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바위가 되는 법』은 2023년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동명의 김범 개인전의 연계 출판물이다. 전시의 회고적 성격을 반영하여 지난 30여 년 동안 이어온 김범의 작품 도판 다수 및 199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발표된 권준모, 안소연, 정도련, 크리스틴 스타크만, 파올라 모르시아니의 글을 재수록하고, 이번 전시를 계기로 작성한 김성원, 김영민, 김홍준, 박찬경, 유지원, 유진상, 이진실의 글을 포함하여 총 12편의 비평으로 구성되었다.
목차
김성원, 「우리를 바라보는 얼굴」
정도련, 「김범: 개론」
권준모, 「김범에 대한 두 가지 맥락」
유진상, 「김범: 게임의 방법」
안소연, 「보이지 않는 존재 바라보기」
파올라 모르시아니, 「자신이 도구에 불과하다고 배우는 사물들: 김범의 예술」
박찬경, 「지평선 위의 업무: 김범의 거스르는 숭고」
유지원, 「미술이라는 다중 현실과 사물의 생」
김홍중, 「변신 극장」
크리스틴 스타크만, 「'확대경'-김범의 거울/확대경」
이진실, 「김범의 텍스트」
김영민, 「나는 가정한다, 고로 존재한다」
작품 해제
작가 약력
출품작 목록
필자 소개
책 속에서
"김범의 예술 실천은 이미지가 단순한 시각적 대상이 아닌 상호주체적 교류를 통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 준다. 30여 년 동안 그가 천착해 온 ‘이미지와 이미저리’의 의미, 혹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질문은 예술 형태 생산의 새로운 조건과 관계를 발명한다. 이는 오늘날 현대예술의 영역 확장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의 모습을 보게 하는 삶의 철학이 된다. ‘보여주다/보다’의 관계, 그것의 경험을 사회적 맥락에서 통찰한 영화비평가 세르주 다네는 “모든 형태는 우리를 바라보는 얼굴이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김범의 이미지를 바라보며 대화를 시작한다. 그 이미지는 “우리를 바라보는 얼굴”이 된다. 우리는 거기서 우리의 모습을 본다…"
(김성원, 「우리를 바라보는 얼굴」 중)
"누군가 피식 웃을 때, 그 웃음은 웃는 자를 살짝 바꾼다. ‘피식’ 이전과 이후는 결코 같지 않다. ‘피식’ 이후 우리는 조금쓸쓸해지고 이윽고 생각에 빠진다. 때로는 평생 빠져나올 수 없는 생각의 덫에 걸린다. 김범은 묻는다. 변신을 본질로 하는 이 세계에서 홀로 변신하지 못하는 저 인간이라는 존재는 과연 누구인가? 한 생각 더 나아가, 그를 보면서 웃고 있는 당신은 또 누구인가."
(김홍중, 「변신 극장」 중)
"현대의 정치 경제가 아무도 그 실체를 파악하기 불가능한 컴퓨터 마술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면, 김범은 대개 아날로그 문화의 최하위에 있다고 여겨질 빗자루, 도끼, 주전자, 돌 같은 것들을 쓴다. 김범의 애니미즘 세계는 생활, 낮은 곳, 평범함으로 향하는, 뽐내지 않는 영(靈)들에 의해 움직인다. 어수룩한 그림체, 수공, 초저예산 제작비, 낭비 없는 사물 가공이 그 영들이 깃드는 방법이다. 그는 ‘보통 생활’의 규모와 감각을 완고하게 유지함으로써 엔트로피에 역행하는 미학을 구사한다. 현대의 지배적 애니미즘이 ‘명품’에 깃드는 것과는 반대로 말이다. 후자가 상승의 미학이라면, 전자는 하강의 미학이다. 후자의 애니미즘이 결국 돈을 위한 수단이라면, 전자 의 애니미즘은 이미 자기 충족적이다."
(박찬경, 「지평선 위의 업무: 김범의 거스르는 숭고」 중)
"여느 인간과 마찬가지로 김범의 세계 역시 생로병사의 세계다. 인간으로 이 세계에 태어나 우왕좌왕하며 먹고살기에 부심하고, 희노애락을 주고받고, 오해와 이해를 일삼다가 결국에는 죽어 가는 보통 인간의 세계다. 여느 인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예술가로서 김범은 그 세계를 확신하기보다는 의심하고, 답습하기보다는 달리 보고, 선전하기보다는 뒤틀어 보고, 정답을 주기보다는 한 번 더 질문한다. 그 과정을 통해 김범은 이 불가피한 생로병사의 세계를 분해하고 재인식하고 재구축한다. 김범의 전시를 본다는 것은, 그 재구축 현장을 방문하는 일과 같다. 그 현장은 이 세상에서 인간으로 살다가 죽는 일에 대해 생각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김영민, 「나는 가정한다, 고로 존재한다」 중)
책 소개
『바위가 되는 법』은 2023년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동명의 김범 개인전의 연계 출판물이다. 전시의 회고적 성격을 반영하여 지난 30여 년 동안 이어온 김범의 작품 도판 다수 및 199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발표된 권준모, 안소연, 정도련, 크리스틴 스타크만, 파올라 모르시아니의 글을 재수록하고, 이번 전시를 계기로 작성한 김성원, 김영민, 김홍준, 박찬경, 유지원, 유진상, 이진실의 글을 포함하여 총 12편의 비평으로 구성되었다.
