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본 도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2021년 3월 2일부터 5월 16일까지 있었던 《이불-시작》 전시 도록이다. 전시는 작가 이불의 초기 소프트 조각과 퍼포먼스 기록에 집중하여 150여 점의 조각, 오브제, 미공개 드로잉, 사진과 영상 기록을 소개하였다. 1987년부터 약 10여 년간 발표했던 과거의 기록은 이불이 감행했던 실험과 도전을 현재의 시점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불은 당대의 단단하고 고정적인 재료에서 벗어나 부드럽고 쉽게 움직이는 재료를 선택해 인체를 왜곡하고 변형한 형태의 조각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것을 직접 입고 만들어낸 즉흥적인 움직임과 소리는 기존의 시도와는 다른, 조각에 잠재된 운동성을 실험하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후 발표한 일련의 퍼포먼스에서 작가는 자신의 몸을 매개로 여성에 대한 사회적 관념을 상징하는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재현한다. 1996년까지 총 서른 세 번 기록된 이불의 여러 퍼포먼스들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현실 요소로 곧바로 연결될 수 있는 시각적 기호들을 만들어내었다. 이와 같은 시도들은 세기말을 앞두고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의 한복판에서 여성이자 청년 작가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여러 경계를 가로지르며 자신만의 미술사를 구축한 토대가 된다.
그 동안 이불의 초기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연구하는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에, 출판을 위해 초대된 필자들은 ‘여성의 신체’, ‘문화정치적 공간’, ‘근대성의 바깥’을 주제로 이불의 작품에 투영된 시대와 예술에 관한 해석을 시도하였다. 동시에 한국어와 영어로 구성된 본 도서는 전시에서 소개한 작품의 주요 도판 이외에 작품 해제, 해외 도록에서 소개되었던 작가 인터뷰, 보도자료들을 발췌, 수록하여 미술사 연구의 주요한 자료로 기능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차례
「감사의 말」, 백지숙
「‘시작始作’이라는 알레고리」, 권진
「갈망」, 제임스 리
「낙태」, 제임스 리
「수난유감-내가 이 세상에 소풍 나온 강아지 새끼인 줄 아느냐? 」, 김아영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최승자
「이불재고: 메두사의 웃음 또는 괴물-변신의 정치학」, 박소현
「여성, 그 다름과 힘」, 권진
「물고기의 노래」, 제임스 리
「아토일렛 II」, 제임스 리
「도표를 그리다 III」, 제임스 리
「옥션」, 제임스 리
「웃음」, 권진
「1988년 이전」, 김아영
「장엄한 광채」, 권진
「속도보다 거대한 중력」, 장지한
「모뉴먼트 연작」, 권진
「공공미술」, 권진
「오랜 세월과 수많은 지형들」, 정도련
스테파니 로젠탈과의 인터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의 인터뷰
니콜라우스 샤프하우젠과의 인터뷰
「어쩌면 황금기」, 성기완
주요 기사 모음
부록: 작가소개, 전시목록, 퍼포먼스 목록, 작품 목록, 사진 저작권, 저자 소개, 참고 문헌
책 속에서
“그가 보편적 인간의 실존을 남성 신체로 형상화하는 관행을 따르지 않고 뒤틀리거나 절단된 여성 신체에 천착한 것은, 정부의 검열에 의해 탈정치화되고 무해한 휴머니즘으로 길들여진 한국식 실존주의와 그 자장 내에서 생산된 형상조각과 단절하고, 실존의 문제를 재정치화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 「이불재고: 메두사의 웃음 또는 괴물-변신의 정치학」, 박소현, 138쪽
“작가의 일관된 목적은 탈신화화를 향해 있다. 퍼포먼스는 의식적이고 또 지속적으로 레퍼런스, 암시, 전유 등의 상호 텍스트를 구성해 작업이 가진 우발성에 주목하고, 이로써 미적 지식에 관한 어떤 절대적이고 독립적인 요구도 거부한다. 점차 잦아드는 제스처 뒤로 퍼포머가 관객을 마주 보고 앉아 짜장면을 먹는 짧은 장면이 등장하는데, 한국 관용어구 표현에 따르면 짜장면은 “이게 다 무슨 헛소리야?”라고도 해석된다. 퍼포먼스 내내 무대의 한쪽에 위치한 스포트라이트는 화장실을 향해 있다. 뒤샹이 분명 즐거워하리라.”
- 「아토일렛 II」, 제임스 리, 197쪽
“이미지는 그간 “특권적” 위치를 점유해 왔기 때문에 이미지를 자율적이고 초월적인 세계로부터 바로 지금 여기, 이 세계로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재현의 외부에 존재하는 요소, 즉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이 필요하다. 냄새가 난다는 것은 눈앞의 이미지가 현실 세계 저 너머의 미학적인 세계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그저 같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현존의 언어는 하얀 벽에 걸린 비닐봉지에 들어 있는 것이 시간의 지속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질 그저 연약한 ‘물질’의 현존임을 드러낸다.”
