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규 (지은이),송수정,최재균,김현호,박상순 (글),정멜멜 (사진),정재완 (해제)
165*234mm / 508페이지
ISBN : 9791189478063
사진책은 사진을 어항에 가두지 않는다. 사진과 이미지들을 새로운 물에 살아있는 물고기들처럼 풀어놓는 것이 사진책의 이상일 것이다. 나의 북디자인에서 가장 애쓴 부분이 사진책이다. 사진책 하나 하나는 나에게 사건이었다. - 정병규
한국 1세대 북디자이너 정병규의 첫 저작물
『정병규 사진 책』은 한국 1세대 북디자이너 정병규가 198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디자인한 31종의 ‘사진책’을 엮은 기획물이다. 1980년대 초반까지 출판 편집자이자 기획자로서 명성을 날렸던 정병규는 1983년 파리 에꼴 에스티엔느로 타이포그래피를 공부하러 떠난다. 귀국한 1984년, 서울에 ‘정병규디자인’이라는 출판편집디자인 사무실을 설립한 정병규는 국내에 ‘북디자인’이라는 개념과 장르가 정착하는데 힘썼다. 지금까지 5,000여종이 넘는 책을 디자인한 정병규는 명실공히 한국 북디자인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북디자인은 곧 한국 북디자인 역사의 이정표다. 훗날 한국 현대 북디자인 역사가 저술된다면, 정병규는 통과하거나 극복해야만 하는 인물이자 ‘현상’으로 우뚝 서있을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이고도 상징적 의미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제대로 다룬 단행본이나 단독 저술서는 국내에서 아직 발행된 바가 없다.
1996년 국내 첫 북디자인 전시로서도 기록되는 《정병규북디자인 1977~1996》과 2006년 영월 책박물관에서 열린 두 번째 북디자인 개인전 《책의 바다로 간다: 정병규북디자인 1996~2006》과 연계되어 발행된 도록이 존재한다. 정병규는 이 두 전시 도록의 저자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정병규가 오랜 세월 갈고 닦은 그의 디자인 생각이나 실천들을 도록이라는 형식에 담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더더군다나 두 권의 책들은 그의 북디자인을 지면에 나열한 포트폴리오에 가까웠던 관계로 그의 본격 저작물이라고 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정병규가 여러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설파한 그의 독특한 디자인 생각들은 여러 문헌에 분산되어 있을 뿐, 한 권의 책으로 집약되었던 적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정병규의 말과 생각이 기록되어 있는 『정병규 사진 책』은 사.진.책.이.라.는. 매.체.를. 경.유.하.여. 들여다 보는 그의 디자인론이자 정병규의 첫 저작물이라 할 수 있다.
사진책 만들기에 대해 1980년대 이후 꾸준하게 생각을 해오고 있고 그것의 현실화로서 사진집과 사진책은 나의 가슴 뛰는 현장이었다.
- 정병규
198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정병규가 디자인한 사진책 31종 수록
『정병규 사진 책』은 ‘사진책’이라는 이름으로 정병규가 디자인한 ‘이미지 중심의 책’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엄선된 31종의 책에는 통상 ‘사진집’이라고 부르는 책 뿐만 아니라 전시도록 및 사진소설 등도 포함된다. 정병규는 이 책에서 사진책과 사진집을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는 앞으로의 책이 가야할 방향에 대한 암시이기도 하다. 사진책이라는 개념은 새로운 책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에 대한 정병규 식의 의미부여이자 그의 북디자이너의 역할론이 압축되어 있는 단축키이다.
