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언어는 화자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는가?
언어로 전달되지 않는 이야기는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언어는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준다. 그러나 한편으로 언어는 어떤 착각을 일으킨다. 의사소통에서 화자, 곧 송신자가 전달한 메시지와 수신자가 받은 메시지가 동일하다는 착각이다. 같은 단어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가 서로 다르게 해석되어 오해가 생긴 경험을 떠올려 보라. 의사소통의 주된 수단인 언어의 불완전성을 마주할 때 우리는 쉽게 당혹감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당황하게 만드는 사실은, 이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언어만큼 보편적이고 구체적인 의사소통 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소통의 불완전성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문제일까?
『어긋난 틈으로 미끄러지기 : 오디오 레터 교환 워크숍을 통한 비언어 소통 실험』 은 언어 없이 사운드만으로 의사소통하는 ‘오디오 레터 교환 워크숍’의 실험 과정을 다룬다.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과 생각을 사운드로 표현하고 이를 매개로 의사소통하는 워크숍을 통해 언어의 한계를 탐구하며 비언어적 소통을 통한 이해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책의 1부에서는 역사적 및 동시대적 맥락에서 관습적인 언어 사용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비언어적 소통을 시도한 다양한 작업들을 검토한다. 2부에서는 오디오 레터 교환 워크숍의 기획과 진행 과정을 전반적으로 소개하고, 3부에서는 워크숍에서 관찰된 내용을 바탕으로 열린 언어의 한계와 주변부를 여러 방식으로 탐험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 책은 언어적 의사소통의 미끄러짐과 어긋남, 그 틈에서 발생하는 오독의 아름다움과 새로운 방식의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살핀다.
목차
들어가는 말
Ⅰ. 앞선 시도들
Ⅱ. 오디오 레터 교환 워크숍
Ⅲ. 어긋난 틈으로 미끄러지기
나가는 말
인덱스
저자 소개
김수아
임상심리전문가, 작가. 살아있는 것들을 향해 움직인다. 생명 그 자체에 대한 호기심으로 생명공학을 전공했으며, 인간 심리의 역동에 대한 관심으로 심리치료학을 전공하고 임상심리전문가로서의 수련을 마쳤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에서 신경심리사로 일하고 있다. 직업과 작업의 경계를 구분하기보다는, 자신의 흥미를 정직하게 따르고자 한다. 2021년부터 조은혜와 함께 콜렉티브를 이루어 서울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인사미술공간(2021, 서울)과 문래예술공장(2023, 서울)에서 개인전을 했다.
조은혜
예술가. 자본과 권위에 의해 소외된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다. 이 관심은 가속화되는 기술과 디지털 전환의 틈에서 밀려난 개인의 이야기를 주목하는 것으로 구체화 되었다. 사운드, 설치, 영상, 퍼포먼스, 워크숍, 글쓰기 등 매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미국 워싱턴 세인트루이스 대학교에서 다큐멘터리와 조형예술을 공부했다. 조은혜의 작업은 제 8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방영된 바 있으며 스타인버그 갤러리(2019, 미국 세인트루이스), 데즈리 갤러리(2019, 미국 세인트루이스), 밀드레드 레인 캠퍼 미술관(2021, 미국 세인트 루이스) 등에서 전시되었다. 2021년부터 김수아와 작업하고 있으며 스타인버그 갤러리(2019, 미국 세인트루이스), 인사미술공간(2021, 서울)과 문래예술공장(2023, 서울)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현재 서울에서 작업하고 있다.
책 속에서
75p.
우리가 주목한 것은 소리였다. 고도로 기호화된 언어를 제외하면, 소리는 시각 자극에 비해 상대적으로 모호한 편이다. 만일 이 소리를 매개로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을 시도한다면, 소리의 모호함이 언어적 의사소통의 한계와 언어가 미처 포착하지 못한 메시지를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무엇보다도 소리를 이용한 의사소통을 통해 타인과 나에 대한 앎이 언어를 넘어선 차원으로 보다 깊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121p.
