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지영의 사운드 픽션 『4’44”』가 2024년 12월 24일 영국 런던의 출판, 음반 레이블인 Doyenne을 통해 공개된다.
‘사운드 픽션’은 위지영의 다학제 프로젝트로, 글과 소리의 비가시성을 바탕으로 두 매체 간의 역학을 탐구한다. 『 4’44”』는 사운드 픽션의 첫 결과물로, 단편 소설과 오디오 음원(CD)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시작은 발신인과 수신인이 불분명한 녹취록의 형식을 취하며, 필드 레코딩으로 수집된 환경음이 허구적 배경으로서 이와 병치된다. 모국어와 외국어의 낙차를 만드는 다중 언어 화자—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벵골어, 영어, 리투아니아어, 터키어—의 목소리는 각 장의 전주(prelude)가 되어 소설을 구성하는 흩어진 편지들을 여는 역할을 한다.
소설은 비약적인 논리로 존재하는 화자의 질병 연대기를 따라 전개된다. 화자의 분신이자 쌍둥이처럼 묘사되는 H는 모종의 이유로 (화자가 꿈꾸는 동안) 실종된다. 이후, 화자는 H가 자신의 머릿속에 종양의 형태로 나타났다고 믿게 된다. 그는 사랑하는 H(종양)를 죽이고 살아남을 것인지, 아니면 H와 함께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자신의 질병과 함께하는 미래를 택한 화자는 결국 ‘살아있는 종양 그 자체’가 된다. 화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이란 자신의 환상 속으로 고립되는 것이며, 그가 선택한 망상을, 혹은 애정을 완수하기 위해 죽음이라는 수동성의 차원으로 침투하는 것이다. 『4’44”』는 여성의 신체와 질병이 공생하는 방식 가운데, ‘기억하기’라는 행위의 지속성에 관해 질문한다. 혹은 ‘망각’에 저항하기 위한 급진적 수단으로서 죽음을 호출한다. ‘아버지의 이름’이 영원히 제구실을 하지 못할 세계 속에서, 소설 속 질병으로 발현된 여성의 트라우마는 ‘미래’라는 로보토미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으로 제 기능을 종료한다.
『4’44”』의 제목은 존 케이지(John Cage)의 〈4분 33초〉에 11초를 더한 형태이다. 케이지가 설정한 4분 33초는 273초로 환산되는데, 이는 원자 운동이 멈추는 상태인 절대 온도 섭씨 -273도와 동일한 숫자로, 정지된 시간으로 표상된다. 『4’44”』는 이 정지된 시간에 더해진 11초의 시간을, 타자를 위한 사변적 시간의 자리로 내어주고자 한다. 이는 나와 타인, 발신인과 수신인을 규정하는 서간체 형식과 공명하며—아시아 문화권에서 숫자 4가 죽음을 상기하듯—모든 것이 멈추기 직전의 시점, 죽음 직전의 찰나를 타자를 위해 비워두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저자 소개
위지영 (b.1990) 위지영은 네덜란드 헤이그와 대한민국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소설가이자 음악가이다. 글과 소리를 비가시적 현상으로 바라보고, 이를 같은 위상에 병치할 때 발생하는 내러티브의 징후에 관심이 있다. ‘사운드 픽션’은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두 매체 간의 역학을 탐구하는 프로젝트이다. 즉흥 음악가로서 위지영은 전자 악기와 대립하는 분열적 구도를 통해 비숙련된 신체의 역치를 탐색하며, 서구 중심적 기표에 저항하는 방식으로의 일렉트로 어쿠스틱을 실천한다. 지은 책과 앨범으로 『4’44”』(Doyenne, 2024, 영국), 『여성 × 전기 × 음악』 (공저, 글항아리, 2023, 한국), 「 Accept All Cookies」(ENXPL, 2024, 독일/미국) 등이 있다.
위지영은 Volksbühne(독일), Cafe OTO(영국, 예정) Les Siestes Festival(프랑스), The Royal Academy of Fine Arts Antwerp(벨기에), Worm(네덜란드), Soto(일본), The grey space in the middle(네덜란드), Columbia University(미국, 예정) 등에서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Sharjah Biennial(아랍에미리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서울시립미술관, 일민미술관, 문화비축기지, 리움미술관 등에서 열린 전시 및 퍼포먼스에 사운드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위지영의 사운드 픽션 『4’44”』가 2024년 12월 24일 영국 런던의 출판, 음반 레이블인 Doyenne을 통해 공개된다.
