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전쟁 일기》 개정판이 읻다의 철학 시리즈 ‘착상’ 첫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비트겐슈타인이 1차 세계 대전 참전 중에 기록한 일기장 세 권을 엮은 것으로, 케임브리지 대학교 및 베르겐 대학교 문헌보관소의 협조로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완역 합본이다.
당시 비트겐슈타인은 일기장의 왼쪽 면에는 사적 내용을, 오른쪽 면에는 철학적 내용을 기록했는데, 왼쪽 면의 〈사적 일기〉는 독일에서조차 완역하지 않고 편집 후 발간했을 정도로 은밀한 내면까지 담고 있다. 그러나 〈사적 일기〉에 기록된 비트겐슈타인의 일상이나 감정은 단순한 개인적 기록의 성격을 넘어, 그가 전쟁터에서 직면한 사건들이 추상적, 철학적인 문제의식으로 이어지는 사유의 궤적을 보여준다. 오른쪽 면의 〈철학 일기〉는 후일 러셀이 《논리철학논고》 검토 및 서문 작성에 참고 자료로 삼았을 만큼, 이러한 문제의식이 《논리철학논고》의 &지적&들로 형성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따라서 〈사적 일기〉와 〈철학 일기〉의 병행 편집으로 구성된 《전쟁 일기》는 초기 비트겐슈타인 철학을 풍부한 전기적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자료이자, 《논리철학논고》의 파편적 서술들을 연결지을 길잡이가 된다. 특히 〈철학 일기〉에는 《논리철학논고》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대목에 해당 지적의 번호를 표기하여 독자가 두 책을 서로 참조하며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목차
편집 의도
서문
전쟁일기
— 사적 일기
— 철학 일기
해제
옮긴이의 말
책 속에서
지금 나는 거대한 발견에 이르는 길목에 서 있다. 하지만 내가 그곳에 도달할 수 있을까? (…) 바깥은 얼음장같이 춥고 폭풍이 몰아친다. 나는 바닥에 밀짚을 깔고 자며, 조그만 목제 상자 위에서 읽고 쓴다(가격: 2.50 크로넨).
14년 9월 5일
가장 작업을 잘할 수 있는 때는 감자를 깎을 때다. 나는 항상 이 일에 자원한다. 나에게 있어서 감자를 깎는 일은 스피노자가 렌즈를 깎던 일과도 같다. (…) “정신이 곁을 지키는 자라면……” ???! 신이 나와 함께하시길! 이제 죽음과 눈을 마주하게 되었으니, 고결한 인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하겠다.
14년 9월 15일
나는 한 시간 후에 죽을지도 모르고, 두 시간 후에 죽을지도 모르고, 한 달 후나 아니면 몇 년 후에 죽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 죽음을 알지 못하며, 그것에 대항하거나 준비하기 위한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이 삶이란 그런 것이다. 어떤 순간에도 존립하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좋음과 아름다움 속에서 사는 것이다. 삶이 스스로 멎는 순간까지.
14년 10월 7일
나는 다음 문장들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직 사물들만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수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세계가 정확히 하나의 사물로만 이루어져 있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 하나의 사물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러셀이라면 아마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하나의 사물이 있다면, 함수 (∃x)?ξ?=x도 존재한다고. 하지만!?
14년 10월 13일
나는 대상들에 대해 말할 수 있을 뿐, 그것들을 발설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장으로 표현될 수 없는 것(그러면서 대상도 아닌 것)이 있을 수는 없는가?” 그런 것이야말로 언어를 통해서는 표현될 수 없을 것이며, 그것에 대해 질문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사실들 바깥에 무언가가 있다면 어떤가? 문장들이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면? (…) 우리는 표현될 수 없는 것은 표현하지 않는다?그리고, 표현될 수 없는 것이 과연 표현될 수 있는지를 어떻게 질문할 수 있단 말인가? 사실들 바깥의 영역이란 존재하지 않는가?
15년 5월 27일
단어들은 깊은 물 위를 덮고 있는 피부와도 같다. 명료한 것은, ‘문장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일이 ‘사실이란 무엇인가’ 또는 ‘복합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과 같은 지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15년 5월 30일
내가 쓰고 있는 모든 글은 하나의 거대한 문제에 대한 것이다: 세계에는 선험적 질서가 있는가? 만약 질서가 있다면, 어디에 있는가? 너는 안개 속을 쳐다보면서 목표가 가깝다고 스스로를 속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안개가 흩어지고 나면 목표는 시야에 들어와 있지도 않은 것을!
15년 6월 1일
인생의 목적과 신에 대해 나는 과연 무엇을 아는가? 나는 이 세계가 있음을 안다. 마치 눈이 시야 안에 있듯이, 내가 그 안에 있음을 안다. 우리가 세계의 의미라고 부르는 어떤 것이 문제적임을 안다. 이 의미가 세계 안이 아니라, 바깥에 있음을 안다. 삶이 곧 세계임을 안다. 내 의지가 세계를 관통함을 안다.
16년 5월 25일 / 6월 11일
역사가 나와 무슨 상관인가? 내 세계가 최초의 세계이며 유일한 세계인데! 나는 내가 세계를 어떤 모습으로 발견했는지를 서술할 것이다.
