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좋은 이웃》 도록을 배포합니다. 온라인에서 책을 구입하시는 분들 가운데 필요하신 분은 따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전시 《좋은 이웃》의 도록은 안민혜 큐레이터의 전시 소개와 작가 별 작품 설명을 포함하며, 참여 작가 7인의 작품 이미지가 포스터이자 삽도(揷圖)로 기능한다. 감상자는 미술사학자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 1866~1929)의 좋은 이웃의 법칙처럼, 낱장의 글과 이미지 묶음을 원하는 순서와 연결의미로 배치하여 보관할 수 있다.
디자인: 홍은주, 김형재
글: 안민혜
《좋은 이웃》¹ 은 하나의 주제로 기획된 전시가 아닌, 각 작가의 역량을 선보이고 그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기위해 마련된 전시다.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일곱 명의 작가는, 다양한 매체와 주제를 다루며 자신들만의 개성 있는작업 세계를 펼쳐나가고 있다. 그렇기에 하나의 프레임에 맞춰 작품들을 엮어내기보다는 각각의 작가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기획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전시를 준비하였다. 그럼에도 이들이 딛고 있는 배경의 공통점이 있으므로 – 최근에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 작가들이 공유하고 있는 정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이 전시에서는 그것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 설명하지는 않을 것이며, 소개되는 작품들의 순서나 전시 배치에도 특별한 의도가 없음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다. 하나의 큰 공간이라 생각하시고,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며 감상하시되 어렴풋한 공통의 정서를 짐작하며
나름의 순서와 분류를 만들어 보시기를 제안드린다.
혹여나 이러한 제안이 낯설지 모르는 당신을 위해, 몇 가지의 예시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당신은 이한나, 임다울, 조완준을 묶어 소외된 것들의 언어와 보편적인 인간성에 대한 물음을 떠올려 볼 수도 있을 것이며, 김지현, 문유소, 이종환, 임다울을 경유하여 이미지와 그 몸체의 관계를 짐작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신이채와 이종환의 ‘찍어냄’이 어떻게 작가와 작품 사이의 거리 두기 방식을 취하고 있는지를 관찰하거나, 문유소, 신이채, 이한나, 조완준을 통해 회화 자체의 감상에 깊게 머무르면서 그들이 자신 앞에 놓인 물질을 어떻게 응시하고 대면하며 그려나가고 있는지를 발견할 수도 있다. 또한 김지현, 신이채, 이종환의 연속되는 이미지들 사이의 흐름과 연결, 차이와 변화를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고, 내가 미처 떠올리지 못한 당신과 연관된 어떤 감수성이 작품들을 묶어내게 할 수도 있다.
하나의 전시는 이처럼, 아니 이 외의 순서와 묶음으로 확장되어 뻗어나갈 수 있으며 그 흐름에서 탈락되거나 경계에 머물게 되는 작품에 대한 사유 역시 무의미하지 않다.-
¹ 전시명 《좋은 이웃》은 독일 미술사학자 아비 바르부르크가 직접 고안한 도서 분류 체계인 ‘좋은 이웃의 법칙’에서 빌려 온 표현이다. 그는 자신이 수집한 책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면서 이 체계에 따라 책을 배치했다고 한다. 이는 서로 이웃하여 있는 책들의 흐름을 따라 유동적으로 사유를 이어나가기 위한 것이었다. “바르부르크는 도서관을 ‘문제 컬랙션’으로 여기고, 고정되지 않은 의미와 퍼포먼스가 시시각각 새로운 성좌를 이루는 유동적인 공간을 꾸려 나갔다.”
- 『도서관 환상들』(만일, 2021)
전시 《좋은 이웃》 도록을 배포합니다. 온라인에서 책을 구입하시는 분들 가운데 필요하신 분은 따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전시 《좋은 이웃》의 도록은 안민혜 큐레이터의 전시 소개와 작가 별 작품 설명을 포함하며, 참여 작가 7인의 작품 이미지가 포스터이자 삽도(揷圖)로 기능한다. 감상자는 미술사학자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 1866~1929)의 좋은 이웃의 법칙처럼, 낱장의 글과 이미지 묶음을 원하는 순서와 연결의미로 배치하여 보관할 수 있다.
디자인: 홍은주, 김형재
글: 안민혜
《좋은 이웃》¹ 은 하나의 주제로 기획된 전시가 아닌, 각 작가의 역량을 선보이고 그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기위해 마련된 전시다.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일곱 명의 작가는, 다양한 매체와 주제를 다루며 자신들만의 개성 있는작업 세계를 펼쳐나가고 있다. 그렇기에 하나의 프레임에 맞춰 작품들을 엮어내기보다는 각각의 작가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기획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전시를 준비하였다. 그럼에도 이들이 딛고 있는 배경의 공통점이 있으므로 – 최근에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 작가들이 공유하고 있는 정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이 전시에서는 그것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 설명하지는 않을 것이며, 소개되는 작품들의 순서나 전시 배치에도 특별한 의도가 없음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다. 하나의 큰 공간이라 생각하시고,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며 감상하시되 어렴풋한 공통의 정서를 짐작하며
나름의 순서와 분류를 만들어 보시기를 제안드린다.
혹여나 이러한 제안이 낯설지 모르는 당신을 위해, 몇 가지의 예시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당신은 이한나, 임다울, 조완준을 묶어 소외된 것들의 언어와 보편적인 인간성에 대한 물음을 떠올려 볼 수도 있을 것이며, 김지현, 문유소, 이종환, 임다울을 경유하여 이미지와 그 몸체의 관계를 짐작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신이채와 이종환의 ‘찍어냄’이 어떻게 작가와 작품 사이의 거리 두기 방식을 취하고 있는지를 관찰하거나, 문유소, 신이채, 이한나, 조완준을 통해 회화 자체의 감상에 깊게 머무르면서 그들이 자신 앞에 놓인 물질을 어떻게 응시하고 대면하며 그려나가고 있는지를 발견할 수도 있다. 또한 김지현, 신이채, 이종환의 연속되는 이미지들 사이의 흐름과 연결, 차이와 변화를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고, 내가 미처 떠올리지 못한 당신과 연관된 어떤 감수성이 작품들을 묶어내게 할 수도 있다.
하나의 전시는 이처럼, 아니 이 외의 순서와 묶음으로 확장되어 뻗어나갈 수 있으며 그 흐름에서 탈락되거나 경계에 머물게 되는 작품에 대한 사유 역시 무의미하지 않다.-
¹ 전시명 《좋은 이웃》은 독일 미술사학자 아비 바르부르크가 직접 고안한 도서 분류 체계인 ‘좋은 이웃의 법칙’에서 빌려 온 표현이다. 그는 자신이 수집한 책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면서 이 체계에 따라 책을 배치했다고 한다. 이는 서로 이웃하여 있는 책들의 흐름을 따라 유동적으로 사유를 이어나가기 위한 것이었다. “바르부르크는 도서관을 ‘문제 컬랙션’으로 여기고, 고정되지 않은 의미와 퍼포먼스가 시시각각 새로운 성좌를 이루는 유동적인 공간을 꾸려 나갔다.”
- 『도서관 환상들』(만일,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