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디디 위베르만 (지은이),
이나라 (옮긴이)
현실문화A
2019-12-16
180쪽
120*165mm
ISBN : 9788965642473
이미지 철학자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이 동시대 예술을 통해 펼치는 이미지에 대한 사유
사막, 빛, 색채, 간격, 경계, 하늘, 장소라는 일곱 개의 키워드를 통해 장소와 빛에 관한 제임스 터렐의 탐구를 재구성하다!
『색채 속을 걷는 사람』은 발터 벤야민 이후 가장 탁월한 이미지 역사가이자 철학자로 조명받고 있는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의 독창적인 이미지 사유 체계를 음미해볼 수 있는 저작이다. 디디-위베르만이 이 책 전체에 걸쳐 다루고 있는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은 한솔문화재단이 원주에 건립한 뮤지엄 산의 제임스 터렐관을 통해 국내 독자에게도 꽤나 익숙한 작가로서, 그의 작품은 색채나 빛의 효과가 두드러져 흔히 그 특성을 색채로 꼽기도 한다. 이와 달리 색채나 빛 자체보다는 빛이 만들어내는 틀과 테두리의 효과에 주목하는 『색채 속을 걷는 사람』은 이미지를 사유의 대상으로 삼는 디디-위베르만의 비평 작업의 구체적 예시로서, 동시대를 대표하는 이미지 철학자다운 해석을 제시한다.
전체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소책자 형식의 이 저작은 각 장마다 사막, 빛, 색채, 간격, 경계, 하늘, 장소라는 일곱 개의 키워드를 사용하여 제임스 터렐의 작업 세계를 재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일곱 개의 키워드를 가로지르는 핵심 키워드는 ‘부재’다. 물론 디디-위베르만이 세계 속 신의 부재를 주장한다거나 이미지 속 절대자의 부재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디디-위베르만은 부재를 현시하게 하는 이미지의 이중적 역량, 이미지의 놀이와 리듬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디디-위베르만에 따르면, 제임스 터렐의 작업에서 틀의 효과는 사막을 걷는 이들이 부재하는 자를 만나기 위해 만들었던 최소한의 건축적 구조를 상기하게 한다. 디디-위베르만은 이미지를 사유하는 그의 독창적인 방법론인 ‘시대착오’의 전략에 따라 이 만남을 주선하고 동시대 미술을 해석하고자 한다. 연대기의 질서를 따르지 않고 작동하는 틀이라는 이미지 체계는 시각적 출현과 사라짐의 구조 안에서 유대인의 신이건 기독교도의 신이건, 작열하는 빛을 내는 사물이건 지금 이곳에 존재하지 않으나 이곳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응시를 강요한다.
디디-위베르만이 보기에 터렐의 작업이 만들어내는 틀은 액자도 아니고 고체의 모서리도 아니다. 터렐은 공간의 일부를 비우기는 하지만 주로 빛을 사용해서 공간의 가장자리라는 지각을 만들어낸다. 즉 그것은 부재하는 절대자와 만나는 장소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는 일이 일어나는 장소”, “보기에 사로잡히는 장소”다. 아무것도 없는 장소를 만드는 틀은 그래서 제한된 영역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되지 않는 영역, 즉 ‘무한’의 영역을 생산한다. 틀과 무한 사이의 역설이 여기에서 발생한다. 빛이 만들어낸 틀은 실제로는 관람객의 접근을 멈추게 함으로써 분리와 거리를 만들어내는 날카로운 틀이다. 디디-위베르만은 부재하는 자 자체를 문제 삼지 않고 부재하는 자에 대한 여기 있는 자들의 욕망을 문제 삼는다.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걷는 사람’이란 바로 공백 속에서 찾는 사람, 욕망하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는 이미지에 포획된 시대에 살고 있다. 차고 넘치는 이미지 시대에 이미지 철학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은 이미지 역사가이자 이미지 철학자로서 그동안 50여 권의 저작을 출간해왔지만, 국내에 소개된 저서는 두세 권에 불과하다. 비록 소책자 형식을 띠고 있지만 『색채 속을 걷는 사람』은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이 펼치는 이미지에 대한 사유를 음미해볼 수 있는 안내서로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특히 책의 말미에 붙은 옮긴이의 상세한 해제는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의 사유 체계를 전체적으로 소개해주고 있어 디디-위베르만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좋은 길잡이를 해줄 것이다.
