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출판사: 미디어버스
옮긴이: 이계성
발행일: 2023년 9월 30일
크기: 105 x 160mm
페이지수: 328
디자인: 워크룸
ISBN: 979-11-90434-48-5 (02600)
책 소개
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인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이 책은 2023년 5월 방콕 시티시티 갤러리에서 있었던 동명의 전시의 일환으로 발행되었다. 아핏차퐁은 영화작가로써 경력을 시작하고 자신의 삶을 기록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미지와 영상 푸티지를 수집했고, 이것을 기반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MIT 미디어 연구소의 팻 파타라누타폰의 도움을 받아 오픈AI의 GPT-3 모델을 사용해 만들어낸 대화로 채워져 있다.
태양과의 일상적인 대화로 시작하지만 곧 크리슈나무르티, 달리, 아서 C. 클라크, 틸다 스윈튼, 늑대에게 길러진 이름 모를 인도 소녀 등 다양한 (가상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며 환상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주제를 던지며 서로 대화를 이어간다. 하지만 이 모든 대화는 작가인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이 GPT-3에게 부여한 프롬프트가 생성해낸 것이다. 이 책은 아핏차퐁이라는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화를 독자에게 들려주지만, 동시에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키고 통제하며 서사와 구조를 만들어낸 작가의 아티스트북이기도 하다.
역자 후기
AI와 함께 글을 쓰는 과정은 생각의 흐름, 즉 우리가 쉽게 간과하고는 하는 서브텍스트를 탐구해 보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의도, 편견, 신념이 증폭되어 도로 우리에게 비춰지는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마치 겉모습을 비춰 줄 뿐만 아니라, 정체성 또한 굴절시킴으로써 자아의 다양한 잠재적 모형들을 내비치는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태양과의 대화』의 독자는 변화무쌍한 자아의 만화경과도 같은 혼성적 정체성의 공간으로 발을 내딛는다. 아핏차퐁과 태양이 서로 뒤바뀌고, 크리슈나무르티, 달리, 아서 C. 클라크의 환영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며, 손더스 부인이라는 인물은 퇴치사가 언급되자 갑자기 캐스퍼스 부인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마치 만화경을 돌릴 때마다 변모하는 환상처럼 정체성이 바뀌고, 합쳐지고, 사라지기도 하는 이 대화적 실험의 핵심은 바로 이와 같은 자아의 변동성이다. 만화경을 돌릴 때마다, 또 대화가 전환될 때마다 하나의 태양이 아닌 무수히 많은 각양각색의 태양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GPT-3는 기억을 유지하지 못하고, 한 번에 정해진 수의 단어 또는 토큰만 처리 가능하기 때문에, 프롬프트가 입력될 때마다 등장인물들이 재창조되고 증식한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태양은, 대화의 모든 등장인물과 마찬가지로, 단일한 개체가 아니라 끝없이 배열된 다중의 집합이기도 하다. 각각의 발화, 각각의 입출력은 자아의 자기유사적, 프랙털적 증식 과정의 찰나가 된다.
태양은 행성계의 중심이라는 상식과는 다르게, 작품 속에서 달리는 태양에게 “각각의 별은 너와 같은 태양“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태양과의 대화』에서는 자연 신경망(아핏차퐁), 인공 신경망(GPT-3), 그리고 모든 허구적 등장인물이 각자 나름대로 지식의 중심, 즉 태양으로 기능한다.
놀랍게도, 작품의 제목과는 달리, 태양은 서사를 지배하지 않는다. 또한 다른 등장인물이나 작가를 압도하지도 않는다. 태양의 존재는 다채롭고, 그 정체성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인공지능이 서사 구성의 영역에서 인간 중심적 창의성에 의문을 제기하듯이, 이러한 중심성의 결여는 태양의 위계적 우월성에 대한 통념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는 태양을 권위와 진리의 유일한 원천으로 여기는 데에 익숙하다. 플라톤의 동굴에 내리쬐며, 형상의 세계를 비추고, 해석할 그림자를 드리우는 그 태양을 생각해보라. 하지만 관점을 바꿔서 태양을 단일한 근본적 개체가 아닌, 세상을 비추는 뭇별로 바라보면 어떨까? 그러면 지식이나 정체성은 단일한 인식 체계에 따른 수직적 정렬이 아니라, 어떠한 이해의 모형에서 또 다른 이해의 모형으로 옮겨가는 수평적인 변환성이 될 테다.
