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게 요시하루,야마시타 유지 (지은이)
한윤아 (옮긴이)
타이그레스온페이퍼
2022-08-20
256쪽 / 148*201mm
ISBN : 9791197283215
목차
(만화 목차)
1. 나사식
2. 바깥의 팽창
3. 붉은 꽃
4. 겐센칸 주인
(작가연구 목차)
역자 서문:
나사와 검은 물, 쓰게 요시하루를 읽는 몇 가지 말
1. 대화:
꿈, 리얼리즘, 무의미를 찾아서
2. Q&A 작가론:
미술평론가의 쓰게 요시하루 입문
3. 만화 연보:
기적의 2년, 『가로』 1967-1968
4. 만화 연대기:
쓰게 요시하루에 의한 쓰게 요시하루
5. 화보:
이미지로 보는 빈곤여행기
6. 기고:
쓰게 요시하루와 나의 장소들
다마강에서 쓰게를 마주치고 싶다-이누이 아키토
「야나기야 주인」에게 한눈에 반하다-히가시무라 아키코
환상과 리얼리즘을 오가는 만화가 쓰게 요시하루,
일본 고도경제성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나사와 검은 물
- 쓰게 요시하루 만화집, 작가 연구』
일본 예술 만화의 거장 쓰게 요시하루(1937-)의 만화가 2022년 8월 출간되었다.『나사와 검은 물-쓰게 요시하루 만화집, 작가 연구』에는 쓰게 요시하루 대표작 「나사식」(1968)을 비롯, 「바깥의 팽창」(1968), 「붉은 꽃」(1967), 「겐센칸 주인」(1968) 등 단편 만화 4편이 작가가 제공한 원화로 실려 있다. 본서는 단편 만화집이면서 작가 연구서이다. 작가 연구는 미술평론가 야마시타 유지가 기획, 집필했다. 야마시타 유지는 10대에 만난 쓰게 요시하루를 최고의 만화가로 손꼽으며, 이번 책을 기획했다.
「나사식」은 1968년 만화 잡지 『월간 만화 가로』에 처음 발표된 작품이다. 한 소년이 (메메)해파리에 물려 혈관이 드러난 한쪽 팔을 붙잡고 바다에서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강렬하다. 간절하게 의사를 찾는 소년의 여정은 기이하기 그지없는 장소와 사건의 연속이다. 「나사식」은 이러한 초현실주의적 면모 때문에 그때까지 만화사를 통틀어 가장 특이한 작품으로 회자되었고, 이후 수많은 인용과 패러디의 원형이 되었다. 1998년엔 이시이 데루오(石井輝男) 감독이 아사노 다다노부 주연의 영화로 만들었는데, 2006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네지시키>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쓰게 요시하루가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까지 활발하게 훌륭한 작품을 쏟아낼 수 있었던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당시, 전후 일본 사회의 급격한 경제 성장의 명암이 교차했다. 동시에 1968년 전후의 전 세계적인 청년 문화와 공명하며, 젊은이들은 이전 제국주의 세력과의 단절,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고 다른 문화를 갈망했다. 이와 동시에 만화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분다. 이 때 등장한 만화 잡지『가로』는 작가들을 위한 편집 방향을 내세우며 예술 만화의 싹을 띄우게 되며, 쓰게와 같은 작가들이 지면에 대거 나타날 수 있었다.
본서는 쓰게 요시하루의 주요 만화 작품의 이미지 자료 및 『가로』의 자료를 실었다. 야마시타 유지가 진행한 쓰게 요시하루 인터뷰 및 작가 입문도 만날 수 있다. 쓰게는 일본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는데, 이 책에는 쓰게 요시하루가 제공한 여행 사진과 여행기, 직접 그린 지도 등 다양한 도판과 관련 자료가 수록되었다.
『나사와 검은 물』, 뒤늦게 도착한 쓰게 요시하루
2020년 프랑스의 국제만화페스티벌이 열리는 앙굴렘에서 쓰게 요시하루 공로상을 받았다. 이때 쓰게 요시하루 특별전을 기획한 큐레이터 자비에 기베르는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프랑스 영화에 장 뤽 고다르가 있다면
일본 만화에는 쓰게 요시하루가 있다“
20세기의 일본 만화가를 프랑스 영화의 혁신을 만들어낸 감독 장 뤽 고다르로 비유한다. 쓰게 요시하루는 일본 만화의 혁신을 만든 작가라 부를 수 있으니 그런 표현도 어울린다. 2022년 한국의 우리에게 소개한다면, 배우 윤여정의 데뷔작이기도 한 <하녀> 등을 만든 김기영 감독과 닮았다고 할 것이다. 또 꿈이나 뒤틀린 환상을 다룬다는 점에서 <트윈 픽스>,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만든 미국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도 떠오른다.