지은이 소개
철학, 정신분석학, 인류학, 미술사, 사진 및 영화 등 다양한 학제의 연구 성과를 가로질러 이미지에 관한 초학제적 이론을 정립하고자 하는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은 이미지-몽타주의 사유 이론을 개진하는 미술사학자이며 철학자일 뿐 아니라 자코메티, 시몬 앙타이, 장뤼크 고다르, 파솔리니, 하룬 파로키, 세르게이 에이젠시테인 등의 작품을 다루는 비평적 해석가다. 니체의 계보학, 프로이트의 형상성이 디디-위베르만의 사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조르주 바타유의 ‘도큐멍’(documents),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아비 바르부르크의 ‘므네모시스’를 관통하는 시각적 사유 역시 디디-위베르만의 연구와 실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1982년 히스테리 환자들의 사진에 대한 도상학적 연구서를 쓴 이후 쉰 편이 넘는 저작을 펴냈다. 예술사의 주제와 방법론에 도전하는 『이미지 앞에서』(1990), 『프라 안젤리코: 비유사성과 형상화』(1990), 『우리가 보는 것, 우리를 응시하는 것』(1992), 『잔존하는 이미지』(2002) 등을 비롯하여 역사 이미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지』(2003), 『반딧불의 잔존』(2009)을 펴낸 후 2009년에서 2016년 사이에는 ‘역사의 눈’이라 이름 붙인 6권의 시리즈에서 브레히트, 하룬 파로키, 고다르, 에이젠시테인 등을 다루었다.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프레누와, 팔레 드 도쿄, 주 드 폼므 등에서 «아틀라스», «자국», «장소의 우화», «새로운 유령들의 역사», «봉기»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2015년 아도르노 상을 수상했다.
이미지 철학자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이 동시대 예술을 통해 펼치는 이미지에 대한 사유
사막, 빛, 색채, 간격, 경계, 하늘, 장소라는 일곱 개의 키워드를 통해 장소와 빛에 관한 제임스 터렐의 탐구를 재구성하다!
『색채 속을 걷는 사람』은 발터 벤야민 이후 가장 탁월한 이미지 역사가이자 철학자로 조명받고 있는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의 독창적인 이미지 사유 체계를 음미해볼 수 있는 저작이다. 디디-위베르만이 이 책 전체에 걸쳐 다루고 있는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은 한솔문화재단이 원주에 건립한 뮤지엄 산의 제임스 터렐관을 통해 국내 독자에게도 꽤나 익숙한 작가로서, 그의 작품은 색채나 빛의 효과가 두드러져 흔히 그 특성을 색채로 꼽기도 한다. 이와 달리 색채나 빛 자체보다는 빛이 만들어내는 틀과 테두리의 효과에 주목하는 『색채 속을 걷는 사람』은 이미지를 사유의 대상으로 삼는 디디-위베르만의 비평 작업의 구체적 예시로서, 동시대를 대표하는 이미지 철학자다운 해석을 제시한다.
전체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소책자 형식의 이 저작은 각 장마다 사막, 빛, 색채, 간격, 경계, 하늘, 장소라는 일곱 개의 키워드를 사용하여 제임스 터렐의 작업 세계를 재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일곱 개의 키워드를 가로지르는 핵심 키워드는 ‘부재’다. 물론 디디-위베르만이 세계 속 신의 부재를 주장한다거나 이미지 속 절대자의 부재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디디-위베르만은 부재를 현시하게 하는 이미지의 이중적 역량, 이미지의 놀이와 리듬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디디-위베르만에 따르면, 제임스 터렐의 작업에서 틀의 효과는 사막을 걷는 이들이 부재하는 자를 만나기 위해 만들었던 최소한의 건축적 구조를 상기하게 한다. 디디-위베르만은 이미지를 사유하는 그의 독창적인 방법론인 ‘시대착오’의 전략에 따라 이 만남을 주선하고 동시대 미술을 해석하고자 한다. 연대기의 질서를 따르지 않고 작동하는 틀이라는 이미지 체계는 시각적 출현과 사라짐의 구조 안에서 유대인의 신이건 기독교도의 신이건, 작열하는 빛을 내는 사물이건 지금 이곳에 존재하지 않으나 이곳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응시를 강요한다.