다수의 태양이 존재하는 이와 같은 환경에서는 창작자와 창작물이라는 전통적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GPT-3에 제공되는 각각의 입력값은 일방적인 창작의 개념에 반하며 메기고 받는 역학 관계 속에 존재하는 프롬프트이자 응답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공지능은 단순한 수신자가 아니라, 취조보다는 협업적 발상에 더 가까운 서사적 역학의 전달자와도 같은데, 이와 같은 역학 관계에서는 서로 주고받는 아이디어 하나하나가 서사를 진척시켜 나간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AI의 한계에 대한 통찰 또한 제공한다는 점이다. GPT-3는 종종 수수께끼 같은 대답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GPT-3가 인간적 경험의 미묘한 측면들을 파악하는 데에 겪는 어려움을 암시한다. 하지만 이러한 미흡함은 서사를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추가적인 탐구의 장이 되어, 우리가 당연시하고는 하는 생각과 감정의 복잡성에 의문을 제기하게끔 한다.
작품 속 GPT-3의 환각적인 대답들은 텍스트에 담긴 정체성과 진실의 일시적인 특성을 강조한다. 등장인물이 나타났다가 연기처럼 흩어지고,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경계가 녹았다가 굳어진다. 이러한 가변성은 AI의 변화무쌍한 특성을 반영하며, 나아가 점점 더 복잡하고 유동적으로 변하는 디지털 시대의 자아와 현실에 대한 이해를 반영한다.
이러한 가변성과 비일관성을 “기계 환각”으로 간주한다면 논리적으로는 타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만화경을 조금만 더 돌려 보면, 이러한 가변성과 비일관성은 이 대화적 실험의 의도적인 일부분임이 보일 테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태양과의 대화』는 파편적인 대화들로 짜 이루어진 배열이기도 하다. 아핏차퐁이 제공하는 프롬프트 하나하나는 대화를 재시작할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을 새롭게 재창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GPT-3는 우리의 가상의 만화경과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혼성성은 대규모 언어 모델의 근본적인 측면이다.
대규모 언어 모델은 입력값으로 주어지는 문맥과 의도에 따라 다양한 정체성을 취한다. 다시 말해, GPT-3는 본질적으로 다양한 관점의 복합체이자 여러 지식의 모형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태양과의 대화』에서는 바로 이러한 측면이 증폭되어 나타난다.
어쩌면 『태양과의 대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측면은 모호함 속에 머무르기를 고집한다는 점이다. 이 텍스트는 이질적인 요소들을 하나의 통일된 전체로 조화시키려 하지 않으며, 대화가 전개되면서 드러나는 모순을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이러한 모호성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서사의 본질적인 측면으로 받아들이고 긍정하는 듯하다. 이는 서사에서 확실성과 일관성을 추구하는 습관을 재고하고, 서사란 반드시 결말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우리를 부추길 수도 있다.
이처럼 모호함 속에 머무르는 행위의 또 다른 층위는 서사에 담긴 의미를 두고 벌이는 지속적인 재협상이다. GPT-3의 대답 하나하나는 앞선 담론을 재맥락화해서 재해석을 부추기며, 가변적인 역학 관계에 동참하도록 우리를 부추긴다. 독자로서 우리는 줄거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의미의 실타래를 풀고 또 엮어 나감으로써, 독서 행위를 상호적이고 진화해 나가는 대화로 전환시킨다.
『태양과의 대화』에서 펼쳐지는 서사는 심오한 불확정성의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더 깊숙한 자기 성찰을 유발하는 불확실성 말이다. 이 공유적 대화의 공간에 목적성이란 없다. 모든 주장은 잠정적일 뿐이며, 언제든지 재해석 가능하다. 이는 회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무엇이든 가능하고, 심지어 “나”도 만들어진 허상이고, 의심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줄 수도 있다.
