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원,김장언,김현진,캐시 노블,지미 더햄,T. J. 데모스,라르스 방 라르센,야스밀 레이먼드,추스 마르티네스,H. G. 매스터스,톰 맥도너,우테 메타 바우어,레이레 베르가라,마르크 벨첼,니콜라 부리오,다니엘 비른바움,마리나 비슈미트,맥스 앤드류스,찰스 에셔,앤 M. 와그너,양혜규,정도련,주은지,일마즈 지비오르,아냐 카서,수잰 코터,린 쿡,레이얀 타벳,바르트 판데어하이데,파트리샤 팔기에르,에밀리 페식,이자벨 포데슈바,케이티 폴런,요헨 폴츠,나브 하크 (지은이)
현실문화A
2020-10-12
616쪽
164*240mm
ISBN : 9788965642589
국제적인 미술가 양혜규의 작업 세계를
한데 아우른 특별한 비평 선집
‘꽃을 따서 묶은 것’, 곧 꽃다발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안톨로기아(anthologia)를 어원으로 갖는 선집(anthology)이라는 말은 특정한 주제 혹은 시기를 중심으로 여러 작가의 작품이나 여러 필자의 글 중 정수만을 선별해 모은 책을 가리킨다. 여러 필자가 참여하는 만큼, 선집은 한 가지 사안에 집중해 다양한 목소리를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도드라지며, 엮은이의 관점이 그 선집의 성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기와 물: 양혜규에 관한 글 모음 2001~2020』은 부제가 알려주듯 양혜규라는 미술가에 관한 글 모음집이어서 일반적인 선집에 견주어 더욱 이채롭다. 한 미술가에 대한 비평 모음집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쉽게 접하기 힘든바, 여러 이유에서 결코 녹록지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양혜규는 지난 25년간 국내보다는 국제 무대를 중심으로 활발한 전시 활동을 펼쳐왔으며,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졌다. 그의 작업에 관한 대부분의 비평 텍스트 역시 해외 출판물을 통해 생산된 탓에 국내 독자들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 국내에서 발간된 도록과 모노그래프가 없진 않으나, 모두 작가의 몇몇 특정 시기의 작업에만 국한되어 있어, 그의 방대한 작업 세계와 왕성한 활동의 전모를 파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금년(2020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작가의 개인전 《O2 & H2O》를 계기로 큐레이터, 편집자, 작가가 엮은이로 참여한 이 선집은 그간 해외 출판물에 소개된 방대한 양의 비평 텍스트와 에세이에서 36편을 엄선해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선집치고는 상당히 많은 글을 한 권에 담은 이 책은 무엇보다도 양혜규 작가의 작업 세계 전반을 가늠하고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책을 엮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것은 비평적으로 주목할 만한 활동 시기와 관련 있는 글들을 선별해 작가의 작업 궤적을 충실하게 담아내는 것이었다. 일상, 오브제, 생활 등을 언어와 시스템으로 다루던 2000년대 초의 경향을 포함해, 작가로서의 짧은 휴지기를 가진 이후 ‘공동체’와 ‘다치기 쉬움’에 관한 사유를 드러내면서 거침없이 새로운 발상을 실험하던 2000년대 중반, 역사적 인물과 그의 일대기에서 비롯된 서사적 영감을 추상적인 설치작으로 변형시켜 폭발적인 성장기를 맞는 2000년대 말 등 작가의 다채로운 작업 단계가 비평 텍스트를 통해 다층적으로 독해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특기할 만한 것은 각각의 글 앞머리에 엮은이가 마련한 필자 소개란이다. 필자의 존재감이 부각되기 힘든 통상의 선집과 달리, 이 책에서는 필자에 관한 상세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으며, 특히 작가와 필자 간의 만남과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계기를 통해 각각의 글이 집필되었는지 상술되고 있다. 그로써 작가의 성장 과정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간접적으로나마 국제 미술계라는 미술 생태계 혹은 미술 공동체가 작동하는 방식과 현장감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텍스트가 주가 되는 비평 선집이지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상당히 많은 양의 도판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 도판만 일별해도 작업 궤적의 굵직한 흐름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도판 구성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물론 도판은 기본적으로 텍스트의 보조적 장치로 마련된 것으로서, 관련된 작품이 언급되는 자리 부근에 수록되어 텍스트의 이해를 도모한다.