한국 현대 북디자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정병규의 북디자인에서 그가 디자인한 사진책은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정병규에게 ‘사진책’은 그의 북디자인의 핵심이라고 할 만큼 북디자이너로서의 그의 총체적 역량을 발휘하고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매체였다. 국내에서 직업으로서의 북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지 못했던 1980년대 초반, 그는 기획자이자 편집자로서의 경험과 타고난 조형 감각을 북디자인이라는 행위에 녹여 내고,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작가 및 전문가들과 협업함으로써 당시로선 보기 드문 ‘이미지 중심’의 출판물을 기획하고 디자인했다. 그것은 수동적인 디자이너가 아닌, 작가들과 콘텐츠를 조율하고 협상하는 능동적인 북디자이너 상이었다. 동시에 그것은 토탈디자인으로서의 디자이너의 역량을 드러내는 행위이자, 영상 시대의 개막과 함께 미래의 책을 향한 노선 개척이었다. 건축가 김중업의 작품집 『김중업: 건축가의 빛과 그림자』(1984)부터 시작하여 『민현식』(2012)까지 31종에 이르는 사진책들은 그간 문학 및 이론 분야 단행본 중심으로 이해되어 왔던 정병규 북디자인 세계를 전혀 새로운 각도로 조명한다. 정병규에게 사진책이라는 이름의 ‘이미지 중심의 책’ 만들기는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한 디자이너의 사명감이자 문제의식의 총체였다.
나는 다행히 훌륭한 사진가들을 일찍 만나서 사진에 대해 그리고 인간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세 사람의 사진가를 들고 싶다. 강운구, 김수남, 구본창인데 그들을 만난 거다. - 정병규
국내 사진계의 거장 김수남, 강운구, 구본창과의 협업 이야기
수록된 31종의 사진책에는 정병규의 ‘말’이 동원된다. 정병규의 입말을 최대한 살려 편집된 글들은 정병규의 활자화된 육성으로서 이 글을 통해 정병규는 각 책에 얽힌 에피소드와 사연들을 회고한다. 이중 주목할 것은 사진책 작업을 매개로 만나게 된 사진가 김수남, 강운구 그리고 구본창과의 관계이다. 정병규는 이 세 명의 사진가를 특별히 지목하며 이들과 함께 만들어 나간 사진책들을 깊은 애정을 갖고서 설명한다. 작고한 김수남 작가의 ‘한국의 굿’ 시리즈(1984~1993), 『한국의 탈』 &
『한국의 탈춤』(1988), 『아시아의 하늘과 땅』(1995), 강운구 작가의 『경주남산』(1986), 『모든 앙금』(1998), 구본창 작가의 『생각의 바다』(1992) 등은 정병규가 사진가들과 밀도 있게 협업한 결과물로서 작가와 디자이너간의 상호 신뢰를 밑바탕으로 한 국내 미술 출판 및 아트북 역사의 빛나는 사례들이다. 정병규는 책 제작을 둘러싼 시대적 정황을 배경에 놓고 작가들과 교류했던 내밀한 이야기를 각 책 사례를 통해 반추한다.
1980년대에 사진집이나 사진책을 만든다는 것은 활자의 아날로그 시대와 콜드타입 혁명 사이에서 우리의 시각디자인과 북디자인이 가야할 새로운 땅이었다. - 정병규
사진책으로 보는 한국 시각문화이자 시각디자인사
『정병규 사진 책』은 정병규 북디자인 세계를 조망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근 40여년의 시간을 관통하는 이 책은 그 자체가 생생한 한국 시각디자인 역사이자, 한국 예술출판의 한 계보이다. 특히 각 책에 동원된 정병규의 말, 북디자이너 정재완의 해제 그리고 사진책들 사이로 삽입된 시대와 디자인에 대한 단상들은 이 책의 의미를 한 디자이너의 회고담을 넘어 한국 시각디자인사 및 시각문화 차원으로까지 확장시킨다. 소개되는 각각의 사진책은 정병규 개인의 경험담에서 출발하지만, 또 하나의 책으로서의 『정병규 사진 책』은 이 경험담이 역사와 문화라는 실은 거시적인 공적 자장 안에서 이뤄졌음을 곳곳에서 증언한다. 특히, 산업화의 여파로 광고디자인과 산업디자인이 주를 이루었던 1980년대 초반, 사진책은 당시로선 매우 예외적인 출간물이자 문화로서, 자발적인 문화생산자로서의 (북)디자이너 역할에 대한 인식 없이는 제작 불가능했던 매체였다.