쓰게 요시하루는 우리에게 낯선 이름이다. 1937년생, 노년의 은퇴한 작가이며 은둔형의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일본 바깥으로 번역되어 출간된 저작이 거의 없었고, 1987년 이후엔 신작을 발표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2020년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 공로상에 해당하는 '포브 도뇌르'를 수상한 후 그의 만화는 국제적으로도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2020년 이후 북미와 유럽에서 쓰게의 작품이 출간되고 있는데, 모두 그의 판권을 10년 이상 기다렸다고 하는 소회를 밝힌다. 『나사와 검은 물』도 한국에서 처음 정식 발간되는 쓰게 요시하루 단행본이다.
쓰게 요시하루의 작품을 21세기에 다시 읽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노년의 거장을 소개하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작품은 현재 사회와도 공명한다. 세계를 통일되게 파악하는 근대적 주체를 의심하고, 성장하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관계를 회피하고 해체하려고 했던 쓰게의 작품은 먼저 본 21세기의 비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면이 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아직 발견되지 못한 만화 문화의 빈 곳, 뒤늦게 도착한 실재의 재현을 지금의 이미지와 겹쳐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타이그레스 온 페이퍼 '동아시아 시각문화' 시리즈는 동아시아의 미술 및 서브컬처, 도상 등 이미지에 관한 문화 연구과 예술 실천을 다루는 책을 기획 출간할 예정이다.
만화 작품 소개
「나사식」 (1968) 어느 바닷가에서 (메메)해파리에 팔을 물려 혈관이 절단된 소년이 등장한다. 소년은 의사를 찾아 나서지만, 이상한 인물들과 잇달아 마주치며 기이한 공간 속을 맴돈다. 1964년 창간한 『월간 만화 가로』에서 주목받던 쓰게 요시하루의 작품만 모아 ‘임시증간호-쓰게 요시하루 특집’이 발행되고 이 작품은 이때 발표되었다. 발표 후 만화계는 물론, 시인, 소설가, 미술 작가, 연극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과 새로운 세계를 열망하던 대학생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기념비적 작품이 되었다.
「바깥의 팽창」(1968) 쓰게 요시하루는 ‘바깥 세계’라고 하는 물질이 침입해 자신을 소멸시킬지 모른다는 꿈을 자주 꾸었다고 하고, 이를 주제로 몇 편의 만화를 그렸다.
「붉은 꽃」(1967)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하느라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는 시골 소녀와 말썽꾸러기 소년을 도시에서 온 여행자가 지켜본다. 소년은 공생 관계인 소녀를 괴롭히며 한편 연민하고 있지만, 소녀는 초경과 함께 다른 시간에 들어선다. 군인 모자를 쓴 소년은 마치 과거 일본의 잔여물로 보이기도 한다.
「겐센칸 주인」(1968) 오래된 온천 마을에 들어선 마을 여행자는 마을 할머니에게 자신과 닮은 앞선 여행자와 겐센칸 여관의 여주인 이야기를 듣는다. 여행자는 겐센칸으로 가보려 하고, 할머니들은 두 남자의 만남을 극구 말린다. 여행자는 거센 비바람 속에서 겐센칸으로 들어선다.
