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News]알라딘 북펀드 <시급하지만 인기는 없는 문제: 예술, 언어, 이론>

https://www.aladin.co.kr/m/bookfund/view.aspx?pid=1767

미디어버스 신간으로 기획 1과 함께 만든 <시급하지만 인기는 없는 문제: 예술, 언어, 이론>의 알라딘 북펀딩을 시작합니다. 이동휘와 이여로가 썼고 인현진이 디자인 했습니다. 앞으로 기획 1과 미디어버스가 콜론이라는 이름의 총서를 계속 기획해서 출간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알라딘 북펀드에도 관심 부탁드려요! 책 소개를 아래에 붙입니다.


시급하지만 인기는 없는 문제: 예술·언어·이론

저자: 이여로, 이동휘
출판사: 미디어버스 

크기: 120x180mm
페이지수: 208
디자인: 인현진
ISBN: 979-11-90434-33-1 (94600)
세트 ISBN 979-11-90434-32-4 (94600)
금액: 15,000원


책 소개

예술은 어렵고, 예술에 대한 말들은 더 어렵다.
…정말? 

이 책은 예술, 언어, 이론이 어렵다는 인상에서 시작한다. 책을 읽다 내뱉게 되는 ‘어렵다’는 개인의 불평이나 노력 부족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이 ‘어려움’을 미학 연구자 이동휘는 ‘열심히 공부해서 극복하자’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 말에 머물러 ‘왜 어려운 것인지’, ‘어려우면 어쩌자는 것인지’ 등을 질문한다. 그리고 ‘어려움에 대해서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한편 작가 이여로는 이동휘의 제안을 한 번 더 짚고 넘어간다. 지금 우리가 ‘어렵다’고 말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이여로는 이미 예술평론이라는 걸 써왔음에도 ‘내가 쓴 글들은 뭐고 내가 말한 것들은 뭘까’라는 궁금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여로는 이론이나 평론이 아니라 생각에서, 회화나 그림이 아니라 낙서에서, 음악이 아니라 소리를 같이 들어보는 활동으로 자신의 글을 시작한다.

그러니 예술도 언어도 이론도 잘 모르겠고 관심조차 없어도, 이 책은 읽는 데 지장이 없다. 바로 두 저자가 그런 ‘잘 모르겠는데’의 상태에서 함께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두 저자의 새로운 예술, 언어, 이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에 대해 각자가 어떻게 생각해볼 수 있을지, 나아가 어떻게 그것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을지, 아이들이 손에 잡히는 물건을 뜯어 보듯 세 단어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며 고민의 과정과 방법을 제시한다.


시급하지만 인기는 없는 문제

그런데 이렇게 단순한 질문, 단순한 활동은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 어떤 예술작품을 즐기고, 어떤 예술이론을 공부하고, 어떤 예술작품을 만드는, 그런 활동과 교육들이 제도나 일상의 안팎에서 내내 활발했던 것에 비하면, 인기가 없는 문제다. 그러나 초보자, 학생, 아마추어가 교육을 받으면 언젠가 전문가로 성장해 제대로 말할 수 있게 된다는 생각은 여러모로 난감하다. 우리는 이미 예술에 대한 인상을 짧게라도 주고받고, 일상에서 간단한 손재주라도 부린다. 그런데 왜 어떤 말은 예술이론이고, 어떤 말은 개인의 생각일까? 왜 누구의 손재주는 미학적, 주체적 실천이고 누구의 손재주는 그저 애들 장난일까? 이러한 구별의 기준은 대개 암묵적이고 관행적이어서 명확한 이유가 별로 없다. 특히나 이론이나 언어가 예술과만 함께하는 것도 아니다. 일상의 지식과 실천들 역시 이론과 언어에 관계하고 의존하고 있음에도 그 기준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그러한 관행과 제도에 접근할 수 없는 우리들 대부분은 초보자, 학생, 아마추어로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시급한 문제이기도 하다.


