어나 다른 몸과 몸짓을 상상하고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이다. 퍼포먼스 이론의 유용함은 자연스럽고 절대적인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관습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이에 개입할 수 있는 틈을 발견하도록 한다는 것에 있다.
『퍼포먼스 퍼포먼스』는 또한 퍼포먼스의 독특한 존재론에 대해서도 다룬다. 테일러가 말하는 퍼포먼스는 가시적인 행위나 발화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퍼포먼스는 언제나 상황과 맥락, 테일러의 표현을 빌자면 ‘프레임’에 따라 그 의미와 효과가 변화한다. 때문에 테일러에게 퍼포먼스란 행위를 둘러싼 가시적이고 비가시적인 상황의 총체성을 뜻한다. 은밀하게 수행되고 실현되는 폭력의 과정과 그것이 가능한 조건을 가시화하고 이에 저항하는 과테말라의 퍼포먼스 작가 레지나 호세 갈린도를 이 책의 7장에서 중요하게 논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행위를 둘러싼 상호 작용 시스템의 총체성으로까지 확장하여 퍼포먼스를 사유할 때, 비로소 퍼포먼스라는 존재 방식의 실체가 드러난다. 달리 말하면, 퍼포먼스의 존재론을 이해하는 과정은 비가시적인 움직임과 그 작용 전체를 인지하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한편, 퍼포먼스가 일시적이고 단명한다는, 그러니까 아주 잠깐 동안만 존재하고 사라지는 매체라고 여기는 통념에서 한 발 벗어나 다이애나 테일러는 퍼포먼스가 무한히 반복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을 살아간다고 말한다. 아니 오히려 반복의 가능성을 통해서만 퍼포먼스는 퍼포먼스가 된다. ‘반복된 행위’가 바로 퍼포먼스이며, 인류는 이 반복된 퍼포먼스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전수하고, 공동체를 구성해 왔다는 것이다. 반복은 다이애나 테일러의 퍼포먼스 이론의 핵심이며, 주체를 형성하고 구성하는 중요한 수행성이다. 반복된 행위를 관찰한다면 우리는 우리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다이애나 테일러는 퍼포먼스의 반복이 어떻게 한 사회의 기억과 문화를 여러 세대에 걸쳐서 전승하는지를 ‘레퍼토리’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재현과 인쇄 문화가 오늘날 우리의 앎을 구축하는 가장 강한 이데올로기 장치라면, 퍼포먼스는 그와는 다른 앎의 생성 체계다. 여기서 테일러가 강조하는 것은 비판적 반복이다. 즉 그저 주어진 것을 다시 반복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다 적극적인 변화의 도구로서 이용하자는 것이다. “퍼포먼스의 퍼포먼스”. 알아채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어떤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새로운 퍼포먼스를 상상할 때에만 기존의 세계는 변한다.
라틴 아메리카의 퍼포먼스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작가들과 퍼포먼스 작업이 아메리카, 특히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다이애나 테일러는 1998년 설립된 헤미스퍼릭 인스티튜의 창립자 중 한 명으로, 이 기관은 아메리카 지역의 퍼포먼스를 연구하고 이에 관해 대화하는 급진적인 장소이다. 테일러는 헤미 인스티튜트 아카이브의 자료와 자신의 학자행동가(activist-academics)로서의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서로 다른 지리적,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저자는 퍼포먼스가 근본적으로 얼마나 불안정하고 유동적인지를, 그리고 동시에 경계과 구분을 넘어서는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론화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이 우리에게 알려 주는 것은 아메리카라는 대상이 아니다. 그보다는 특정 지역의 사회와 문화가 어떻게 그 현실적 조건을 수용하고 또 비판하며 퍼포먼스를 수행하는가 이다. 여기에는 어떤 지역과 장소의 정체성은 퍼포먼스에 의해, 그러니까 끊임없이 움직이고 흐르는 행동들로 구성되고 재구성된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을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우리를 둘러싼 현실적 조건은 무엇이며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수행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를 묻게 한다.