책의 제목으로 쓰인 ‘공기와 물’은 본래 2002년에 제작된 작품의 제목이자 그해 열린 전시의 제목이었다. 당시의 제목은 ‘공기와 물’이라는 말을 통해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언어의 문화적 특성에 주목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공기와 물’은 2020년의 시점에서도, 그의 개인전의 제목 《O₂ & H₂O》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하나의 주제가 진화하고 선회하고 전환하고 변화하는 양혜규만의 사유 과정을 보여주는 두드러진 예시이자, 기후 위기, 재난 등 점차 극단으로 치닫는 동시대의 세계를 총체적으로 사유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비평 선집 『공기와 물』 역시 비평의 처소가 불분명하고 비평의 행위에 무감한 시대에, 삶의 근간이 되는 ‘공기와 물’처럼, 비평이 미술이라는 행위의 필수불가결한 부분임을 환기하는 목소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미술사적 맥락 짓기부터 작품에 대한 세부 묘사까지,
동시대 국제 미술계를 대표하는 필자들이 펼치는 비평의 향연
『공기와 물』에 소개되는 필진의 면면은 동시대 국제 미술계의 축약판을 보여주는 듯하다. 저마다 국제 미술계를 대표하는 큐레이터로서, 비평가로서, 미술사학자로서 특유의 비평적 안목과 전문성, 글쓰기 스타일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양혜규 작가의 작업을 주목해왔던 필자들은 미술사적 맥락 짓기부터 세부 묘사가 돋보이는 글쓰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글쓰기를 선보였다. 마리나 비슈미트, 니콜라 부리오, 린 쿡의 글처럼 비평가이자 큐레이터의 관점에서 동시대적인 비평적 의의를 강조하는 작가론이 수록되어 있는가 하면, 아방가르드 예술의 맥락에서, 모더니즘과 그 바깥의 맥락에서, 혹은 탈근대의 맥락에서 미술사적 의의를 규명하는 앤 M. 와그너, 톰 맥도너, 파트리샤 팔기에르 등의 저명한 미술사학자의 에세이도 포함되어 있다. 또 H. G. 매스터스의 글처럼 에세이로서의 풍미를 유감없이 살린 저널리즘적 접근을 담은 글도 있다. 주은지나 수잰 코터 같은 큐레이터의 글에서는 작품에 대한 정치한 세부 묘사가 도드라져 마치 현장에서 작품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해준다.
필자들의 생생한 언어를 담은 대담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진다. 김현진, 나브 하크, 일마즈 지비오르 등의 큐레이터들이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대담에서는 큐레이터와 작가 간 사유를 공유하고 교환하는 내밀한 과정을 접할 수 있다. 미술사학자 T. J. 데모스와 나눈 대담에서는 포스트식민주의적 디아스포라의 문제가 밀도 있게 다루어진다. 또한 동료 작가 지미 더햄이나 레이얀 타벳과 함께 나눈 대화에서는 창작하는 작가 입장에서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경험과 작업을 교환하는 면모도 엿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선집에는 선물과도 같은 특별한 형식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정도련은 2008년과 2013년 당시까지의 방대한 양혜규의 작품 세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맥락화하고자 두 번에 걸쳐 ‘사전’ 형식의 글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기존에 발표된 두 편의 ‘사전’에 이어, 2020년의 작품들까지 아우르는 세 번째 ‘사전’을 정도련에게 의뢰해 이 선집에 수록했다. 선집에 수록된 어느 비평 텍스트든 글 읽는 순서와 무관하게 읽을 수 있지만, 정도련의 세 편의 ‘사전’은 작가의 어휘를 총망라하고 작가의 주요한 분류법에 주목하고 있는 까닭에 양혜규의 작품 세계에 대한 입문으로서도 훌륭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적인 미술가 양혜규의 작업 세계를
한데 아우른 특별한 비평 선집
‘꽃을 따서 묶은 것’, 곧 꽃다발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안톨로기아(anthologia)를 어원으로 갖는 선집(anthology)이라는 말은 특정한 주제 혹은 시기를 중심으로 여러 작가의 작품이나 여러 필자의 글 중 정수만을 선별해 모은 책을 가리킨다. 여러 필자가 참여하는 만큼, 선집은 한 가지 사안에 집중해 다양한 목소리를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도드라지며, 엮은이의 관점이 그 선집의 성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기와 물: 양혜규에 관한 글 모음 2001~2020』은 부제가 알려주듯 양혜규라는 미술가에 관한 글 모음집이어서 일반적인 선집에 견주어 더욱 이채롭다. 한 미술가에 대한 비평 모음집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쉽게 접하기 힘든바, 여러 이유에서 결코 녹록지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양혜규는 지난 25년간 국내보다는 국제 무대를 중심으로 활발한 전시 활동을 펼쳐왔으며,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졌다. 그의 작업에 관한 대부분의 비평 텍스트 역시 해외 출판물을 통해 생산된 탓에 국내 독자들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 국내에서 발간된 도록과 모노그래프가 없진 않으나, 모두 작가의 몇몇 특정 시기의 작업에만 국한되어 있어, 그의 방대한 작업 세계와 왕성한 활동의 전모를 파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금년(2020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작가의 개인전 《O2 & H2O》를 계기로 큐레이터, 편집자, 작가가 엮은이로 참여한 이 선집은 그간 해외 출판물에 소개된 방대한 양의 비평 텍스트와 에세이에서 36편을 엄선해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선집치고는 상당히 많은 글을 한 권에 담은 이 책은 무엇보다도 양혜규 작가의 작업 세계 전반을 가늠하고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책을 엮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것은 비평적으로 주목할 만한 활동 시기와 관련 있는 글들을 선별해 작가의 작업 궤적을 충실하게 담아내는 것이었다. 일상, 오브제, 생활 등을 언어와 시스템으로 다루던 2000년대 초의 경향을 포함해, 작가로서의 짧은 휴지기를 가진 이후 ‘공동체’와 ‘다치기 쉬움’에 관한 사유를 드러내면서 거침없이 새로운 발상을 실험하던 2000년대 중반, 역사적 인물과 그의 일대기에서 비롯된 서사적 영감을 추상적인 설치작으로 변형시켜 폭발적인 성장기를 맞는 2000년대 말 등 작가의 다채로운 작업 단계가 비평 텍스트를 통해 다층적으로 독해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특기할 만한 것은 각각의 글 앞머리에 엮은이가 마련한 필자 소개란이다. 필자의 존재감이 부각되기 힘든 통상의 선집과 달리, 이 책에서는 필자에 관한 상세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으며, 특히 작가와 필자 간의 만남과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계기를 통해 각각의 글이 집필되었는지 상술되고 있다. 그로써 작가의 성장 과정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간접적으로나마 국제 미술계라는 미술 생태계 혹은 미술 공동체가 작동하는 방식과 현장감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텍스트가 주가 되는 비평 선집이지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상당히 많은 양의 도판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 도판만 일별해도 작업 궤적의 굵직한 흐름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도판 구성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물론 도판은 기본적으로 텍스트의 보조적 장치로 마련된 것으로서, 관련된 작품이 언급되는 자리 부근에 수록되어 텍스트의 이해를 도모한다.
