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서문은 대개 본문보다 먼저 있지만, 대개 나중에 읽힌다. 어떤 책에서는 읽히지 않기도 하고, 어떤 독자에게는 책보다 먼저 쓰인다. 서문은 본문을 시작하지 않기 위해 마련된 시작이며, 이 책이 대관절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사실을 가장 정직하게 드러내는 자리다. 이 책의 서문은 정의도 설명도 경고도 하지 않는다. 대신 이 책이 구조를 수집하려는 시도이자 구조에 수집당하는 과정임을 넌지시 고백한다. 표지를 포함해 이 책에 실린 예순네 가지 항목은 의미보다 구성, 설명보다 배열, 통일보다 틈에 더 가까우며, 각 항목은 독립적인 동시에 서로를 참조하고, 일부는 규칙을 따르되, 일부는 규칙을 과감히 어긴다. 반복은 구조를 만들고, 실수는 구조를 드러낸다. 이름 없는 구조는 없고, 구조 없는 항목도 없다. 어쩌면 이 서문은 첫 번째 구조인 동시에 가장 나중에 닫힐 수 있는 페이지다. 그리고 지금, 독자는 어쨌든 이 책의 구조 안에 있다.
차례
차례는 본문으로 진입하기 전에 내용을 정렬해보는 구조다. 아직 펼쳐지지 않은 페이지들이 어떤 순서로 놓여 있는지,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마지막인지, 어디서 시작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미리 예감하게 만든다. 차례는 미래의 독서 동선을 예측하는 약도이며, 책이라는 구조를 시간적으로 재배치한 지도다. 하지만 사전에서는 조금 다르다. 항목은 가나다순, 알파벳순에 따라 배열되며, 각 항목의 위치는 독자의 손과 눈에 의해 재구성된다. 이 책에서 차례는 일종의 구조에 관한 예시이자 구조 자체를 목차화하려는 시도다. 목록은 철저하게 줄을 서지만, 구조는 방향을 지닌다. 어떤 구조는 중심을 향하고, 어떤 구조는 흩어진다. 차례는 대개 본문보다 먼저 놓이지만, 본문을 지나친 뒤에야 비로소 이해되기도 한다. 어쩌면 본문 다음에 놓인 이 책의 차례는 이 책이 어디로 가는지를 말해주는 대신, 그 자체로 이 책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서문
서문은 대개 본문보다 먼저 있지만, 대개 나중에 읽힌다. 어떤 책에서는 읽히지 않기도 하고, 어떤 독자에게는 책보다 먼저 쓰인다. 서문은 본문을 시작하지 않기 위해 마련된 시작이며, 이 책이 대관절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사실을 가장 정직하게 드러내는 자리다. 이 책의 서문은 정의도 설명도 경고도 하지 않는다. 대신 이 책이 구조를 수집하려는 시도이자 구조에 수집당하는 과정임을 넌지시 고백한다. 표지를 포함해 이 책에 실린 예순네 가지 항목은 의미보다 구성, 설명보다 배열, 통일보다 틈에 더 가까우며, 각 항목은 독립적인 동시에 서로를 참조하고, 일부는 규칙을 따르되, 일부는 규칙을 과감히 어긴다. 반복은 구조를 만들고, 실수는 구조를 드러낸다. 이름 없는 구조는 없고, 구조 없는 항목도 없다. 어쩌면 이 서문은 첫 번째 구조인 동시에 가장 나중에 닫힐 수 있는 페이지다. 그리고 지금, 독자는 어쨌든 이 책의 구조 안에 있다.
차례
차례는 본문으로 진입하기 전에 내용을 정렬해보는 구조다. 아직 펼쳐지지 않은 페이지들이 어떤 순서로 놓여 있는지,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마지막인지, 어디서 시작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미리 예감하게 만든다. 차례는 미래의 독서 동선을 예측하는 약도이며, 책이라는 구조를 시간적으로 재배치한 지도다. 하지만 사전에서는 조금 다르다. 항목은 가나다순, 알파벳순에 따라 배열되며, 각 항목의 위치는 독자의 손과 눈에 의해 재구성된다. 이 책에서 차례는 일종의 구조에 관한 예시이자 구조 자체를 목차화하려는 시도다. 목록은 철저하게 줄을 서지만, 구조는 방향을 지닌다. 어떤 구조는 중심을 향하고, 어떤 구조는 흩어진다. 차례는 대개 본문보다 먼저 놓이지만, 본문을 지나친 뒤에야 비로소 이해되기도 한다. 어쩌면 본문 다음에 놓인 이 책의 차례는 이 책이 어디로 가는지를 말해주는 대신, 그 자체로 이 책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