책속에서
P. 27 꿈은 잠들어야 꾸니까 깨어 있을 때의 자신이 사라진 무아의 상태지요. 그러면 글자 그대로 ‘무아몽중'이 되어 꿈속의 상황을 대상화하거나 의미나 해석을 부여할 여유가 없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근본에서부터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강렬한 현실감을 느끼게 됩니다. 대상화할 수 없으면 모든 것은 의미 없이 있는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 무의미성에 직면하여 감응함으로써 리얼리티가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쓰게 요시하루 대화 중에서)
P. 101 도호쿠 지방으로 갈 때는 온천, 서쪽에는 촌스러운 온천이 없기 때문에 오래된 가도, 역참, 민가 등을 염두에 두고 가게 됩니다…(중략)…온천 붐이 일고 나니 오히려 흥미가 없어져서, 오히려 외진 광천 쪽에 끌리게 되었습니다. 나의 경우엔 온천의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어요. 온천 그 자체의 가난하고 초라한 모습에 매료되어 있었죠. 그런데 온천 붐에 의해 점점 그런 모습은 없어져 버렸습니다.(소멸하는 풍경의 지도, 쓰게 요시하루 여행기)
P. 152 기술적인 부분을 말하자면 쓰게 작가는 눈을 그리는 방법이 또 멋집니다. 만화에서 눈 내리는 장면은 사람마다 다르게 그립니다. 「혼야라도 축제의 벤 씨」의 이 장면은, 내리고 있는 눈을 인물과 겹치는 부분밖에 그리지 않았어요. 컷 전체에 망을 깔고, 거기만 하얗게 뽑아냈습니다. 단지 이 정도의 작업량으로 샤삭하고 그려내어 소복소복 눈이 내리는 심야의 설원이라는 느낌을 만들어 냅니다.(히가시무라 아키코, 「야나기야 주인」에게 한눈에 반하다)
작가 소개
쓰게 요시하루 つげ義春
만화가. 1937년생. 도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 후 도금 공장 등에서 일하다 1954년 만화가로 데뷔했다. 대본만화를 거쳐,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월간만화 가로』에 만화사의 획기적인 작품들을 발표했다. 1987년 이후 신작은 내놓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은 새로운 세대의 팬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2020년 프랑스의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만화가에게 헌정하는 공로상에 해당하는 ‘포브 도뇌르’를 수상하고, [실존없이 존재하기etre sans exister]라는 제목의 회고전을 진행했다.
야마시타 유지山下裕二
미술사가. 미술평론가. 메이지가쿠인대학 예술학과 교수. 1958년생. 히로시마에서 태어나 도쿄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주요 저서로 『무로마치 회화의 잔상』(2000), 『일본미술의 20세기』(2003) 등과 현대미술 작가 아카세가와 겐페이와 함께 활동한 대담집 『일본미술 응원단』(2000)이 있다.
역자. 한윤아
출판 및 시각예술기획자, 번역가. 전시, 프로그램, 책을 만든다. 일본문학과 영상이론(동아시아 영화연구)를 공부했다. 『확장하는 모더니티』 등 이와나미 총서 ‘근대 일본의 문화사’ 7권을 공역했고, 새로운 보편성을 창조하기(미디어버스, 2021) 등을 번역했다.
목차
(만화 목차)
1. 나사식
2. 바깥의 팽창
3. 붉은 꽃
4. 겐센칸 주인
(작가연구 목차)
역자 서문:
나사와 검은 물, 쓰게 요시하루를 읽는 몇 가지 말
1. 대화:
꿈, 리얼리즘, 무의미를 찾아서
2. Q&A 작가론:
미술평론가의 쓰게 요시하루 입문
3. 만화 연보:
기적의 2년, 『가로』 1967-1968
4. 만화 연대기:
쓰게 요시하루에 의한 쓰게 요시하루
5. 화보:
이미지로 보는 빈곤여행기
6. 기고:
쓰게 요시하루와 나의 장소들
다마강에서 쓰게를 마주치고 싶다-이누이 아키토
「야나기야 주인」에게 한눈에 반하다-히가시무라 아키코
환상과 리얼리즘을 오가는 만화가 쓰게 요시하루,
일본 고도경제성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나사와 검은 물
- 쓰게 요시하루 만화집, 작가 연구』
일본 예술 만화의 거장 쓰게 요시하루(1937-)의 만화가 2022년 8월 출간되었다.『나사와 검은 물-쓰게 요시하루 만화집, 작가 연구』에는 쓰게 요시하루 대표작 「나사식」(1968)을 비롯, 「바깥의 팽창」(1968), 「붉은 꽃」(1967), 「겐센칸 주인」(1968) 등 단편 만화 4편이 작가가 제공한 원화로 실려 있다. 본서는 단편 만화집이면서 작가 연구서이다. 작가 연구는 미술평론가 야마시타 유지가 기획, 집필했다. 야마시타 유지는 10대에 만난 쓰게 요시하루를 최고의 만화가로 손꼽으며, 이번 책을 기획했다.