디디-위베르만이 보기에 터렐의 작업이 만들어내는 틀은 액자도 아니고 고체의 모서리도 아니다. 터렐은 공간의 일부를 비우기는 하지만 주로 빛을 사용해서 공간의 가장자리라는 지각을 만들어낸다. 즉 그것은 부재하는 절대자와 만나는 장소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는 일이 일어나는 장소”, “보기에 사로잡히는 장소”다. 아무것도 없는 장소를 만드는 틀은 그래서 제한된 영역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되지 않는 영역, 즉 ‘무한’의 영역을 생산한다. 틀과 무한 사이의 역설이 여기에서 발생한다. 빛이 만들어낸 틀은 실제로는 관람객의 접근을 멈추게 함으로써 분리와 거리를 만들어내는 날카로운 틀이다. 디디-위베르만은 부재하는 자 자체를 문제 삼지 않고 부재하는 자에 대한 여기 있는 자들의 욕망을 문제 삼는다.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걷는 사람’이란 바로 공백 속에서 찾는 사람, 욕망하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는 이미지에 포획된 시대에 살고 있다. 차고 넘치는 이미지 시대에 이미지 철학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은 이미지 역사가이자 이미지 철학자로서 그동안 50여 권의 저작을 출간해왔지만, 국내에 소개된 저서는 두세 권에 불과하다. 비록 소책자 형식을 띠고 있지만 『색채 속을 걷는 사람』은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이 펼치는 이미지에 대한 사유를 음미해볼 수 있는 안내서로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특히 책의 말미에 붙은 옮긴이의 상세한 해제는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의 사유 체계를 전체적으로 소개해주고 있어 디디-위베르만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좋은 길잡이를 해줄 것이다.
지은이 소개
철학, 정신분석학, 인류학, 미술사, 사진 및 영화 등 다양한 학제의 연구 성과를 가로질러 이미지에 관한 초학제적 이론을 정립하고자 하는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은 이미지-몽타주의 사유 이론을 개진하는 미술사학자이며 철학자일 뿐 아니라 자코메티, 시몬 앙타이, 장뤼크 고다르, 파솔리니, 하룬 파로키, 세르게이 에이젠시테인 등의 작품을 다루는 비평적 해석가다. 니체의 계보학, 프로이트의 형상성이 디디-위베르만의 사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조르주 바타유의 ‘도큐멍’(documents),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아비 바르부르크의 ‘므네모시스’를 관통하는 시각적 사유 역시 디디-위베르만의 연구와 실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1982년 히스테리 환자들의 사진에 대한 도상학적 연구서를 쓴 이후 쉰 편이 넘는 저작을 펴냈다. 예술사의 주제와 방법론에 도전하는 『이미지 앞에서』(1990), 『프라 안젤리코: 비유사성과 형상화』(1990), 『우리가 보는 것, 우리를 응시하는 것』(1992), 『잔존하는 이미지』(2002) 등을 비롯하여 역사 이미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지』(2003), 『반딧불의 잔존』(2009)을 펴낸 후 2009년에서 2016년 사이에는 ‘역사의 눈’이라 이름 붙인 6권의 시리즈에서 브레히트, 하룬 파로키, 고다르, 에이젠시테인 등을 다루었다.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프레누와, 팔레 드 도쿄, 주 드 폼므 등에서 «아틀라스», «자국», «장소의 우화», «새로운 유령들의 역사», «봉기»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2015년 아도르노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