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건축사사무소 SoA
글, 이미지: 강예린, 김민지, 김보람, 김윤정, 박신영, 박연, 박지혜, 이민규, 이영지, 이윤석, 이재진, 이정연, 이주형, 이치훈, 이현서, 임하은, 장우석, 정시현, 조재민, 하수경, 한주희
사진: 신경섭, 신해수(텍스처 온 텍스처)
편집, 디자인: 이민규
인쇄, 제책: 문성인쇄
발행: 2023년 1월 15일
발행처: 건축사사무소 SoA
발행부수: 300부
면수: 264쪽
크기: 125(w) x 200(h) x 22(d)mm
제본: 사철 오타바인딩
책 소개
일상은 늘 사소해서 그것을 기록하는 일은 귀찮고 번거롭다. 하지만 기록은 일상의 사소함과 이상적 삶의 무게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단서가 되어, 결국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낼 동력이 된다. 이 책은 2022년, SoA라는 직업 공동체의 기록이다. 건축가의 작품집이나 설계사무소의 모놀로그가 아닌, 실무 건축가들을 기록하고 기념하기 위한 책이다. 동시에 아직 과정 중에 있는 직업 공동체의 현재를 만드는 ‘개인’들의 기록이다. 이 책의 기획은 ‘개인을 기록함으로써 공동체를 그려낼 수 있다’라는 가설에서 시도되었다.
우리는 SoA의 2022년에서 (세대)(비/대면)(팀워크)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추출하여 이 책의 구조를 구축했다. 첫 번째 키워드에서는 소위 ‘세대론’의 관점에서 우리 직업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구성원들의 생각을 수집하였다. 두 번째 키워드는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일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이미지 내러티브를 통해 제시된다. 세 번째 키워드에는 올해 준공된 네 개의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당시 작업을 주도했던 건축가들과의 대화가 담겨 있다.
1부 (세대)에서는 건축이라는 직업 활동에 대한 견해를 끌어내기 위해 2014년 강예린과 이치훈이 ‘세대론’의 틀에서 쓴 «체제 없는 ‘세대’에 관하여»라는 글을 마중물로 삼았는데, 이는 건축가라는 직업 모델이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이에 화답하는 글들은 논의의 범위를 삶과 건축, 역사적 건축, 지구적 환경, 가상 공간의 건축으로 확장한다. 단순히 생존의 관점에서 세대론적으로 좁게 바라본 직업 역할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제는 감기처럼 일상이 되어버린 코로나19로 인해 중요한 것을 몇 가지 알게 되었다. 대면하지 않아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대면하지 않을 때 훨씬 더 일의 핵심에 접근하기 쉬워진다는 것. 대면에 필요한 준비와 절차를 생략하고 순수하게 의사결정만을 위한 시간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초연결되어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얼굴을 맞대는 것만이 유일한 공동작업의 방식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는 한 해였다. 2부 (비/대면)은 이러한 다양한 비대면의 업무 일상과 변화된 작업 방식의 공동 기록이다.
3부 (팀워크)에서는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건축가가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을 공유한다. 모호한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 지난한 협의의 과정들,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는 현장 여건까지, 프로젝트의 이면을 담당 건축가의 구술로 기록한다. 건축가 개개인에게는 당시에 발견하지 못했던 의미를 반추하는 기회일 것이다. 무엇보다 시행착오 또는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면을 공유함으로써 개인의 성찰을 공동의 경험으로 확장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2년을 시작으로 우리는 애뉴얼 북을 통해 SoA의 다양한 개인을 기록하고, 사소한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공동의 가치를 보이게 하고자 한다. 물론, 이 기록이 모든 구성원의 일상을 다 담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반짝였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주요한 질문을 던지고자 노력했다. 애뉴얼 북으로 미처 꺼내 확인하지 못했던 생각과 그것이 모인 공동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차례
기획의 글 – 직업 공동체의 구축
1부 (세대)
체제 없는 ‘세대’에 관하여 – 강예린, 이치훈
그릇 위의 세계관들 – 이윤석
나는 전통 건축가는 되지 말아야지 – 이주형
길 위의 건축 – 박연
퇴근 후 간단히 – 한주희
(확장하는) 건축과 (공간을 소비하는) 사람 – 김윤정
밀레니엄 세대, 포기하면 편할까 – 장우석
2부 (비/대면)
54개의 이미지 – 강예린, 김민지, 김보람, 김윤정, 박신영, 박연, 박지혜, 이민규, 이영지, 이윤석, 이재진, 이정연, 이주형, 이치훈, 이현서, 임하은, 장우석, 정시현, 조재민, 하수경, 한주희
3부 (팀워크)
레인체인 포레스트 – 장우석과의 대화
루프 스테이션 익선 – 이윤석과의 대화
내포-해미 세계청년문화센터 – 조재민과의 대화
대구 미래농원 – 이정연, 임하은과의 대화
발췌