「나사식」은 1968년 만화 잡지 『월간 만화 가로』에 처음 발표된 작품이다. 한 소년이 (메메)해파리에 물려 혈관이 드러난 한쪽 팔을 붙잡고 바다에서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강렬하다. 간절하게 의사를 찾는 소년의 여정은 기이하기 그지없는 장소와 사건의 연속이다. 「나사식」은 이러한 초현실주의적 면모 때문에 그때까지 만화사를 통틀어 가장 특이한 작품으로 회자되었고, 이후 수많은 인용과 패러디의 원형이 되었다. 1998년엔 이시이 데루오(石井輝男) 감독이 아사노 다다노부 주연의 영화로 만들었는데, 2006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네지시키>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쓰게 요시하루가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까지 활발하게 훌륭한 작품을 쏟아낼 수 있었던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당시, 전후 일본 사회의 급격한 경제 성장의 명암이 교차했다. 동시에 1968년 전후의 전 세계적인 청년 문화와 공명하며, 젊은이들은 이전 제국주의 세력과의 단절,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고 다른 문화를 갈망했다. 이와 동시에 만화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분다. 이 때 등장한 만화 잡지『가로』는 작가들을 위한 편집 방향을 내세우며 예술 만화의 싹을 띄우게 되며, 쓰게와 같은 작가들이 지면에 대거 나타날 수 있었다.
본서는 쓰게 요시하루의 주요 만화 작품의 이미지 자료 및 『가로』의 자료를 실었다. 야마시타 유지가 진행한 쓰게 요시하루 인터뷰 및 작가 입문도 만날 수 있다. 쓰게는 일본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는데, 이 책에는 쓰게 요시하루가 제공한 여행 사진과 여행기, 직접 그린 지도 등 다양한 도판과 관련 자료가 수록되었다.
『나사와 검은 물』, 뒤늦게 도착한 쓰게 요시하루
2020년 프랑스의 국제만화페스티벌이 열리는 앙굴렘에서 쓰게 요시하루 공로상을 받았다. 이때 쓰게 요시하루 특별전을 기획한 큐레이터 자비에 기베르는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프랑스 영화에 장 뤽 고다르가 있다면
일본 만화에는 쓰게 요시하루가 있다“
20세기의 일본 만화가를 프랑스 영화의 혁신을 만들어낸 감독 장 뤽 고다르로 비유한다. 쓰게 요시하루는 일본 만화의 혁신을 만든 작가라 부를 수 있으니 그런 표현도 어울린다. 2022년 한국의 우리에게 소개한다면, 배우 윤여정의 데뷔작이기도 한 <하녀> 등을 만든 김기영 감독과 닮았다고 할 것이다. 또 꿈이나 뒤틀린 환상을 다룬다는 점에서 <트윈 픽스>,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만든 미국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도 떠오른다.
쓰게 요시하루는 우리에게 낯선 이름이다. 1937년생, 노년의 은퇴한 작가이며 은둔형의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일본 바깥으로 번역되어 출간된 저작이 거의 없었고, 1987년 이후엔 신작을 발표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2020년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 공로상에 해당하는 '포브 도뇌르'를 수상한 후 그의 만화는 국제적으로도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2020년 이후 북미와 유럽에서 쓰게의 작품이 출간되고 있는데, 모두 그의 판권을 10년 이상 기다렸다고 하는 소회를 밝힌다. 『나사와 검은 물』도 한국에서 처음 정식 발간되는 쓰게 요시하루 단행본이다.
쓰게 요시하루의 작품을 21세기에 다시 읽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노년의 거장을 소개하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작품은 현재 사회와도 공명한다. 세계를 통일되게 파악하는 근대적 주체를 의심하고, 성장하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관계를 회피하고 해체하려고 했던 쓰게의 작품은 먼저 본 21세기의 비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면이 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아직 발견되지 못한 만화 문화의 빈 곳, 뒤늦게 도착한 실재의 재현을 지금의 이미지와 겹쳐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타이그레스 온 페이퍼 '동아시아 시각문화' 시리즈는 동아시아의 미술 및 서브컬처, 도상 등 이미지에 관한 문화 연구과 예술 실천을 다루는 책을 기획 출간할 예정이다.
만화 작품 소개
「나사식」 (1968) 어느 바닷가에서 (메메)해파리에 팔을 물려 혈관이 절단된 소년이 등장한다. 소년은 의사를 찾아 나서지만, 이상한 인물들과 잇달아 마주치며 기이한 공간 속을 맴돈다. 1964년 창간한 『월간 만화 가로』에서 주목받던 쓰게 요시하루의 작품만 모아 ‘임시증간호-쓰게 요시하루 특집’이 발행되고 이 작품은 이때 발표되었다. 발표 후 만화계는 물론, 시인, 소설가, 미술 작가, 연극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과 새로운 세계를 열망하던 대학생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기념비적 작품이 되었다.
