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원 지음
강문식 디자인
105x150mm / 100쪽 / 무선 제본 / 2017년 3월 17일 발행
ISBN 978–89–94027–75–3
978–89–94027–74–6 (세트)
책 소개
큐레이터의 경험이 어떻게 전시와 글로 만들어지는가?
「큐레이팅」과 「미술 글쓰기」라는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된 『아무것도 손에 들지 않고 말하기』는 예술적, 시각적, 이미지적 경험이 어떻게 전시와 글의 재료가 되는지를 다룬다. 한국의 대표적인 독립큐레이터인 저자는 큐레이터의 실천에 대해 고민하며, 자전적인 경험담 없이도 그 실천을 말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큐레이터라는 존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큐레토리얼 실천을 수행한다. 옌스 호프만이 큐레이팅이라는 행위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목록화하여 사전 형식의 책을 만들었다면, 개념미술의 대표적인 큐레이터이자 출판인인 세스 시겔로브는 직물을 모으는 직물 수집가가 되어 자신의 경험을 재료로 삼아 끊임없는 연구를 이어나간다. 저자는 두 사례를 통해 큐레이팅이란 무엇이고 또 큐레이터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큐레이터로서 전시를 기획하고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는다.
“큐레이터로 전시를 기획하고 글을 쓸 때 필요한 ‘물질’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책의 제목처럼 아무것도 손에 들지 않고 말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무것도 경험하지 않은 백지 상태에서 큐레이터가 과연 무엇을 생산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이 책은 저자가 큐레이터로서의 경험담과 고민을 토대로 자신의 큐레토리얼 실천과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수록된 저자의 비밀스러운 메모들은 현장에서 느낀 감정, 떠오른 생각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때문에 이 책은 큐레이팅에 대한 실무적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주지는 않지만 큐레이터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이 어떻게 전시와 글의 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그리하여 이 책은 또한 미술 작품 앞에서, 또 전시장 안에서 그것들을 어떻게 마주하고 어떤 고민을 이어나가야 하는지를 제안하는 안내서가 되기도 한다.
차례
1 아무것도 손에 들지 않고 큐레이팅하기
2 미술 글쓰기
3 부록
- ‘시청각적 글쓰기’ 강연을 위한 노트
- 큐레이팅의 물질, 경험, 위치
- 파일, 사물함, 크레이트
책 속에서
큐레이터가 글 쓰는 이가 되어 원고를 넘길 때 수많은 글들은 경험담의 형태를 띤다. 자신이 눈에 본 것과 자신이 기획한 것들을 다시 여행서를 짜는 태도와 엇비슷하게 그 루트를 재생시키는 것이다. 작가와 평론가가 쓰는 글이 자신이 사용하는 방법론을 낱낱이 보고하지 않는 것을 떠올릴 때, 큐레이터가 쓰는 글이 경험담에 의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만약 큐레이터가 아무 전시도 기획하지 않고 작가의 스튜디오도 찾지 않고 아무것도 경험하지 않는다면 그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큐레이터는 백지상태로서의 쉬어 있는 자기 자신의 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큐레이터는 옌스 호프만처럼 알파벳에 걸맞은 파편들이라도 수집해야 할까? 경험담이 아닌 글을 쓰려면 큐레이터는 또다시 다른 경험을 해야 하는 아이러니에 처한다. 모두가 겪는 일이라서 아이러니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21쪽 「아무것도 손에 들지 않고 큐레이팅하기」
큐레이터로 전시를 기획하고 글을 쓸 때 필요한 ‘물질’(material)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두 손에 무엇이 있다’고 쓴 것은 내 눈앞에 자리하는 구체적인 사물, 재료, 물질, 작업, 아이디어 구상을 가능하게 하는 한 조각의 단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기억해내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어쩌면 지금 여기에 존재할 필요가 없는 것들을 다시 데려오는 것과도 같은 일이다. ---22쪽 「아무것도 손에 들지 않고 큐레이팅하기」