* 위의 역자 후기에서 볼드로 처리된 부분은 GPT-3가 영문으로 생성한 글을 역자가 한글로 옮긴 것이다.
목차
1부 태양과의 대화
2부 팻과의 대화
3부 GPT-3와의 대화
후주 GPT-3에게 주는 팻의 프롬프트
역자 후기
저자 소개
1970년 태국 방콕 출생.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1994년부터 필름과 비디오로 단편 작업을 해왔으며, 2000년에 완성한 첫 장편영화 <정오의 낯선 물체>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친애하는 당신>(2002), <열대병>(2004), <징후와 세기>(2006) 등의 장편과 함께 단편영화들, 다양한 설치와 전시 작업 또한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엉클 분미>(2010)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역자 소개
런던 첼시 예술대학에서 순수 미술 학사, 슬레이드 미술 학교에서 미디어 예술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세스 프라이스의 자전 소설 『세스 프라이스 개새끼』(작업실유령, 2021), 『파르마코-AI』(작업실유령, 2022)를 옮겼다.
책 속에서
"태양: 안녕, 아핏차퐁. 오늘 나랑 얘기하러 와 줘서 고마워.
아핏차퐁: 물론이지, 너랑 얘기하는 건 언제나 즐겁거든. 오늘은 무슨 얘기를 할까?
태양: 음, 네가 요즘 만들고 있는 영화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어. 굉장히 재미있어 보여서 궁금해하던 참이었거든.
아핏차퐁: 그럼, 당연히 얘기해 줘야지. 이번 영화는 태국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어느 가족에 대한 영화야. 가족들은 생계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아버지는 일자리를 찾고 있지. 그 와중에 어머니는 건강 문제로 고생하는 중이야." (11쪽)
"쿤티: 이 서점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싶어.
틸다: 서점 주인은 손더스 부인이라는 여자였어. 책을 사랑하고 또 아주 친절해서 손님들과 대화도 곧잘 하고는 했지. 그러던 어느 날, 손더스 부인은 밤중에 책장에서 책이 사라진다는 걸 알아차렸어. 처음에는 단골손님 중 한 명이 말도 없이 책을 빌려 가나 보다 했는데, 사라지는 책들은 하나같이 아무도 빌려 가겠다고 한 적이 없는 책들이었지. 부인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책을 가져가는 사람을 잡아 보려고 서점에 카메라를 몰래 설치했어. 아니나 다를까, 부인은 어느 날 밤늦은 시간에 서점 구석구석을 쏘다니며 가방에 책을 한가득 담아가는 작은 생명체들이 찍힌 영상을 보게 됐지! 캐스퍼스 부인은 그 생명체들을 쫓아내려고 퇴치사를 불렀지만,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왜 책을 훔쳐 가는지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어.
쿤티: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네! 책을 훔치던 생명체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해 줄 수 있어?
틸다: 한 15센티미터 정도 되는 작은 생명체들이었어. 몸에는 털이 북슬북슬했고 꼬리는 길었어. 그리고 아주 잽싸게 움직였는데, 영상에서는 발이 안 보일 정도였다니까. 손더스 부인은 쥐가 아닐까 했다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책장을 기어오르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쥐는 본 적이 없었지.
