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름 개인전 도록
글: 정여름, 이진실, 이나라, 박동수
180x257mm
⟪HAPPY TIME IS GOOD⟫은 정여름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장소의 은폐와 위장, 그리고 그 자리에 깃든 기억을 다루는 전시이다. 장소의 가시성과 비가시성을 두고 경험과 이데올로기를 탐색하는 이번 전시는 정여름 작가의 두 영화,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 Graeae: A Stationed Idea>(2019)과 <긴 복도 The Long Hole>(2021)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한반도의 미군기지는 분단이라는 현실을 환기시키는 누빔점이자, 점령 혹은 전쟁을 아직 끝내지 못한 망령들의 수용소다. 무엇보다 땅의 원주민들에게 그곳은 금기시되고 비밀에 부쳐지는 올림포스 산이다. 미군기지는 반환과 이전이라는 행위가 벌어지지만 어디에도 표시되지 않는 비가시적인 영토다.
이 두 영상 작업을 통해 작가는 주한미군 기지라는 비가시적 장소에 탐정과 같은 관음증적/편집증적 태도로 다가간다. 용산미군기지를 다룬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과 원주의 캠프 롱 기지를 다룬 <긴 복도>는 투명한 시공간 좌표값 아래 폐허가 된 기억과 망각, 사적/공적인 역사, 현재라고 부르는 각기 다른 시간의 속도를 조사하는 작업이다.
- 이진실, ⟪HAPPY TIME IS GOOD⟫ 서문 中
작가 노트
⟪HAPPY TIME IS GOOD⟫은 주한 미군이 빠져 나간 지 20년이 되는 해, 외부에서 내부를 염탐해야 했던 외래인 탐정이 진입 허가를 받고 초행길에 나선다는 서사를 상상하며 구성한 전시다. 1층에서는 가상 현실을 해킹하여 나를 스쳐지나가는 환영의 테두리를 파악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면 지하층에서는 그러한 위장막을 뚫고 불쑥 올라선 한 사물, 모든 시간의 구멍처럼 생겨난 사물에 대한 추적으로 신기루의 뼈대를 포착하고자 하는 시도를 보여 주고자 했다.
군사들은 이미 떠나고 난 후지만, 대지의 시간은 조금도 흐르지 않았음을 체감한다. 어떠한 혼선이 오랫동안 진행되어 혼란함 속에서 규칙이 생긴 모양이다. 그곳에 접근한 순간, 시간의 오차가 내 몸과 부딪혀 떨어졌다. 이 감각은 집안 한구석에 켜켜이 쌓인 작은 무덤으로 우연히 눈이 돌아갈 때 느끼는 긴장감과 비슷했다.
어느 시점에 시간을 고정시켜 놓은 채로 운반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가진 옛날이라는 공시성을 이해하고 싶었다. 전시를 통해서 그들을 이해하는 것에 성공했는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사랑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다.
목차
» 전시 전경
» 전시 서문
» 작품 이미지
» 리뷰
» 필자 소개
» 부록 안내
* 이진실, <HAPPY TIME IS GOOD: 아마추어 해커의 의사-고고학>
* 이나라, <수색의 수집, 상속의 역사>
* 박동수, <가상을 (통해) 보는 방법: 보지 않고 보기 vs 보기에 실패하기>
* 정여름, <탐정으로서의 소견>
필자 소개
정여름
융합예술 전공. 한 지점에서 등장하는 서사를 관찰하여 작동 원리를 분석하고, 그 본체와 부품을 도출해내는 작업에 관심 있다.
이진실
독일현대미학을 공부하고, 현재 미술평론가이자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READ MY LIPS⟫, ⟪미러의 미러의 미러⟫, ⟪Stranger than Paradise⟫ 등의 전시를 기획했으며, 큐레이토리얼&에디토리얼 콜렉티브 아그라파 소사이어티의 멤버로서 페미니즘, 퀴어, 그리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타자적 전망 안에서 텍스트를 생산하고 수행성을 실험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
이나라
이미지 문화 연구자. 동의대학교 영화ㆍ트랜스미디어연구소 전임연구원. 파리 1대학교(팡테옹소르본) 영상미학 박사. 영상미학, 영화, 무빙 이미지 강의, 이론연구와 비평을 수행하며 앤솔로지 『알렉산더 소쿠로프』, 『하룬 파로키』 집필에 참여했고 다수의 비평, 연구 논문을 썼다.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의 『어둠에서 벗어나기』, 『색채 속을 걷는 사람』을 우리말로 옮겼다.