16년 9월 2일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전쟁 일기》 개정판이 읻다의 철학 시리즈 ‘착상’ 첫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비트겐슈타인이 1차 세계 대전 참전 중에 기록한 일기장 세 권을 엮은 것으로, 케임브리지 대학교 및 베르겐 대학교 문헌보관소의 협조로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완역 합본이다.
당시 비트겐슈타인은 일기장의 왼쪽 면에는 사적 내용을, 오른쪽 면에는 철학적 내용을 기록했는데, 왼쪽 면의 〈사적 일기〉는 독일에서조차 완역하지 않고 편집 후 발간했을 정도로 은밀한 내면까지 담고 있다. 그러나 〈사적 일기〉에 기록된 비트겐슈타인의 일상이나 감정은 단순한 개인적 기록의 성격을 넘어, 그가 전쟁터에서 직면한 사건들이 추상적, 철학적인 문제의식으로 이어지는 사유의 궤적을 보여준다. 오른쪽 면의 〈철학 일기〉는 후일 러셀이 《논리철학논고》 검토 및 서문 작성에 참고 자료로 삼았을 만큼, 이러한 문제의식이 《논리철학논고》의 &지적&들로 형성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따라서 〈사적 일기〉와 〈철학 일기〉의 병행 편집으로 구성된 《전쟁 일기》는 초기 비트겐슈타인 철학을 풍부한 전기적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자료이자, 《논리철학논고》의 파편적 서술들을 연결지을 길잡이가 된다. 특히 〈철학 일기〉에는 《논리철학논고》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대목에 해당 지적의 번호를 표기하여 독자가 두 책을 서로 참조하며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목차
편집 의도
서문
전쟁일기
— 사적 일기
— 철학 일기
해제
옮긴이의 말
책 속에서
지금 나는 거대한 발견에 이르는 길목에 서 있다. 하지만 내가 그곳에 도달할 수 있을까? (…) 바깥은 얼음장같이 춥고 폭풍이 몰아친다. 나는 바닥에 밀짚을 깔고 자며, 조그만 목제 상자 위에서 읽고 쓴다(가격: 2.50 크로넨).
14년 9월 5일
가장 작업을 잘할 수 있는 때는 감자를 깎을 때다. 나는 항상 이 일에 자원한다. 나에게 있어서 감자를 깎는 일은 스피노자가 렌즈를 깎던 일과도 같다. (…) “정신이 곁을 지키는 자라면……” ???! 신이 나와 함께하시길! 이제 죽음과 눈을 마주하게 되었으니, 고결한 인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하겠다.
14년 9월 15일
나는 한 시간 후에 죽을지도 모르고, 두 시간 후에 죽을지도 모르고, 한 달 후나 아니면 몇 년 후에 죽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 죽음을 알지 못하며, 그것에 대항하거나 준비하기 위한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이 삶이란 그런 것이다. 어떤 순간에도 존립하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좋음과 아름다움 속에서 사는 것이다. 삶이 스스로 멎는 순간까지.
14년 10월 7일
나는 다음 문장들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직 사물들만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수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세계가 정확히 하나의 사물로만 이루어져 있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 하나의 사물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러셀이라면 아마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하나의 사물이 있다면, 함수 (∃x)?ξ?=x도 존재한다고. 하지만!?
14년 10월 13일
나는 대상들에 대해 말할 수 있을 뿐, 그것들을 발설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장으로 표현될 수 없는 것(그러면서 대상도 아닌 것)이 있을 수는 없는가?” 그런 것이야말로 언어를 통해서는 표현될 수 없을 것이며, 그것에 대해 질문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사실들 바깥에 무언가가 있다면 어떤가? 문장들이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면? (…) 우리는 표현될 수 없는 것은 표현하지 않는다?그리고, 표현될 수 없는 것이 과연 표현될 수 있는지를 어떻게 질문할 수 있단 말인가? 사실들 바깥의 영역이란 존재하지 않는가?
15년 5월 27일
단어들은 깊은 물 위를 덮고 있는 피부와도 같다. 명료한 것은, ‘문장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일이 ‘사실이란 무엇인가’ 또는 ‘복합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과 같은 지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15년 5월 30일
내가 쓰고 있는 모든 글은 하나의 거대한 문제에 대한 것이다: 세계에는 선험적 질서가 있는가? 만약 질서가 있다면, 어디에 있는가? 너는 안개 속을 쳐다보면서 목표가 가깝다고 스스로를 속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안개가 흩어지고 나면 목표는 시야에 들어와 있지도 않은 것을!
15년 6월 1일
인생의 목적과 신에 대해 나는 과연 무엇을 아는가? 나는 이 세계가 있음을 안다. 마치 눈이 시야 안에 있듯이, 내가 그 안에 있음을 안다. 우리가 세계의 의미라고 부르는 어떤 것이 문제적임을 안다. 이 의미가 세계 안이 아니라, 바깥에 있음을 안다. 삶이 곧 세계임을 안다. 내 의지가 세계를 관통함을 안다.
16년 5월 25일 / 6월 11일
역사가 나와 무슨 상관인가? 내 세계가 최초의 세계이며 유일한 세계인데! 나는 내가 세계를 어떤 모습으로 발견했는지를 서술할 것이다.
16년 9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