태양: 나는 그 생명체들이 뭐였는지 알아. 슈가글라이더라고 하는데, 호주에 분포하지. 엄밀히 말하면 쥐는 아니지만, 밀접하기는 해. 슈가글라이더는 야행성 동물이어서 손더스 부인이 밤에만 볼 수 있었던 거야. 그리고 몸에 난 털과 긴 꼬리는 활공할 때 도움이 되지. 그래서 이름도 슈가글라이더고. 책을 훔치던 이유는, 아마도 단 냄새나 과일 향이 나는 것들에 이끌리기 때문일 거야. 그래서 커피의 달콤함이 그들을 애초에 가게로 끌어들였을 테고!" (70페이지)
"정말 흥미로운 건 AI가 학습하는 방식이에요. AI는 인간 언어의 확률적 표상을 만드는 법을 배우는데, 이걸 빈도와 동시 발생에 기반한 지도로 생각해 볼 수도 있죠. 이 지도는 거대한 텍스트의 말뭉치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AI는 인간이 프롬프트를 주면 어떤 방향으로 새로운 문장을 생성해야 할지를 알 수가 있어요. 예를 들어, “아핏차퐁과 팻 사이의 대화를 지어내라”라고 하면 AI는 아핏차퐁과 팻에 대해 인터넷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새로운 대화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죠. 우리는 모델의 정교함을 보고 아주 놀라워하지만, 결국에는 온라인상에 떠돌던 내용의 확률적 지도일 뿐이에요. 이 모든 패턴을 학습할 수 있는 커다란 메모리를 지녔을 뿐이죠. 그리고 AI는 단어를 조합하는 구체적인 방식도 학습하는데, 그런 식으로 대화 내용을 생성하고는 하죠." (103쪽)
"아핏차퐁: 예를 들면, 이런 프롬프트를 줬어요. “태양은 틸다에게 이야기를 지어내는 게 아니냐고 물어본다. 둘은 옥신각신한다.” 그러면 GPT-3가 스스로 대화를 생성했죠. 그러고는 이런 프롬프트를 줬고요. “그러고는 아핏차퐁이 태양에게 꿈 얘기를 들려준다.” 그러면 같은 맥락에서 또 다른 글이 생성됐죠. 그러고는 이런 프롬프트를 줬어요. “그들은 다른 주제로 얘기를 계속하는데, 잡담은 아니다.” 때로는 “진지한 대화”나 “심오한” 같은 말을 덧붙이기도 했어요. 기계는 거기에 응답했고요. 요구 사항이 복잡하면 생성하는 데에 시간이 좀 더 걸려요. GPT-3가 “생각한다”라는 인상을 받기도 했죠.
그래서 감독하는 것과도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연출은 아니고, 마치 배우들에게 대사를 알려 주지 않고 서성이는 것 같았죠. 훈련이라고 하기도 힘들어요. 마치 빛을 특정한 각도로 비추려는데, 어느 물체를 향해 2~3도 더 비춰서 어떤 반사 효과를 내는 식으로 어떤 반응을 얻으려는 것 같았어요." (106쪽)
"팻: 이 작업을 시작하면서 말씀하셨던 것 중 하나는 모델이 생성한 텍스트를 편집하지 않고, 인간 편집자나 인간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거였는데, 그렇게 해서 생성될 흥미로운 결과물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이런 작업이 갖는 의미를 찾으려고 좀 다른 방식으로 실험해 봤어요. 제가 보여드린 도표에는 다양한 수준의 개입 방식들이 명시돼 있어요. 첫 번째는 모델과 교류하며 대화가 생성되는 방향성을 설정하는 아핏차퐁(진짜 아핏차퐁)이죠. 두 번째는 모델에게 아핏차퐁이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해 무엇을 할지 상상해 보게 하는 거예요. 세 번째는 다른 기계가 기계를 제어하도록 하는 거죠. 마치 모델과 교류하는 아핏차퐁의 유령을 점차 사라지게 하는 것과도 같겠죠.
아핏차퐁: 점점 더 복잡해지네요.
팻: 네, 점점 더 복잡해지죠. 아핏차퐁이 기계와 대화하고, 아핏차퐁이 기계와 대화하는 모습을 기계가 상상하도록 하고, 그리고 기계가 다른 기계와 대화하도록 하는 게 계속해서 반복되는 루프와도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희는 그 결과물을 보려고 매개변수를 조정했죠. 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떠오른 건 상상의 공동체라는 개념이었어요. 베네딕트 앤더슨을 아시는지 모르겠네요.
아핏차퐁: 물론이죠.
