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민정, 박세미, 윤율리, 이미지, 최경주, 현시원, COM
삽화: 박길종
화원 발행
2022년 3월 28일 발행
디자인: 신동혁(신신)
ISBN: 979-11-90434-28-7 (93600)
110x180mm / 160쪽
책 소개
디자인의 수행적 실천에 주목하는 Gathering Flowers 총서의 두 번째 책
이야기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혹은 낙서와 글귀로 가득한 게시판에서 시작된다. 가까이 다가서면 저마다 다른 바탕색을 띠고 있는 무색의 게시판은 원색의 설화로 그을려 있다. 두 권의 연계 출판물 『사포도』와 『길종상가 2021』에 모여든 이백여 장의 이미지와 일곱 편의 이야기는 유사한 방식으로, 각각의 색을 머금은 채 ‘어딘가’의 주위를 공전하며 펼쳐진다.
2010년 길가에 버려진 의자와 목마, 서랍장을 조합해 새로운 생김새를 만들어 내며 시작되었던 길종상가의 활동은 점차 확장되어 개인과 단체, 기관과 기업의 이야기를 청취하고 이를 사물과 공간으로 다듬어 내는 일로 이어졌다. 길종상가의 가구는 이미 그 형태와 기능만으로도 훌륭한 가공품이다. 그러나 박길종의 작업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둥그스름한 빛깔은 사물의 가장자리에서 전개되는, 그가 수많은 ‘누군가’와 맺어온 관계들에 있다.
길종상가는 결과물(사물)과 대가(이야기)의 교환이라는 매우 등가적이며 정직한 방식에 따라 운영된다. 선집 『사포도』는 길종상가가 오랜 시간 실천해 온 지침에 따라 필자들이 건넨 이야기를 박길종의 삽화와 교환하는 과정을 거쳐 구조화되었다. 필자들은 길종상가와의 오랜 산책을 기억하며, 혹은 희미하고 느슨하게 길종상가의 단면을 추측하며, 각자의 손으로 상가의 시간을 훑어낸다. 일곱 편의 글에서 신기루처럼 멀어지다 이내 선명해지며 등장하는 박길종은 이들이 단어와 문장으로 풀어낸 사유에 유쾌하고 재치 있는 손 그림으로 화답한다.
차례
들어가며, 이미지
길종상가, 박길종 – 개인이 개인에게, 현시원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COM
길종상가 관리인에게, 박세미
길종상가와 18권의 책들, 김민정
집기들의 우화, 이미지
단조로 쌓고, 쌓고, 최경주
주문 후기, 윤율리
참여자들
저자 소개
김민정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2006년부터 지금까지 잡지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잡지의 ‘잡’스러움을 사랑한다.
박세미
시인이며, 건축전문기자. 201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시집 『 내가 나일 확률 』 (2019)이 있다. 월간 「 SPACE 」 기자로 일하고 있다.
신동혁
그래픽 디자이너. 신해옥과 함께 2014년부터 ‘신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나 양식, 관습, 전통, 이론 따위를 재료 삼아서 ‘지금, 여기’라는 맥락에 걸맞는 결과물로 갱신해 내는 방식을 고안하는 데 관심이 많다. 주요 전시로는 «적재적소»(2022), «집합 이론»(2021), «참참참»(2020), «애서가 총서»(2016), «사물학 II: 제작자들의 도시»(2015) 등이 있으며, 건국대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를 가르친다.
윤율리
일민미술관과 오로라(AURORA)에서 일한다. 웨스(WESS)에 공동 운영자로 참여한다. 글쓰기 회사 윤율리 라이팅 코퍼레이션을 비정기 서비스한다. 친구들과 아카이브봄을 운영했다. 함께 혹은 혼자 쓴 책으로 『 제도 미술 』 (2022, 예정), 『 레인보셔벗 』 (2019), 『 아르코 미디어 비평 총서 10-1: 증상들 』(2018) 등이 있다.
