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 조슬릿 (지은이)
이진실 (옮긴이)
현실문화A
2022-04-10
120*165mm
192쪽
ISBN : 9788965642763
구글 시대에 예술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미국의 저명한 미술사학자 데이비드 조슬릿의 『예술 이후』는 세계화와 디지털 네트워크,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예술이 중대한 변화를 겪어왔음을 지적하면서 동시대 예술의 생태학을 새롭게 수립하기를 제안한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하나의 제안으로서 미학적 기본 전제를 ‘작품’이라는 특화된 사물이 아니라, 이미지라는 추상적 단위로 옮겨놓는다.
오늘날 이미지는 “거의 무한하게 재매개되기 쉬운 시각적 바이트(byte)”(11쪽)로 존재하며, 다양한 표면 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물론 디지털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도, 발터 벤야민이 주목했던 ‘기술 복제 가능성’에 기반한 이미지, 장 보드리야르가 말한 ‘시뮬라크르’ 이미지는 전통적 예술의 근간을 이루는 원본성의 특권과 위계를 위협하거나 능가하곤 했다. 조슬릿은 여기서 더 나아가 오늘날 이미지의 집단적이고 폭발적인 힘, 즉 이미지의 ‘창발성(emergency)’에 주목한다. 말하자면, 이미지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태, 이미지의 힘이 다름 아닌 접속 내지 연결에서 나오고, 무한한 확장성과 변형 가능성을 지녔고, 일련의 강도와 흐름을 형성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이제 중요한 것은 예술작품이 어떻게 이미지로 순환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저자는 작품 혹은 이미지의 내용보다도 그것들이 순환·파급·변형되어 생겨나는 미학적 가치를 규정해 새로운 네트워크의 미학을 제안함으로써 현재의 예술과 건축에 적합한 가장 효과적인 해석의 틀을 제공하고자 한다.
‘예술 이후’, 작품에서 네트워크 미학으로
조슬릿이 이야기하는 ‘예술 이후’란, 갈수록 작품의 실체를 규정하는 일이 곤란해지는 동시대 미술의 사태를 지시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예술(혹은 미술)이라는 개념을 작품이라는 단위에서 ‘이미지’의 연결성과 흐름이 만들어내는 힘/여파 그 자체로 돌리는 개념적 전환이다. 저자는 ‘예술 이후’라는 이 책의 제목이 어떤 의미인가를 ‘포스트(post)’라는 단어와 비교해 설명한다. “‘이후(after)’라는 나의 제목은 단토가 즐겨 쓰는 포스트역사적(posthistorical)에서 ‘포스트(post)’라는 전치사와는 달리, 이미지의 확산에 따른 이미지의 반향(reverberation)(잔상afterimage이라는 말로 쓰일 때처럼)과 이미지가 네트워크로 진입한 이후 등장하는 순환의 패턴 둘 다를 가리킨다.”(156쪽) 말하자면, 저자는 지금 도래한 모종의 양식을 어떤 미술사적 시대 구분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이미지, 나아가 예술의 작동 방식을 재정의하는 틀로서 ‘이후’라는 시간성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목표는 이미지가 네트워크에 진입했을 때 (비로소) 갖게 되는 벡터와 그 폭발력을 직시함으로써 고도화된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예술이 어떤 저항적 가능성을 지닐 수 있는지 다시 따져보는 것이다.
조슬릿에 따르면, 이러한 이미지의 전례 없는 폭발 현상에서 우리가 주목할 지점은 단순히 양적 차원보다 이미지가 네트워크로 전파되고 확산되는 속도와 순환, 즉 벡터의 차원이다. 그는 그 양상을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의 파급력에 빗댄다. 이제 “미술은 대체 가능한 헤지(hedge)”로서, “(……전 세계 블루칩 갤러리 등에서 팔리는 미술품의) 가치는 쉽사리 달러, 유로, 엔화, 위안화만큼 여러 국경을 넘나들지 않으면 안 된다.”(17~18쪽) 이러한 측면에서 조슬릿은 동시대 미술을 일종의 통화(currency)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통화’는 화폐의 통용성을 지시하는 동시에, 접속과 차단을 통해 일련의 회로를 재설정하는 전류의 흐름까지 상기시키는 이중적 메타포로 사용된다.
그렇다면, 조슬릿은 이제 미술이 금융상품에 지나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 미술은 통화와 마찬가지로 추상화되어 유통되는 형식이지만, 분명 화폐와는 다르다. “우리의 첫 번째 과제는 미술이 어떤 종류의 통화일지, 혹은 어떤 종류의 통화가 될 수 있는지 가늠해보는 일로, 통화가 교환을 통해 성립된다는 정의에 입각해 예술의 유통 역학을 이해하는 것이다.”(19쪽) 미술을 자본의 바깥으로 여기며 제도 비판의 성격을 지녔던 네오아방가르드적 실천이 이미 제스처로 소화된 채 ‘소장품’으로 석화되어버렸다면, 이제 자본에 대한 예술의 저항 가능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마치 조슬릿은 이런 물음에 답하고자 하는 것처럼, 통화와 유사한 이미지의 잠재력을 오히려 자본의 회로에 침투하고, 그 경로를 바꾸거나 내파시킬 수 있는 가능성으로 상정한다. 『예술 이후』는 그 구체적인 사례로서 매튜 바니, 아이웨이웨이, 셰리 레빈, 피에르 위그 등의 작가는 물론 OMA, 라이저+우메모토, 렘 콜하스, 프랭크 게리 등의 작업을 분석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 시대의 예술과 건축에 대한 흥미진진하고 독창적인 이론을 제공한다.