책의 제목으로 쓰인 ‘공기와 물’은 본래 2002년에 제작된 작품의 제목이자 그해 열린 전시의 제목이었다. 당시의 제목은 ‘공기와 물’이라는 말을 통해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언어의 문화적 특성에 주목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공기와 물’은 2020년의 시점에서도, 그의 개인전의 제목 《O₂ & H₂O》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하나의 주제가 진화하고 선회하고 전환하고 변화하는 양혜규만의 사유 과정을 보여주는 두드러진 예시이자, 기후 위기, 재난 등 점차 극단으로 치닫는 동시대의 세계를 총체적으로 사유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비평 선집 『공기와 물』 역시 비평의 처소가 불분명하고 비평의 행위에 무감한 시대에, 삶의 근간이 되는 ‘공기와 물’처럼, 비평이 미술이라는 행위의 필수불가결한 부분임을 환기하는 목소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미술사적 맥락 짓기부터 작품에 대한 세부 묘사까지,
동시대 국제 미술계를 대표하는 필자들이 펼치는 비평의 향연
『공기와 물』에 소개되는 필진의 면면은 동시대 국제 미술계의 축약판을 보여주는 듯하다. 저마다 국제 미술계를 대표하는 큐레이터로서, 비평가로서, 미술사학자로서 특유의 비평적 안목과 전문성, 글쓰기 스타일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양혜규 작가의 작업을 주목해왔던 필자들은 미술사적 맥락 짓기부터 세부 묘사가 돋보이는 글쓰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글쓰기를 선보였다. 마리나 비슈미트, 니콜라 부리오, 린 쿡의 글처럼 비평가이자 큐레이터의 관점에서 동시대적인 비평적 의의를 강조하는 작가론이 수록되어 있는가 하면, 아방가르드 예술의 맥락에서, 모더니즘과 그 바깥의 맥락에서, 혹은 탈근대의 맥락에서 미술사적 의의를 규명하는 앤 M. 와그너, 톰 맥도너, 파트리샤 팔기에르 등의 저명한 미술사학자의 에세이도 포함되어 있다. 또 H. G. 매스터스의 글처럼 에세이로서의 풍미를 유감없이 살린 저널리즘적 접근을 담은 글도 있다. 주은지나 수잰 코터 같은 큐레이터의 글에서는 작품에 대한 정치한 세부 묘사가 도드라져 마치 현장에서 작품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해준다.
필자들의 생생한 언어를 담은 대담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진다. 김현진, 나브 하크, 일마즈 지비오르 등의 큐레이터들이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대담에서는 큐레이터와 작가 간 사유를 공유하고 교환하는 내밀한 과정을 접할 수 있다. 미술사학자 T. J. 데모스와 나눈 대담에서는 포스트식민주의적 디아스포라의 문제가 밀도 있게 다루어진다. 또한 동료 작가 지미 더햄이나 레이얀 타벳과 함께 나눈 대화에서는 창작하는 작가 입장에서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경험과 작업을 교환하는 면모도 엿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선집에는 선물과도 같은 특별한 형식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정도련은 2008년과 2013년 당시까지의 방대한 양혜규의 작품 세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맥락화하고자 두 번에 걸쳐 ‘사전’ 형식의 글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기존에 발표된 두 편의 ‘사전’에 이어, 2020년의 작품들까지 아우르는 세 번째 ‘사전’을 정도련에게 의뢰해 이 선집에 수록했다. 선집에 수록된 어느 비평 텍스트든 글 읽는 순서와 무관하게 읽을 수 있지만, 정도련의 세 편의 ‘사전’은 작가의 어휘를 총망라하고 작가의 주요한 분류법에 주목하고 있는 까닭에 양혜규의 작품 세계에 대한 입문으로서도 훌륭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