이미지
시각적으로 사고하는 기획자. 낯선 관계와 뒤얽힌 맥락, 번역된 언어에 관심을 가진다. 서로 다른 지층의 이동과 횡단(trans/cross)으로 인해 생성되는 대화에 주목하고 있다.
최경주
서울을 기반으로 시각 미술로 활동하며, 판화 레이블 아티스트 프루프(ARTIST PROOF)를 운영하고 있다.
현시원
큐레이터이자 연구자. 시청각, 시청각랩을 운영한다. 다양한 저서를 집필했으며 재밌는 것들과 변화에 관심이 많다. 근래에는 백남준 첫 전시의 사진, 플럭서스의 ‘플럭스키트’ 등에 관한 논문을 집필했다. 박길종과 «천수마트 2층»(2011)을 열었고, 2020년에는 «추상 캐비닛» 등을 기획했다.
COM
공간 디자인을 전공한 김세중과 무대 미술을 전공한 한주원이 2015년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로, 공간을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삽화가 소개
박길종
길종상가의 대표로 각 상점의 사장님들과 함께 일한다. 길종상가는 상가에 입점한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배우고 느끼고 겪어온 모든 것들을 이용해 다른 이들에게 필요한 물건이나 인력, 이외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적절한 금액을 받아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직까지 간직해 온 작은 바람이 있다면, 누구나 길종상가를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란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책 속에서
“길종상가는 결과물(사물)과 대가(이야기)의 교환이라는 매우 등가적이며 정직한 방식에 따라 운영된다.”
(10쪽, 들어가며, 이미지)
“그가 길종상가를 시작하면서 단순명료한 웹사이트를 열었을 때, 그것은 하나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었다. 그는 사기칠 마음이 애초에 없는, 정직한 가게의 주인처럼 보편적인 상식과 사적인 취향을 적절하게 배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걸 그는 문을 열던 그 순간부터 알고 있었을까?”
(16쪽, 길종상가, 박길종 – 개인이 개인에게, 현시원)
“궁금한 마음에 검색해 보았다. ‘길종상가’라는 이름이 나왔다. 이것저것 주워 와 특이한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길종상가? 이름이 상가라고?’ 다시 한번 아리송한 기분이 들었다. 가구를 만든 이의 이름은 ‘박가공’이라고 했다. 본명일까? 점점 더 헷갈렸다.”
(32쪽,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COM)
“그건 꼬마 유령 캐스퍼 같은 거야.”
“꼬마 유령 캐스퍼?”
“응. 꼬마 유령 캐스퍼가 저택을 배회하면서, 저택을 누군가에게 환기하고, 인간과 저택을, 혹은 인간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것처럼 말이지. 존재와 존재 사이에서 서로를 일깨우는 존재 같은 거랄까?”
“존재와 존재 사이의 존재라 … 뒤통수에 바짝 다가온 손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캐스퍼인가?”
(62쪽, 길종상가 관리인에게, 박세미)
“소양’이라는 다소 거창한 표현을 썼지만 보통 우리가 예술가의 작품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것처럼, 때론 세계를 통해 누군가의 작품을 이해할 수도 있다는 맥락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70쪽, 길종상가와 18권의 책들, 김민정)
“우리는 쉬이 집기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집기가 아니라 이를 다루는 방식, 즉 사용법일 뿐이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사물을 매만지고 손상하거나 강화하고 처분하는 일.”
(88쪽, 집기들의 우화, 이미지)
“작업에서만큼은 수평과 수직 외의 삐딱함과 조금은 못난 형상 속에 있는 귀여움을 발견한다. 완벽한 수직과 수평은 지루하고, 예상치 못한 중첩으로 인해 희한한 형태가 나오고 마침 다른 요소들과 어우러질 때 아름다움을 느낀다.“
(112쪽, 단조로 쌓고, 쌓고, 최경주)
“귀사는 이미 잘 알려진 회사였습니다. 작은 회사에서 더 큰 회사로의 주문이 통상 그렇듯 주문서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귀사가 ‘길종상가 가동 101호’ 가공소 이용법에 규정한 바를 지켜 쓰였습니다.”
