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설명
1984년 개관한 한국영화아카데미의 40주년을 기념하여 『시네마의 미래를 찍다: 한국영화아카데미, 40년의 장면들』이 출간되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미디어버스가 공동으로 펴낸 이 책은, 지난 40년 동안 한국영화아카데미를 거쳐 간 창작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한국 영화 교육의 역사와 그 사회적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총 448쪽으로 구성되었으며 1기부터 40기까지의 졸업생 중 25인의 심층 인터뷰를 중심으로,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영화인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봉준호, 김소영, 권칠인, 이정향, 김태용, 민규동, 백승빈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과 프로듀서들이 참여해, 아카데미에서의 경험과 영화산업의 변화, 그리고 창작자로서의 현실과 고민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이는 단순한 회고를 넘어 ‘지금 여기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대한 치열한 질문과 성찰로 이어진다. 특히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내부 행정 문서, 구술사 기록, 영상 인터뷰 등의 자료를 디지털 아카이브화하며 집성한 이 책은, 하나의 교육사적 자료이자 동시대 창작자들이 남긴 집단적 구술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책에서는 영화 교육과 제작 현장 간의 간극, OTT와 스트리밍 시대의 극장 생태 변화, 영화 노동과 창작의 조건, 예술성과 산업성의 균형, 그리고 아카데미의 지방 이전 이후의 정체성과 향후 과제 등 한국 영화계가 당면한 주요 이슈들을 졸업생들의 목소리로 풀어낸다. 또한 영화가 단순한 예술을 넘어, 시대와 일상을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매체임을 새삼 일깨우며, 한국 사회와 문화의 변화상을 풍부하게 담아낸다. 『시네마의 미래를 찍다』는 한국영화아카데미의 과거를 정리하는 역사서인 동시에, 한국 영화산업과 영화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모색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제안이다.
목차
GREETING 조근식
INTERVIEW
1기 김소영 “예술학교의 기능은 어떤 사람의 삶에서 하나의 국면을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안에서 예술을 통해 자신을 만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기 박종원 “영화아카데미도 이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1기 유지나 “온고지신이 아니라 진화를 해야 해요.”
2기 권칠인 “과거는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재료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기 박기용 “한국영화아카데미는 국립영화학교이고, 최상위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자존심과 책임감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4기 이정향 “개성 있는 영화의 중요성을 가르쳐요.”
4기 이수정 “동시대와 멀어지지 않으면서 영화를 만들어야 해요.”
6기 금보상 “이거 이대로 가면 안 된다. 우리 투쟁을 하자. 그대로 밀고 나가자.”
11기 봉준호 “흥미롭고 파괴력 있는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지면 분명히 극장은 명맥을 유지할 거라고 봅니다.”
11기 최익환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놓고 그들끼리 자극받아서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13기 민규동 “지금의 위기는 새로운 것의 전조일 수 있어요.”
13기 김태용 “학교가 산업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배출하면 좋겠어요."
18기 노동석 “아직은 부산에 내려오는 일이 즐겁고, 학생들한테 해주고 싶은 얘기가 많아요.”
18기 장형윤 “중요한 건 영화아카데미 교육 시스템과 그 시스템의 장점을 알리는 것이라 생각해요.”
19기 장건재 “영화아카데미가 한국의 영화학교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중요한 영화학교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2기 백승빈 “학교가 학생들을 졸업시킬 때 마음속에 불씨 하나를 남겨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불씨의 정체는 학교 바깥에서 건강한 예술 노동자로서 자신을 긍정하며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23기 이숙경 “서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5기 임경용 “제가 아카데미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육적 가치는, 프로듀서를 단순히 창작자를 돕는 조력자로 보지 않고 또 다른 위치의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25기 추경엽 “논쟁을 두려워 마세요.”