테일러는 이미 연구서 『아카이브와 레퍼토리: 아메리카 지역에서의 문화적 기억의 수행』(2003)을 통해 아메리카 지역의 문화와 사회를 구성함에 있어서 퍼포먼스가 어떠한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논의한 바 있다. 『퍼포먼스 퍼포먼스』는 이러한 저자의 평생의 연구와 경험을 간명히 이론화한 정수라고 해도 손색없을 것이다. 세계를 퍼포먼스로서 인지하기를 제안하는 이면에는, 나아가 우리가 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움직임을 선택하고 생성해 나가기를 바라는 요청이 있다. 다이애나 테일러에게 퍼포먼스는, 무엇보다도,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목차
1장 퍼포먼스를 [프레이밍] 하기 11
2장 퍼포먼스의 역사 85
3장 보는 행위자들 127
4장 퍼포먼스의 새로운 사용법 153
5장 퍼포머티브와 퍼포머티비티 201
6장 퍼포먼스를 통해 알아가기: 시나리오와 시뮬레이션 227
7장 예술행동가: 무엇을 해야 할까? 249
8장 퍼포먼스의 미래(들) 301
9장 퍼포먼스 연구 329
책 소개
퍼포먼스로 가득한 시대를 위한 안내서
유행하는 ‘무슨무슨 챌린지’를 따라 춘 춤을 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림으로써 만들어지는 네트워크가 있는가 하면, 미얀마의 여성들은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며 군인들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여자들이 입는 옷을 빨랫줄에 걸어 두었다.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온갖 퍼포먼스로 가득하고 우리는 그것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왜 퍼포먼스 하고, 퍼포먼스를 통해 무엇을 하는 것일까? 혹은, 퍼포먼스는 우리가 무엇을 하도록 할까? 다이애나 테일러의 『퍼포먼스 퍼포먼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퍼포먼스로 가득한,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퍼포먼스가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다른 한편으로는 동시에 퍼포먼스가 완전히 잊히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세계의 한 부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적 이론서이다. 세계를 퍼포먼스로서 바라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인식론으로서의 퍼포먼스, 퍼포먼스의 존재론
퍼포먼스를 일종의 인식론으로 여기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퍼포먼스가 그저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나 현상이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우리의 삶과 문화, 사회와 정치 안에 깊숙하게 자리잡은 작용인지를 일깨워준다. 즉, 우리가 어떻게 퍼포먼스를 통해서 무언가를 알게 되는지를 알려준다. 퍼포먼스를 통해 인간 문명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그리고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권력이 어떻게 미시적으로 복잡하게 작동하는지를 광범위하게 통찰하는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는 일상 생활에서 수행하는 사사로운 말과 행동들부터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억압적 정치 체제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퍼포먼스로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말과 행위들, 비가시적이지만 엄연한 힘의 작용, 관계의 양태에 대해 비로소 비판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퍼포먼스는 타자에게 영향을 주고 타자와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모든 행위의 총체이며 인식론으로서의 퍼포먼스는 이러한 행위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방법이다. 이 인식을 통해 우리는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몸과 몸짓에서 벗어나 다른 몸과 몸짓을 상상하고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이다. 퍼포먼스 이론의 유용함은 자연스럽고 절대적인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관습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이에 개입할 수 있는 틈을 발견하도록 한다는 것에 있다.
