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원에 대하여 - 신신 인터뷰

우선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2014년부터 신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둘이 함께 작업하는 경우에는 신신을, 독립적으로 활동할 때에는 각자의 이름을 사용합니다. 신해옥은 책을 구조로 삼아 텍스트, 이미지, 페이지를 서로 교차시키며 직조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관계성에 주목하는 반면, 신동혁은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나 양식, 관습, 전통, 이론 따위를 재료 삼아서 ‘지금, 여기’라는 맥락에 걸맞는 결과물로 갱신해 내는 방식을 고안하는데 관심이 많습니다. 큐레이터, 에디터, 작가들을 비롯한 여러 문화·예술기관 및 단체와 협업하며 책, 도록, 포스터, 전시 아이덴티티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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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Hwawon을 미디어버스의 임프린트라고 소개하고 있다. 미디어버스와 협업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그리고 독립된 브랜드, 혹은 정체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화원에 대한 소개도 함께 부탁한다. 

미디어버스와는 일을 시작했던 2010년 초기부터 현재까지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로서, 협업자로서, 작가와 기획자로서 등 다양한 역할관계를 수행하며 많은 경험과 성취를 공유해왔습니다. 함께 프로젝트 그룹으로 전시에 참여하기도 하고, 미디어버스의 기획으로 신신의 첫 번째 개인전을 진행했고, 신신이 디자인한 다양한 작가분들의 도록을 미디어버스가 발행해왔지요. 전부터 신신의 관심사가 적극 반영된 동시대 매체이자 디자인실천을 확장하는 방법론으로써 꾸준히 책을 차곡차곡 만들어 한 데 늘어놓아 보고 싶은 욕망이 생겨 그것이 점점 커져 왔습니다. 현재까지의 협업관계 모델에 덧붙여 미디어버스의 임프린트로 화원을 가꾸어 보겠다는 제안을 드렸고, 그렇게 2020년 말 화원Hwawon이 만들어져 현재까지 2권의 책을 발행했습니다. 다음은 화원에 대한 간단한 소개입니다.

화원은 미디어버스의 임프린트입니다. 화원은 디자인 방법론이 구조와 물성을 지닌 사물로 이어지는 디자인의 수행적 실천에 주목합니다. 화원의 첫 번째 총서인 Gathering Flowers는 『개별꽃』을 시작으로 언어와 이미지로 구조를 깁고 그를 연속된 페이지로 묶어냅니다.

디자이너로써 출판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경우만 해도 워크룸프레스나 스펙터북스, 6699프레스 등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성격의 책을 선보이고 있다. 신신은 책 작업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경향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이러한 씬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화원의 첫 번째 책인 『개별꽃』에 실린 구정연의 “특정한 읽기의 조건 만들기"에서 필자는 울리세스 카리온의 새로운 예술에 대한 개념을 언급하며 “아티스트 북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책의 형식을 제약하거나 제안하는 것 외에, 그 형식을 통해 특정한 읽기의 행위를 추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읽기의 조건과 책의 구조를 매번 다르게 갱신하고 재발명하는 일이야말로 디자이너에게 최적화된 고유의 실천이다. 다른 독해를 가능하게 만드는 책의 구조가 세워지는 순간, 우리는 책의 총체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바로 그곳이 그래픽 디자이너의 고유한 수행성이 발휘되는 장소”라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디자이너가 책을 만들고 스스로 출판을 하는 것은 디자인이라는 행위의 범위가 자연스럽게 확장된 것이자 그를 통해 새로운 역할의 창작물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가 만든 낯선 구조를 가진 책을 통해 새롭고 특정한 방식의 읽기를 창조할 수 있다는 점은 책이라는 오래된 매체를 기존의 오래된 예술에서 벗어나 현재의 방식으로 갱신하는 매력적인 일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존재하는 수많은 책 가운데서 낯설게 작동하는 다양한 책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클라이언트 잡으로 책을 디자인하는 것과 임프린트 퍼블리셔로써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고 디자인, 제작하는 것은 다른 문제일 것이다. 이 둘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하는지 궁금하다. 

작년 11월에 진행했던 «Gathering Flowers» 프로젝트에서 중요했던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을 단순히 어떤 프로젝트의 매개자가 아니라, 생산자이자 편집자적 태도를 지닌 저자로 봤던 건데요, 그래서 디자이너가 시작한 무언가로부터 출발하고 이 타래의 마지막 바늘땀을 맺을 협업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이를 책의 종류로는 선집에 비유했고, 그 언어의 어원을 쫓아가 “(신중하게) 꽃을 모으는”이라는 프로젝트의 제목으로 디자이너를 작업자이자 저자로서 바라보는 프로젝트의 접근과 태도를 은유하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처럼 디자이너는 작업자로서 혹은 편집자로서 구조를 짓고, 시각적 사고를 가진 저자로서 시각물을 통해 새로운 의미와 경험을 생산해 내게되는데, 화원에서 만드는 책은 디자인의 이러한 수행적 실천을 보다 적극적으로 강조하고자 합니다.

작년에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서 우리 사회가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 신신의 디자인 실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돌이켜보면, 우리는 팬데믹 전에도 큰 목표를 두고 활동을 이어왔다기보다는 당시의 관심사를 작업에 접목해 보면서 소소한 성취를 누려왔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팬데믹으로 인한 예측불가능한 상황에서는 더욱 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관심사를 바탕에 둔 활동을 미루지 않고 실천해 나가보려고 합니다.


화원에서 지금까지 두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들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기획 의도와 편집 방향, 디자인 의도 같은 것을 알려주면 좋겠다. 

첫 번째 책은 위에서 설명한 «Gathering Flowers»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출판한 『개별꽃』이라는 책입니다. 이는 책의 초반에 수록된 신해옥의 글 모음 「개별꽃」을 비롯하여 이를 건네어 받은 협업자 린다 판되르선(Linda Van Deursen), 김뉘연, 구정연의 글이 이어지며 그 개념을 확장하고 디자인의 구조적, 수행적 측면 등 주요한 관점을 살핍니다.

두 번째 책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1층 아트존에 자리잡고 있는 미술책방으로부터 협업을 제안받고 공간 그래픽 작업과 그 과정을 기록한 출판물입니다. 미술책방이 물리적인 인쇄물을 취급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책을 둘러싼 다양한 공간(유리창과 바닥 등)에 인쇄물을 위한 교정 표시들을 설치했습니다. “교정 표시, 재단선 표시, 맞춰찍기 표시, 망점, 색상 막대로 구성된 각종 그래픽은 책방에 놓여진 인쇄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본연의 임무를 마치고 사라졌을 테지만, 다시 그 요소들을 공간에 불러온다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라는 질문의 답으로써 완성된 설치물이었습니다. 그리고 공간에 설치된 다양한 교정용 그래픽을 사진가 박성수와 함께 사진으로 기록했고, 그 사진들을 모아 다시 인쇄물(사진책)으로 완성되어  『미술책방×신신×박성수: 윈도우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위의 이미지를 클릭하면 책의 상세페이지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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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알려달라. 화원과 신신 둘 다. 

특별한 계획은 늘 그렇듯 없습니다. 의무감에 책을 만들기 위해 만든 게 아니라, 어느 시점에 유효하다고 생각되는 기획과 컨텐츠를 만났을 때 추진력을 높이고 싶은 것이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굳이 미리 예상해보자면 올해부터 내년까지 대략 1~2권의 책이 더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아니, 그럴 수 있길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