『정병규 사진 책』은 새로운 역사 쓰기의 한 표본을 제시하며, 저명 디자이너의 ‘모노그래프’를 넘어 시대의 제약 조건과 협상하는 한 개인의 성취와 한계를 투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하나의 역설적 장치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1980년대 납활자에서 사진식자 그리고 1990년대의 디지털 시대로 이행해 나가는 출판디자인의 과정을 선명하게 짚고 있다는 점에서 『정병규 사진 책』은 책을 중심축으로 보는 한국의 시각문화이자 ‘조금 낯설고도 독특한’ 디자인사이다. 『정병규 사진 책』이 하나의 소소한 아카이브로서도 기능할 수 있는 이유이다.
사진책 디자인의 핵심은, 사진가의 작품을 가지고 사진가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 정병규
문화예술계 주요 전문가들의 다채롭고 풍성한 해석
정병규의 사적인 말들과 생각들이 담긴 이 책에는 현재 국내 문화예술계의 주요 인사들이 사진과 글로서 참여했다. 국내 젊은 사진가로서 대상과 분위기의 유려하고도 따스한 표면을 포착하며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 정멜멜은 부분적으로 변색되거나 손때가 묻은 31종의 사진책들을 오늘의 감각으로 경쾌하게 재해석했다. 그밖에 기계비평가 이영준이 추천사를 썼으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송수정, 포토넷의 대표 최재균, 사진비평가 김현호 및 시인 박상순이 각자 경험한 정병규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밑바탕으로 『정병규 사진 책』에 다채로운 목소리와 시선을 보탰다.
앞으로 사진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미래지향적으로 상상해 보는 것, 앞으로 책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사진책일 것이다.- 정병규
사진책은 사진을 어항에 가두지 않는다. 사진과 이미지들을 새로운 물에 살아있는 물고기들처럼 풀어놓는 것이 사진책의 이상일 것이다. 나의 북디자인에서 가장 애쓴 부분이 사진책이다. 사진책 하나 하나는 나에게 사건이었다. - 정병규
한국 1세대 북디자이너 정병규의 첫 저작물
『정병규 사진 책』은 한국 1세대 북디자이너 정병규가 198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디자인한 31종의 ‘사진책’을 엮은 기획물이다. 1980년대 초반까지 출판 편집자이자 기획자로서 명성을 날렸던 정병규는 1983년 파리 에꼴 에스티엔느로 타이포그래피를 공부하러 떠난다. 귀국한 1984년, 서울에 ‘정병규디자인’이라는 출판편집디자인 사무실을 설립한 정병규는 국내에 ‘북디자인’이라는 개념과 장르가 정착하는데 힘썼다. 지금까지 5,000여종이 넘는 책을 디자인한 정병규는 명실공히 한국 북디자인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북디자인은 곧 한국 북디자인 역사의 이정표다. 훗날 한국 현대 북디자인 역사가 저술된다면, 정병규는 통과하거나 극복해야만 하는 인물이자 ‘현상’으로 우뚝 서있을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이고도 상징적 의미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제대로 다룬 단행본이나 단독 저술서는 국내에서 아직 발행된 바가 없다.