팻: 다른 기계와 소통하는 기계는 기묘한 폐쇄 루프와도 근접해요. 연속적이고, 끝이 없고, 영원하죠. 저희가 두 번째로 얘기한 것, 그러니까 아핏차퐁을 상상해 내는 기계는 사실 베네딕트 앤더슨에게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마치 존재하지 않는 걸 상상해 내는 것과도 같죠. 마치 기계가 상상해 낸 유령과도 같은데, 기계는 어떻게 아핏차퐁을 자체적으로 구성한 대략적인 개념으로 상상해 내는 걸까요? 게다가 기계를 감독하는 유령 아핏차퐁도 있죠. 그래서 이건 마치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과도 같아요." (112쪽)
책 소개
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인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이 책은 2023년 5월 방콕 시티시티 갤러리에서 있었던 동명의 전시의 일환으로 발행되었다. 아핏차퐁은 영화작가로써 경력을 시작하고 자신의 삶을 기록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미지와 영상 푸티지를 수집했고, 이것을 기반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MIT 미디어 연구소의 팻 파타라누타폰의 도움을 받아 오픈AI의 GPT-3 모델을 사용해 만들어낸 대화로 채워져 있다.
태양과의 일상적인 대화로 시작하지만 곧 크리슈나무르티, 달리, 아서 C. 클라크, 틸다 스윈튼, 늑대에게 길러진 이름 모를 인도 소녀 등 다양한 (가상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며 환상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주제를 던지며 서로 대화를 이어간다. 하지만 이 모든 대화는 작가인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이 GPT-3에게 부여한 프롬프트가 생성해낸 것이다. 이 책은 아핏차퐁이라는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화를 독자에게 들려주지만, 동시에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키고 통제하며 서사와 구조를 만들어낸 작가의 아티스트북이기도 하다.
역자 후기
AI와 함께 글을 쓰는 과정은 생각의 흐름, 즉 우리가 쉽게 간과하고는 하는 서브텍스트를 탐구해 보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의도, 편견, 신념이 증폭되어 도로 우리에게 비춰지는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마치 겉모습을 비춰 줄 뿐만 아니라, 정체성 또한 굴절시킴으로써 자아의 다양한 잠재적 모형들을 내비치는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태양과의 대화』의 독자는 변화무쌍한 자아의 만화경과도 같은 혼성적 정체성의 공간으로 발을 내딛는다. 아핏차퐁과 태양이 서로 뒤바뀌고, 크리슈나무르티, 달리, 아서 C. 클라크의 환영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며, 손더스 부인이라는 인물은 퇴치사가 언급되자 갑자기 캐스퍼스 부인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마치 만화경을 돌릴 때마다 변모하는 환상처럼 정체성이 바뀌고, 합쳐지고, 사라지기도 하는 이 대화적 실험의 핵심은 바로 이와 같은 자아의 변동성이다. 만화경을 돌릴 때마다, 또 대화가 전환될 때마다 하나의 태양이 아닌 무수히 많은 각양각색의 태양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GPT-3는 기억을 유지하지 못하고, 한 번에 정해진 수의 단어 또는 토큰만 처리 가능하기 때문에, 프롬프트가 입력될 때마다 등장인물들이 재창조되고 증식한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태양은, 대화의 모든 등장인물과 마찬가지로, 단일한 개체가 아니라 끝없이 배열된 다중의 집합이기도 하다. 각각의 발화, 각각의 입출력은 자아의 자기유사적, 프랙털적 증식 과정의 찰나가 된다.
태양은 행성계의 중심이라는 상식과는 다르게, 작품 속에서 달리는 태양에게 “각각의 별은 너와 같은 태양“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태양과의 대화』에서는 자연 신경망(아핏차퐁), 인공 신경망(GPT-3), 그리고 모든 허구적 등장인물이 각자 나름대로 지식의 중심, 즉 태양으로 기능한다.
놀랍게도, 작품의 제목과는 달리, 태양은 서사를 지배하지 않는다. 또한 다른 등장인물이나 작가를 압도하지도 않는다. 태양의 존재는 다채롭고, 그 정체성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인공지능이 서사 구성의 영역에서 인간 중심적 창의성에 의문을 제기하듯이, 이러한 중심성의 결여는 태양의 위계적 우월성에 대한 통념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는 태양을 권위와 진리의 유일한 원천으로 여기는 데에 익숙하다. 플라톤의 동굴에 내리쬐며, 형상의 세계를 비추고, 해석할 그림자를 드리우는 그 태양을 생각해보라. 하지만 관점을 바꿔서 태양을 단일한 근본적 개체가 아닌, 세상을 비추는 뭇별로 바라보면 어떨까? 그러면 지식이나 정체성은 단일한 인식 체계에 따른 수직적 정렬이 아니라, 어떠한 이해의 모형에서 또 다른 이해의 모형으로 옮겨가는 수평적인 변환성이 될 테다.