목차
김성원, 「우리를 바라보는 얼굴」
정도련, 「김범: 개론」
권준모, 「김범에 대한 두 가지 맥락」
유진상, 「김범: 게임의 방법」
안소연, 「보이지 않는 존재 바라보기」
파올라 모르시아니, 「자신이 도구에 불과하다고 배우는 사물들: 김범의 예술」
박찬경, 「지평선 위의 업무: 김범의 거스르는 숭고」
유지원, 「미술이라는 다중 현실과 사물의 생」
김홍중, 「변신 극장」
크리스틴 스타크만, 「'확대경'-김범의 거울/확대경」
이진실, 「김범의 텍스트」
김영민, 「나는 가정한다, 고로 존재한다」
작품 해제
작가 약력
출품작 목록
필자 소개
책 속에서
"김범의 예술 실천은 이미지가 단순한 시각적 대상이 아닌 상호주체적 교류를 통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 준다. 30여 년 동안 그가 천착해 온 ‘이미지와 이미저리’의 의미, 혹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질문은 예술 형태 생산의 새로운 조건과 관계를 발명한다. 이는 오늘날 현대예술의 영역 확장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의 모습을 보게 하는 삶의 철학이 된다. ‘보여주다/보다’의 관계, 그것의 경험을 사회적 맥락에서 통찰한 영화비평가 세르주 다네는 “모든 형태는 우리를 바라보는 얼굴이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김범의 이미지를 바라보며 대화를 시작한다. 그 이미지는 “우리를 바라보는 얼굴”이 된다. 우리는 거기서 우리의 모습을 본다…"
(김성원, 「우리를 바라보는 얼굴」 중)
"누군가 피식 웃을 때, 그 웃음은 웃는 자를 살짝 바꾼다. ‘피식’ 이전과 이후는 결코 같지 않다. ‘피식’ 이후 우리는 조금쓸쓸해지고 이윽고 생각에 빠진다. 때로는 평생 빠져나올 수 없는 생각의 덫에 걸린다. 김범은 묻는다. 변신을 본질로 하는 이 세계에서 홀로 변신하지 못하는 저 인간이라는 존재는 과연 누구인가? 한 생각 더 나아가, 그를 보면서 웃고 있는 당신은 또 누구인가."
(김홍중, 「변신 극장」 중)
"현대의 정치 경제가 아무도 그 실체를 파악하기 불가능한 컴퓨터 마술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면, 김범은 대개 아날로그 문화의 최하위에 있다고 여겨질 빗자루, 도끼, 주전자, 돌 같은 것들을 쓴다. 김범의 애니미즘 세계는 생활, 낮은 곳, 평범함으로 향하는, 뽐내지 않는 영(靈)들에 의해 움직인다. 어수룩한 그림체, 수공, 초저예산 제작비, 낭비 없는 사물 가공이 그 영들이 깃드는 방법이다. 그는 ‘보통 생활’의 규모와 감각을 완고하게 유지함으로써 엔트로피에 역행하는 미학을 구사한다. 현대의 지배적 애니미즘이 ‘명품’에 깃드는 것과는 반대로 말이다. 후자가 상승의 미학이라면, 전자는 하강의 미학이다. 후자의 애니미즘이 결국 돈을 위한 수단이라면, 전자 의 애니미즘은 이미 자기 충족적이다."
(박찬경, 「지평선 위의 업무: 김범의 거스르는 숭고」 중)
"여느 인간과 마찬가지로 김범의 세계 역시 생로병사의 세계다. 인간으로 이 세계에 태어나 우왕좌왕하며 먹고살기에 부심하고, 희노애락을 주고받고, 오해와 이해를 일삼다가 결국에는 죽어 가는 보통 인간의 세계다. 여느 인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예술가로서 김범은 그 세계를 확신하기보다는 의심하고, 답습하기보다는 달리 보고, 선전하기보다는 뒤틀어 보고, 정답을 주기보다는 한 번 더 질문한다. 그 과정을 통해 김범은 이 불가피한 생로병사의 세계를 분해하고 재인식하고 재구축한다. 김범의 전시를 본다는 것은, 그 재구축 현장을 방문하는 일과 같다. 그 현장은 이 세상에서 인간으로 살다가 죽는 일에 대해 생각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김영민, 「나는 가정한다, 고로 존재한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