(138쪽, 주문 후기, 윤율리)
책 소개
디자인의 수행적 실천에 주목하는 Gathering Flowers 총서의 두 번째 책
이야기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혹은 낙서와 글귀로 가득한 게시판에서 시작된다. 가까이 다가서면 저마다 다른 바탕색을 띠고 있는 무색의 게시판은 원색의 설화로 그을려 있다. 두 권의 연계 출판물 『사포도』와 『길종상가 2021』에 모여든 이백여 장의 이미지와 일곱 편의 이야기는 유사한 방식으로, 각각의 색을 머금은 채 ‘어딘가’의 주위를 공전하며 펼쳐진다.
2010년 길가에 버려진 의자와 목마, 서랍장을 조합해 새로운 생김새를 만들어 내며 시작되었던 길종상가의 활동은 점차 확장되어 개인과 단체, 기관과 기업의 이야기를 청취하고 이를 사물과 공간으로 다듬어 내는 일로 이어졌다. 길종상가의 가구는 이미 그 형태와 기능만으로도 훌륭한 가공품이다. 그러나 박길종의 작업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둥그스름한 빛깔은 사물의 가장자리에서 전개되는, 그가 수많은 ‘누군가’와 맺어온 관계들에 있다.
길종상가는 결과물(사물)과 대가(이야기)의 교환이라는 매우 등가적이며 정직한 방식에 따라 운영된다. 선집 『사포도』는 길종상가가 오랜 시간 실천해 온 지침에 따라 필자들이 건넨 이야기를 박길종의 삽화와 교환하는 과정을 거쳐 구조화되었다. 필자들은 길종상가와의 오랜 산책을 기억하며, 혹은 희미하고 느슨하게 길종상가의 단면을 추측하며, 각자의 손으로 상가의 시간을 훑어낸다. 일곱 편의 글에서 신기루처럼 멀어지다 이내 선명해지며 등장하는 박길종은 이들이 단어와 문장으로 풀어낸 사유에 유쾌하고 재치 있는 손 그림으로 화답한다.
차례
들어가며, 이미지
길종상가, 박길종 – 개인이 개인에게, 현시원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COM
길종상가 관리인에게, 박세미
길종상가와 18권의 책들, 김민정
집기들의 우화, 이미지
단조로 쌓고, 쌓고, 최경주
주문 후기, 윤율리
참여자들
저자 소개
김민정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2006년부터 지금까지 잡지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잡지의 ‘잡’스러움을 사랑한다.
박세미
시인이며, 건축전문기자. 201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시집 『 내가 나일 확률 』 (2019)이 있다. 월간 「 SPACE 」 기자로 일하고 있다.
신동혁
그래픽 디자이너. 신해옥과 함께 2014년부터 ‘신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나 양식, 관습, 전통, 이론 따위를 재료 삼아서 ‘지금, 여기’라는 맥락에 걸맞는 결과물로 갱신해 내는 방식을 고안하는 데 관심이 많다. 주요 전시로는 «적재적소»(2022), «집합 이론»(2021), «참참참»(2020), «애서가 총서»(2016), «사물학 II: 제작자들의 도시»(2015) 등이 있으며, 건국대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를 가르친다.
윤율리
일민미술관과 오로라(AURORA)에서 일한다. 웨스(WESS)에 공동 운영자로 참여한다. 글쓰기 회사 윤율리 라이팅 코퍼레이션을 비정기 서비스한다. 친구들과 아카이브봄을 운영했다. 함께 혹은 혼자 쓴 책으로 『 제도 미술 』 (2022, 예정), 『 레인보셔벗 』 (2019), 『 아르코 미디어 비평 총서 10-1: 증상들 』(2018) 등이 있다.
이미지
시각적으로 사고하는 기획자. 낯선 관계와 뒤얽힌 맥락, 번역된 언어에 관심을 가진다. 서로 다른 지층의 이동과 횡단(trans/cross)으로 인해 생성되는 대화에 주목하고 있다.
