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중심의 편협한 이데올로기를 뒤흔들 수 있는 언어에 대한 사유
완벽한 언어를 벗어난, 실패를 통해서만이 가능한, 오염되고 혼종적인 불법의 언어에 대한 예술적 실천
최근 몇 년간 작업을 통해 인간과는 다른 지각 체계를 지닌 문어에 주목해 온 작가는 그의 드로잉이 중점적으로 담긴 아티스트북 『文魚: 글자 변신 물고기 Letter-Fish: Morphing of Octopus』에서 상징적 매체로서 먹물(文)을 가진 문어와의 협업을 통해 종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언어적 예술 실천을 선보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언어들은 기존 언어 체계 안에서 읽히고 해석되는 언어와는 거리가 멀다. 작가는 한글 음소 문자와 영어 알파벳의 먹글씨, 혹은 커피 자국 같은 생활 흔적으로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의지를 배제한 채 무의식에 가까운 형상을 그려나간 후에야 무엇을 그린 것인지를 나중에 알아차리게 되는 ‘귀납적 드로잉’의 방식을 취한다. 이러한 드로잉의 끝에 그가 발견한 형상은 어쩌면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파열되는 지점에서 다른 존재와 만났던 흔적일지도 모르며, 그 흔적과 조우한 인간의 언어가 새롭게 변신한 상상적, 유희적 언어일 수도 있다.
이처럼 작가는 먹물(文)을 가진 이 생명체와 언어를 통해 조우하는 예술적 상상력을 시도함으로써 인간과 비인간은 물론 자아와 타자를 구분 짓는 견고한 경계를 유희하듯 넘나든다. 이러한 새로운 존재 양태의 언어 안에서는 비단 인간종뿐만 아니라 인간이 배제해 온 동물의 언어와 조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창발 되며,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이성과 지성의 지배를 벗어난 상상력과 유희의 공간에서 타자와의 만남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렇게 이질적이고 혼종적인 불법의 언어는 종을 뛰어넘는 보편의 언어이자 해방의 언어가 된다.
한편, 『文魚: 글자 변신 물고기 Letter-Fish: Morphing of Octopus』는 2024년 12월 6일부터 31일까지 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 아트스페이스 보안에서 열린 동명의 조은지 개인전과 연계하여 제작된 것으로, 작가의 드로잉 32점과 작가의 글 「변신에 관하여」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또한 한지 작업의 특성을 살린 종이와 제본 방식을 통해 작가의 작업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저자 소개
조은지는 서울과 경기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이다. 그는 자신과 타자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면서, 신체적 영역이나 정신의 경계를 재설정하는 실험을 해왔다. 최근에는 인간과는 다른 구조를 가진 생물체의 몸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그것을 감각적 개체로 바라보기보다는 의식을 구사하는 생명체로 이해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을 인간과는 다른 지각 체계에 바탕을 둔 언어를 보여주고 들려주고 있다. 또한 진흙, 먼지, 스코비(SCOBY), 문어의 먹물 등 포획될 수 있는 생물적 존재의 카테고리에서 배척되어 온 미디엄에 관한 작가적 탐구를 심화하고 그들의 남겨진 파열의 자국들을 전시해 왔다.
주요 개인전과 단체전으로는 《文魚: 글자 변신 물고기》[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 아트스페이스 보안, 서울, 2024], SeMA 옴니버스 《제9행성》(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서울, 2024), 《수행하는 사람들: 조은지 비디오 스크리닝》(Ruand Mes56, 족자카르타, 2022), 《두 지구 사이에서 춤추기》(대안공간 루프, 서울, 2021), 《Anthropocene: Korea x Brazil》(상파울로 Video Brasil, 상파울루, 브라질), 《불멸사랑》(일민미술관, 서울, 2019), 《생태감각》(백남준아트센터, 용인, 2019), 《보이스리스》(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6), 《APAP 5》(안양, 2016), 《플라스틱 신화》(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16), 《Frame & Frequency》(Plecto- Galería. 메데인, 콜롬비아, 2014), 《Museum as Hub_Walking Drifting Dragging》(뉴뮤지엄, 뉴욕, 미국, 2013), 《Play Time》(문화역 서울284, 서울, 2012), 《“Dtang, the Mud Said.”》(뒤셀도르프 페스티벌, 뒤셀도르프, 독일, 2012), 《tempus fugit》(Künstlerverein Malkasten, 뒤셀도르프, 독일, 2012), 제7회 광주비엔날레 《연례보고》(광주, 2008) 등이 있다.
