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청소의 시작 9
언 강을 가로지르는 들개처럼 15
기준은 3성급 호텔 21
눈이 오는 날엔 이웃의 비질 소리를 들어라 27
감추는 것과 없애는 것 33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41
종속과목강문계 49
지문과 스토리텔링 55
누가 보면 창피하지만 61
남성과 여성의 소모품 소진 주기 67
락스와 EM 그리고 생태계 73
우리는 매일 같은 시간에 만났다 81
침투하는 얼룩 표면을 맴도는 얼룩 87
유전자 변형 닭 뼈 93
오체투지 앞치마 99
피하지 말고 싸워라! 105
어떤 작업은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것이 낫다 113
나의 로봇 청소기 R2D2 117
머리카락, 음모, 깃털 123
UFO 연구모임 127
죽음 이후에 서로를 찾는 방법 141
청소란 무엇인가 146
책소개
<기준은 3성급 호텔>은 신체를 통해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것을 다루는 현대미술작가 장지아의 첫번째 에세이집으로, 작업실을 남한강 앞으로 옮기면서 달라진 일상의 이야기를 청소와 얽힌 22개의 에피소드와 드로잉에 담아 소개한다. 청소해야 하는 대상을 포착하는 일부터 청소하는 방식을 정하기까지, 작가의 섬세하고 예민한 면모가 곳곳에 담겨 있어, 청소의 과정이 마치 하나의 작업처럼 다가온다.
청소가 필요한 대상을 관찰하고 기술하는 작가의 언어는, 그의 작업이 가지고 있는 솔직하고 대담한 면모를 그대로 닮았다. 저자는 순간의 경험과 그에 대한 감각을 오롯이 전하기 위해, 문장을 정제하기보다 청소 이후 쏟아져 내린 언어를 그대로 포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언어의 거친 질감은 청소하는 일상과 작업하는 일상 사이를 교차하며 세상을 향한 작가 특유의 감수성을 전한다.
본문 소개
청소의 시작
서울에서 미술작가 활동을 하던 나는 작업실을 경기도의 남한강 앞으로 이전했다. 내 작업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행정 구역인 ‘리’에 있다. 택시잡기는 물론 어렵고, 편의점을 가려면 5km 이상을 차로 움직여야 하며, 그 흔한 음식 배달도 안 되는, 그야말로 시골이다. 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 저녁 시간에 건물 청소를 할 사람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는 건물주인 언니와 의견을 나눈 후 일주일에서 6일을 식당 영업이 끝난 이후 건물 일부를 청소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내가 담당하게 된 일은 1층의 남녀 화장실과 엘리베이터, 4층의 홀 전체, 4층 남녀 화장실의 청소 및 분리수거와 주차장 천장의 거미줄 제거, 주차장 전체에 줄 서 있는 수국 화분에 물 주기였다. 물론 건물에 상주하는 사람으로서 직원들이 나오지 않는 휴일에 택배를 받는 것과 그 외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는 것도 나의 몫이었다. 청소는 누군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고, 작업에 대한 거리 두기가 필요한 시기에 다른 일에 몰입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이렇게 건물 관리는 내가 책임져야 하는 작은 역할이 되었다.
언 강을 가로지르는 들개처럼
나는 이곳이 종종 삶을 놓아버린 사람들이 마지막을 선택하기 위해 오는 장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강을 바라보지 마라. 그러다가 네가 보면 안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이 이야길 해준 이웃은 집에 망원경을 설치하고 수시로 강을 보며 구조보트를 보낸다고 한다. 발을 잘못 디디면 더 이상 헤어 나올 수 없고 너무나 아름다워 매혹적이지만 가까이하면 그야말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위험이 도사리는 그런 곳. 그 큰 강을 들개 한마리가 가로지르고 있다.
기준은 3성급 호텔
무슨 일을 하고자 마음먹을 때, 막연히 잘해보겠다는 마음가짐만으로는 모호하다. 실제로 내가 경험해 보았던 것으로 기준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수준 이하로 내려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가지고 설정된 기준의 요소들을 파악한다. 나는 전시를 위해 출장을 다녔던 경험을 바탕으로, 3성급의 해외 호텔을 기준으로 청소 목표를 잡았다. (중략)
생각해 보면 작가가 되겠다는 결심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작가가 되겠다는 막연한 다짐은 모호하다. 미술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유무형의 요소를 파악하고 나의 위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고려하는 것, 나는 어떠한 작가가 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 없이는 매 순간 헤맬 수밖에 없고, 무엇을 잡고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선택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작가 소개
장지아(1973-)는 신체를 통해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것을 다루는 현대미술작가로, 영상, 설치, 사진 등을 통해 작품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아름다움과 추함, 정상과 비정상 등의 요소들로 체계, 정치, 규율, 전통 등 억압의 사회적 시스템을 드러낸다. 스위스 바젤미술관,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 독일 ZKM미디어갤러리, 덴마크 프레데릭스버그 왕립미술관, 아르헨티나 팔라스 데 글라세 미술관 등 100회 가량의 국내외 전시와 광주비엔날레, 욕자카르타비엔날레 등 주요 전시에 참여하였다. 현재 고양이 까불이의 충실한 집사이기도 하다.