“몇 해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젊은 건축가라는 용어는 능동적인 정체 규정이라기보다 외부에서 호명되었다는 혐의가 짙다. 이렇다 할 대화 상대도 없이 젊은 건축가로 호명된 일련의 건축가 무리들은 스스로의 의제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자기 족보를 자기가 쓴다는 일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25쪽, 체제 없는 ‘세대’에 관하여 – 강예린, 이치훈
“내가 속한 세대의 건축가들은 현재 세계관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의제’라는 단어보다는 ‘관심사’라는 단어가 어울리며, ‘우리’였던 의제 설정의 단위는 ‘나’라는 개인의 단위로부터 시작되고 있는 듯하다. 나의 일상과 무관해보이는 거대 담론보다는 나의 일상 속에서 관찰하고,관심이 가는 작은 대상 속에서 작업의 실마리를 찾는다. 주로 SNS를 통해 그 관심사를 나열하고, 자기가 만든 시각적 세계관 속으로 비슷한 생산자, 소비자들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작고 새로운 세계관들이 이 시간에도 계속해 탄생하고 있다. 세계관들이 욕탕 안에 끓고 있다.” 31쪽, 그릇 위의 세계관들 – 이윤석
“최근 사내 강연에서 들었던 ‘모든 신축은 결국 환경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는 말은 폐부를 찌르는 듯했다. 앞으로의 새로운 건축은 어쩌면 새로 지은 건물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 이미 주어진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낼지가 젊은 건축가의 크나큰 숙제가 될 것이다. 비록 전통 건축가가 되지는 않겠지만, 우리 세대는 전통을 끊임없이 수정하며 새로운 건축을 만들어낼 것이다.” 35쪽, 나는 전통 건축가는 되지 말아야지 – 이주형
“레인체인 포레스트는 미술 작품이다 보니까 거푸집을 만드는 것도 되게 세밀한 과정이었어요. 비정형의 거푸집에 타설하기 위해서 거푸집들이 조각조각 분리되어야 했고 탈형 후 재조립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정교함이 필요했어요. FRP를 선박을 만드는 업체에서 많이 사용을 하는데요. 선박의 유연성이나 공학적인 유선형의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 손이 고우신 분들이 형태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주셨죠.” 179쪽, 레인체인 포레스트 – 장우석과의 대화
“예전에는 구조는 철근 콘크리트로 하고 우리가 갖고 있는 건축가로서의 구축에 대한 열망을 파사드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규모와 예산의 프로젝트만 있었다면, 지금은 훨씬 더 범위를 넓혀서 구조에까지 실험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온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한 게 우리가 경험이 쌓여서 더 비싸고 큰 프로젝트를 하게 될수록 이런 게 가능해지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사무실 웹사이트에 올라온 프로젝트들을 보면서 이런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다시 느꼈어요.” 207쪽, 루프 스테이션 익선 – 이윤석과의 대화
“현장 협의나 보고회로든 서산시로 가는 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그냥 그 과정이 너무 좋았어요. 현장에서 직접 만나서 담당자들의 얼굴을 보고 협의하는 게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했을 때 훨씬 협의가 수월해진 것도 정말 많았고요. 그래서 현장에서 공사에 참여하는 시공사든 주관하는 발주처든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순간들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즐거웠던 시간이었던 것 같고요. 237쪽, 내포-해미 세계청년문화센터 – 조재민과의 대화
“처음 프로젝트 받았을 때 카페 외벽의 대부분을 콘크리트 벽체로 디자인한 것에 굉장히 놀랐었어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농원을 바라볼 수 있게 창을 최대화하는 디자인을 일반적으로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실시설계를 계획하면서 느낀 점은, 어떠한 공간에 섰을 때 그 장면 장면들을 보여주도록 계획되어 있었어요. 콘크리트 건물을 액자 삼아 하나의 장면을 보여주고, 다른 곳에선 새로운 장면을 보여주고, 그러면서 또 다른 장면이 있고⋯.” 245쪽, 대구 미래농원 – 이정연, 임하은과의 대화
지은이
SoA(강예린, 김민지, 김보람, 김윤정, 박신영, 박연, 박지혜, 이민규, 이영지, 이윤석, 이재진, 이정연, 이주형, 이치훈, 이현서, 임하은, 장우석, 정시현, 조재민, 하수경, 한주희)는 2010년 서울에서 설립되어 도시와 건축의 사회적인 조건에 대한 분석을 통해 다양한 스케일의 구축환경에 관한 작업을 진행하는 젊은 건축가 그룹이다. 현대적인 삶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것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는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믿고 추구한다.이를 위해 사회적 기술로서의 도시계획, 산업 구조의 일부인 재료와 기술로서의 건축 등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도시사회학, 정치 지리, 역사와 미술 등 건축 내외부의 장르와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며, 가구, 인테리어, 공공예술, 리서치, 출판, 연출, 글쓰기, 건축, 도시계획 등 다양한 형식으로 건축적인 고민을 실천하고 있다.