30기 유지영 “결국 창작은 자유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35기 김진화 “영화의 형태가 변해도 이야기는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저는 계속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PILOGUE
이대현, 이혜원, 김동령, 임경용
KAFA 연보
책 속에서
"영화아카데미를 통해 일상을 보는 제 생각과, 영화 문법 체계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던 것 같아요.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잘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고, 그러다 보니까 무엇을 표현할 것인지 관찰하고 내 생각을 만드는 데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상에서 늘 고민하고 바라보고 관찰할 때 내 시선을 갖게 되는 거죠. 물론 그중에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관한 것들도 많이 있고요. 그리고 영화는 종합 예술이기도 하지만, 사실 예술 이상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요.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일상의 많은 부분을 시시콜콜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바로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영화를 단순히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문학에 종속된 느낌도 없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영화는 예술을 너머 일상까지 그 기능을 확장하고 있어요." (39페이지)
"또 궁금한 것은, 아카데미 장편 과정을 통해 빛나는 영화들이 나오지만, 이후에 왜 그렇게 어려움을 겪는 걸까요?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다른 작품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감독들은 긴 시간을 힘들어하다가 결국 포기하기도 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63페이지)
"그 배경에는 분명히 영화계의 변화가 있었어요. 1996년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설립되면서, 이전에는 외국 영화제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영화제에 대해 알게 되었죠. 초반에는 개막식 파티 등에서 한국 사람들끼리 모여 술을 마시는 정도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외국 감독이나 영화인들과 교류하는 모습이 늘어나면서 소위 ‘세계화’가 진행되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에는 한국 영화의 해외 진출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게 되었고요. 이는 당시 정부의 정책과도 부합되는 부분이었죠. 이런 흐름 속에서 영화아카데미도 세계화를 중요시하게 되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죠." (81페이지)
"영화를 하려면 영화과에 가서는 안 된다는 말도 있잖아요. 영화 만들면서 계속 공부해야 해요. 꼭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역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사유하면서 동시대와 멀어지지 않는 가운데 영화를 만들어야 해요. 대기업에서 좋아하는 영화만 쫓는 게 아니고요." (117페이지)
"영화계도 당시 작은영화, 민중영화 그런 것이 활성화되고 1988년에 〈오! 꿈의 나라〉가 만들어지거든요. 1989년도에 개봉하려고 했는데 고발당하고 그랬단 말이에요. 그리고 상업 영화인 〈구로 아리랑〉도 1989년에 개봉했어요. 그런 유화적 분위기가 있었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운동권 영화라고 안 된다고 하니까 황당했죠. 그래서 왜 안 되냐고 했는데 ‘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를 만들면, 나중에 상영을 하게 된다. 상영하는 영화는 공연 심의를 받아야 된다. 공연 심의에 준해서 당신들 영화는 심의에 걸릴 것이기 때문에 못 찍는다.’ 라는 답변을 들었어요. 그런데 교육기관 작품은 심의를 안 받았어요." (134페이지)
"팬데믹도 그렇지만 스트리머, OTT의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죠. 그렇지만 극장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주저앉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꼭 거대 스케일의 영화가 아니더라도 중간 규모의 영화들, 또는 〈잠〉처럼 아파트 한 장소에 배우 두 명만 나와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영화들도 시나리오 자체에 파괴력과 새로움, 흥미로움과 독창성이 있다면 거뜬히 관객들을 극장으로 향하게 만들 수 있어요." (173페이지)
"저는 아직도 왜 이렇게 갈팡질팡하며 방황하고 있을까 고민합니다.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원하는 배우와 원하는 타이밍에 자유롭게 만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우리가 좋은 작품으로 기억하는 대부분의 영화는 결국 감독이 스스로 쟁취한 권력과 맥락에서 탄생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아직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것 같아요." (206페이지)
