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김동신, 임솔, 강인구, 김기창, 장수영
출간일 2021년 10월 05일
36쪽 | 210*297mm
ISBN13 9791196230258
『Odd To Even(홀짝)』 3호가 발간되었습니다. 『Odd To Even』은 그래픽디자이너가 쓴 글을 엮어내는 프로젝트입니다. 2021년 1월 처음 발간되어 4월의 2호에 이어 3호가 발간되었습니다. 판데믹의 첫해를 2016-2020년 사이 최근 5년의 그래픽디자인의 변화상을 수집하는 전시 [Not Only But Also 67890] 프로젝트로 마감한 저희는 이듬해 그 전시를 통해 궁금해진 것들, 공유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들에 대해 그래픽디자이너가 직접 쓰고 엮어 출판하는 『Odd To Even』으로 자연스럽게 매체를 옮겼고, 이제 2021년에 발간하기로 한 마지막 한 호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도 역시 세 편의 글이 실립니다. 첫 번째로 김동신의 [디자이너의 취향에 대하여 말하기]입니다. 이 글은 2009년 김동신의 석사 학위 논문에서 일부를 발췌한 글입니다. 외환위기와 스마트폰의 출현이라는 거대한 외부적 조건 아래 독립출판, 소규모스튜디오, 인디음악씬 등에서 새로운 시도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시기, 그 어느 때보다 디자이너들은 ‘취향’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거나 공유되는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고 또 그것들을 세분화하고 구별 짓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 글에서 조사, 수집된 특징들은 지금 현재의 극단적으로 정교해지고 또 장르 간, 분야 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취향의 기준으로 보면 어디까지나 거칠고 조야하고 또 무척 새삼스러워 보이긴 합니다만 한편 그렇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2년 전, 그래픽디자이너의 취향과 지금 현재의 그것은 얼마나 다르고 왜 다른 걸까요?
두 번째 글은 임솔의 [몸 위에서 말하고, 닳고, 부서지는 그래픽 팝니다]입니다. 다소 비장하게 느껴지는 제목이지만 실은 단어들을 분리해 살펴보면 (스트리트 의류) 브랜드에서 하는 일 자체를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 문장이 지시하는 ‘일’은 이전까지 ‘그래픽디자이너의’ 일로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습니다. 즉, 이 제목은 그래픽디자이너가 하는 일이 근본적으로 변화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 임솔은, 다듬고 덜어낸 단문으로 담담하게 특정 시기 자신의 행적을 회고하고 있습니다. SNS의 매체 환경을 주무대 삼아 그래픽디자인과 그래픽디자이너의 성립 조건과 직능의 경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시기를 자생적이고 자율적인 브랜드 런칭과 운영으로 돌파해 온 그는 변화에 대응하기보다 변화의 흐름을 만드는 주체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강인구, 김기창의 [각자(字)방식]입니다. 평소 저희 매체에 실리는 하나의 아티클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분량입니다. ‘각자방식’이 목표로 하는 바는, 사실 무척 간명합니다. ‘좋은 글꼴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떤 기준과 가치에 근거하고 있는가, 혹은 그 기준과 가치는 어떻게 합의되어야 할 것인가’라는 것입니다. 시장과 매체, 그리고 제작 환경의 급속적인 변화로 활자디자인의 진입 장벽과 동서양 활자디자인 문화 차이가 희박해졌으며, 그에 따라 생산, 소비되는 활자의 양 또한 엄청나게 늘면서 수년 간 인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일상문화 사이에 스며들었습니다. 그러나 확장되는 규모와는 다르게 만들어진 글자를 비평하고 비교하고 분석하는 시도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각자방식’의 목적은 간명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원대하고 추상적인 지향점을 가집니다. 글자의 언어로서의 확정적인 고정점 덕분에, 디자이너 각자의 태도, 제스처, 방법론은 살펴보려고 하면 얼마든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각자방식’의 시도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활자디자인 분야를 더욱 풍성하고 흥미롭게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별지로는 최근 가장 웃기고 재미있는 스토리로 정평이 나 있는 장수영이 참여했습니다. 모르겠어요. 저도 가끔 재미있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만 그게 디자이너에게 (뭐가) 좋은 건지 확신하기는 어렵습니다. 어쨌든 24시간의 수명을 지닌 스토리라는 장치의 형식을 활용한 작업을 요청해 받은 후 3개월 후에야 출판하는 저희에게 장수영 씨가 화를 내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Odd to Even』에 대해
얇은 책: 표지도, 내지도 한 단면처럼 느껴지는 나풀나풀한 책
짧은 글: 논문의 무거움도, 에세이의 가벼움도 아닌 그 사이의 글의 길이
가벼운 책: 물리적인 무게 뿐만 아니라 만드는 이들의 태도도 진중하기보다 유쾌한