책 소개
일상은 늘 사소해서 그것을 기록하는 일은 귀찮고 번거롭다. 하지만 기록은 일상의 사소함과 이상적 삶의 무게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단서가 되어, 결국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낼 동력이 된다. 이 책은 2022년, SoA라는 직업 공동체의 기록이다. 건축가의 작품집이나 설계사무소의 모놀로그가 아닌, 실무 건축가들을 기록하고 기념하기 위한 책이다. 동시에 아직 과정 중에 있는 직업 공동체의 현재를 만드는 ‘개인’들의 기록이다. 이 책의 기획은 ‘개인을 기록함으로써 공동체를 그려낼 수 있다’라는 가설에서 시도되었다.
우리는 SoA의 2022년에서 (세대)(비/대면)(팀워크)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추출하여 이 책의 구조를 구축했다. 첫 번째 키워드에서는 소위 ‘세대론’의 관점에서 우리 직업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구성원들의 생각을 수집하였다. 두 번째 키워드는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일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이미지 내러티브를 통해 제시된다. 세 번째 키워드에는 올해 준공된 네 개의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당시 작업을 주도했던 건축가들과의 대화가 담겨 있다.
1부 (세대)에서는 건축이라는 직업 활동에 대한 견해를 끌어내기 위해 2014년 강예린과 이치훈이 ‘세대론’의 틀에서 쓴 «체제 없는 ‘세대’에 관하여»라는 글을 마중물로 삼았는데, 이는 건축가라는 직업 모델이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이에 화답하는 글들은 논의의 범위를 삶과 건축, 역사적 건축, 지구적 환경, 가상 공간의 건축으로 확장한다. 단순히 생존의 관점에서 세대론적으로 좁게 바라본 직업 역할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제는 감기처럼 일상이 되어버린 코로나19로 인해 중요한 것을 몇 가지 알게 되었다. 대면하지 않아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대면하지 않을 때 훨씬 더 일의 핵심에 접근하기 쉬워진다는 것. 대면에 필요한 준비와 절차를 생략하고 순수하게 의사결정만을 위한 시간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초연결되어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얼굴을 맞대는 것만이 유일한 공동작업의 방식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는 한 해였다. 2부 (비/대면)은 이러한 다양한 비대면의 업무 일상과 변화된 작업 방식의 공동 기록이다.
3부 (팀워크)에서는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건축가가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을 공유한다. 모호한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 지난한 협의의 과정들,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는 현장 여건까지, 프로젝트의 이면을 담당 건축가의 구술로 기록한다. 건축가 개개인에게는 당시에 발견하지 못했던 의미를 반추하는 기회일 것이다. 무엇보다 시행착오 또는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면을 공유함으로써 개인의 성찰을 공동의 경험으로 확장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2년을 시작으로 우리는 애뉴얼 북을 통해 SoA의 다양한 개인을 기록하고, 사소한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공동의 가치를 보이게 하고자 한다. 물론, 이 기록이 모든 구성원의 일상을 다 담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반짝였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주요한 질문을 던지고자 노력했다. 애뉴얼 북으로 미처 꺼내 확인하지 못했던 생각과 그것이 모인 공동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차례
기획의 글 – 직업 공동체의 구축
1부 (세대)
체제 없는 ‘세대’에 관하여 – 강예린, 이치훈
그릇 위의 세계관들 – 이윤석
나는 전통 건축가는 되지 말아야지 – 이주형
길 위의 건축 – 박연
퇴근 후 간단히 – 한주희
(확장하는) 건축과 (공간을 소비하는) 사람 – 김윤정
밀레니엄 세대, 포기하면 편할까 – 장우석
2부 (비/대면)
54개의 이미지 – 강예린, 김민지, 김보람, 김윤정, 박신영, 박연, 박지혜, 이민규, 이영지, 이윤석, 이재진, 이정연, 이주형, 이치훈, 이현서, 임하은, 장우석, 정시현, 조재민, 하수경, 한주희
3부 (팀워크)
레인체인 포레스트 – 장우석과의 대화
루프 스테이션 익선 – 이윤석과의 대화
내포-해미 세계청년문화센터 – 조재민과의 대화
대구 미래농원 – 이정연, 임하은과의 대화
발췌
“몇 해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젊은 건축가라는 용어는 능동적인 정체 규정이라기보다 외부에서 호명되었다는 혐의가 짙다. 이렇다 할 대화 상대도 없이 젊은 건축가로 호명된 일련의 건축가 무리들은 스스로의 의제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자기 족보를 자기가 쓴다는 일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25쪽, 체제 없는 ‘세대’에 관하여 – 강예린, 이치훈