"시장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어 왔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 세대는 시장이라는 공기를 체감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시장과 사회가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장 없이도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시장에 편입할지 말지는 온전히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믿었던 세대였죠.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시장이 곧 내 삶의 공간이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근본적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구시대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학교가 이러한 근본적인 고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국립영화학교가 공적 자금으로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라면, 그 기회 안에서 좀 더 새로운 것들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224페이지)
"이번 기회에 ‘영화아카데미, 부산 시대에서 지금 어디로 가야 하나?’에 대한 고민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아카데미가 부산으로 오면서 경쟁력이 좀 떨어졌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들거든요. 물론 장편 과정이라는 장점은 여전히 있지만, 한예종에서도 비슷한 걸 하고 있잖아요. 변두리라도 서울에 있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아마 영화아카데미 선생님들도 많이 고민하고 계실 거예요. 그리고 지금은 장편 시대잖아요. 단편 시나리오를 쓰고 단편 영화를 만들어서 입봉했던 것처럼 이제는 장편이 있어야 해요. 디지털로 바뀌고 나서는 다시 시나리오를 쓰는 느낌이거든요. 그렇다면 이제는 아카데미에서 장편 과정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283페이지)
"저는 늘 주어진 조건 안에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산이 적거나 많거나 감독의 입장에서는 늘 부족하기 마련이니까요. 영화는 남의 돈으로 만드는 것이고, 감독 개인의 욕망만을 충족시키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노력과 욕망이 함께 들어가게 됩니다. 그걸 조율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점점 더 느끼죠. 그래서 누군가가 어떤 것을 해야한다고 하면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돈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해결을 해야하고, 어떤 장소에서 2시간 안에 찍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2시간 안에 찍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죠." (293페이지)
"아무래도 출판과 영화는 전체 산업 규모는 비슷할 수 있지만, 개별적으로 보면 영화가 훨씬 더 자본 집약적이에요. 그래서 자본이 이 산업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죠. 동시에, 영화의 다양성을 위한 제도적인 지원도 적지 않다고 생각해요. 영화제나 영진위가 그런 역할을 해오고 있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팬데믹이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거나, 적어도 그러한 변화를 가속화시켰다고 생각해요. 팬데믹 이전부터 존재하던 산업 중심의 소비 경향이 팬데믹을 계기로 훨씬 더 가속화된 것 같아요. 지금은 유튜브, 심지어 아주 짧은 영상 콘텐츠에 사람들이 열광하죠. 판 자체가 바뀐 거예요. 그 변화에 대한 저항은 크게 보이지 않지만, 그만큼 현실은 더 심각해 보입니다. 이제는 10분짜리 영상도 길게 느껴지고, 2분 이내의 자극적인 영상이 일상을 지배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숏폼 영상조차 자본집약적으로 되고 있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예요. 이 매체는 처음부터 기업 친화적이었죠." (353페이지)
"사실 배우들이 굉장히 똑똑해요. 인간에 대해서 몸과 마음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걸 표현하는 사람들이 시나리오의 정수를 모르진 않을 거란 말이죠. 그렇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시나리오를 잡게 하는 이유는 한국이 너무 서사 위주의 이야기들만 생산해 내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예술로서 인정하는 사회가 된다면 숏이나 미장센, 앵글 같은 영화 언어에 대해서도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분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안 되는 건 제작자나 투자자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추구하니까 신인 감독 기성 감독할 것 없이 시나리오에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어떤 분은 시나리오를 굉장히 시 같이 써도 시각 언어로 훨씬 잘 표현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것들을 갈수록 못 보는 거 같아요." (388페이지)