목차
청소의 시작 9
언 강을 가로지르는 들개처럼 15
기준은 3성급 호텔 21
눈이 오는 날엔 이웃의 비질 소리를 들어라 27
감추는 것과 없애는 것 33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41
종속과목강문계 49
지문과 스토리텔링 55
누가 보면 창피하지만 61
남성과 여성의 소모품 소진 주기 67
락스와 EM 그리고 생태계 73
우리는 매일 같은 시간에 만났다 81
침투하는 얼룩 표면을 맴도는 얼룩 87
유전자 변형 닭 뼈 93
오체투지 앞치마 99
피하지 말고 싸워라! 105
어떤 작업은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것이 낫다 113
나의 로봇 청소기 R2D2 117
머리카락, 음모, 깃털 123
UFO 연구모임 127
죽음 이후에 서로를 찾는 방법 141
청소란 무엇인가 146
책소개
<기준은 3성급 호텔>은 신체를 통해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것을 다루는 현대미술작가 장지아의 첫번째 에세이집으로, 작업실을 남한강 앞으로 옮기면서 달라진 일상의 이야기를 청소와 얽힌 22개의 에피소드와 드로잉에 담아 소개한다. 청소해야 하는 대상을 포착하는 일부터 청소하는 방식을 정하기까지, 작가의 섬세하고 예민한 면모가 곳곳에 담겨 있어, 청소의 과정이 마치 하나의 작업처럼 다가온다.
청소가 필요한 대상을 관찰하고 기술하는 작가의 언어는, 그의 작업이 가지고 있는 솔직하고 대담한 면모를 그대로 닮았다. 저자는 순간의 경험과 그에 대한 감각을 오롯이 전하기 위해, 문장을 정제하기보다 청소 이후 쏟아져 내린 언어를 그대로 포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언어의 거친 질감은 청소하는 일상과 작업하는 일상 사이를 교차하며 세상을 향한 작가 특유의 감수성을 전한다.
본문 소개
청소의 시작
서울에서 미술작가 활동을 하던 나는 작업실을 경기도의 남한강 앞으로 이전했다. 내 작업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행정 구역인 ‘리’에 있다. 택시잡기는 물론 어렵고, 편의점을 가려면 5km 이상을 차로 움직여야 하며, 그 흔한 음식 배달도 안 되는, 그야말로 시골이다. 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 저녁 시간에 건물 청소를 할 사람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는 건물주인 언니와 의견을 나눈 후 일주일에서 6일을 식당 영업이 끝난 이후 건물 일부를 청소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내가 담당하게 된 일은 1층의 남녀 화장실과 엘리베이터, 4층의 홀 전체, 4층 남녀 화장실의 청소 및 분리수거와 주차장 천장의 거미줄 제거, 주차장 전체에 줄 서 있는 수국 화분에 물 주기였다. 물론 건물에 상주하는 사람으로서 직원들이 나오지 않는 휴일에 택배를 받는 것과 그 외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는 것도 나의 몫이었다. 청소는 누군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고, 작업에 대한 거리 두기가 필요한 시기에 다른 일에 몰입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이렇게 건물 관리는 내가 책임져야 하는 작은 역할이 되었다.
언 강을 가로지르는 들개처럼
나는 이곳이 종종 삶을 놓아버린 사람들이 마지막을 선택하기 위해 오는 장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강을 바라보지 마라. 그러다가 네가 보면 안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이 이야길 해준 이웃은 집에 망원경을 설치하고 수시로 강을 보며 구조보트를 보낸다고 한다. 발을 잘못 디디면 더 이상 헤어 나올 수 없고 너무나 아름다워 매혹적이지만 가까이하면 그야말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위험이 도사리는 그런 곳. 그 큰 강을 들개 한마리가 가로지르고 있다.
기준은 3성급 호텔
무슨 일을 하고자 마음먹을 때, 막연히 잘해보겠다는 마음가짐만으로는 모호하다. 실제로 내가 경험해 보았던 것으로 기준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수준 이하로 내려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가지고 설정된 기준의 요소들을 파악한다. 나는 전시를 위해 출장을 다녔던 경험을 바탕으로, 3성급의 해외 호텔을 기준으로 청소 목표를 잡았다. (중략)
생각해 보면 작가가 되겠다는 결심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작가가 되겠다는 막연한 다짐은 모호하다. 미술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유무형의 요소를 파악하고 나의 위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고려하는 것, 나는 어떠한 작가가 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 없이는 매 순간 헤맬 수밖에 없고, 무엇을 잡고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선택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작가 소개
장지아(1973-)는 신체를 통해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것을 다루는 현대미술작가로, 영상, 설치, 사진 등을 통해 작품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아름다움과 추함, 정상과 비정상 등의 요소들로 체계, 정치, 규율, 전통 등 억압의 사회적 시스템을 드러낸다. 스위스 바젤미술관,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 독일 ZKM미디어갤러리, 덴마크 프레데릭스버그 왕립미술관, 아르헨티나 팔라스 데 글라세 미술관 등 100회 가량의 국내외 전시와 광주비엔날레, 욕자카르타비엔날레 등 주요 전시에 참여하였다. 현재 고양이 까불이의 충실한 집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