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향로, 2018년 5월 10일.
한국어와 영어. 오프셋 인쇄, 186 × 246 밀리미터, 68쪽.
ISBN: 978-1-947807-67-9.
윤향로의 다섯 번째 개인전 “서플랫픽터” (Surflatpictor, P21, 2018년 5월 10일부터 6월 10일까지)는 형식상 음악가들의 EP 앨범 같은 전시였다. P21 갤러리는 두 개의 분리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는 한 곳에 거울을 이용해 “스크린샷” 연작을 전시장에 구현하고, 다른 곳에서는 뉴욕에서 발표한 “리퀴드 리스케일” 연작 세 점을 다시 전시했다. 달리 말해, 세 번째 개인전과 네 번째 개인전을 혼합한 형식이었다. 이러한 전시 형식은 제목 “서플랫픽터”에도 반영되었다. 그가 2010년대부터 사용해온 어휘들 surface, flat, 그리고 picture를 합성하고, 거기에 접미사 or을 붙여 만든 제목은 작가의 지난 활동을 종합한다. 한국어로 ‘표면-납작-회화’ 정도 되겠다. 동시에, 이 이상한 제목은 새로운 단계로 작업 세계의 이행을 뜻한다.
이 전시는 윤향로가 평면 이미지와 회화에서 물리적 세계로 나아가는 첫 시도로 기록된다. 신작 “Screenshot_3.03.18-001” (2018년)은 작가가 사용하는 어도비 애플리케이션의 자동화 기능을 대형 거울로 대체해 관객의 참여를 통해 이미지 변주를 시도한 것이다. 이 작품 이후 작가는 광주비엔날레에서 대형 회화 설치 “ASPKG” (2018년), 그래픽 디자이너 김병조와 협업한 “SS19” (2019년), “FW19” (2019년) 조각 연작을 연이어 발표하며 매체 변주의 폭을 더욱 넓혔다. 시공간을 변주하고 압축해 창출한 납작한 이미지를 만든 데에서 나아가 물리적 시공에 변주하는 것이다.
다르게 연출된 두 공간의 관계는 모호하다. 전통적 회화 재료인 아크릴을 사용해 유사 회화의 매체적 특징을 재정의한 “리퀴드 리스케일” 연작과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을 시도한 신작의 조합은 매체 변주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드러낼 뿐, 왜 두 개의 언명이 병치되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작가의 의도는 또렷히 전달된다. 전시의 절반은 유사 회화에서 매체적 측면을 갱신하고, 다른 한쪽에서 물리적 시공으로 유사 회화를 확장하는 모습은 유사 회화는 재료 같은 지엽적 특질들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세계와 회화에 대한 메타적 사유라고 말한다.
도록의 형식은 변주와 확장을 반영한다. 도록은 비닐 커버와 세 가지 판형의 내지로 구성됐는데, 비닐 커버는 투명한 층위로서 마우스 오버하면 제목이 뜨는 포트폴리오 웹사이트의 전형적인 기법에서 착안했다. 세 가지 판형은 가장 작은 내지가 두 배씩 확대되는 구조인데, 가장 작은 판형은 작가의 디지털 드로잉을 인쇄용 파일로 변환했을 때 자동 산출되는 크기이다. 세 가지 판형은 각각 디지털 드로잉, 두 개의 비평문, 전시 전경 사진을 담고 있다. 활자체는 P21 갤러리의 디자인 가이드에 따라 선택한 것으로 별 다른 뜻이 없으며, 깊이가 느껴질 정도로 초과된 평면성에 어울리도록 초고해상도로 UV 오프셋 인쇄하고, 완벽하게 제단하고 제책했다. 도록에 실린 미술 비평가 안소연의 글은 윤향로의 자동 기술적 개방성을 회화의 본성과 연결짓고, 큐레이터 추성아의 글은 잉크젯 프린터의 작동 원리를 작가가 에어브러시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차에 주목한다. [글. 안유민]
작가
윤향로는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9년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후, 2013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과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숏 컷” (갤러리 175, 2012년)부터 “발파된 풍경” (인사미술공간, 서울, 2014년), “스크린샷” (원앤제이 플러스원, 서울, 2017년), “리퀴드 리스케일” (두산 갤러리, 뉴욕, 2017년), “서플랫픽터” (P21, 서울, 2018년), 그리고 “캔버스들” (학고재, 서울, 2020년)까지 여섯 번의 단독 전시를 열었다. 2019년부터 그래픽 디자이너 김병조와 협업 컬렉션 “SS19” (소쇼룸, 서울, 2019년), “FW19” (원앤제이 갤러리, 서울, 2019년)를 발표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아르코미술관 (서울),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수원), 일민미술관 (서울), 인사미술공간 (서울)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하고, 제12회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 (2018년)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고양), 두산 갤러리 뉴욕 레지던시 (뉴욕), 경기문화재단 경기창작센터 (안산),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서울) 등의 레지던시에 입주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서울), 아라리오뮤지엄 (서울)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활동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http://yoonhyangro.com
참여자
글: 안소연, 추성아
번역: 최기원
번역 교열: 진균능
편집 및 디자인: 김병조
디자인 도움: 이민선
사진: 아트트레이스, 안천호
제작: 으뜸 프로세스
윤향로의 다섯 번째 개인전 “서플랫픽터” (Surflatpictor, P21, 2018년 5월 10일부터 6월 10일까지)는 형식상 음악가들의 EP 앨범 같은 전시였다. P21 갤러리는 두 개의 분리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는 한 곳에 거울을 이용해 “스크린샷” 연작을 전시장에 구현하고, 다른 곳에서는 뉴욕에서 발표한 “리퀴드 리스케일” 연작 세 점을 다시 전시했다. 달리 말해, 세 번째 개인전과 네 번째 개인전을 혼합한 형식이었다. 이러한 전시 형식은 제목 “서플랫픽터”에도 반영되었다. 그가 2010년대부터 사용해온 어휘들 surface, flat, 그리고 picture를 합성하고, 거기에 접미사 or을 붙여 만든 제목은 작가의 지난 활동을 종합한다. 한국어로 ‘표면-납작-회화’ 정도 되겠다. 동시에, 이 이상한 제목은 새로운 단계로 작업 세계의 이행을 뜻한다.