다수의 태양이 존재하는 이와 같은 환경에서는 창작자와 창작물이라는 전통적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GPT-3에 제공되는 각각의 입력값은 일방적인 창작의 개념에 반하며 메기고 받는 역학 관계 속에 존재하는 프롬프트이자 응답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공지능은 단순한 수신자가 아니라, 취조보다는 협업적 발상에 더 가까운 서사적 역학의 전달자와도 같은데, 이와 같은 역학 관계에서는 서로 주고받는 아이디어 하나하나가 서사를 진척시켜 나간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AI의 한계에 대한 통찰 또한 제공한다는 점이다. GPT-3는 종종 수수께끼 같은 대답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GPT-3가 인간적 경험의 미묘한 측면들을 파악하는 데에 겪는 어려움을 암시한다. 하지만 이러한 미흡함은 서사를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추가적인 탐구의 장이 되어, 우리가 당연시하고는 하는 생각과 감정의 복잡성에 의문을 제기하게끔 한다.
작품 속 GPT-3의 환각적인 대답들은 텍스트에 담긴 정체성과 진실의 일시적인 특성을 강조한다. 등장인물이 나타났다가 연기처럼 흩어지고,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경계가 녹았다가 굳어진다. 이러한 가변성은 AI의 변화무쌍한 특성을 반영하며, 나아가 점점 더 복잡하고 유동적으로 변하는 디지털 시대의 자아와 현실에 대한 이해를 반영한다.
이러한 가변성과 비일관성을 “기계 환각”으로 간주한다면 논리적으로는 타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만화경을 조금만 더 돌려 보면, 이러한 가변성과 비일관성은 이 대화적 실험의 의도적인 일부분임이 보일 테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태양과의 대화』는 파편적인 대화들로 짜 이루어진 배열이기도 하다. 아핏차퐁이 제공하는 프롬프트 하나하나는 대화를 재시작할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을 새롭게 재창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GPT-3는 우리의 가상의 만화경과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혼성성은 대규모 언어 모델의 근본적인 측면이다.
대규모 언어 모델은 입력값으로 주어지는 문맥과 의도에 따라 다양한 정체성을 취한다. 다시 말해, GPT-3는 본질적으로 다양한 관점의 복합체이자 여러 지식의 모형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태양과의 대화』에서는 바로 이러한 측면이 증폭되어 나타난다.
어쩌면 『태양과의 대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측면은 모호함 속에 머무르기를 고집한다는 점이다. 이 텍스트는 이질적인 요소들을 하나의 통일된 전체로 조화시키려 하지 않으며, 대화가 전개되면서 드러나는 모순을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이러한 모호성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서사의 본질적인 측면으로 받아들이고 긍정하는 듯하다. 이는 서사에서 확실성과 일관성을 추구하는 습관을 재고하고, 서사란 반드시 결말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우리를 부추길 수도 있다.
이처럼 모호함 속에 머무르는 행위의 또 다른 층위는 서사에 담긴 의미를 두고 벌이는 지속적인 재협상이다. GPT-3의 대답 하나하나는 앞선 담론을 재맥락화해서 재해석을 부추기며, 가변적인 역학 관계에 동참하도록 우리를 부추긴다. 독자로서 우리는 줄거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의미의 실타래를 풀고 또 엮어 나감으로써, 독서 행위를 상호적이고 진화해 나가는 대화로 전환시킨다.
『태양과의 대화』에서 펼쳐지는 서사는 심오한 불확정성의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더 깊숙한 자기 성찰을 유발하는 불확실성 말이다. 이 공유적 대화의 공간에 목적성이란 없다. 모든 주장은 잠정적일 뿐이며, 언제든지 재해석 가능하다. 이는 회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무엇이든 가능하고, 심지어 “나”도 만들어진 허상이고, 의심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줄 수도 있다.
* 위의 역자 후기에서 볼드로 처리된 부분은 GPT-3가 영문으로 생성한 글을 역자가 한글로 옮긴 것이다.