언어가 소거된 몸짓이 의미하는바, 다시 말해 순수한 몸짓이 드러내는 인간의 가장 고유한 영역은 무엇일까. 그것은 소통 가능성이다. 언어가 소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몸짓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행위자가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는 것, 다시 말해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일 것이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근본 현상으로 떨림을 말던 물리학자의 방식대로 이 소통 가능성을 표현하자면, 다른 존재의 떨림에 반응하는 울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 있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하며 그 울림은 또 다른 떨림으로 작동한다. 예컨대 어떤 음악의 떨림은 우리의 고막을 울린다. 더 나아가 어떤 음악은 우리의 마음을 울리기도 한다. 그 울림에 우리는 몸의 움직임이나 흥얼거림 등 각자 나름의 떨림으로 반응한다. 마찬가지로 여성 돌봄 노동자 및 청소년들의 사소하고 내밀한 몸짓의 떨림은 작곡가를 거쳐 소리모듈이라는 울림으로 반응되었다. 그 울림은 워크숍에서 다시 참여자들에게 떨림이 되어 오디오 레터로 완성되었다.
188p.
의사소통과 마찬가지로, 소리를 쓰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실패하게 되어있다. 내가 어떤 소리를 쓸 때, 나는 ‘내가’ 그 소리를 어떻게 들었는지에 대해 전달할 뿐이다. 이때 ‘나’라는 필터를 거치면서 나온 글은 내가 맨 처음 들은 소리와 한 번 어긋난다. 또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나의 글이 당신의 머릿속에 불러일으키는 소리를 잠시 멈추고 재생하는 등, 얼마간 조절하며 따라 읽을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애써도 당신의 머릿속에서 울리는 소리는 내가 이 글을 쓰고 고치며 들었던 소리와는 어긋날 것이다. 나는 앞으로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최대한 애쓰기도, 완전히 포기하기도 할 예정이다. 당신은 이처럼 반복되는, 이 작업은 물론 우리 삶에 만연한 필연적인 소통의 실패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책 소개
언어는 화자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는가?
언어로 전달되지 않는 이야기는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언어는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준다. 그러나 한편으로 언어는 어떤 착각을 일으킨다. 의사소통에서 화자, 곧 송신자가 전달한 메시지와 수신자가 받은 메시지가 동일하다는 착각이다. 같은 단어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가 서로 다르게 해석되어 오해가 생긴 경험을 떠올려 보라. 의사소통의 주된 수단인 언어의 불완전성을 마주할 때 우리는 쉽게 당혹감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당황하게 만드는 사실은, 이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언어만큼 보편적이고 구체적인 의사소통 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소통의 불완전성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문제일까?
『어긋난 틈으로 미끄러지기 : 오디오 레터 교환 워크숍을 통한 비언어 소통 실험』 은 언어 없이 사운드만으로 의사소통하는 ‘오디오 레터 교환 워크숍’의 실험 과정을 다룬다.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과 생각을 사운드로 표현하고 이를 매개로 의사소통하는 워크숍을 통해 언어의 한계를 탐구하며 비언어적 소통을 통한 이해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책의 1부에서는 역사적 및 동시대적 맥락에서 관습적인 언어 사용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비언어적 소통을 시도한 다양한 작업들을 검토한다. 2부에서는 오디오 레터 교환 워크숍의 기획과 진행 과정을 전반적으로 소개하고, 3부에서는 워크숍에서 관찰된 내용을 바탕으로 열린 언어의 한계와 주변부를 여러 방식으로 탐험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 책은 언어적 의사소통의 미끄러짐과 어긋남, 그 틈에서 발생하는 오독의 아름다움과 새로운 방식의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살핀다.
