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6일 초판 발행
180 × 240 mm, 52쪽,
무선제본, 비닐커버
ISBN 979-11-962302-6-5 (93600)
이은우 지음
2021년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이은우 개인전 “쌍”과 연계하여 출판된 책. 2010년대 중반에 시작된 사물의 질서에 천착한 약 30여점의 작품과 그에 대한 독립 큐레이터 배은아의 글 “ ‘짝’에서 ‘쌍’으로 ”를 수록했다.
책 속에서
“나는 사물이 담고 있는 관념적인 가치보다 그 외피에 관심이 있다. 예를 들어, 그 사물의 재료나 제작방법, 생김새, 소비 형태와 따위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므로 내가 하는 미술은 사물을 관통하는 어떤 사실들과 관계한다. 이것은 물질의 물리적 한계나 특성이기도 하고 과거의 어느 역사적인 순간들이기도 하며 그 어떤 시공간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발생되었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양식들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나의 미술은 무엇을 향한 오마주나 이미테이션, 가짜와 진짜, 장식과 실용, 노스탤지어나 버내큘러 등을 관통하는 여러 경계선에 위치한다.” (작가 노트)
현대미술계를 휩쓸고 지나간 공공 프로젝트를 위한 대형 커스터마이징, 명망 높은 글로벌 기획전의 설치 프로젝트, 퍼포먼스의 예술적 수행력, 활동가 혹은 콜렉티브가 주장하는 정치적 올바름 등 크고 작은 유행의 등장과 소멸 속에서 이은우는 ‘아니다’, 또는 ‘아닐 수 있다’ 혹은 ‘때로는 그렇지만 때로는 아닐 수 있다’ 같은 대담한 건지 소심한 건지 모를 부정을 선언한다. (23쪽)
그는 이 생산과 소비활동을 최대한 정확한 계산과 공정한 분배를 통해 완성하려 하며 어떤 감정적 우월함이나 감각적 열등함은 애써 참아둔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삐죽거림에 최근 어떤 변화가 생겼다. 이은우가 추구했던 ‘평범함’이 과거에는 ‘고급스러움’에 반발하는 자의식에서 출발했다면 최근의 ‘평범함’은 일종의 ‘자기-참조’로서 지켜야 하는 윤리적 태도로 전환되었다. (24쪽)
돌과 나무를 버리고 플라스틱으로 나쁜 짓을 하는 편이 수월할 텐데 이은우는 그 피곤함을 마다하지 않는다. 워목의 결을 고르고 손으로 대패질을 하며 매끈한 선을 완성한다. 한 뭉치 털실을 짧게 자르고 매트에 올려 한 땀 한 땀 매듭을 지었을 노동의 시간과 연골의 소모를 미루어 짐작해 본다. (25쪽)
2021년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이은우 개인전 “쌍”과 연계하여 출판된 책. 2010년대 중반에 시작된 사물의 질서에 천착한 약 30여점의 작품과 그에 대한 독립 큐레이터 배은아의 글 “ ‘짝’에서 ‘쌍’으로 ”를 수록했다.
책 속에서
“나는 사물이 담고 있는 관념적인 가치보다 그 외피에 관심이 있다. 예를 들어, 그 사물의 재료나 제작방법, 생김새, 소비 형태와 따위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므로 내가 하는 미술은 사물을 관통하는 어떤 사실들과 관계한다. 이것은 물질의 물리적 한계나 특성이기도 하고 과거의 어느 역사적인 순간들이기도 하며 그 어떤 시공간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발생되었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양식들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나의 미술은 무엇을 향한 오마주나 이미테이션, 가짜와 진짜, 장식과 실용, 노스탤지어나 버내큘러 등을 관통하는 여러 경계선에 위치한다.” (작가 노트)
현대미술계를 휩쓸고 지나간 공공 프로젝트를 위한 대형 커스터마이징, 명망 높은 글로벌 기획전의 설치 프로젝트, 퍼포먼스의 예술적 수행력, 활동가 혹은 콜렉티브가 주장하는 정치적 올바름 등 크고 작은 유행의 등장과 소멸 속에서 이은우는 ‘아니다’, 또는 ‘아닐 수 있다’ 혹은 ‘때로는 그렇지만 때로는 아닐 수 있다’ 같은 대담한 건지 소심한 건지 모를 부정을 선언한다. (23쪽)
그는 이 생산과 소비활동을 최대한 정확한 계산과 공정한 분배를 통해 완성하려 하며 어떤 감정적 우월함이나 감각적 열등함은 애써 참아둔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삐죽거림에 최근 어떤 변화가 생겼다. 이은우가 추구했던 ‘평범함’이 과거에는 ‘고급스러움’에 반발하는 자의식에서 출발했다면 최근의 ‘평범함’은 일종의 ‘자기-참조’로서 지켜야 하는 윤리적 태도로 전환되었다. (24쪽)
돌과 나무를 버리고 플라스틱으로 나쁜 짓을 하는 편이 수월할 텐데 이은우는 그 피곤함을 마다하지 않는다. 워목의 결을 고르고 손으로 대패질을 하며 매끈한 선을 완성한다. 한 뭉치 털실을 짧게 자르고 매트에 올려 한 땀 한 땀 매듭을 지었을 노동의 시간과 연골의 소모를 미루어 짐작해 본다. (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