"팬데믹 이후로 많은 것이 달라졌죠. 모든 것이 다시 세팅되는 느낌도 들어요. 저는 팬데믹 전에도 플랫폼에 관심이 많았고 극장만 고집하지는 않았어요. 그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유연하게 생각하는 편이었죠. 왜냐하면 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서사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드라마도 좋아했죠. 당시에는 넷플릭스 같은 것은 없었지만 텔레비전 드라마를 워낙 좋아해서 그런 것도 하고 싶었거든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그런 시대가 왔고 OTT가 훨씬 더 주목을 받는 시대가 왔잖아요. 그래서 극장이라는 형태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게 영화가 망했다고 판단하기 보다는 영화의 형태가 달라진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해요. 무조건 극장에서만 개봉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변하면서 산업이 달라진 것이죠." (421페이지)
책 설명
1984년 개관한 한국영화아카데미의 40주년을 기념하여 『시네마의 미래를 찍다: 한국영화아카데미, 40년의 장면들』이 출간되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미디어버스가 공동으로 펴낸 이 책은, 지난 40년 동안 한국영화아카데미를 거쳐 간 창작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한국 영화 교육의 역사와 그 사회적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총 448쪽으로 구성되었으며 1기부터 40기까지의 졸업생 중 25인의 심층 인터뷰를 중심으로,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영화인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봉준호, 김소영, 권칠인, 이정향, 김태용, 민규동, 백승빈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과 프로듀서들이 참여해, 아카데미에서의 경험과 영화산업의 변화, 그리고 창작자로서의 현실과 고민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이는 단순한 회고를 넘어 ‘지금 여기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대한 치열한 질문과 성찰로 이어진다. 특히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내부 행정 문서, 구술사 기록, 영상 인터뷰 등의 자료를 디지털 아카이브화하며 집성한 이 책은, 하나의 교육사적 자료이자 동시대 창작자들이 남긴 집단적 구술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책에서는 영화 교육과 제작 현장 간의 간극, OTT와 스트리밍 시대의 극장 생태 변화, 영화 노동과 창작의 조건, 예술성과 산업성의 균형, 그리고 아카데미의 지방 이전 이후의 정체성과 향후 과제 등 한국 영화계가 당면한 주요 이슈들을 졸업생들의 목소리로 풀어낸다. 또한 영화가 단순한 예술을 넘어, 시대와 일상을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매체임을 새삼 일깨우며, 한국 사회와 문화의 변화상을 풍부하게 담아낸다. 『시네마의 미래를 찍다』는 한국영화아카데미의 과거를 정리하는 역사서인 동시에, 한국 영화산업과 영화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모색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제안이다.
목차
GREETING 조근식
INTERVIEW
1기 김소영 “예술학교의 기능은 어떤 사람의 삶에서 하나의 국면을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안에서 예술을 통해 자신을 만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기 박종원 “영화아카데미도 이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1기 유지나 “온고지신이 아니라 진화를 해야 해요.”
2기 권칠인 “과거는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재료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기 박기용 “한국영화아카데미는 국립영화학교이고, 최상위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자존심과 책임감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4기 이정향 “개성 있는 영화의 중요성을 가르쳐요.”
4기 이수정 “동시대와 멀어지지 않으면서 영화를 만들어야 해요.”
6기 금보상 “이거 이대로 가면 안 된다. 우리 투쟁을 하자. 그대로 밀고 나가자.”
11기 봉준호 “흥미롭고 파괴력 있는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지면 분명히 극장은 명맥을 유지할 거라고 봅니다.”
11기 최익환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놓고 그들끼리 자극받아서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13기 민규동 “지금의 위기는 새로운 것의 전조일 수 있어요.”
13기 김태용 “학교가 산업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배출하면 좋겠어요."
18기 노동석 “아직은 부산에 내려오는 일이 즐겁고, 학생들한테 해주고 싶은 얘기가 많아요.”
18기 장형윤 “중요한 건 영화아카데미 교육 시스템과 그 시스템의 장점을 알리는 것이라 생각해요.”
19기 장건재 “영화아카데미가 한국의 영화학교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중요한 영화학교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2기 백승빈 “학교가 학생들을 졸업시킬 때 마음속에 불씨 하나를 남겨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불씨의 정체는 학교 바깥에서 건강한 예술 노동자로서 자신을 긍정하며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23기 이숙경 “서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5기 임경용 “제가 아카데미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육적 가치는, 프로듀서를 단순히 창작자를 돕는 조력자로 보지 않고 또 다른 위치의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25기 추경엽 “논쟁을 두려워 마세요.”