‘사운드 픽션’은 위지영의 다학제 프로젝트로, 글과 소리의 비가시성을 바탕으로 두 매체 간의 역학을 탐구한다. 『 4’44”』는 사운드 픽션의 첫 결과물로, 단편 소설과 오디오 음원(CD)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시작은 발신인과 수신인이 불분명한 녹취록의 형식을 취하며, 필드 레코딩으로 수집된 환경음이 허구적 배경으로서 이와 병치된다. 모국어와 외국어의 낙차를 만드는 다중 언어 화자—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벵골어, 영어, 리투아니아어, 터키어—의 목소리는 각 장의 전주(prelude)가 되어 소설을 구성하는 흩어진 편지들을 여는 역할을 한다.
소설은 비약적인 논리로 존재하는 화자의 질병 연대기를 따라 전개된다. 화자의 분신이자 쌍둥이처럼 묘사되는 H는 모종의 이유로 (화자가 꿈꾸는 동안) 실종된다. 이후, 화자는 H가 자신의 머릿속에 종양의 형태로 나타났다고 믿게 된다. 그는 사랑하는 H(종양)를 죽이고 살아남을 것인지, 아니면 H와 함께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자신의 질병과 함께하는 미래를 택한 화자는 결국 ‘살아있는 종양 그 자체’가 된다. 화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이란 자신의 환상 속으로 고립되는 것이며, 그가 선택한 망상을, 혹은 애정을 완수하기 위해 죽음이라는 수동성의 차원으로 침투하는 것이다. 『4’44”』는 여성의 신체와 질병이 공생하는 방식 가운데, ‘기억하기’라는 행위의 지속성에 관해 질문한다. 혹은 ‘망각’에 저항하기 위한 급진적 수단으로서 죽음을 호출한다. ‘아버지의 이름’이 영원히 제구실을 하지 못할 세계 속에서, 소설 속 질병으로 발현된 여성의 트라우마는 ‘미래’라는 로보토미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으로 제 기능을 종료한다.
『4’44”』의 제목은 존 케이지(John Cage)의 〈4분 33초〉에 11초를 더한 형태이다. 케이지가 설정한 4분 33초는 273초로 환산되는데, 이는 원자 운동이 멈추는 상태인 절대 온도 섭씨 -273도와 동일한 숫자로, 정지된 시간으로 표상된다. 『4’44”』는 이 정지된 시간에 더해진 11초의 시간을, 타자를 위한 사변적 시간의 자리로 내어주고자 한다. 이는 나와 타인, 발신인과 수신인을 규정하는 서간체 형식과 공명하며—아시아 문화권에서 숫자 4가 죽음을 상기하듯—모든 것이 멈추기 직전의 시점, 죽음 직전의 찰나를 타자를 위해 비워두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저자 소개
위지영 (b.1990) 위지영은 네덜란드 헤이그와 대한민국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소설가이자 음악가이다. 글과 소리를 비가시적 현상으로 바라보고, 이를 같은 위상에 병치할 때 발생하는 내러티브의 징후에 관심이 있다. ‘사운드 픽션’은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두 매체 간의 역학을 탐구하는 프로젝트이다. 즉흥 음악가로서 위지영은 전자 악기와 대립하는 분열적 구도를 통해 비숙련된 신체의 역치를 탐색하며, 서구 중심적 기표에 저항하는 방식으로의 일렉트로 어쿠스틱을 실천한다. 지은 책과 앨범으로 『4’44”』(Doyenne, 2024, 영국), 『여성 × 전기 × 음악』 (공저, 글항아리, 2023, 한국), 「 Accept All Cookies」(ENXPL, 2024, 독일/미국) 등이 있다.
위지영은 Volksbühne(독일), Cafe OTO(영국, 예정) Les Siestes Festival(프랑스), The Royal Academy of Fine Arts Antwerp(벨기에), Worm(네덜란드), Soto(일본), The grey space in the middle(네덜란드), Columbia University(미국, 예정) 등에서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Sharjah Biennial(아랍에미리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서울시립미술관, 일민미술관, 문화비축기지, 리움미술관 등에서 열린 전시 및 퍼포먼스에 사운드 프로듀서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