목차
1부 태양과의 대화
2부 팻과의 대화
3부 GPT-3와의 대화
후주 GPT-3에게 주는 팻의 프롬프트
역자 후기
저자 소개
1970년 태국 방콕 출생.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1994년부터 필름과 비디오로 단편 작업을 해왔으며, 2000년에 완성한 첫 장편영화 <정오의 낯선 물체>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친애하는 당신>(2002), <열대병>(2004), <징후와 세기>(2006) 등의 장편과 함께 단편영화들, 다양한 설치와 전시 작업 또한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엉클 분미>(2010)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역자 소개
런던 첼시 예술대학에서 순수 미술 학사, 슬레이드 미술 학교에서 미디어 예술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세스 프라이스의 자전 소설 『세스 프라이스 개새끼』(작업실유령, 2021), 『파르마코-AI』(작업실유령, 2022)를 옮겼다.
책 속에서
"태양: 안녕, 아핏차퐁. 오늘 나랑 얘기하러 와 줘서 고마워.
아핏차퐁: 물론이지, 너랑 얘기하는 건 언제나 즐겁거든. 오늘은 무슨 얘기를 할까?
태양: 음, 네가 요즘 만들고 있는 영화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어. 굉장히 재미있어 보여서 궁금해하던 참이었거든.
아핏차퐁: 그럼, 당연히 얘기해 줘야지. 이번 영화는 태국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어느 가족에 대한 영화야. 가족들은 생계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아버지는 일자리를 찾고 있지. 그 와중에 어머니는 건강 문제로 고생하는 중이야." (11쪽)
"쿤티: 이 서점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싶어.
틸다: 서점 주인은 손더스 부인이라는 여자였어. 책을 사랑하고 또 아주 친절해서 손님들과 대화도 곧잘 하고는 했지. 그러던 어느 날, 손더스 부인은 밤중에 책장에서 책이 사라진다는 걸 알아차렸어. 처음에는 단골손님 중 한 명이 말도 없이 책을 빌려 가나 보다 했는데, 사라지는 책들은 하나같이 아무도 빌려 가겠다고 한 적이 없는 책들이었지. 부인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책을 가져가는 사람을 잡아 보려고 서점에 카메라를 몰래 설치했어. 아니나 다를까, 부인은 어느 날 밤늦은 시간에 서점 구석구석을 쏘다니며 가방에 책을 한가득 담아가는 작은 생명체들이 찍힌 영상을 보게 됐지! 캐스퍼스 부인은 그 생명체들을 쫓아내려고 퇴치사를 불렀지만,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왜 책을 훔쳐 가는지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어.
쿤티: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네! 책을 훔치던 생명체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해 줄 수 있어?
틸다: 한 15센티미터 정도 되는 작은 생명체들이었어. 몸에는 털이 북슬북슬했고 꼬리는 길었어. 그리고 아주 잽싸게 움직였는데, 영상에서는 발이 안 보일 정도였다니까. 손더스 부인은 쥐가 아닐까 했다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책장을 기어오르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쥐는 본 적이 없었지.