예술을 통해서 생각해보기

이 책은 언어와 이론의 문제를 무엇보다 예술을 통해서 생각해본다. 책의 결론을 미리 밝히면, 의외로 이론이나 언어는 책이나 선생님을 통해 학습 받는 고정된 체계가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자율적인 체계다. 각자의 직관을 재료 삼아 단순한 조작과 방법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에서 우리는 바로 그렇게 만들어지는 체계를 관찰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예술을 참조해 어떻게 자신의 이론하기를 통해 독립된 언어에 이르는지 밝혀 낸다. 그래서 일상성을 일상적이라고, 단순함을 단순하다고 무시할 게 아니라, 그곳이야말로 각자에게 정당한 시작의 자리임을 밝힘으로써 우리는 작지만 결정적인 권한을 갖게 된다.


총서 콜론: 이어진 것을 끊고 새로운 의미로

『시급하지만 인기는 없는 문제: 예술·언어·이론』으로 시작하는 총서 콜론은 전문서와 대중서라는 구분을 가로질러 새로운 저자, 독자와 함께 총서를 만들어 나간다. 심리치료, 음악학, 커피, 시론 등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주제들로 이어질 총서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쉬운 정보나 감상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 분야의 핵심을 이루는 질문을 던지고 함께 답해갈 수 있도록 이론적 도구를 제공한다. 이를통해 우리는 단순함에서 복잡함으로, 일상성에서 전문성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이해하고 체험할 것이다.


책 요약

1. 예술이론은 좀 어렵다. 이는 ‘그것이 정말인지 아닌지를 독자가 당장 알 수가 없음’을 말한다. 우리는 예술이론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보다 ‘어려운 예술이론’ 자체를 생각해보는 데 관심이 있다.

2. 예술은 사적이다. 따라서 감상자 각자가 예술이라는 게임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이러한 예술작품성은 개인의 해석적 의지와 역량 외부에서 규정되지 않는다.

3. 예술에는 좋아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걸 예술을 해야만 얻을 수 있을까? 예술의 의미가 아니라 예술에서 의미가 생성되는 과정을 되짚어 본다. 우리는 혼란한 생각과 감각이 하나의 언어로 체계화되는 과정에서 그것을 경험한다. 

4. 우리는 예술에 대하여 말한다. 예술과 개념이라는 말은 멀게 들리지만, 개념은 다만 생각의 단위일 뿐이다. 따라서 예술에 대해 일상적으로 하는 말과 생각도 사실은 개념적 판단이고 예술은 언제나 개념을 통해 말한다.

5. 예술 작품이라 우리가 부르는 것은 문자 없는 언어의 한 종류다. 춤추기와 낙서하기를 통해 언어에 이르는 더 구체적이고 단순한 방법을 배워본다. 그것은 정돈하며 지향하는 이중 동작, 그리고 물질과 관념을 연결 짓는 기호 생성이다. 

6. 예술에 대한 어떤 말이나 글을 예술이론이라고 부를만한 예술이론성의 척도는 어디서 찾아야하나? 바로 언어이다. 예술이론은 이론이기 이전에 말이고 글이다.

7. 이론은 낯설고 전문적인 것으로 들리지만 사실 일상적으로 누구나 조금씩 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론은 설명이고 설명은 ‘왜냐하면’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은 원인을 알고 결론을 내리는 게 아니라 일단 던지고 이유를 만든다는 점에서 자기생성적이다. 즉 언어에 이르는 더 구체적인 방법이다.

8. 예술이론성이 성립할 조건이란, 예술이론들의 언어를 ①배열에 포함한다, ②그리고 대조한다는 것이 전부이다. 내용의 정확성, 사실성, 박식함이 아니다.

9. 자기만의 언어를 갖추게 되면 모든 게 만족스럽게 끝날까? 하나의 언어는 다른 언어들을 만나며 끝없는 의사소통의 세계에 진입한다. 이것이 언어 이후의 삶이다. 