30기 유지영 “결국 창작은 자유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35기 김진화 “영화의 형태가 변해도 이야기는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저는 계속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PILOGUE
이대현, 이혜원, 김동령, 임경용
KAFA 연보
책 속에서
"영화아카데미를 통해 일상을 보는 제 생각과, 영화 문법 체계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던 것 같아요.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잘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고, 그러다 보니까 무엇을 표현할 것인지 관찰하고 내 생각을 만드는 데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상에서 늘 고민하고 바라보고 관찰할 때 내 시선을 갖게 되는 거죠. 물론 그중에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관한 것들도 많이 있고요. 그리고 영화는 종합 예술이기도 하지만, 사실 예술 이상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요.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일상의 많은 부분을 시시콜콜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바로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영화를 단순히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문학에 종속된 느낌도 없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영화는 예술을 너머 일상까지 그 기능을 확장하고 있어요." (39페이지)
"또 궁금한 것은, 아카데미 장편 과정을 통해 빛나는 영화들이 나오지만, 이후에 왜 그렇게 어려움을 겪는 걸까요?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다른 작품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감독들은 긴 시간을 힘들어하다가 결국 포기하기도 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63페이지)
"그 배경에는 분명히 영화계의 변화가 있었어요. 1996년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설립되면서, 이전에는 외국 영화제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영화제에 대해 알게 되었죠. 초반에는 개막식 파티 등에서 한국 사람들끼리 모여 술을 마시는 정도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외국 감독이나 영화인들과 교류하는 모습이 늘어나면서 소위 ‘세계화’가 진행되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에는 한국 영화의 해외 진출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게 되었고요. 이는 당시 정부의 정책과도 부합되는 부분이었죠. 이런 흐름 속에서 영화아카데미도 세계화를 중요시하게 되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죠." (81페이지)
"영화를 하려면 영화과에 가서는 안 된다는 말도 있잖아요. 영화 만들면서 계속 공부해야 해요. 꼭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역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사유하면서 동시대와 멀어지지 않는 가운데 영화를 만들어야 해요. 대기업에서 좋아하는 영화만 쫓는 게 아니고요." (117페이지)
"영화계도 당시 작은영화, 민중영화 그런 것이 활성화되고 1988년에 〈오! 꿈의 나라〉가 만들어지거든요. 1989년도에 개봉하려고 했는데 고발당하고 그랬단 말이에요. 그리고 상업 영화인 〈구로 아리랑〉도 1989년에 개봉했어요. 그런 유화적 분위기가 있었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운동권 영화라고 안 된다고 하니까 황당했죠. 그래서 왜 안 되냐고 했는데 ‘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를 만들면, 나중에 상영을 하게 된다. 상영하는 영화는 공연 심의를 받아야 된다. 공연 심의에 준해서 당신들 영화는 심의에 걸릴 것이기 때문에 못 찍는다.’ 라는 답변을 들었어요. 그런데 교육기관 작품은 심의를 안 받았어요." (134페이지)
"팬데믹도 그렇지만 스트리머, OTT의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죠. 그렇지만 극장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주저앉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꼭 거대 스케일의 영화가 아니더라도 중간 규모의 영화들, 또는 〈잠〉처럼 아파트 한 장소에 배우 두 명만 나와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영화들도 시나리오 자체에 파괴력과 새로움, 흥미로움과 독창성이 있다면 거뜬히 관객들을 극장으로 향하게 만들 수 있어요." (173페이지)
"저는 아직도 왜 이렇게 갈팡질팡하며 방황하고 있을까 고민합니다.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원하는 배우와 원하는 타이밍에 자유롭게 만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우리가 좋은 작품으로 기억하는 대부분의 영화는 결국 감독이 스스로 쟁취한 권력과 맥락에서 탄생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아직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것 같아요." (206페이지)
