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설명
박성수의 『(수정됨) IMG_0001.jpg』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박성수가 촬영한 사진 중에서 선별된 사진을 스프레드에 책의 형식처럼 배치하여 구성한 작품집이다. 각각의 사진은 특별한 연출이나 기술 없이, 박성수의 시선을 통해 렌즈에 담긴 풍경을 그대로 두 장씩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사진을 단순한 기록 이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는 상업 사진가로서 오랜 시간 출판사와 그래픽 디자이너를 도우며 사진 업무를 수행해왔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작가’라고 불리기를 꺼려왔다. 그러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모순된 마음은 늘 존재했고, 결국 이 사진집을 통해 실현되었다. 그의 작품은 고해상도 사진이 주는 스펙터클보다는 스마트폰이나 모니터로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수준의 일상적인 이미지들들이다. 손에 잡히는 이미지의 크기는 현대 미술에서 이야기하는 조건부적 '평면성'을 아득히 뛰어넘은 실존적 평면성과 함께, 책 구조의 표면을 따라 흐르는 사진 이미지의 가능성도 함께 보여준다.
이 책은 사진의 나열을 넘어서,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의 간극에서 새로운 공간과 시간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박성수의 사진들은 어떤 거창한 철학이나 메시지보다는, 일상 속에서 발견한 표면들을 담아내는 '추동'의 가능성으로 존재한다. 건축가 정현과 그래픽 디자이너 신신과의 협업을 통해, 그의 사진들은 다양한 의미와 질감들로 재구성되며 인쇄술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공간을 창출하는 시작점이 된다. 이 책은 단순한 사진집이 아닌, 독자들에게 사진을 통해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박성수의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위한 기록물이다.
책 디자인 개발 및 실행 과정의 주안점
본 책의 디자이너 듀오 신신(신동혁, 신해옥)은 박성수 사진가가 보내온 스프레드 이미지들을 그대로 싣는 대신, 종이의 반사광과 접지, 나사와 볼트를 이용한 제본 등 책의 형식적인 부분들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래는 신신의 이번 책에 대한 워키토키 갤러리와의 인터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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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인터뷰
포토 룸 – 신신
신신(신동혁, 신해옥)
박성수 사진가의 사진 파일을 받았을 때 첫 인상이 궁금하다.
박성수 사진가의 말처럼 ’하얗게 터진‘ 부분들이 유독 많아 보였다. RGB 값이 모두 255를 찍는 모니터의 빛 그대로를 내뿜는 부분들. 그래서인지 박성수 작가가 우리에게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처음 사진을 보여줄 때 유독 발광하는 듯한 이미지에 강한 인상을 느꼈다. 이미지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구도를 띄고 있는지, 색감은 어땠는지, 주요 피사체는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정보보다 다소 추상적인 인상으로 다가왔다.
표지 사진으로 84번 사진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이미지를 대하는 박성수 작가의 시점이나 관점이 CCTV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주변부에서 무언가를 선입견이나 편견없이 관찰하고 포착해서 나온 결과물들의 낯설고 추상적인 장면들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포지티브와 네거티브를 계속 반전시켜가며 회색 표지에 흰색 스크린 인쇄했고, 이를 통해 작가의 관점과 이미지의 물질성 같은 걸 동시에 드러내 보고 싶었다.
의미 없는 스크린의 이미지를 모아서 책으로 엮을 때 디자이너로서 가장 고민한 부분은 무엇인가?
구조와 재료가 이미지와 반응하며 만들어내는 추상적인 질서나 주제에 집중해봤다. 이 책의 주재료는 수 백장에 달하는 하얗게 터지고 모호한 이미지들이다. 이 환영들을 어떤 종이에 어떤 제본 방식을 통해 신체를 부여할 것인지에 대해 특히 고심했다.
책의 디자인과 구조에 대해서 소개해달라.
이 책의 구조는 박성수 사진가가 짝지어 작업해준 pdf 파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다만, 화면 속 단순한 구조의 책으로 제작하는 것보다 ‘하얗게 터진’ 부분을 좀 더 극적으로 드러내, 이미지를 감상하는 물리적인 조건에 따라 다양한 감상이 가능하게끔 의도했다. 구체적으로는 이미지에서 전혀 인쇄되지 않은 영역은 잉크가 묻지 않았기에 아트지 본래의 광택이 그대로 드러난다. 더불어 제본나사를 사용한 프렌치 바인딩 덕분에 책을 펼쳤을 때 굴곡이 지는데, 이때 빛을 다양한 각도로 난반사 시키면서 다양한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 표지 역시 제본나사에 고정되어 한 장의 종이를 여러 번 접어 내지를 감싸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이것은 책 제목처럼 수정(업데이트)에 대한 여지를 제본 방식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의도다.