1996년 국내 첫 북디자인 전시로서도 기록되는 《정병규북디자인 1977~1996》과 2006년 영월 책박물관에서 열린 두 번째 북디자인 개인전 《책의 바다로 간다: 정병규북디자인 1996~2006》과 연계되어 발행된 도록이 존재한다. 정병규는 이 두 전시 도록의 저자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정병규가 오랜 세월 갈고 닦은 그의 디자인 생각이나 실천들을 도록이라는 형식에 담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더더군다나 두 권의 책들은 그의 북디자인을 지면에 나열한 포트폴리오에 가까웠던 관계로 그의 본격 저작물이라고 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정병규가 여러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설파한 그의 독특한 디자인 생각들은 여러 문헌에 분산되어 있을 뿐, 한 권의 책으로 집약되었던 적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정병규의 말과 생각이 기록되어 있는 『정병규 사진 책』은 사.진.책.이.라.는. 매.체.를. 경.유.하.여. 들여다 보는 그의 디자인론이자 정병규의 첫 저작물이라 할 수 있다.
사진책 만들기에 대해 1980년대 이후 꾸준하게 생각을 해오고 있고 그것의 현실화로서 사진집과 사진책은 나의 가슴 뛰는 현장이었다.
- 정병규
198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정병규가 디자인한 사진책 31종 수록
『정병규 사진 책』은 ‘사진책’이라는 이름으로 정병규가 디자인한 ‘이미지 중심의 책’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엄선된 31종의 책에는 통상 ‘사진집’이라고 부르는 책 뿐만 아니라 전시도록 및 사진소설 등도 포함된다. 정병규는 이 책에서 사진책과 사진집을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는 앞으로의 책이 가야할 방향에 대한 암시이기도 하다. 사진책이라는 개념은 새로운 책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에 대한 정병규 식의 의미부여이자 그의 북디자이너의 역할론이 압축되어 있는 단축키이다.
한국 현대 북디자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정병규의 북디자인에서 그가 디자인한 사진책은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정병규에게 ‘사진책’은 그의 북디자인의 핵심이라고 할 만큼 북디자이너로서의 그의 총체적 역량을 발휘하고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매체였다. 국내에서 직업으로서의 북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지 못했던 1980년대 초반, 그는 기획자이자 편집자로서의 경험과 타고난 조형 감각을 북디자인이라는 행위에 녹여 내고,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작가 및 전문가들과 협업함으로써 당시로선 보기 드문 ‘이미지 중심’의 출판물을 기획하고 디자인했다. 그것은 수동적인 디자이너가 아닌, 작가들과 콘텐츠를 조율하고 협상하는 능동적인 북디자이너 상이었다. 동시에 그것은 토탈디자인으로서의 디자이너의 역량을 드러내는 행위이자, 영상 시대의 개막과 함께 미래의 책을 향한 노선 개척이었다. 건축가 김중업의 작품집 『김중업: 건축가의 빛과 그림자』(1984)부터 시작하여 『민현식』(2012)까지 31종에 이르는 사진책들은 그간 문학 및 이론 분야 단행본 중심으로 이해되어 왔던 정병규 북디자인 세계를 전혀 새로운 각도로 조명한다. 정병규에게 사진책이라는 이름의 ‘이미지 중심의 책’ 만들기는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한 디자이너의 사명감이자 문제의식의 총체였다.
나는 다행히 훌륭한 사진가들을 일찍 만나서 사진에 대해 그리고 인간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세 사람의 사진가를 들고 싶다. 강운구, 김수남, 구본창인데 그들을 만난 거다. - 정병규
국내 사진계의 거장 김수남, 강운구, 구본창과의 협업 이야기
수록된 31종의 사진책에는 정병규의 ‘말’이 동원된다. 정병규의 입말을 최대한 살려 편집된 글들은 정병규의 활자화된 육성으로서 이 글을 통해 정병규는 각 책에 얽힌 에피소드와 사연들을 회고한다. 이중 주목할 것은 사진책 작업을 매개로 만나게 된 사진가 김수남, 강운구 그리고 구본창과의 관계이다. 정병규는 이 세 명의 사진가를 특별히 지목하며 이들과 함께 만들어 나간 사진책들을 깊은 애정을 갖고서 설명한다. 작고한 김수남 작가의 ‘한국의 굿’ 시리즈(1984~1993), 『한국의 탈』 &
『한국의 탈춤』(1988), 『아시아의 하늘과 땅』(1995), 강운구 작가의 『경주남산』(1986), 『모든 앙금』(1998), 구본창 작가의 『생각의 바다』(1992) 등은 정병규가 사진가들과 밀도 있게 협업한 결과물로서 작가와 디자이너간의 상호 신뢰를 밑바탕으로 한 국내 미술 출판 및 아트북 역사의 빛나는 사례들이다. 정병규는 책 제작을 둘러싼 시대적 정황을 배경에 놓고 작가들과 교류했던 내밀한 이야기를 각 책 사례를 통해 반추한다.
