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던 1945년, 미국의 과학 행정을 이끌던 바네바 부시가 『애틀랜틱 먼슬리』에 발표한 것이다. 그는 급속도로 축적되는 지식을 어떻게 조직하고 접근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위한 기술적 장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글은 이후 디지털 정보 환경의 전개를 예견한 고전으로 평가되어 왔다. 이 소책자는 해당 글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책 속에서
"전문가의 시선에서 볼 때, 연구 결과를 전달하고 검토하는 지금의 방식은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낡은 것이 되었고 이제는 그 목적을 생각했을 때 완전히 부적절한 상태에 이르렀다. 학술 저작을 쓰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그것을 읽는 데 소요되는 전체 시간을 합산해 평가할 수 있다면, 이 두 시간의 비율은 아마도 놀라울 정도로 차이가 날 것이다. 제한된 분야에서 꾸준히 읽는 이들조차, 지난 한 달 동안의 독서 내용을 얼마나 바로 떠올릴 수 있는지를 묻는다면 쉽게 답하지 못한다. 멘델의 유전 법칙 개념은 그의 논문을 이해하고 확장할 수 있는 소수에게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 세대 동안 세상에서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종류의 재앙은, 진정으로 중요한 성취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들의 더미 속에서 묻혀버리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도 분명 반복되고 있을 것이다."
"현상 과정이 필요 없는 사진 방식이 가능해질 것인가? 사실 이는 이미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브래디가 남북전쟁을 촬영하던 시기에는 촬영 순간에 감광판이 마르지 않은 상태였어야 했다. 오늘날에는 촬영 이후 현상 과정에서만 젖어 있으면 된다. 그러나 미래에는 아예 이러한 습윤 과정 자체가 필요 없게 될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디아조 염료를 포함한 필름이 존재해왔으며, 이는 별도의 현상 과정 없이도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 즉, 카메라가 작동하는 순간 이미지가 생성되는 것이다. 암모니아 가스에 노출시키면 노출되지 않은 염료는 제거되고, 이미지는 빛 아래로 꺼내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이 과정은 느리지만, 누군가 이를 가속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한 이는 오늘날 사진 연구자들을 괴롭히고 있는 입자(grain)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카메라를 작동시키자마자 즉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면 매우 유용할 것이다."
"우리는 기록을 위해, 연필을 움직이거나 타자기를 두드린다. 그 다음에는 내용을 정리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이어지며, 이어서 복잡한 식자, 인쇄, 배포의 절차가 뒤따른다. 이 과정의 첫 단계를 생각해보자. 미래의 저자는 더 이상 손으로 쓰거나 타자기를 사용하는 대신, 직접 말을 하며 기록하게 될까? 이미 우리는 간접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 속기사에게 말하거나 왁스 실린더에 녹음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그러나 원한다면 우리의 말이 곧바로 타이핑된 기록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은 이미 모두 갖추어져 있다. 필요한 것은 기존의 장치를 활용하고, 자신의 언어를 약간 변형하는 일뿐이다."
"그러나 데이터와 관찰을 수집하는 단계에서부터, 기존 기록 속에서 관련 자료를 추출하고, 새로운 내용을 공통의 기록 체계에 다시 삽입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성숙한 사유를 대신할 수 있는 기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창조적 사고와 본질적으로 반복적인 사고는 서로 다른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이미, 그리고 앞으로도 강력한 기계적 보조 수단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반복적인 사고 과정은 산술이나 통계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실, 우리가 정해진 논리적 절차에 따라 사실들을 결합하고 기록할 때마다, 사고의 창조적 측면은 데이터의 선택과 적용할 과정의 선택에만 관여하며, 그 이후의 처리 과정은 반복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은 기계에 맡기기에 적합한 영역이다. 그럼에도 산술을 넘어 이러한 방식으로 사고 과정을 기계화하려는 시도는, 실제로 가능했던 것에 비해 그리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주로 경제적 조건 때문이었다. 비즈니스의 요구와 그에 따른 분명한 시장이 존재하면서, 생산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자마자 대량 생산된 산술 기계의 등장을 촉진했다."