의미 없는 사진이지만 아주 수고로운 방식으로 엮었다. 이 간극이 흥미롭다.
우리는 이 책에서 사진이 지니고 있는 의미보다 이미지의 속성 중 한 가지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이고 싶었다. 사진은 빛이 만드는 예술이라는 점을 떠올리며, 광택이 심한 종이를 사용해 잉크가 발린 영역과 그렇지 않는 영역이 만드는 반사의 정도를 이미지 감상 과정에 포함시키고 싶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사진 책이 빛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 꾸러미가 다시 빛을 담아내는 매체가 되길 바랐다. 그리고 원래 이미지는 무게가 느껴지지 않지만, 책이라는 신체를 부여 받는 순간부터는 또 다르다고 생각한다.
신신은 책의 디자인에서 개념을 물성과 구조로 표현하는 방식을 고민해왔다. 책을 디자인할 때 신신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앞선 답변에서도 밝히긴 했지만, 빛이라는 요소도 독서의 일부 요소로 기능하게끔 고려했다면 과대망상일까. 이 책에서는 이미지가 인쇄물이라는 물리적인 실체가 되는 과정에서 종이와 잉크가 반응하며 만드는 여러 속성 중 빛이라는 한 가지 요소에 좀 더 집중했다. 우리가 책을 디자인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아무래도 ‘보관의 용이성‘과 ‘일종의 제품이라는 사실’이다. 경제적인 부분을 간과하거나 다른 책과의 호환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아이디어에만 집중하다 보면 다루기 까다로운 책이 될 텐데, 그런 책을 만드는 것은 피하고 싶다. 그래서 이 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진행했다. 과거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책방에 윈도우 그래픽을 설치한 모습을 박성수 작가가 촬영해준 적이 있다. 우리는 그 사진을 다시 모아 인쇄 테스트 패턴처럼 배치하고 책으로 제작했다. 내지 역시 아트지, 매트지, 모조지, 중질지를 사용해 같은 잉크가 지질에 따라 어떻게 다른 이미지를 구현하는지 시험해 본 것이다.
128개의 사진 중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 있다면?
표지에 사용한 45번 이미지, 원형 전등을 촬영한 이미지를 좋아한다. 전등 부분에 잉크가 발리지 않아 빛을 그대로 반사시키는 걸 보는 게 무척이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책에 대한 설명
박성수의 『(수정됨) IMG_0001.jpg』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박성수가 촬영한 사진 중에서 선별된 사진을 스프레드에 책의 형식처럼 배치하여 구성한 작품집이다. 각각의 사진은 특별한 연출이나 기술 없이, 박성수의 시선을 통해 렌즈에 담긴 풍경을 그대로 두 장씩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사진을 단순한 기록 이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는 상업 사진가로서 오랜 시간 출판사와 그래픽 디자이너를 도우며 사진 업무를 수행해왔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작가’라고 불리기를 꺼려왔다. 그러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모순된 마음은 늘 존재했고, 결국 이 사진집을 통해 실현되었다. 그의 작품은 고해상도 사진이 주는 스펙터클보다는 스마트폰이나 모니터로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수준의 일상적인 이미지들들이다. 손에 잡히는 이미지의 크기는 현대 미술에서 이야기하는 조건부적 '평면성'을 아득히 뛰어넘은 실존적 평면성과 함께, 책 구조의 표면을 따라 흐르는 사진 이미지의 가능성도 함께 보여준다.
이 책은 사진의 나열을 넘어서,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의 간극에서 새로운 공간과 시간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박성수의 사진들은 어떤 거창한 철학이나 메시지보다는, 일상 속에서 발견한 표면들을 담아내는 '추동'의 가능성으로 존재한다. 건축가 정현과 그래픽 디자이너 신신과의 협업을 통해, 그의 사진들은 다양한 의미와 질감들로 재구성되며 인쇄술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공간을 창출하는 시작점이 된다. 이 책은 단순한 사진집이 아닌, 독자들에게 사진을 통해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박성수의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위한 기록물이다.
책 디자인 개발 및 실행 과정의 주안점
본 책의 디자이너 듀오 신신(신동혁, 신해옥)은 박성수 사진가가 보내온 스프레드 이미지들을 그대로 싣는 대신, 종이의 반사광과 접지, 나사와 볼트를 이용한 제본 등 책의 형식적인 부분들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래는 신신의 이번 책에 대한 워키토키 갤러리와의 인터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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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인터뷰
포토 룸 – 신신
신신(신동혁, 신해옥)
박성수 사진가의 사진 파일을 받았을 때 첫 인상이 궁금하다.