1980년대에 사진집이나 사진책을 만든다는 것은 활자의 아날로그 시대와 콜드타입 혁명 사이에서 우리의 시각디자인과 북디자인이 가야할 새로운 땅이었다. - 정병규
사진책으로 보는 한국 시각문화이자 시각디자인사
『정병규 사진 책』은 정병규 북디자인 세계를 조망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근 40여년의 시간을 관통하는 이 책은 그 자체가 생생한 한국 시각디자인 역사이자, 한국 예술출판의 한 계보이다. 특히 각 책에 동원된 정병규의 말, 북디자이너 정재완의 해제 그리고 사진책들 사이로 삽입된 시대와 디자인에 대한 단상들은 이 책의 의미를 한 디자이너의 회고담을 넘어 한국 시각디자인사 및 시각문화 차원으로까지 확장시킨다. 소개되는 각각의 사진책은 정병규 개인의 경험담에서 출발하지만, 또 하나의 책으로서의 『정병규 사진 책』은 이 경험담이 역사와 문화라는 실은 거시적인 공적 자장 안에서 이뤄졌음을 곳곳에서 증언한다. 특히, 산업화의 여파로 광고디자인과 산업디자인이 주를 이루었던 1980년대 초반, 사진책은 당시로선 매우 예외적인 출간물이자 문화로서, 자발적인 문화생산자로서의 (북)디자이너 역할에 대한 인식 없이는 제작 불가능했던 매체였다.
『정병규 사진 책』은 새로운 역사 쓰기의 한 표본을 제시하며, 저명 디자이너의 ‘모노그래프’를 넘어 시대의 제약 조건과 협상하는 한 개인의 성취와 한계를 투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하나의 역설적 장치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1980년대 납활자에서 사진식자 그리고 1990년대의 디지털 시대로 이행해 나가는 출판디자인의 과정을 선명하게 짚고 있다는 점에서 『정병규 사진 책』은 책을 중심축으로 보는 한국의 시각문화이자 ‘조금 낯설고도 독특한’ 디자인사이다. 『정병규 사진 책』이 하나의 소소한 아카이브로서도 기능할 수 있는 이유이다.
사진책 디자인의 핵심은, 사진가의 작품을 가지고 사진가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 정병규
문화예술계 주요 전문가들의 다채롭고 풍성한 해석
정병규의 사적인 말들과 생각들이 담긴 이 책에는 현재 국내 문화예술계의 주요 인사들이 사진과 글로서 참여했다. 국내 젊은 사진가로서 대상과 분위기의 유려하고도 따스한 표면을 포착하며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 정멜멜은 부분적으로 변색되거나 손때가 묻은 31종의 사진책들을 오늘의 감각으로 경쾌하게 재해석했다. 그밖에 기계비평가 이영준이 추천사를 썼으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송수정, 포토넷의 대표 최재균, 사진비평가 김현호 및 시인 박상순이 각자 경험한 정병규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밑바탕으로 『정병규 사진 책』에 다채로운 목소리와 시선을 보탰다.
앞으로 사진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미래지향적으로 상상해 보는 것, 앞으로 책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사진책일 것이다.- 정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