미술 글은 장르도 종류도 방법도 아니다. 미술 글은 미술을 둘러싼 글일 수 있고 미술을 본 글일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술을 하고 쓰는 글일 수 있다. 여기서 미술 글이 다시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언어 대 언어의 게임에 이미지와 미술이라는 비대칭적인 대상이 상대로 끼어든다는 사실 덕분이다. 그러니까 미술 글은 독후감이 아니다. 글 / 말을 보고 읽고 듣고 쓴 글이 아니라 유화, 종이에 연필, 벽돌, 걷기, 찌르기, 없애기, 말하기 등 다른 행위를 보고 쓰는 글이다. 좋은 글쓰기에 관한 대중서가 말하는 법칙과도 일부 거리를 두는 것이 가능하다. “단문으로 쓰라 / 형용사와 부사를 최대한 줄이라.”의 조언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미술 글쓰기다. ---46쪽 「미술 글쓰기」
그렇다면 미술 글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일차원적으로 미술 글은 ‘본다는 것’의 문제를 온전히 무시하고 다른 곳으로 넘어설 수 없다. 어디론가 글이 가기를 원한다면 빠르게든 느리게든 보는 것을 상정해야 한다.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차원에서 말해 볼 수 있다. 눈동자는 무엇을 보는가, 이 눈으로 본 것을 통하여 어떤 것을 의미하고 해석하는가, 그리고 누군가 읽는다면 글은 쓰기의 대상으로 삼은 재료들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되는가. ---47쪽 「미술 글쓰기」
지은이 현시원
큐레이터로 이미지와 미술에 관한 글을 쓴다. 학부에서 국문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뮤지엄 루트›(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2016), «Move & Scale»(시청각, 2015), «다음 문장을 읽으시오»(일민미술관, 공동기획, 2014) 등을 기획했다. 2013년 11월 서울에 전시 공간 시청각(audiovisualpavilion.org)을 열어 안인용과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저서로 사물 유람(현실문화, 2014) 등이 있다.
한 시간 총서 소개
미디어버스에서 발간하는 한 시간 총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언어를 책이라는 견고한 물질로 만듭니다.
책 소개
큐레이터의 경험이 어떻게 전시와 글로 만들어지는가?
「큐레이팅」과 「미술 글쓰기」라는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된 『아무것도 손에 들지 않고 말하기』는 예술적, 시각적, 이미지적 경험이 어떻게 전시와 글의 재료가 되는지를 다룬다. 한국의 대표적인 독립큐레이터인 저자는 큐레이터의 실천에 대해 고민하며, 자전적인 경험담 없이도 그 실천을 말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큐레이터라는 존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큐레토리얼 실천을 수행한다. 옌스 호프만이 큐레이팅이라는 행위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목록화하여 사전 형식의 책을 만들었다면, 개념미술의 대표적인 큐레이터이자 출판인인 세스 시겔로브는 직물을 모으는 직물 수집가가 되어 자신의 경험을 재료로 삼아 끊임없는 연구를 이어나간다. 저자는 두 사례를 통해 큐레이팅이란 무엇이고 또 큐레이터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큐레이터로서 전시를 기획하고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는다.
“큐레이터로 전시를 기획하고 글을 쓸 때 필요한 ‘물질’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책의 제목처럼 아무것도 손에 들지 않고 말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무것도 경험하지 않은 백지 상태에서 큐레이터가 과연 무엇을 생산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이 책은 저자가 큐레이터로서의 경험담과 고민을 토대로 자신의 큐레토리얼 실천과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수록된 저자의 비밀스러운 메모들은 현장에서 느낀 감정, 떠오른 생각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때문에 이 책은 큐레이팅에 대한 실무적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주지는 않지만 큐레이터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이 어떻게 전시와 글의 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그리하여 이 책은 또한 미술 작품 앞에서, 또 전시장 안에서 그것들을 어떻게 마주하고 어떤 고민을 이어나가야 하는지를 제안하는 안내서가 되기도 한다.