10. 공동 집필의 실제 과정을 스스로 기술하며 다음을 증명한다. 이론-텍스트의 내용이 그에 상응하는 이론가-텍스트의 형식을 언제나 보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론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규정할 때 이론가 역시 이론의 환경이자 매체로 포함시켜야 한다.


편집자의 말

이 책의 제목은 각자에게 다르게 읽힐 것 같습니다. 예술에 대한 전문적인 관심과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도 있고, 반대로 시급하지도 않은데 인기만 많은 문제라고 비판적으로 읽힐 지도 모릅니다. 전문 연구자의 길 바깥에서 처음 자신의 예술이론을 시도해본 이동휘나, 비전공자로 얼떨결에 예술평론과 창작을 시작한 이여로 두 저자에게는 ‘시급하지만 인기는 없는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예술을 통해 배운 것을 예술 아닌 것들에서도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든 이 책은, 모두 다른 각자의 시급한 문제에 다소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이 둘이서 쓴 책이라는 점을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습니다. 어떤 공저서는 서문에서 ‘우리는 이 책의 모든 문장을 한마음으로 함께 썼다.’고 밝힙니다. 그랬다면 보기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이 책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두 저자는 아주 유사한 동기와 열정에서 함께 출발해 사뭇 다른 층위와 방향으로 각자 나아갔습니다. 두 저자의 연구는 서로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일치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이따금 맞닿았다가도 완전히 빗나가고 심지어 불화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전형적입니다. 같이 한다는 건 대개 그런 것이니까요.


목차

1. 이토록 어려운 예술이론 (이동휘)

2. 예술은 사적이다 (이동휘)

3. 소리 연습: 예술이라 부르기 전에 (이여로)

4. 예술과 개념 (이동휘)

5. 문자 없는 언어: 예술 (이여로)

6. 예술이론, 예술이론성, 언어 (이동휘)

7. 생성의 기술: 이론 (이여로)

8. 배열 a [Array, petit,a] (이동휘)

9. 언어 이후의 삶 (이여로)

10. 독후감 혹은 코미디 (이동휘) 


저자 소개

이동휘

서울대학교 미학과와 동대학원에서 사회미학을 공부했고, 논문으로 「아도르노 반유대주의론의 감정적 토대」(美學)가 있다. 이후 「보잭 홀스맨과 할리우」(OFF)를 쓰고 「예술은 게임이다」를 옮기는 등 웹 여기저기서 예술이론 분야의 텍스트 작업을 해왔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일하며, 번역서  『게임: 행위성이라는 예술』(워크룸 프레스)이 출간 예정이다.
https://economic-writings.xyz


이여로

2019년부터 글과 책을 만들고 있다. 별 생각 없이 웹진에 올린 소설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활동 중이다. 아마추어리즘이라는 이론적 기반 위에서 비평과 창작을 이해하고 모임이나 기획 등으로 활동을 다원화하고 있다. 2019년 아티스트북 『긴 끈』을 만들고 2020년 한국문학 앤솔로지 『셋 이상이 모여』를 편집했으며 2021년 「아마추어리즘의 사회, 그리고 예술」 등의 평론을 썼다. 서점 고요서사와 함께 워크숍 《들뢰즈에 대한 것은 아닌》을 22년까지 진행한다.


책 속에서

영화 한줄평이 예술이론이라고 한다면(어떤 의미에서 예술이론인지는 이 글에서는 잠시 미뤄두자), 하여간 예술이론이 어렵다는 사실은 때로 예술이론 자체보다도 자주 회자된다. 그러니까 이론과 독자, 이론과 대중은 예술이론의 난이도를 두고 어떤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줄다리기는 예술이론의 전문연구 내에서도 일어난다. 20세기 들어 미학, 예술철학 내에서는 이 ‘어려움’,‘난해함’,‘자명하지 않음’ 등이 문제시되어 분석미학이라는 새로운 분과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분석미학에서는 일상적이고 명료한 말로 예술 현상을 해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6-17쪽, 이동진과 분석미학, 이동휘)