박동수
홍익대학교에서 예술학을 공부했다. 2020년부터 여러 독립영화잡지와 웹진에 글을 실었으며,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저널 ACT!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3회 독립영화비평상 문서비평 부문에 당선되어 영화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HAPPY TIME IS GOOD⟫은 정여름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장소의 은폐와 위장, 그리고 그 자리에 깃든 기억을 다루는 전시이다. 장소의 가시성과 비가시성을 두고 경험과 이데올로기를 탐색하는 이번 전시는 정여름 작가의 두 영화,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 Graeae: A Stationed Idea>(2019)과 <긴 복도 The Long Hole>(2021)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한반도의 미군기지는 분단이라는 현실을 환기시키는 누빔점이자, 점령 혹은 전쟁을 아직 끝내지 못한 망령들의 수용소다. 무엇보다 땅의 원주민들에게 그곳은 금기시되고 비밀에 부쳐지는 올림포스 산이다. 미군기지는 반환과 이전이라는 행위가 벌어지지만 어디에도 표시되지 않는 비가시적인 영토다.
이 두 영상 작업을 통해 작가는 주한미군 기지라는 비가시적 장소에 탐정과 같은 관음증적/편집증적 태도로 다가간다. 용산미군기지를 다룬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과 원주의 캠프 롱 기지를 다룬 <긴 복도>는 투명한 시공간 좌표값 아래 폐허가 된 기억과 망각, 사적/공적인 역사, 현재라고 부르는 각기 다른 시간의 속도를 조사하는 작업이다.
- 이진실, ⟪HAPPY TIME IS GOOD⟫ 서문 中
작가 노트
⟪HAPPY TIME IS GOOD⟫은 주한 미군이 빠져 나간 지 20년이 되는 해, 외부에서 내부를 염탐해야 했던 외래인 탐정이 진입 허가를 받고 초행길에 나선다는 서사를 상상하며 구성한 전시다. 1층에서는 가상 현실을 해킹하여 나를 스쳐지나가는 환영의 테두리를 파악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면 지하층에서는 그러한 위장막을 뚫고 불쑥 올라선 한 사물, 모든 시간의 구멍처럼 생겨난 사물에 대한 추적으로 신기루의 뼈대를 포착하고자 하는 시도를 보여 주고자 했다.
군사들은 이미 떠나고 난 후지만, 대지의 시간은 조금도 흐르지 않았음을 체감한다. 어떠한 혼선이 오랫동안 진행되어 혼란함 속에서 규칙이 생긴 모양이다. 그곳에 접근한 순간, 시간의 오차가 내 몸과 부딪혀 떨어졌다. 이 감각은 집안 한구석에 켜켜이 쌓인 작은 무덤으로 우연히 눈이 돌아갈 때 느끼는 긴장감과 비슷했다.
어느 시점에 시간을 고정시켜 놓은 채로 운반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가진 옛날이라는 공시성을 이해하고 싶었다. 전시를 통해서 그들을 이해하는 것에 성공했는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사랑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다.
목차
» 전시 전경
» 전시 서문
» 작품 이미지
» 리뷰
» 필자 소개
» 부록 안내
* 이진실, <HAPPY TIME IS GOOD: 아마추어 해커의 의사-고고학>
* 이나라, <수색의 수집, 상속의 역사>
* 박동수, <가상을 (통해) 보는 방법: 보지 않고 보기 vs 보기에 실패하기>
* 정여름, <탐정으로서의 소견>
필자 소개
정여름
융합예술 전공. 한 지점에서 등장하는 서사를 관찰하여 작동 원리를 분석하고, 그 본체와 부품을 도출해내는 작업에 관심 있다.
이진실
독일현대미학을 공부하고, 현재 미술평론가이자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READ MY LIPS⟫, ⟪미러의 미러의 미러⟫, ⟪Stranger than Paradise⟫ 등의 전시를 기획했으며, 큐레이토리얼&에디토리얼 콜렉티브 아그라파 소사이어티의 멤버로서 페미니즘, 퀴어, 그리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타자적 전망 안에서 텍스트를 생산하고 수행성을 실험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
이나라
이미지 문화 연구자. 동의대학교 영화ㆍ트랜스미디어연구소 전임연구원. 파리 1대학교(팡테옹소르본) 영상미학 박사. 영상미학, 영화, 무빙 이미지 강의, 이론연구와 비평을 수행하며 앤솔로지 『알렉산더 소쿠로프』, 『하룬 파로키』 집필에 참여했고 다수의 비평, 연구 논문을 썼다.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의 『어둠에서 벗어나기』, 『색채 속을 걷는 사람』을 우리말로 옮겼다.
박동수
홍익대학교에서 예술학을 공부했다. 2020년부터 여러 독립영화잡지와 웹진에 글을 실었으며,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저널 ACT!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3회 독립영화비평상 문서비평 부문에 당선되어 영화평론가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