"시장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어 왔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 세대는 시장이라는 공기를 체감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시장과 사회가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장 없이도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시장에 편입할지 말지는 온전히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믿었던 세대였죠.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시장이 곧 내 삶의 공간이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근본적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구시대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학교가 이러한 근본적인 고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국립영화학교가 공적 자금으로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라면, 그 기회 안에서 좀 더 새로운 것들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224페이지)
"이번 기회에 ‘영화아카데미, 부산 시대에서 지금 어디로 가야 하나?’에 대한 고민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아카데미가 부산으로 오면서 경쟁력이 좀 떨어졌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들거든요. 물론 장편 과정이라는 장점은 여전히 있지만, 한예종에서도 비슷한 걸 하고 있잖아요. 변두리라도 서울에 있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아마 영화아카데미 선생님들도 많이 고민하고 계실 거예요. 그리고 지금은 장편 시대잖아요. 단편 시나리오를 쓰고 단편 영화를 만들어서 입봉했던 것처럼 이제는 장편이 있어야 해요. 디지털로 바뀌고 나서는 다시 시나리오를 쓰는 느낌이거든요. 그렇다면 이제는 아카데미에서 장편 과정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283페이지)
"저는 늘 주어진 조건 안에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산이 적거나 많거나 감독의 입장에서는 늘 부족하기 마련이니까요. 영화는 남의 돈으로 만드는 것이고, 감독 개인의 욕망만을 충족시키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노력과 욕망이 함께 들어가게 됩니다. 그걸 조율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점점 더 느끼죠. 그래서 누군가가 어떤 것을 해야한다고 하면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돈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해결을 해야하고, 어떤 장소에서 2시간 안에 찍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2시간 안에 찍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죠." (293페이지)
"아무래도 출판과 영화는 전체 산업 규모는 비슷할 수 있지만, 개별적으로 보면 영화가 훨씬 더 자본 집약적이에요. 그래서 자본이 이 산업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죠. 동시에, 영화의 다양성을 위한 제도적인 지원도 적지 않다고 생각해요. 영화제나 영진위가 그런 역할을 해오고 있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팬데믹이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거나, 적어도 그러한 변화를 가속화시켰다고 생각해요. 팬데믹 이전부터 존재하던 산업 중심의 소비 경향이 팬데믹을 계기로 훨씬 더 가속화된 것 같아요. 지금은 유튜브, 심지어 아주 짧은 영상 콘텐츠에 사람들이 열광하죠. 판 자체가 바뀐 거예요. 그 변화에 대한 저항은 크게 보이지 않지만, 그만큼 현실은 더 심각해 보입니다. 이제는 10분짜리 영상도 길게 느껴지고, 2분 이내의 자극적인 영상이 일상을 지배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숏폼 영상조차 자본집약적으로 되고 있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예요. 이 매체는 처음부터 기업 친화적이었죠." (353페이지)
"사실 배우들이 굉장히 똑똑해요. 인간에 대해서 몸과 마음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걸 표현하는 사람들이 시나리오의 정수를 모르진 않을 거란 말이죠. 그렇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시나리오를 잡게 하는 이유는 한국이 너무 서사 위주의 이야기들만 생산해 내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예술로서 인정하는 사회가 된다면 숏이나 미장센, 앵글 같은 영화 언어에 대해서도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분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안 되는 건 제작자나 투자자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추구하니까 신인 감독 기성 감독할 것 없이 시나리오에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어떤 분은 시나리오를 굉장히 시 같이 써도 시각 언어로 훨씬 잘 표현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것들을 갈수록 못 보는 거 같아요." (388페이지)
"팬데믹 이후로 많은 것이 달라졌죠. 모든 것이 다시 세팅되는 느낌도 들어요. 저는 팬데믹 전에도 플랫폼에 관심이 많았고 극장만 고집하지는 않았어요. 그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유연하게 생각하는 편이었죠. 왜냐하면 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서사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드라마도 좋아했죠. 당시에는 넷플릭스 같은 것은 없었지만 텔레비전 드라마를 워낙 좋아해서 그런 것도 하고 싶었거든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그런 시대가 왔고 OTT가 훨씬 더 주목을 받는 시대가 왔잖아요. 그래서 극장이라는 형태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게 영화가 망했다고 판단하기 보다는 영화의 형태가 달라진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해요. 무조건 극장에서만 개봉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변하면서 산업이 달라진 것이죠." (421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