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는 잊기 위해 무언가를 버린다. 그 기억과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과거에 파묻혀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쓰레기를 버린다. 버려지고 잊혀져야 할 것들. 마치 죽은 생명체를 매장하듯 땅에 쓰레기를 묻는다. 땅은 생명을 거두어들인다. 그리고 다시 생명을 내어준다. 이는 땅이 가진 신성성이다. 소멸시키고 다시 되돌려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우리는 묻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가루가 되고 액체가 되고 가스가 되어도 여전히 남아 있다. 모양만 바뀔 뿐 쓰레기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언젠가 쓰레기는 결국 우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우리가 버린 이 과거는 예상치 못한 때에 우리의 현실을 뒤덮어 버릴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버리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설령 우리의 삶이 이로 인해 전부 파괴된다고 할지라도 그만둘 수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버림으로써만 삶을 획득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처음 매립지 위로 올라섰을 때 나는 마치 인류가 버린 과거의 무덤 위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이 거대한 무덤 위에서 바라본 저 먼 도시의 풍경은 낯설고 창백해 보였다. 언젠가 이 무덤들이 저 도시에까지 가닿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의 과거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때에, 과거와 직면한 그날, 우리는 다시금 우리의 삶을 재조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작가소개
박신용
미술 작가로 공간에 관한 여러 현상을 관측하고 연구하며, 현장에서 기록하고 수집한 내용에 기반한 결과를 조각이나 설치, 사진, 영상 등의 매체로 드러낸다. “Construction Site in Böcklerpark”(2016-2017), “Construction Tower”(2017-2018), “Topological Construction in Public Space”(2018), “Daebu-Construction”(2019-2020), “Wasted Land”(2020-2021), “Public Spaces in the Nordics”(2019-2021) 등의 공공 프로젝트 및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Daebu-Construction, Archive』(2020), 『Wasted Land, Archive』(2021), 『Public Spaces in the Nordics』(2022)를 출간했다. 중앙대학교에서 조소학을 전공하고, 베를린 바이센제 국립미술대학교에서 공간미술(MA Raumstrategien)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책소개
우리는 잊기 위해 무언가를 버린다. 그 기억과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과거에 파묻혀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쓰레기를 버린다. 버려지고 잊혀져야 할 것들. 마치 죽은 생명체를 매장하듯 땅에 쓰레기를 묻는다. 땅은 생명을 거두어들인다. 그리고 다시 생명을 내어준다. 이는 땅이 가진 신성성이다. 소멸시키고 다시 되돌려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우리는 묻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가루가 되고 액체가 되고 가스가 되어도 여전히 남아 있다. 모양만 바뀔 뿐 쓰레기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언젠가 쓰레기는 결국 우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우리가 버린 이 과거는 예상치 못한 때에 우리의 현실을 뒤덮어 버릴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버리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설령 우리의 삶이 이로 인해 전부 파괴된다고 할지라도 그만둘 수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버림으로써만 삶을 획득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처음 매립지 위로 올라섰을 때 나는 마치 인류가 버린 과거의 무덤 위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이 거대한 무덤 위에서 바라본 저 먼 도시의 풍경은 낯설고 창백해 보였다. 언젠가 이 무덤들이 저 도시에까지 가닿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의 과거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때에, 과거와 직면한 그날, 우리는 다시금 우리의 삶을 재조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작가소개
박신용
미술 작가로 공간에 관한 여러 현상을 관측하고 연구하며, 현장에서 기록하고 수집한 내용에 기반한 결과를 조각이나 설치, 사진, 영상 등의 매체로 드러낸다. “Construction Site in Böcklerpark”(2016-2017), “Construction Tower”(2017-2018), “Topological Construction in Public Space”(2018), “Daebu-Construction”(2019-2020), “Wasted Land”(2020-2021), “Public Spaces in the Nordics”(2019-2021) 등의 공공 프로젝트 및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Daebu-Construction, Archive』(2020), 『Wasted Land, Archive』(2021), 『Public Spaces in the Nordics』(2022)를 출간했다. 중앙대학교에서 조소학을 전공하고, 베를린 바이센제 국립미술대학교에서 공간미술(MA Raumstrategien)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