"이로써 우리는 아이디어를 다루고 그것을 기록에 삽입하는 문제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논의만 놓고 보면,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된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기록을 엄청나게 확장할 수 있게 되었지만, 현재의 규모조차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과학 연구를 위한 데이터 추출을 넘어, 인간이 축적된 지식을 통해 어떻게 이익을 얻는가라는 전반적인 과정과 직결되어 있다. 활용의 핵심 행위는 선택이며,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분명히 정체되어 있다. 수많은 훌륭한 사유와 그것이 기반하고 있는 경험의 기록들이 훌륭한 건축적 형식을 갖춘 돌벽 안에 보관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만약 연구자가 부지런한 탐색을 통해 일주일에 하나 정도밖에 접근할 수 없다면 그의 종합적 사유는 현재의 흐름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의 정신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그것은 연상에 의해 작동한다. 하나의 항목을 붙잡으면, 사고의 연관성에 따라 다음 항목으로 즉각적으로 도약한다. 이는 뇌의 세포들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경로망에 의해 이루어진다. 물론 다른 특성들도 있다. 자주 사용되지 않는 경로는 사라지기 쉽고, 기억은 완전히 고정된 것이 아니며, 일시적인 성격을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작용의 속도, 경로의 복잡성, 그리고 정신적 이미지의 정교함은 자연 속 그 어떤 것과 비교해도 경이로울 정도이다."
"개인용 장치로서의 미래의 기기를 하나 상상해보자. 그것은 일종의 기계화된 개인 파일이자 도서관이다. 이름이 필요하니, 임의로 하나를 만들어보자면 ‘메멕스(memex)’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메멕스란 개인이 자신의 모든 책, 기록, 통신을 저장하는 장치이며, 매우 빠르고 유연한 방식으로 이를 참조할 수 있도록 기계화된 시스템이다. 이는 인간의 기억을 확장하는, 밀접하게 결합된 보조 장치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로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몇 년 후, 그는 친구와 대화하다가 사람들이 어떻게 중요한 혁신을 거부하는가라는 기묘한 문제를 논의한다. 그리고 그는 하나의 사례를 떠올린다. 사거리에서 열세에 있던 유럽인들이 터키식 활을 채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그는 이에 관한 경로를 이미 만들어두었다.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코드북이 나타나고, 몇 개의 키를 입력하면 해당 경로의 시작이 화면에 투사된다. 레버를 조작하면 그는 그 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흥미로운 지점에서 멈추거나 다른 분기 경로로 빠져나갈 수 있다. 이는 대화에 적절한, 흥미로운 경로이다. 그래서 그는 재생 장치를 작동시켜 그 경로 전체를 촬영해 복제하고, 그것을 친구에게 건네 친구의 메멕스에 삽입하도록 한다. 그곳에서 이 경로는 더 큰 맥락의 다른 경로들과 다시 연결된다."
이 글은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던 1945년, 미국의 과학 행정을 이끌던 바네바 부시가 『애틀랜틱 먼슬리』에 발표한 것이다. 그는 급속도로 축적되는 지식을 어떻게 조직하고 접근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위한 기술적 장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글은 이후 디지털 정보 환경의 전개를 예견한 고전으로 평가되어 왔다. 이 소책자는 해당 글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책 속에서
"전문가의 시선에서 볼 때, 연구 결과를 전달하고 검토하는 지금의 방식은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낡은 것이 되었고 이제는 그 목적을 생각했을 때 완전히 부적절한 상태에 이르렀다. 학술 저작을 쓰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그것을 읽는 데 소요되는 전체 시간을 합산해 평가할 수 있다면, 이 두 시간의 비율은 아마도 놀라울 정도로 차이가 날 것이다. 제한된 분야에서 꾸준히 읽는 이들조차, 지난 한 달 동안의 독서 내용을 얼마나 바로 떠올릴 수 있는지를 묻는다면 쉽게 답하지 못한다. 멘델의 유전 법칙 개념은 그의 논문을 이해하고 확장할 수 있는 소수에게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 세대 동안 세상에서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종류의 재앙은, 진정으로 중요한 성취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들의 더미 속에서 묻혀버리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도 분명 반복되고 있을 것이다."
"현상 과정이 필요 없는 사진 방식이 가능해질 것인가? 사실 이는 이미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브래디가 남북전쟁을 촬영하던 시기에는 촬영 순간에 감광판이 마르지 않은 상태였어야 했다. 오늘날에는 촬영 이후 현상 과정에서만 젖어 있으면 된다. 그러나 미래에는 아예 이러한 습윤 과정 자체가 필요 없게 될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디아조 염료를 포함한 필름이 존재해왔으며, 이는 별도의 현상 과정 없이도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 즉, 카메라가 작동하는 순간 이미지가 생성되는 것이다. 암모니아 가스에 노출시키면 노출되지 않은 염료는 제거되고, 이미지는 빛 아래로 꺼내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이 과정은 느리지만, 누군가 이를 가속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한 이는 오늘날 사진 연구자들을 괴롭히고 있는 입자(grain)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카메라를 작동시키자마자 즉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면 매우 유용할 것이다."