목차
들어가는 말
Ⅰ. 앞선 시도들
Ⅱ. 오디오 레터 교환 워크숍
Ⅲ. 어긋난 틈으로 미끄러지기
나가는 말
인덱스
저자 소개
김수아
임상심리전문가, 작가. 살아있는 것들을 향해 움직인다. 생명 그 자체에 대한 호기심으로 생명공학을 전공했으며, 인간 심리의 역동에 대한 관심으로 심리치료학을 전공하고 임상심리전문가로서의 수련을 마쳤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에서 신경심리사로 일하고 있다. 직업과 작업의 경계를 구분하기보다는, 자신의 흥미를 정직하게 따르고자 한다. 2021년부터 조은혜와 함께 콜렉티브를 이루어 서울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인사미술공간(2021, 서울)과 문래예술공장(2023, 서울)에서 개인전을 했다.
조은혜
예술가. 자본과 권위에 의해 소외된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다. 이 관심은 가속화되는 기술과 디지털 전환의 틈에서 밀려난 개인의 이야기를 주목하는 것으로 구체화 되었다. 사운드, 설치, 영상, 퍼포먼스, 워크숍, 글쓰기 등 매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미국 워싱턴 세인트루이스 대학교에서 다큐멘터리와 조형예술을 공부했다. 조은혜의 작업은 제 8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방영된 바 있으며 스타인버그 갤러리(2019, 미국 세인트루이스), 데즈리 갤러리(2019, 미국 세인트루이스), 밀드레드 레인 캠퍼 미술관(2021, 미국 세인트 루이스) 등에서 전시되었다. 2021년부터 김수아와 작업하고 있으며 스타인버그 갤러리(2019, 미국 세인트루이스), 인사미술공간(2021, 서울)과 문래예술공장(2023, 서울)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현재 서울에서 작업하고 있다.
책 속에서
75p.
우리가 주목한 것은 소리였다. 고도로 기호화된 언어를 제외하면, 소리는 시각 자극에 비해 상대적으로 모호한 편이다. 만일 이 소리를 매개로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을 시도한다면, 소리의 모호함이 언어적 의사소통의 한계와 언어가 미처 포착하지 못한 메시지를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무엇보다도 소리를 이용한 의사소통을 통해 타인과 나에 대한 앎이 언어를 넘어선 차원으로 보다 깊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121p.
언어가 소거된 몸짓이 의미하는바, 다시 말해 순수한 몸짓이 드러내는 인간의 가장 고유한 영역은 무엇일까. 그것은 소통 가능성이다. 언어가 소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몸짓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행위자가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는 것, 다시 말해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일 것이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근본 현상으로 떨림을 말던 물리학자의 방식대로 이 소통 가능성을 표현하자면, 다른 존재의 떨림에 반응하는 울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 있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하며 그 울림은 또 다른 떨림으로 작동한다. 예컨대 어떤 음악의 떨림은 우리의 고막을 울린다. 더 나아가 어떤 음악은 우리의 마음을 울리기도 한다. 그 울림에 우리는 몸의 움직임이나 흥얼거림 등 각자 나름의 떨림으로 반응한다. 마찬가지로 여성 돌봄 노동자 및 청소년들의 사소하고 내밀한 몸짓의 떨림은 작곡가를 거쳐 소리모듈이라는 울림으로 반응되었다. 그 울림은 워크숍에서 다시 참여자들에게 떨림이 되어 오디오 레터로 완성되었다.
188p.
의사소통과 마찬가지로, 소리를 쓰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실패하게 되어있다. 내가 어떤 소리를 쓸 때, 나는 ‘내가’ 그 소리를 어떻게 들었는지에 대해 전달할 뿐이다. 이때 ‘나’라는 필터를 거치면서 나온 글은 내가 맨 처음 들은 소리와 한 번 어긋난다. 또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나의 글이 당신의 머릿속에 불러일으키는 소리를 잠시 멈추고 재생하는 등, 얼마간 조절하며 따라 읽을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애써도 당신의 머릿속에서 울리는 소리는 내가 이 글을 쓰고 고치며 들었던 소리와는 어긋날 것이다. 나는 앞으로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최대한 애쓰기도, 완전히 포기하기도 할 예정이다. 당신은 이처럼 반복되는, 이 작업은 물론 우리 삶에 만연한 필연적인 소통의 실패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