“내가 속한 세대의 건축가들은 현재 세계관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의제’라는 단어보다는 ‘관심사’라는 단어가 어울리며, ‘우리’였던 의제 설정의 단위는 ‘나’라는 개인의 단위로부터 시작되고 있는 듯하다. 나의 일상과 무관해보이는 거대 담론보다는 나의 일상 속에서 관찰하고,관심이 가는 작은 대상 속에서 작업의 실마리를 찾는다. 주로 SNS를 통해 그 관심사를 나열하고, 자기가 만든 시각적 세계관 속으로 비슷한 생산자, 소비자들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작고 새로운 세계관들이 이 시간에도 계속해 탄생하고 있다. 세계관들이 욕탕 안에 끓고 있다.” 31쪽, 그릇 위의 세계관들 – 이윤석
“최근 사내 강연에서 들었던 ‘모든 신축은 결국 환경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는 말은 폐부를 찌르는 듯했다. 앞으로의 새로운 건축은 어쩌면 새로 지은 건물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 이미 주어진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낼지가 젊은 건축가의 크나큰 숙제가 될 것이다. 비록 전통 건축가가 되지는 않겠지만, 우리 세대는 전통을 끊임없이 수정하며 새로운 건축을 만들어낼 것이다.” 35쪽, 나는 전통 건축가는 되지 말아야지 – 이주형
“레인체인 포레스트는 미술 작품이다 보니까 거푸집을 만드는 것도 되게 세밀한 과정이었어요. 비정형의 거푸집에 타설하기 위해서 거푸집들이 조각조각 분리되어야 했고 탈형 후 재조립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정교함이 필요했어요. FRP를 선박을 만드는 업체에서 많이 사용을 하는데요. 선박의 유연성이나 공학적인 유선형의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 손이 고우신 분들이 형태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주셨죠.” 179쪽, 레인체인 포레스트 – 장우석과의 대화
“예전에는 구조는 철근 콘크리트로 하고 우리가 갖고 있는 건축가로서의 구축에 대한 열망을 파사드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규모와 예산의 프로젝트만 있었다면, 지금은 훨씬 더 범위를 넓혀서 구조에까지 실험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온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한 게 우리가 경험이 쌓여서 더 비싸고 큰 프로젝트를 하게 될수록 이런 게 가능해지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사무실 웹사이트에 올라온 프로젝트들을 보면서 이런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다시 느꼈어요.” 207쪽, 루프 스테이션 익선 – 이윤석과의 대화
“현장 협의나 보고회로든 서산시로 가는 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그냥 그 과정이 너무 좋았어요. 현장에서 직접 만나서 담당자들의 얼굴을 보고 협의하는 게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했을 때 훨씬 협의가 수월해진 것도 정말 많았고요. 그래서 현장에서 공사에 참여하는 시공사든 주관하는 발주처든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순간들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즐거웠던 시간이었던 것 같고요. 237쪽, 내포-해미 세계청년문화센터 – 조재민과의 대화
“처음 프로젝트 받았을 때 카페 외벽의 대부분을 콘크리트 벽체로 디자인한 것에 굉장히 놀랐었어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농원을 바라볼 수 있게 창을 최대화하는 디자인을 일반적으로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실시설계를 계획하면서 느낀 점은, 어떠한 공간에 섰을 때 그 장면 장면들을 보여주도록 계획되어 있었어요. 콘크리트 건물을 액자 삼아 하나의 장면을 보여주고, 다른 곳에선 새로운 장면을 보여주고, 그러면서 또 다른 장면이 있고⋯.” 245쪽, 대구 미래농원 – 이정연, 임하은과의 대화
지은이
SoA(강예린, 김민지, 김보람, 김윤정, 박신영, 박연, 박지혜, 이민규, 이영지, 이윤석, 이재진, 이정연, 이주형, 이치훈, 이현서, 임하은, 장우석, 정시현, 조재민, 하수경, 한주희)는 2010년 서울에서 설립되어 도시와 건축의 사회적인 조건에 대한 분석을 통해 다양한 스케일의 구축환경에 관한 작업을 진행하는 젊은 건축가 그룹이다. 현대적인 삶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것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는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믿고 추구한다.이를 위해 사회적 기술로서의 도시계획, 산업 구조의 일부인 재료와 기술로서의 건축 등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도시사회학, 정치 지리, 역사와 미술 등 건축 내외부의 장르와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며, 가구, 인테리어, 공공예술, 리서치, 출판, 연출, 글쓰기, 건축, 도시계획 등 다양한 형식으로 건축적인 고민을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