차례
1 아무것도 손에 들지 않고 큐레이팅하기
2 미술 글쓰기
3 부록
- ‘시청각적 글쓰기’ 강연을 위한 노트
- 큐레이팅의 물질, 경험, 위치
- 파일, 사물함, 크레이트
책 속에서
큐레이터가 글 쓰는 이가 되어 원고를 넘길 때 수많은 글들은 경험담의 형태를 띤다. 자신이 눈에 본 것과 자신이 기획한 것들을 다시 여행서를 짜는 태도와 엇비슷하게 그 루트를 재생시키는 것이다. 작가와 평론가가 쓰는 글이 자신이 사용하는 방법론을 낱낱이 보고하지 않는 것을 떠올릴 때, 큐레이터가 쓰는 글이 경험담에 의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만약 큐레이터가 아무 전시도 기획하지 않고 작가의 스튜디오도 찾지 않고 아무것도 경험하지 않는다면 그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큐레이터는 백지상태로서의 쉬어 있는 자기 자신의 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큐레이터는 옌스 호프만처럼 알파벳에 걸맞은 파편들이라도 수집해야 할까? 경험담이 아닌 글을 쓰려면 큐레이터는 또다시 다른 경험을 해야 하는 아이러니에 처한다. 모두가 겪는 일이라서 아이러니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21쪽 「아무것도 손에 들지 않고 큐레이팅하기」
큐레이터로 전시를 기획하고 글을 쓸 때 필요한 ‘물질’(material)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두 손에 무엇이 있다’고 쓴 것은 내 눈앞에 자리하는 구체적인 사물, 재료, 물질, 작업, 아이디어 구상을 가능하게 하는 한 조각의 단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기억해내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어쩌면 지금 여기에 존재할 필요가 없는 것들을 다시 데려오는 것과도 같은 일이다. ---22쪽 「아무것도 손에 들지 않고 큐레이팅하기」
미술 글은 장르도 종류도 방법도 아니다. 미술 글은 미술을 둘러싼 글일 수 있고 미술을 본 글일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술을 하고 쓰는 글일 수 있다. 여기서 미술 글이 다시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언어 대 언어의 게임에 이미지와 미술이라는 비대칭적인 대상이 상대로 끼어든다는 사실 덕분이다. 그러니까 미술 글은 독후감이 아니다. 글 / 말을 보고 읽고 듣고 쓴 글이 아니라 유화, 종이에 연필, 벽돌, 걷기, 찌르기, 없애기, 말하기 등 다른 행위를 보고 쓰는 글이다. 좋은 글쓰기에 관한 대중서가 말하는 법칙과도 일부 거리를 두는 것이 가능하다. “단문으로 쓰라 / 형용사와 부사를 최대한 줄이라.”의 조언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미술 글쓰기다. ---46쪽 「미술 글쓰기」
그렇다면 미술 글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일차원적으로 미술 글은 ‘본다는 것’의 문제를 온전히 무시하고 다른 곳으로 넘어설 수 없다. 어디론가 글이 가기를 원한다면 빠르게든 느리게든 보는 것을 상정해야 한다.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차원에서 말해 볼 수 있다. 눈동자는 무엇을 보는가, 이 눈으로 본 것을 통하여 어떤 것을 의미하고 해석하는가, 그리고 누군가 읽는다면 글은 쓰기의 대상으로 삼은 재료들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되는가. ---47쪽 「미술 글쓰기」
지은이 현시원
큐레이터로 이미지와 미술에 관한 글을 쓴다. 학부에서 국문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뮤지엄 루트›(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2016), «Move & Scale»(시청각, 2015), «다음 문장을 읽으시오»(일민미술관, 공동기획, 2014) 등을 기획했다. 2013년 11월 서울에 전시 공간 시청각(audiovisualpavilion.org)을 열어 안인용과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저서로 사물 유람(현실문화, 2014) 등이 있다.
한 시간 총서 소개
미디어버스에서 발간하는 한 시간 총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언어를 책이라는 견고한 물질로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