촘촘한 발행 간격: 간격 얇은 대신 비교적 자주, 잊을만 하면 출간
『Odd To Even(홀짝)』 3호가 발간되었습니다. 『Odd To Even』은 그래픽디자이너가 쓴 글을 엮어내는 프로젝트입니다. 2021년 1월 처음 발간되어 4월의 2호에 이어 3호가 발간되었습니다. 판데믹의 첫해를 2016-2020년 사이 최근 5년의 그래픽디자인의 변화상을 수집하는 전시 [Not Only But Also 67890] 프로젝트로 마감한 저희는 이듬해 그 전시를 통해 궁금해진 것들, 공유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들에 대해 그래픽디자이너가 직접 쓰고 엮어 출판하는 『Odd To Even』으로 자연스럽게 매체를 옮겼고, 이제 2021년에 발간하기로 한 마지막 한 호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도 역시 세 편의 글이 실립니다. 첫 번째로 김동신의 [디자이너의 취향에 대하여 말하기]입니다. 이 글은 2009년 김동신의 석사 학위 논문에서 일부를 발췌한 글입니다. 외환위기와 스마트폰의 출현이라는 거대한 외부적 조건 아래 독립출판, 소규모스튜디오, 인디음악씬 등에서 새로운 시도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시기, 그 어느 때보다 디자이너들은 ‘취향’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거나 공유되는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고 또 그것들을 세분화하고 구별 짓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 글에서 조사, 수집된 특징들은 지금 현재의 극단적으로 정교해지고 또 장르 간, 분야 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취향의 기준으로 보면 어디까지나 거칠고 조야하고 또 무척 새삼스러워 보이긴 합니다만 한편 그렇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2년 전, 그래픽디자이너의 취향과 지금 현재의 그것은 얼마나 다르고 왜 다른 걸까요?
두 번째 글은 임솔의 [몸 위에서 말하고, 닳고, 부서지는 그래픽 팝니다]입니다. 다소 비장하게 느껴지는 제목이지만 실은 단어들을 분리해 살펴보면 (스트리트 의류) 브랜드에서 하는 일 자체를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 문장이 지시하는 ‘일’은 이전까지 ‘그래픽디자이너의’ 일로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습니다. 즉, 이 제목은 그래픽디자이너가 하는 일이 근본적으로 변화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 임솔은, 다듬고 덜어낸 단문으로 담담하게 특정 시기 자신의 행적을 회고하고 있습니다. SNS의 매체 환경을 주무대 삼아 그래픽디자인과 그래픽디자이너의 성립 조건과 직능의 경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시기를 자생적이고 자율적인 브랜드 런칭과 운영으로 돌파해 온 그는 변화에 대응하기보다 변화의 흐름을 만드는 주체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강인구, 김기창의 [각자(字)방식]입니다. 평소 저희 매체에 실리는 하나의 아티클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분량입니다. ‘각자방식’이 목표로 하는 바는, 사실 무척 간명합니다. ‘좋은 글꼴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떤 기준과 가치에 근거하고 있는가, 혹은 그 기준과 가치는 어떻게 합의되어야 할 것인가’라는 것입니다. 시장과 매체, 그리고 제작 환경의 급속적인 변화로 활자디자인의 진입 장벽과 동서양 활자디자인 문화 차이가 희박해졌으며, 그에 따라 생산, 소비되는 활자의 양 또한 엄청나게 늘면서 수년 간 인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일상문화 사이에 스며들었습니다. 그러나 확장되는 규모와는 다르게 만들어진 글자를 비평하고 비교하고 분석하는 시도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각자방식’의 목적은 간명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원대하고 추상적인 지향점을 가집니다. 글자의 언어로서의 확정적인 고정점 덕분에, 디자이너 각자의 태도, 제스처, 방법론은 살펴보려고 하면 얼마든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각자방식’의 시도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활자디자인 분야를 더욱 풍성하고 흥미롭게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별지로는 최근 가장 웃기고 재미있는 스토리로 정평이 나 있는 장수영이 참여했습니다. 모르겠어요. 저도 가끔 재미있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만 그게 디자이너에게 (뭐가) 좋은 건지 확신하기는 어렵습니다. 어쨌든 24시간의 수명을 지닌 스토리라는 장치의 형식을 활용한 작업을 요청해 받은 후 3개월 후에야 출판하는 저희에게 장수영 씨가 화를 내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Odd to Even』에 대해
얇은 책: 표지도, 내지도 한 단면처럼 느껴지는 나풀나풀한 책
짧은 글: 논문의 무거움도, 에세이의 가벼움도 아닌 그 사이의 글의 길이
가벼운 책: 물리적인 무게 뿐만 아니라 만드는 이들의 태도도 진중하기보다 유쾌한
촘촘한 발행 간격: 간격 얇은 대신 비교적 자주, 잊을만 하면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