하지만 나는 누가 마련해둔 옳은 기준을 찾느라 불안 속을 걷고 싶지 않다. 또 그 불안을 피하기 위해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는 다수의 기준을 억지로 따르고 싶지도 않고, 반대로 판단의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나의 취향을 강제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나 자신의 감각과 해석에 동시에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적절하지 않은 판단을 (그것이 자신의 판단일지라도) 거부하는 동시에 이 ‘그냥’의 욕구를 관철하고 싶다. (56쪽, 감각의 기준, 이여로)

분류와 평가를 포함한 예술비평이 가능하려면, 예술이 어찌 생겨먹었건 간에 ‘예술이 어떤 개념을 다룬다’라는 개념적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한 영화가 ‘로맨스’영화로 분류되려면 그것이 ‘사랑을 다루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권리가 배부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75쪽, 예술과 개념, 이동휘)

아기나 외국인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 하는 사람들에게 말하려고 애쓰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화자는 청자가 아직 이해 못 한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청자가 자기 말을 이해하리라고 기대한다. 그럴 때에만 청자는 반복되는 특정한 소리를 무의미한 중얼거림이 아니라 언어 체계의 한 부분으로 가정하고, 분류하려는 목적과 의도 속에서만 그 음성에 실제로 의미를 부여할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한 가정을 통해 형식을 부여해 나가지 않으면 사물들은 결코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92쪽, 문자 없는 언어: 예술, 이여로)

당연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예술이론이 언어로 되어있다는 점을 좀 강조하고 싶다. 예술이론은 '대상(예술 제도)에 대해' 말하기 이전에 언제나 자기 자신의 말을 하고 있고, 그러니까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다. (111-112쪽, 예술이론의 의미와 특징, 이동휘)

설명이 뭘까? 이제는 기계적인 반복처럼 느껴지거나 어린아이가 끊임없이 "왜?"라고 묻는 것처럼 짜증이 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이는 어느 순간 물음을 중단하고 그냥 놀러 나간다. 우리도 이 물음(분석)과 놀러 가기(사용) 사이를 끊임없이 순환할 것이다. 분석의 정확성에 대한 가능한 광범위한 합의보다도, 그것이 자기 자신의 물음과 사용 속에서 발생할 때 발생하는 차이를 미세하게 느끼면서 뻗어갈 길을 감지해보자. (132쪽, 생성의 기술:이론, 이여로)

차이는 그 차이를 발견하는 자의 눈에 띄었기에 차이로서 존재한다. 그것은 어떤 것들이 다름을 느끼고 직접 콤마를 찍는 독자 주체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기에 그것은 글에 속하지도 않고 저자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 차이는 저자의 저작과 독자 사이에 있다. 굳이 따지면 오히려 독자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렇다면 언어와 언어 사이의 차이를 독자가 ‘자의적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일까? (이 질문의 혀끝에 맴도는 우려와 조바심이 거슬려서라도) 나는 ‘그렇다’라고 하겠다. 배열 사이사이에 콤마를 찍은 건 배열을 작성하는 독자 자신이다. 왜 찍었나? 찍을 수 있어서 찍었다. 언어를 듣고 읽는 이만이 특권처럼 휘두를 수 있는 전능함, 흉폭함. (163-164쪽, 배열 a[Array, petit, a], 이동휘)

그러나 무엇을 기호로 삼건 구별 짓기와 관계 짓기가 언어화의 전부임을 알게 되자, 지금까지 나 자신이 구별하지 않았던 사물들, 기껏해야 취향을 반영하는 기호嗜好물에 그쳤던 커피 한잔도 그 제작자가 특정한 목적에 따라 의미를 재분배하고 그 과정에서 상호작용했던 다수의 대상과 변수의 관계를 상상함으로써 그것을 기호記號로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 (176쪽, 언어 이후의 삶, 이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