"우리는 기록을 위해, 연필을 움직이거나 타자기를 두드린다. 그 다음에는 내용을 정리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이어지며, 이어서 복잡한 식자, 인쇄, 배포의 절차가 뒤따른다. 이 과정의 첫 단계를 생각해보자. 미래의 저자는 더 이상 손으로 쓰거나 타자기를 사용하는 대신, 직접 말을 하며 기록하게 될까? 이미 우리는 간접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 속기사에게 말하거나 왁스 실린더에 녹음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그러나 원한다면 우리의 말이 곧바로 타이핑된 기록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은 이미 모두 갖추어져 있다. 필요한 것은 기존의 장치를 활용하고, 자신의 언어를 약간 변형하는 일뿐이다."
"그러나 데이터와 관찰을 수집하는 단계에서부터, 기존 기록 속에서 관련 자료를 추출하고, 새로운 내용을 공통의 기록 체계에 다시 삽입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성숙한 사유를 대신할 수 있는 기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창조적 사고와 본질적으로 반복적인 사고는 서로 다른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이미, 그리고 앞으로도 강력한 기계적 보조 수단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반복적인 사고 과정은 산술이나 통계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실, 우리가 정해진 논리적 절차에 따라 사실들을 결합하고 기록할 때마다, 사고의 창조적 측면은 데이터의 선택과 적용할 과정의 선택에만 관여하며, 그 이후의 처리 과정은 반복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은 기계에 맡기기에 적합한 영역이다. 그럼에도 산술을 넘어 이러한 방식으로 사고 과정을 기계화하려는 시도는, 실제로 가능했던 것에 비해 그리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주로 경제적 조건 때문이었다. 비즈니스의 요구와 그에 따른 분명한 시장이 존재하면서, 생산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자마자 대량 생산된 산술 기계의 등장을 촉진했다."
"이로써 우리는 아이디어를 다루고 그것을 기록에 삽입하는 문제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논의만 놓고 보면,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된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기록을 엄청나게 확장할 수 있게 되었지만, 현재의 규모조차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과학 연구를 위한 데이터 추출을 넘어, 인간이 축적된 지식을 통해 어떻게 이익을 얻는가라는 전반적인 과정과 직결되어 있다. 활용의 핵심 행위는 선택이며,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분명히 정체되어 있다. 수많은 훌륭한 사유와 그것이 기반하고 있는 경험의 기록들이 훌륭한 건축적 형식을 갖춘 돌벽 안에 보관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만약 연구자가 부지런한 탐색을 통해 일주일에 하나 정도밖에 접근할 수 없다면 그의 종합적 사유는 현재의 흐름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의 정신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그것은 연상에 의해 작동한다. 하나의 항목을 붙잡으면, 사고의 연관성에 따라 다음 항목으로 즉각적으로 도약한다. 이는 뇌의 세포들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경로망에 의해 이루어진다. 물론 다른 특성들도 있다. 자주 사용되지 않는 경로는 사라지기 쉽고, 기억은 완전히 고정된 것이 아니며, 일시적인 성격을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작용의 속도, 경로의 복잡성, 그리고 정신적 이미지의 정교함은 자연 속 그 어떤 것과 비교해도 경이로울 정도이다."
"개인용 장치로서의 미래의 기기를 하나 상상해보자. 그것은 일종의 기계화된 개인 파일이자 도서관이다. 이름이 필요하니, 임의로 하나를 만들어보자면 ‘메멕스(memex)’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메멕스란 개인이 자신의 모든 책, 기록, 통신을 저장하는 장치이며, 매우 빠르고 유연한 방식으로 이를 참조할 수 있도록 기계화된 시스템이다. 이는 인간의 기억을 확장하는, 밀접하게 결합된 보조 장치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로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몇 년 후, 그는 친구와 대화하다가 사람들이 어떻게 중요한 혁신을 거부하는가라는 기묘한 문제를 논의한다. 그리고 그는 하나의 사례를 떠올린다. 사거리에서 열세에 있던 유럽인들이 터키식 활을 채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그는 이에 관한 경로를 이미 만들어두었다.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코드북이 나타나고, 몇 개의 키를 입력하면 해당 경로의 시작이 화면에 투사된다. 레버를 조작하면 그는 그 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흥미로운 지점에서 멈추거나 다른 분기 경로로 빠져나갈 수 있다. 이는 대화에 적절한, 흥미로운 경로이다. 그래서 그는 재생 장치를 작동시켜 그 경로 전체를 촬영해 복제하고, 그것을 친구에게 건네 친구의 메멕스에 삽입하도록 한다. 그곳에서 이 경로는 더 큰 맥락의 다른 경로들과 다시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