인간 중심의 편협한 이데올로기를 뒤흔들 수 있는 언어에 대한 사유
완벽한 언어를 벗어난, 실패를 통해서만이 가능한, 오염되고 혼종적인 불법의 언어에 대한 예술적 실천
최근 몇 년간 작업을 통해 인간과는 다른 지각 체계를 지닌 문어에 주목해 온 작가는 그의 드로잉이 중점적으로 담긴 아티스트북 『文魚: 글자 변신 물고기 Letter-Fish: Morphing of Octopus』에서 상징적 매체로서 먹물(文)을 가진 문어와의 협업을 통해 종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언어적 예술 실천을 선보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언어들은 기존 언어 체계 안에서 읽히고 해석되는 언어와는 거리가 멀다. 작가는 한글 음소 문자와 영어 알파벳의 먹글씨, 혹은 커피 자국 같은 생활 흔적으로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의지를 배제한 채 무의식에 가까운 형상을 그려나간 후에야 무엇을 그린 것인지를 나중에 알아차리게 되는 ‘귀납적 드로잉’의 방식을 취한다. 이러한 드로잉의 끝에 그가 발견한 형상은 어쩌면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파열되는 지점에서 다른 존재와 만났던 흔적일지도 모르며, 그 흔적과 조우한 인간의 언어가 새롭게 변신한 상상적, 유희적 언어일 수도 있다.
이처럼 작가는 먹물(文)을 가진 이 생명체와 언어를 통해 조우하는 예술적 상상력을 시도함으로써 인간과 비인간은 물론 자아와 타자를 구분 짓는 견고한 경계를 유희하듯 넘나든다. 이러한 새로운 존재 양태의 언어 안에서는 비단 인간종뿐만 아니라 인간이 배제해 온 동물의 언어와 조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창발 되며,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이성과 지성의 지배를 벗어난 상상력과 유희의 공간에서 타자와의 만남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렇게 이질적이고 혼종적인 불법의 언어는 종을 뛰어넘는 보편의 언어이자 해방의 언어가 된다.
한편, 『文魚: 글자 변신 물고기 Letter-Fish: Morphing of Octopus』는 2024년 12월 6일부터 31일까지 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 아트스페이스 보안에서 열린 동명의 조은지 개인전과 연계하여 제작된 것으로, 작가의 드로잉 32점과 작가의 글 「변신에 관하여」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또한 한지 작업의 특성을 살린 종이와 제본 방식을 통해 작가의 작업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저자 소개
조은지는 서울과 경기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이다. 그는 자신과 타자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면서, 신체적 영역이나 정신의 경계를 재설정하는 실험을 해왔다. 최근에는 인간과는 다른 구조를 가진 생물체의 몸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그것을 감각적 개체로 바라보기보다는 의식을 구사하는 생명체로 이해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을 인간과는 다른 지각 체계에 바탕을 둔 언어를 보여주고 들려주고 있다. 또한 진흙, 먼지, 스코비(SCOBY), 문어의 먹물 등 포획될 수 있는 생물적 존재의 카테고리에서 배척되어 온 미디엄에 관한 작가적 탐구를 심화하고 그들의 남겨진 파열의 자국들을 전시해 왔다.
주요 개인전과 단체전으로는 《文魚: 글자 변신 물고기》[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 아트스페이스 보안, 서울, 2024], SeMA 옴니버스 《제9행성》(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서울, 2024), 《수행하는 사람들: 조은지 비디오 스크리닝》(Ruand Mes56, 족자카르타, 2022), 《두 지구 사이에서 춤추기》(대안공간 루프, 서울, 2021), 《Anthropocene: Korea x Brazil》(상파울로 Video Brasil, 상파울루, 브라질), 《불멸사랑》(일민미술관, 서울, 2019), 《생태감각》(백남준아트센터, 용인, 2019), 《보이스리스》(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6), 《APAP 5》(안양, 2016), 《플라스틱 신화》(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16), 《Frame & Frequency》(Plecto- Galería. 메데인, 콜롬비아, 2014), 《Museum as Hub_Walking Drifting Dragging》(뉴뮤지엄, 뉴욕, 미국, 2013), 《Play Time》(문화역 서울284, 서울, 2012), 《“Dtang, the Mud Said.”》(뒤셀도르프 페스티벌, 뒤셀도르프, 독일, 2012), 《tempus fugit》(Künstlerverein Malkasten, 뒤셀도르프, 독일, 2012), 제7회 광주비엔날레 《연례보고》(광주, 200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