『퍼포먼스 퍼포먼스』는 또한 퍼포먼스의 독특한 존재론에 대해서도 다룬다. 테일러가 말하는 퍼포먼스는 가시적인 행위나 발화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퍼포먼스는 언제나 상황과 맥락, 테일러의 표현을 빌자면 ‘프레임’에 따라 그 의미와 효과가 변화한다. 때문에 테일러에게 퍼포먼스란 행위를 둘러싼 가시적이고 비가시적인 상황의 총체성을 뜻한다. 은밀하게 수행되고 실현되는 폭력의 과정과 그것이 가능한 조건을 가시화하고 이에 저항하는 과테말라의 퍼포먼스 작가 레지나 호세 갈린도를 이 책의 7장에서 중요하게 논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행위를 둘러싼 상호 작용 시스템의 총체성으로까지 확장하여 퍼포먼스를 사유할 때, 비로소 퍼포먼스라는 존재 방식의 실체가 드러난다. 달리 말하면, 퍼포먼스의 존재론을 이해하는 과정은 비가시적인 움직임과 그 작용 전체를 인지하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한편, 퍼포먼스가 일시적이고 단명한다는, 그러니까 아주 잠깐 동안만 존재하고 사라지는 매체라고 여기는 통념에서 한 발 벗어나 다이애나 테일러는 퍼포먼스가 무한히 반복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을 살아간다고 말한다. 아니 오히려 반복의 가능성을 통해서만 퍼포먼스는 퍼포먼스가 된다. ‘반복된 행위’가 바로 퍼포먼스이며, 인류는 이 반복된 퍼포먼스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전수하고, 공동체를 구성해 왔다는 것이다. 반복은 다이애나 테일러의 퍼포먼스 이론의 핵심이며, 주체를 형성하고 구성하는 중요한 수행성이다. 반복된 행위를 관찰한다면 우리는 우리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다이애나 테일러는 퍼포먼스의 반복이 어떻게 한 사회의 기억과 문화를 여러 세대에 걸쳐서 전승하는지를 ‘레퍼토리’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재현과 인쇄 문화가 오늘날 우리의 앎을 구축하는 가장 강한 이데올로기 장치라면, 퍼포먼스는 그와는 다른 앎의 생성 체계다. 여기서 테일러가 강조하는 것은 비판적 반복이다. 즉 그저 주어진 것을 다시 반복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다 적극적인 변화의 도구로서 이용하자는 것이다. “퍼포먼스의 퍼포먼스”. 알아채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어떤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새로운 퍼포먼스를 상상할 때에만 기존의 세계는 변한다.
라틴 아메리카의 퍼포먼스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작가들과 퍼포먼스 작업이 아메리카, 특히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다이애나 테일러는 1998년 설립된 헤미스퍼릭 인스티튜의 창립자 중 한 명으로, 이 기관은 아메리카 지역의 퍼포먼스를 연구하고 이에 관해 대화하는 급진적인 장소이다. 테일러는 헤미 인스티튜트 아카이브의 자료와 자신의 학자행동가(activist-academics)로서의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서로 다른 지리적,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저자는 퍼포먼스가 근본적으로 얼마나 불안정하고 유동적인지를, 그리고 동시에 경계과 구분을 넘어서는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론화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이 우리에게 알려 주는 것은 아메리카라는 대상이 아니다. 그보다는 특정 지역의 사회와 문화가 어떻게 그 현실적 조건을 수용하고 또 비판하며 퍼포먼스를 수행하는가 이다. 여기에는 어떤 지역과 장소의 정체성은 퍼포먼스에 의해, 그러니까 끊임없이 움직이고 흐르는 행동들로 구성되고 재구성된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을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우리를 둘러싼 현실적 조건은 무엇이며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수행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를 묻게 한다.
테일러는 이미 연구서 『아카이브와 레퍼토리: 아메리카 지역에서의 문화적 기억의 수행』(2003)을 통해 아메리카 지역의 문화와 사회를 구성함에 있어서 퍼포먼스가 어떠한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논의한 바 있다. 『퍼포먼스 퍼포먼스』는 이러한 저자의 평생의 연구와 경험을 간명히 이론화한 정수라고 해도 손색없을 것이다. 세계를 퍼포먼스로서 인지하기를 제안하는 이면에는, 나아가 우리가 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움직임을 선택하고 생성해 나가기를 바라는 요청이 있다. 다이애나 테일러에게 퍼포먼스는, 무엇보다도,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