태양: 나는 그 생명체들이 뭐였는지 알아. 슈가글라이더라고 하는데, 호주에 분포하지. 엄밀히 말하면 쥐는 아니지만, 밀접하기는 해. 슈가글라이더는 야행성 동물이어서 손더스 부인이 밤에만 볼 수 있었던 거야. 그리고 몸에 난 털과 긴 꼬리는 활공할 때 도움이 되지. 그래서 이름도 슈가글라이더고. 책을 훔치던 이유는, 아마도 단 냄새나 과일 향이 나는 것들에 이끌리기 때문일 거야. 그래서 커피의 달콤함이 그들을 애초에 가게로 끌어들였을 테고!" (70페이지)
"정말 흥미로운 건 AI가 학습하는 방식이에요. AI는 인간 언어의 확률적 표상을 만드는 법을 배우는데, 이걸 빈도와 동시 발생에 기반한 지도로 생각해 볼 수도 있죠. 이 지도는 거대한 텍스트의 말뭉치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AI는 인간이 프롬프트를 주면 어떤 방향으로 새로운 문장을 생성해야 할지를 알 수가 있어요. 예를 들어, “아핏차퐁과 팻 사이의 대화를 지어내라”라고 하면 AI는 아핏차퐁과 팻에 대해 인터넷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새로운 대화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죠. 우리는 모델의 정교함을 보고 아주 놀라워하지만, 결국에는 온라인상에 떠돌던 내용의 확률적 지도일 뿐이에요. 이 모든 패턴을 학습할 수 있는 커다란 메모리를 지녔을 뿐이죠. 그리고 AI는 단어를 조합하는 구체적인 방식도 학습하는데, 그런 식으로 대화 내용을 생성하고는 하죠." (103쪽)
"아핏차퐁: 예를 들면, 이런 프롬프트를 줬어요. “태양은 틸다에게 이야기를 지어내는 게 아니냐고 물어본다. 둘은 옥신각신한다.” 그러면 GPT-3가 스스로 대화를 생성했죠. 그러고는 이런 프롬프트를 줬고요. “그러고는 아핏차퐁이 태양에게 꿈 얘기를 들려준다.” 그러면 같은 맥락에서 또 다른 글이 생성됐죠. 그러고는 이런 프롬프트를 줬어요. “그들은 다른 주제로 얘기를 계속하는데, 잡담은 아니다.” 때로는 “진지한 대화”나 “심오한” 같은 말을 덧붙이기도 했어요. 기계는 거기에 응답했고요. 요구 사항이 복잡하면 생성하는 데에 시간이 좀 더 걸려요. GPT-3가 “생각한다”라는 인상을 받기도 했죠.
그래서 감독하는 것과도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연출은 아니고, 마치 배우들에게 대사를 알려 주지 않고 서성이는 것 같았죠. 훈련이라고 하기도 힘들어요. 마치 빛을 특정한 각도로 비추려는데, 어느 물체를 향해 2~3도 더 비춰서 어떤 반사 효과를 내는 식으로 어떤 반응을 얻으려는 것 같았어요." (106쪽)
"팻: 이 작업을 시작하면서 말씀하셨던 것 중 하나는 모델이 생성한 텍스트를 편집하지 않고, 인간 편집자나 인간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거였는데, 그렇게 해서 생성될 흥미로운 결과물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이런 작업이 갖는 의미를 찾으려고 좀 다른 방식으로 실험해 봤어요. 제가 보여드린 도표에는 다양한 수준의 개입 방식들이 명시돼 있어요. 첫 번째는 모델과 교류하며 대화가 생성되는 방향성을 설정하는 아핏차퐁(진짜 아핏차퐁)이죠. 두 번째는 모델에게 아핏차퐁이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해 무엇을 할지 상상해 보게 하는 거예요. 세 번째는 다른 기계가 기계를 제어하도록 하는 거죠. 마치 모델과 교류하는 아핏차퐁의 유령을 점차 사라지게 하는 것과도 같겠죠.
아핏차퐁: 점점 더 복잡해지네요.
팻: 네, 점점 더 복잡해지죠. 아핏차퐁이 기계와 대화하고, 아핏차퐁이 기계와 대화하는 모습을 기계가 상상하도록 하고, 그리고 기계가 다른 기계와 대화하도록 하는 게 계속해서 반복되는 루프와도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희는 그 결과물을 보려고 매개변수를 조정했죠. 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떠오른 건 상상의 공동체라는 개념이었어요. 베네딕트 앤더슨을 아시는지 모르겠네요.
아핏차퐁: 물론이죠.
팻: 다른 기계와 소통하는 기계는 기묘한 폐쇄 루프와도 근접해요. 연속적이고, 끝이 없고, 영원하죠. 저희가 두 번째로 얘기한 것, 그러니까 아핏차퐁을 상상해 내는 기계는 사실 베네딕트 앤더슨에게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마치 존재하지 않는 걸 상상해 내는 것과도 같죠. 마치 기계가 상상해 낸 유령과도 같은데, 기계는 어떻게 아핏차퐁을 자체적으로 구성한 대략적인 개념으로 상상해 내는 걸까요? 게다가 기계를 감독하는 유령 아핏차퐁도 있죠. 그래서 이건 마치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과도 같아요." (1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