박성수 사진가의 말처럼 ’하얗게 터진‘ 부분들이 유독 많아 보였다. RGB 값이 모두 255를 찍는 모니터의 빛 그대로를 내뿜는 부분들. 그래서인지 박성수 작가가 우리에게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처음 사진을 보여줄 때 유독 발광하는 듯한 이미지에 강한 인상을 느꼈다. 이미지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구도를 띄고 있는지, 색감은 어땠는지, 주요 피사체는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정보보다 다소 추상적인 인상으로 다가왔다.
표지 사진으로 84번 사진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이미지를 대하는 박성수 작가의 시점이나 관점이 CCTV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주변부에서 무언가를 선입견이나 편견없이 관찰하고 포착해서 나온 결과물들의 낯설고 추상적인 장면들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포지티브와 네거티브를 계속 반전시켜가며 회색 표지에 흰색 스크린 인쇄했고, 이를 통해 작가의 관점과 이미지의 물질성 같은 걸 동시에 드러내 보고 싶었다.
의미 없는 스크린의 이미지를 모아서 책으로 엮을 때 디자이너로서 가장 고민한 부분은 무엇인가?
구조와 재료가 이미지와 반응하며 만들어내는 추상적인 질서나 주제에 집중해봤다. 이 책의 주재료는 수 백장에 달하는 하얗게 터지고 모호한 이미지들이다. 이 환영들을 어떤 종이에 어떤 제본 방식을 통해 신체를 부여할 것인지에 대해 특히 고심했다.
책의 디자인과 구조에 대해서 소개해달라.
이 책의 구조는 박성수 사진가가 짝지어 작업해준 pdf 파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다만, 화면 속 단순한 구조의 책으로 제작하는 것보다 ‘하얗게 터진’ 부분을 좀 더 극적으로 드러내, 이미지를 감상하는 물리적인 조건에 따라 다양한 감상이 가능하게끔 의도했다. 구체적으로는 이미지에서 전혀 인쇄되지 않은 영역은 잉크가 묻지 않았기에 아트지 본래의 광택이 그대로 드러난다. 더불어 제본나사를 사용한 프렌치 바인딩 덕분에 책을 펼쳤을 때 굴곡이 지는데, 이때 빛을 다양한 각도로 난반사 시키면서 다양한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 표지 역시 제본나사에 고정되어 한 장의 종이를 여러 번 접어 내지를 감싸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이것은 책 제목처럼 수정(업데이트)에 대한 여지를 제본 방식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의도다.
의미 없는 사진이지만 아주 수고로운 방식으로 엮었다. 이 간극이 흥미롭다.
우리는 이 책에서 사진이 지니고 있는 의미보다 이미지의 속성 중 한 가지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이고 싶었다. 사진은 빛이 만드는 예술이라는 점을 떠올리며, 광택이 심한 종이를 사용해 잉크가 발린 영역과 그렇지 않는 영역이 만드는 반사의 정도를 이미지 감상 과정에 포함시키고 싶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사진 책이 빛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 꾸러미가 다시 빛을 담아내는 매체가 되길 바랐다. 그리고 원래 이미지는 무게가 느껴지지 않지만, 책이라는 신체를 부여 받는 순간부터는 또 다르다고 생각한다.
신신은 책의 디자인에서 개념을 물성과 구조로 표현하는 방식을 고민해왔다. 책을 디자인할 때 신신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앞선 답변에서도 밝히긴 했지만, 빛이라는 요소도 독서의 일부 요소로 기능하게끔 고려했다면 과대망상일까. 이 책에서는 이미지가 인쇄물이라는 물리적인 실체가 되는 과정에서 종이와 잉크가 반응하며 만드는 여러 속성 중 빛이라는 한 가지 요소에 좀 더 집중했다. 우리가 책을 디자인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아무래도 ‘보관의 용이성‘과 ‘일종의 제품이라는 사실’이다. 경제적인 부분을 간과하거나 다른 책과의 호환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아이디어에만 집중하다 보면 다루기 까다로운 책이 될 텐데, 그런 책을 만드는 것은 피하고 싶다. 그래서 이 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진행했다. 과거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책방에 윈도우 그래픽을 설치한 모습을 박성수 작가가 촬영해준 적이 있다. 우리는 그 사진을 다시 모아 인쇄 테스트 패턴처럼 배치하고 책으로 제작했다. 내지 역시 아트지, 매트지, 모조지, 중질지를 사용해 같은 잉크가 지질에 따라 어떻게 다른 이미지를 구현하는지 시험해 본 것이다.
128개의 사진 중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 있다면?
표지에 사용한 45번 이미지, 원형 전등을 촬영한 이미지를 좋아한다. 전등 부분에 잉크가 발리지 않아 빛을 그대로 반사시키는 걸 보는 게 무척이나 흥미롭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