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고키의 작업과 그 제작 과정, ‘함께 살아가기’와 역사에 대한 생각 그리고 팬데믹까지..
작가의 말과 글 한데 모아 3개 국어로 출간
최근 전시 '다치기 쉬운 역사들(로드 무비)'에서 일본 내 재일 조선인 차별 다루기도
아트선재센터는 일본 작가 다나카 고키의 국내 첫 개인전을 개최하며 비주쓰출판사와 함께 그가 팬데믹을 전후로 틈틈히 써온 글들을 묶어 단행본으로 출간한다. 2013년 제55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일본관을 대표하기도 했던 다나카 고키는 영상, 사진, 설치, 참여적 프로젝트 등의 다양한 매체와 실천을 통해 여러 참여자들에게 비일상적인 공동의 임무를 주고, 이 같은 상황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무의식적 행동들을 기록하며 작은 공동체 안에서의 역동성을 드러내 왔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해왔던 다나카 고키는 이번 신간 『기록으로 돌아보기』(2020)에서 그간의 프로덕션 노트, 촬영이나 연기를 둘러싼 생각, 주변 사람들과 나누었던 대화 등을 떠올리며 정리한 글들을 선보인다. 국내외 독자들에게는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최한 전시 《다치기 쉬운 역사들 (로드 무비)》를 비롯하여 그동안 다나카 고키가 보여온 작업과 그 방법론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단행본은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팬데믹 상황에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예술적 실천에 대한 고민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은 아트선재센터에서 진행 중인 다나카 고키 개인전 《다치기 쉬운 역사들 (로드 무비)》(2020.10.30-12.20)과 연계하여 출간되었으며, 아트선재센터와 일본의 비주쓰출판사가 공동으로 출판했다.
목차
16 들어가며
29 코로나19 팬데믹 중의 인터뷰
45 아이디어 노트: 거리와 감정과 관객에 대해
84 이주와 공동체에 대한 기록 ━ 워크숍, 촬영, 전시 사이에서 (발췌)
104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제작노트 (발췌)
111 로스엔젤레스에서 미얀마로
170 대담1: 모리 요시타카와 다나카 고키
189 의도를 넘어선 이끌림: 후팡의 사유를 언급하며
205 ‘관계적 역사’를 위한 제안
250 <다치기 쉬운 역사들 (로드 무비)>에 대한 기록
270 제목: 아이치를 떠나서
293 2015년 4월 9일 몸으로 사고하는 것
331 퍼포먼스 이후의 수행성에 대해
355 돌봄을 공유하기, 취약성의 네트워크
367 2020년 4월 29일부터 6월 10일: 인생에 대한 생각은 추상에 관심을 갖게 한다
412 실현되지 않은 프로젝트에 대한 짧은 기록 ━ 후기를 대신하여
425 포스트 포스트스크립트: 홀로 그리고 함께 (김해주)
책 속에서
2011 년 동일본 대지진(3 ·11) 이후, 일본에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직접 지진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의 자유로운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후쿠시마 출신인 사람은 ‘지진’이나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당사자로서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반대로 그 문제들과 거리가 먼 사람은 좀처럼 자유롭게 발언하기 어렵다.
나는 당시에 일본에 없었기 때문에 지진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 후쿠시마 출신도, 피해 지역 근처의 출신도 아니다. 당사자가 아닌 내가 ‘지진’에 대해 혹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쉽게 비판받기 때문이다. 문제와 거리가 있는 내가 ‘지진’을 프로젝트 안에서 다룰 때 사람들은 내가 그것을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나에게 거리가 있는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지, 어떻게 스스로 그것을 문제로 다룰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 왔다.
재일 한국/조선인의 문제를 다루는 일도 비슷한 어려움을 수반한다. 나는 재일 한국/조선인이 아니다. 일본 안에서는 나는 다수 집단인 일본인이며 오히려 소수 집단인 재일 한국/조선인을 차별하는 쪽의 당사자성을 가진다. ‘지진’을 둘러싼 앞선 이야기보다 더 복잡한 구조다. 다수 집단이 소수 집단 문제를 가져가버릴 가능성이 있다. 당신은 나를 그렇게 비난할 것인가.