- 「속도보다 거대한 중력」, 장지한, 295쪽
책 소개
본 도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2021년 3월 2일부터 5월 16일까지 있었던 《이불-시작》 전시 도록이다. 전시는 작가 이불의 초기 소프트 조각과 퍼포먼스 기록에 집중하여 150여 점의 조각, 오브제, 미공개 드로잉, 사진과 영상 기록을 소개하였다. 1987년부터 약 10여 년간 발표했던 과거의 기록은 이불이 감행했던 실험과 도전을 현재의 시점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불은 당대의 단단하고 고정적인 재료에서 벗어나 부드럽고 쉽게 움직이는 재료를 선택해 인체를 왜곡하고 변형한 형태의 조각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것을 직접 입고 만들어낸 즉흥적인 움직임과 소리는 기존의 시도와는 다른, 조각에 잠재된 운동성을 실험하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후 발표한 일련의 퍼포먼스에서 작가는 자신의 몸을 매개로 여성에 대한 사회적 관념을 상징하는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재현한다. 1996년까지 총 서른 세 번 기록된 이불의 여러 퍼포먼스들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현실 요소로 곧바로 연결될 수 있는 시각적 기호들을 만들어내었다. 이와 같은 시도들은 세기말을 앞두고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의 한복판에서 여성이자 청년 작가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여러 경계를 가로지르며 자신만의 미술사를 구축한 토대가 된다.
그 동안 이불의 초기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연구하는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에, 출판을 위해 초대된 필자들은 ‘여성의 신체’, ‘문화정치적 공간’, ‘근대성의 바깥’을 주제로 이불의 작품에 투영된 시대와 예술에 관한 해석을 시도하였다. 동시에 한국어와 영어로 구성된 본 도서는 전시에서 소개한 작품의 주요 도판 이외에 작품 해제, 해외 도록에서 소개되었던 작가 인터뷰, 보도자료들을 발췌, 수록하여 미술사 연구의 주요한 자료로 기능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차례
「감사의 말」, 백지숙
「‘시작始作’이라는 알레고리」, 권진
「갈망」, 제임스 리
「낙태」, 제임스 리
「수난유감-내가 이 세상에 소풍 나온 강아지 새끼인 줄 아느냐? 」, 김아영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최승자
「이불재고: 메두사의 웃음 또는 괴물-변신의 정치학」, 박소현
「여성, 그 다름과 힘」, 권진
「물고기의 노래」, 제임스 리
「아토일렛 II」, 제임스 리
「도표를 그리다 III」, 제임스 리
「옥션」, 제임스 리
「웃음」, 권진
「1988년 이전」, 김아영
「장엄한 광채」, 권진
「속도보다 거대한 중력」, 장지한
「모뉴먼트 연작」, 권진
「공공미술」, 권진
「오랜 세월과 수많은 지형들」, 정도련
스테파니 로젠탈과의 인터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의 인터뷰
니콜라우스 샤프하우젠과의 인터뷰
「어쩌면 황금기」, 성기완
주요 기사 모음
부록: 작가소개, 전시목록, 퍼포먼스 목록, 작품 목록, 사진 저작권, 저자 소개, 참고 문헌
책 속에서
“그가 보편적 인간의 실존을 남성 신체로 형상화하는 관행을 따르지 않고 뒤틀리거나 절단된 여성 신체에 천착한 것은, 정부의 검열에 의해 탈정치화되고 무해한 휴머니즘으로 길들여진 한국식 실존주의와 그 자장 내에서 생산된 형상조각과 단절하고, 실존의 문제를 재정치화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 「이불재고: 메두사의 웃음 또는 괴물-변신의 정치학」, 박소현, 138쪽
“작가의 일관된 목적은 탈신화화를 향해 있다. 퍼포먼스는 의식적이고 또 지속적으로 레퍼런스, 암시, 전유 등의 상호 텍스트를 구성해 작업이 가진 우발성에 주목하고, 이로써 미적 지식에 관한 어떤 절대적이고 독립적인 요구도 거부한다. 점차 잦아드는 제스처 뒤로 퍼포머가 관객을 마주 보고 앉아 짜장면을 먹는 짧은 장면이 등장하는데, 한국 관용어구 표현에 따르면 짜장면은 “이게 다 무슨 헛소리야?”라고도 해석된다. 퍼포먼스 내내 무대의 한쪽에 위치한 스포트라이트는 화장실을 향해 있다. 뒤샹이 분명 즐거워하리라.”
- 「아토일렛 II」, 제임스 리, 197쪽
“이미지는 그간 “특권적” 위치를 점유해 왔기 때문에 이미지를 자율적이고 초월적인 세계로부터 바로 지금 여기, 이 세계로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재현의 외부에 존재하는 요소, 즉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이 필요하다. 냄새가 난다는 것은 눈앞의 이미지가 현실 세계 저 너머의 미학적인 세계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그저 같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현존의 언어는 하얀 벽에 걸린 비닐봉지에 들어 있는 것이 시간의 지속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질 그저 연약한 ‘물질’의 현존임을 드러낸다.”
- 「속도보다 거대한 중력」, 장지한, 2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