「바깥의 팽창」(1968) 쓰게 요시하루는 ‘바깥 세계’라고 하는 물질이 침입해 자신을 소멸시킬지 모른다는 꿈을 자주 꾸었다고 하고, 이를 주제로 몇 편의 만화를 그렸다.
「붉은 꽃」(1967)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하느라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는 시골 소녀와 말썽꾸러기 소년을 도시에서 온 여행자가 지켜본다. 소년은 공생 관계인 소녀를 괴롭히며 한편 연민하고 있지만, 소녀는 초경과 함께 다른 시간에 들어선다. 군인 모자를 쓴 소년은 마치 과거 일본의 잔여물로 보이기도 한다.
「겐센칸 주인」(1968) 오래된 온천 마을에 들어선 마을 여행자는 마을 할머니에게 자신과 닮은 앞선 여행자와 겐센칸 여관의 여주인 이야기를 듣는다. 여행자는 겐센칸으로 가보려 하고, 할머니들은 두 남자의 만남을 극구 말린다. 여행자는 거센 비바람 속에서 겐센칸으로 들어선다.
책속에서
P. 27 꿈은 잠들어야 꾸니까 깨어 있을 때의 자신이 사라진 무아의 상태지요. 그러면 글자 그대로 ‘무아몽중'이 되어 꿈속의 상황을 대상화하거나 의미나 해석을 부여할 여유가 없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근본에서부터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강렬한 현실감을 느끼게 됩니다. 대상화할 수 없으면 모든 것은 의미 없이 있는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 무의미성에 직면하여 감응함으로써 리얼리티가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쓰게 요시하루 대화 중에서)
P. 101 도호쿠 지방으로 갈 때는 온천, 서쪽에는 촌스러운 온천이 없기 때문에 오래된 가도, 역참, 민가 등을 염두에 두고 가게 됩니다…(중략)…온천 붐이 일고 나니 오히려 흥미가 없어져서, 오히려 외진 광천 쪽에 끌리게 되었습니다. 나의 경우엔 온천의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어요. 온천 그 자체의 가난하고 초라한 모습에 매료되어 있었죠. 그런데 온천 붐에 의해 점점 그런 모습은 없어져 버렸습니다.(소멸하는 풍경의 지도, 쓰게 요시하루 여행기)
P. 152 기술적인 부분을 말하자면 쓰게 작가는 눈을 그리는 방법이 또 멋집니다. 만화에서 눈 내리는 장면은 사람마다 다르게 그립니다. 「혼야라도 축제의 벤 씨」의 이 장면은, 내리고 있는 눈을 인물과 겹치는 부분밖에 그리지 않았어요. 컷 전체에 망을 깔고, 거기만 하얗게 뽑아냈습니다. 단지 이 정도의 작업량으로 샤삭하고 그려내어 소복소복 눈이 내리는 심야의 설원이라는 느낌을 만들어 냅니다.(히가시무라 아키코, 「야나기야 주인」에게 한눈에 반하다)
작가 소개
쓰게 요시하루 つげ義春
만화가. 1937년생. 도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 후 도금 공장 등에서 일하다 1954년 만화가로 데뷔했다. 대본만화를 거쳐,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월간만화 가로』에 만화사의 획기적인 작품들을 발표했다. 1987년 이후 신작은 내놓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은 새로운 세대의 팬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2020년 프랑스의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만화가에게 헌정하는 공로상에 해당하는 ‘포브 도뇌르’를 수상하고, [실존없이 존재하기etre sans exister]라는 제목의 회고전을 진행했다.
야마시타 유지山下裕二
미술사가. 미술평론가. 메이지가쿠인대학 예술학과 교수. 1958년생. 히로시마에서 태어나 도쿄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주요 저서로 『무로마치 회화의 잔상』(2000), 『일본미술의 20세기』(2003) 등과 현대미술 작가 아카세가와 겐페이와 함께 활동한 대담집 『일본미술 응원단』(2000)이 있다.
역자. 한윤아
출판 및 시각예술기획자, 번역가. 전시, 프로그램, 책을 만든다. 일본문학과 영상이론(동아시아 영화연구)를 공부했다. 『확장하는 모더니티』 등 이와나미 총서 ‘근대 일본의 문화사’ 7권을 공역했고, 새로운 보편성을 창조하기(미디어버스, 2021) 등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