당사자성이 강한 문제에 당사자가 아닌 사람의 입장에서 관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그 문제에 대해 ‘여유’가 있다는 말이다. 그 ‘여유’를 가진 나는 거기에 책임을 느낀다. 곤란한 이야기의 중심에 자기 자신을 둘 수 있는 이는 나처럼 ‘여유’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당사자의 다치기 쉬운 상태(vulnerability)를 공유하는 것. 그 위치에 스스로를 대입해서 생각해보는 것. 그 어려움 속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이야기하고 관여하는 것. 당신은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나는 이번에 얼마나 그렇게 할 수 있을까. (2018년 4월 11일)
작가 소개
다나카 고키
교토에서 거주하고 작업한다. 다나카는 영상, 사진, 설치, 참여적 프로젝트 등의 다양한 매체와 실천을 통해 가장 일상적인 행동에 담긴 다양한 맥락을 가시화하고 드러낸다. 그의 작품은 최근 팔레드도쿄(2020), 베를린국제영화제(2020), 아이치트리엔날레(2019), 로테르담국제영화제(2019), 부산국제영화제(2019)부터 미그로스미술관(2018), 쿤스트하우스 그라츠(2017), 뮌스터조각프로젝트(2017),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2017), 베를린 도이치방크 쿤스트할(2015), 아인트호벤 반아베미술관(2014)까지, 세계 각지에서 소개된 바 있다. 다나카는 2013년 제55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일본관 대표작가로 초청받았으며 2015년에 도이치방크 올해의 작가상을 수여 받았다.
비디오, 사진, 장소 특정적 설치와 상황에의 개입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서 작업하는 다나카 고키는 매일의 단순한 행위에 잠재하는 복합적 맥락을 드러내고 시각화한다. 그는 초기 작업에서 일상적인 사물을 가지고 매일의 반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실험하고 기록했다. 이후 작가는 작은 단위 사회와 임시적 공동체 안에서 드러나는 단체의 역동성을 드러내고자, 여러 참여자들에게 비일상적인 공동의 임무를 주고, 이 같은 상황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무의식적 행동들을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다나카 고키의 작업과 그 제작 과정, ‘함께 살아가기’와 역사에 대한 생각 그리고 팬데믹까지..
작가의 말과 글 한데 모아 3개 국어로 출간
최근 전시 '다치기 쉬운 역사들(로드 무비)'에서 일본 내 재일 조선인 차별 다루기도
아트선재센터는 일본 작가 다나카 고키의 국내 첫 개인전을 개최하며 비주쓰출판사와 함께 그가 팬데믹을 전후로 틈틈히 써온 글들을 묶어 단행본으로 출간한다. 2013년 제55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일본관을 대표하기도 했던 다나카 고키는 영상, 사진, 설치, 참여적 프로젝트 등의 다양한 매체와 실천을 통해 여러 참여자들에게 비일상적인 공동의 임무를 주고, 이 같은 상황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무의식적 행동들을 기록하며 작은 공동체 안에서의 역동성을 드러내 왔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해왔던 다나카 고키는 이번 신간 『기록으로 돌아보기』(2020)에서 그간의 프로덕션 노트, 촬영이나 연기를 둘러싼 생각, 주변 사람들과 나누었던 대화 등을 떠올리며 정리한 글들을 선보인다. 국내외 독자들에게는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최한 전시 《다치기 쉬운 역사들 (로드 무비)》를 비롯하여 그동안 다나카 고키가 보여온 작업과 그 방법론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단행본은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팬데믹 상황에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예술적 실천에 대한 고민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은 아트선재센터에서 진행 중인 다나카 고키 개인전 《다치기 쉬운 역사들 (로드 무비)》(2020.10.30-12.20)과 연계하여 출간되었으며, 아트선재센터와 일본의 비주쓰출판사가 공동으로 출판했다.