이 전시는 윤향로가 평면 이미지와 회화에서 물리적 세계로 나아가는 첫 시도로 기록된다. 신작 “Screenshot_3.03.18-001” (2018년)은 작가가 사용하는 어도비 애플리케이션의 자동화 기능을 대형 거울로 대체해 관객의 참여를 통해 이미지 변주를 시도한 것이다. 이 작품 이후 작가는 광주비엔날레에서 대형 회화 설치 “ASPKG” (2018년), 그래픽 디자이너 김병조와 협업한 “SS19” (2019년), “FW19” (2019년) 조각 연작을 연이어 발표하며 매체 변주의 폭을 더욱 넓혔다. 시공간을 변주하고 압축해 창출한 납작한 이미지를 만든 데에서 나아가 물리적 시공에 변주하는 것이다.
다르게 연출된 두 공간의 관계는 모호하다. 전통적 회화 재료인 아크릴을 사용해 유사 회화의 매체적 특징을 재정의한 “리퀴드 리스케일” 연작과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을 시도한 신작의 조합은 매체 변주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드러낼 뿐, 왜 두 개의 언명이 병치되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작가의 의도는 또렷히 전달된다. 전시의 절반은 유사 회화에서 매체적 측면을 갱신하고, 다른 한쪽에서 물리적 시공으로 유사 회화를 확장하는 모습은 유사 회화는 재료 같은 지엽적 특질들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세계와 회화에 대한 메타적 사유라고 말한다.
도록의 형식은 변주와 확장을 반영한다. 도록은 비닐 커버와 세 가지 판형의 내지로 구성됐는데, 비닐 커버는 투명한 층위로서 마우스 오버하면 제목이 뜨는 포트폴리오 웹사이트의 전형적인 기법에서 착안했다. 세 가지 판형은 가장 작은 내지가 두 배씩 확대되는 구조인데, 가장 작은 판형은 작가의 디지털 드로잉을 인쇄용 파일로 변환했을 때 자동 산출되는 크기이다. 세 가지 판형은 각각 디지털 드로잉, 두 개의 비평문, 전시 전경 사진을 담고 있다. 활자체는 P21 갤러리의 디자인 가이드에 따라 선택한 것으로 별 다른 뜻이 없으며, 깊이가 느껴질 정도로 초과된 평면성에 어울리도록 초고해상도로 UV 오프셋 인쇄하고, 완벽하게 제단하고 제책했다. 도록에 실린 미술 비평가 안소연의 글은 윤향로의 자동 기술적 개방성을 회화의 본성과 연결짓고, 큐레이터 추성아의 글은 잉크젯 프린터의 작동 원리를 작가가 에어브러시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차에 주목한다. [글. 안유민]
작가
윤향로는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9년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후, 2013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과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숏 컷” (갤러리 175, 2012년)부터 “발파된 풍경” (인사미술공간, 서울, 2014년), “스크린샷” (원앤제이 플러스원, 서울, 2017년), “리퀴드 리스케일” (두산 갤러리, 뉴욕, 2017년), “서플랫픽터” (P21, 서울, 2018년), 그리고 “캔버스들” (학고재, 서울, 2020년)까지 여섯 번의 단독 전시를 열었다. 2019년부터 그래픽 디자이너 김병조와 협업 컬렉션 “SS19” (소쇼룸, 서울, 2019년), “FW19” (원앤제이 갤러리, 서울, 2019년)를 발표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아르코미술관 (서울),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수원), 일민미술관 (서울), 인사미술공간 (서울)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하고, 제12회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 (2018년)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고양), 두산 갤러리 뉴욕 레지던시 (뉴욕), 경기문화재단 경기창작센터 (안산),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서울) 등의 레지던시에 입주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서울), 아라리오뮤지엄 (서울)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활동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http://yoonhyangro.com
참여자
글: 안소연, 추성아
번역: 최기원
번역 교열: 진균능
편집 및 디자인: 김병조
디자인 도움: 이민선
사진: 아트트레이스, 안천호
제작: 으뜸 프로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