최경주
서울을 기반으로 시각 미술로 활동하며, 판화 레이블 아티스트 프루프(ARTIST PROOF)를 운영하고 있다.
현시원
큐레이터이자 연구자. 시청각, 시청각랩을 운영한다. 다양한 저서를 집필했으며 재밌는 것들과 변화에 관심이 많다. 근래에는 백남준 첫 전시의 사진, 플럭서스의 ‘플럭스키트’ 등에 관한 논문을 집필했다. 박길종과 «천수마트 2층»(2011)을 열었고, 2020년에는 «추상 캐비닛» 등을 기획했다.
COM
공간 디자인을 전공한 김세중과 무대 미술을 전공한 한주원이 2015년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로, 공간을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삽화가 소개
박길종
길종상가의 대표로 각 상점의 사장님들과 함께 일한다. 길종상가는 상가에 입점한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배우고 느끼고 겪어온 모든 것들을 이용해 다른 이들에게 필요한 물건이나 인력, 이외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적절한 금액을 받아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직까지 간직해 온 작은 바람이 있다면, 누구나 길종상가를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란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책 속에서
“길종상가는 결과물(사물)과 대가(이야기)의 교환이라는 매우 등가적이며 정직한 방식에 따라 운영된다.”
(10쪽, 들어가며, 이미지)
“그가 길종상가를 시작하면서 단순명료한 웹사이트를 열었을 때, 그것은 하나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었다. 그는 사기칠 마음이 애초에 없는, 정직한 가게의 주인처럼 보편적인 상식과 사적인 취향을 적절하게 배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걸 그는 문을 열던 그 순간부터 알고 있었을까?”
(16쪽, 길종상가, 박길종 – 개인이 개인에게, 현시원)
“궁금한 마음에 검색해 보았다. ‘길종상가’라는 이름이 나왔다. 이것저것 주워 와 특이한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길종상가? 이름이 상가라고?’ 다시 한번 아리송한 기분이 들었다. 가구를 만든 이의 이름은 ‘박가공’이라고 했다. 본명일까? 점점 더 헷갈렸다.”
(32쪽,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COM)
“그건 꼬마 유령 캐스퍼 같은 거야.”
“꼬마 유령 캐스퍼?”
“응. 꼬마 유령 캐스퍼가 저택을 배회하면서, 저택을 누군가에게 환기하고, 인간과 저택을, 혹은 인간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것처럼 말이지. 존재와 존재 사이에서 서로를 일깨우는 존재 같은 거랄까?”
“존재와 존재 사이의 존재라 … 뒤통수에 바짝 다가온 손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캐스퍼인가?”
(62쪽, 길종상가 관리인에게, 박세미)
“소양’이라는 다소 거창한 표현을 썼지만 보통 우리가 예술가의 작품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것처럼, 때론 세계를 통해 누군가의 작품을 이해할 수도 있다는 맥락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70쪽, 길종상가와 18권의 책들, 김민정)
“우리는 쉬이 집기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집기가 아니라 이를 다루는 방식, 즉 사용법일 뿐이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사물을 매만지고 손상하거나 강화하고 처분하는 일.”
(88쪽, 집기들의 우화, 이미지)
“작업에서만큼은 수평과 수직 외의 삐딱함과 조금은 못난 형상 속에 있는 귀여움을 발견한다. 완벽한 수직과 수평은 지루하고, 예상치 못한 중첩으로 인해 희한한 형태가 나오고 마침 다른 요소들과 어우러질 때 아름다움을 느낀다.“
(112쪽, 단조로 쌓고, 쌓고, 최경주)
“귀사는 이미 잘 알려진 회사였습니다. 작은 회사에서 더 큰 회사로의 주문이 통상 그렇듯 주문서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귀사가 ‘길종상가 가동 101호’ 가공소 이용법에 규정한 바를 지켜 쓰였습니다.”
(138쪽, 주문 후기, 윤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