목차
16 들어가며
29 코로나19 팬데믹 중의 인터뷰
45 아이디어 노트: 거리와 감정과 관객에 대해
84 이주와 공동체에 대한 기록 ━ 워크숍, 촬영, 전시 사이에서 (발췌)
104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제작노트 (발췌)
111 로스엔젤레스에서 미얀마로
170 대담1: 모리 요시타카와 다나카 고키
189 의도를 넘어선 이끌림: 후팡의 사유를 언급하며
205 ‘관계적 역사’를 위한 제안
250 <다치기 쉬운 역사들 (로드 무비)>에 대한 기록
270 제목: 아이치를 떠나서
293 2015년 4월 9일 몸으로 사고하는 것
331 퍼포먼스 이후의 수행성에 대해
355 돌봄을 공유하기, 취약성의 네트워크
367 2020년 4월 29일부터 6월 10일: 인생에 대한 생각은 추상에 관심을 갖게 한다
412 실현되지 않은 프로젝트에 대한 짧은 기록 ━ 후기를 대신하여
425 포스트 포스트스크립트: 홀로 그리고 함께 (김해주)
책 속에서
2011 년 동일본 대지진(3 ·11) 이후, 일본에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직접 지진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의 자유로운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후쿠시마 출신인 사람은 ‘지진’이나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당사자로서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반대로 그 문제들과 거리가 먼 사람은 좀처럼 자유롭게 발언하기 어렵다.
나는 당시에 일본에 없었기 때문에 지진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 후쿠시마 출신도, 피해 지역 근처의 출신도 아니다. 당사자가 아닌 내가 ‘지진’에 대해 혹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쉽게 비판받기 때문이다. 문제와 거리가 있는 내가 ‘지진’을 프로젝트 안에서 다룰 때 사람들은 내가 그것을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나에게 거리가 있는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지, 어떻게 스스로 그것을 문제로 다룰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 왔다.
재일 한국/조선인의 문제를 다루는 일도 비슷한 어려움을 수반한다. 나는 재일 한국/조선인이 아니다. 일본 안에서는 나는 다수 집단인 일본인이며 오히려 소수 집단인 재일 한국/조선인을 차별하는 쪽의 당사자성을 가진다. ‘지진’을 둘러싼 앞선 이야기보다 더 복잡한 구조다. 다수 집단이 소수 집단 문제를 가져가버릴 가능성이 있다. 당신은 나를 그렇게 비난할 것인가.
당사자성이 강한 문제에 당사자가 아닌 사람의 입장에서 관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그 문제에 대해 ‘여유’가 있다는 말이다. 그 ‘여유’를 가진 나는 거기에 책임을 느낀다. 곤란한 이야기의 중심에 자기 자신을 둘 수 있는 이는 나처럼 ‘여유’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당사자의 다치기 쉬운 상태(vulnerability)를 공유하는 것. 그 위치에 스스로를 대입해서 생각해보는 것. 그 어려움 속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이야기하고 관여하는 것. 당신은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나는 이번에 얼마나 그렇게 할 수 있을까. (2018년 4월 11일)
작가 소개
다나카 고키
교토에서 거주하고 작업한다. 다나카는 영상, 사진, 설치, 참여적 프로젝트 등의 다양한 매체와 실천을 통해 가장 일상적인 행동에 담긴 다양한 맥락을 가시화하고 드러낸다. 그의 작품은 최근 팔레드도쿄(2020), 베를린국제영화제(2020), 아이치트리엔날레(2019), 로테르담국제영화제(2019), 부산국제영화제(2019)부터 미그로스미술관(2018), 쿤스트하우스 그라츠(2017), 뮌스터조각프로젝트(2017),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2017), 베를린 도이치방크 쿤스트할(2015), 아인트호벤 반아베미술관(2014)까지, 세계 각지에서 소개된 바 있다. 다나카는 2013년 제55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일본관 대표작가로 초청받았으며 2015년에 도이치방크 올해의 작가상을 수여 받았다.
비디오, 사진, 장소 특정적 설치와 상황에의 개입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서 작업하는 다나카 고키는 매일의 단순한 행위에 잠재하는 복합적 맥락을 드러내고 시각화한다. 그는 초기 작업에서 일상적인 사물을 가지고 매일의 반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실험하고 기록했다. 이후 작가는 작은 단위 사회와 임시적 공동체 안에서 드러나는 단체의 역동성을 드러내고자, 여러 참여자들에게 비일상적인 공동의 임무를 주고, 이 같은 상황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무의식적 행동들을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