구글 시대에 예술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미국의 저명한 미술사학자 데이비드 조슬릿의 『예술 이후』는 세계화와 디지털 네트워크,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예술이 중대한 변화를 겪어왔음을 지적하면서 동시대 예술의 생태학을 새롭게 수립하기를 제안한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하나의 제안으로서 미학적 기본 전제를 ‘작품’이라는 특화된 사물이 아니라, 이미지라는 추상적 단위로 옮겨놓는다.
오늘날 이미지는 “거의 무한하게 재매개되기 쉬운 시각적 바이트(byte)”(11쪽)로 존재하며, 다양한 표면 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물론 디지털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도, 발터 벤야민이 주목했던 ‘기술 복제 가능성’에 기반한 이미지, 장 보드리야르가 말한 ‘시뮬라크르’ 이미지는 전통적 예술의 근간을 이루는 원본성의 특권과 위계를 위협하거나 능가하곤 했다. 조슬릿은 여기서 더 나아가 오늘날 이미지의 집단적이고 폭발적인 힘, 즉 이미지의 ‘창발성(emergency)’에 주목한다. 말하자면, 이미지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태, 이미지의 힘이 다름 아닌 접속 내지 연결에서 나오고, 무한한 확장성과 변형 가능성을 지녔고, 일련의 강도와 흐름을 형성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이제 중요한 것은 예술작품이 어떻게 이미지로 순환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저자는 작품 혹은 이미지의 내용보다도 그것들이 순환·파급·변형되어 생겨나는 미학적 가치를 규정해 새로운 네트워크의 미학을 제안함으로써 현재의 예술과 건축에 적합한 가장 효과적인 해석의 틀을 제공하고자 한다.
‘예술 이후’, 작품에서 네트워크 미학으로
조슬릿이 이야기하는 ‘예술 이후’란, 갈수록 작품의 실체를 규정하는 일이 곤란해지는 동시대 미술의 사태를 지시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예술(혹은 미술)이라는 개념을 작품이라는 단위에서 ‘이미지’의 연결성과 흐름이 만들어내는 힘/여파 그 자체로 돌리는 개념적 전환이다. 저자는 ‘예술 이후’라는 이 책의 제목이 어떤 의미인가를 ‘포스트(post)’라는 단어와 비교해 설명한다. “‘이후(after)’라는 나의 제목은 단토가 즐겨 쓰는 포스트역사적(posthistorical)에서 ‘포스트(post)’라는 전치사와는 달리, 이미지의 확산에 따른 이미지의 반향(reverberation)(잔상afterimage이라는 말로 쓰일 때처럼)과 이미지가 네트워크로 진입한 이후 등장하는 순환의 패턴 둘 다를 가리킨다.”(156쪽) 말하자면, 저자는 지금 도래한 모종의 양식을 어떤 미술사적 시대 구분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이미지, 나아가 예술의 작동 방식을 재정의하는 틀로서 ‘이후’라는 시간성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목표는 이미지가 네트워크에 진입했을 때 (비로소) 갖게 되는 벡터와 그 폭발력을 직시함으로써 고도화된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예술이 어떤 저항적 가능성을 지닐 수 있는지 다시 따져보는 것이다.
조슬릿에 따르면, 이러한 이미지의 전례 없는 폭발 현상에서 우리가 주목할 지점은 단순히 양적 차원보다 이미지가 네트워크로 전파되고 확산되는 속도와 순환, 즉 벡터의 차원이다. 그는 그 양상을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의 파급력에 빗댄다. 이제 “미술은 대체 가능한 헤지(hedge)”로서, “(……전 세계 블루칩 갤러리 등에서 팔리는 미술품의) 가치는 쉽사리 달러, 유로, 엔화, 위안화만큼 여러 국경을 넘나들지 않으면 안 된다.”(17~18쪽) 이러한 측면에서 조슬릿은 동시대 미술을 일종의 통화(currency)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통화’는 화폐의 통용성을 지시하는 동시에, 접속과 차단을 통해 일련의 회로를 재설정하는 전류의 흐름까지 상기시키는 이중적 메타포로 사용된다.
그렇다면, 조슬릿은 이제 미술이 금융상품에 지나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 미술은 통화와 마찬가지로 추상화되어 유통되는 형식이지만, 분명 화폐와는 다르다. “우리의 첫 번째 과제는 미술이 어떤 종류의 통화일지, 혹은 어떤 종류의 통화가 될 수 있는지 가늠해보는 일로, 통화가 교환을 통해 성립된다는 정의에 입각해 예술의 유통 역학을 이해하는 것이다.”(19쪽) 미술을 자본의 바깥으로 여기며 제도 비판의 성격을 지녔던 네오아방가르드적 실천이 이미 제스처로 소화된 채 ‘소장품’으로 석화되어버렸다면, 이제 자본에 대한 예술의 저항 가능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마치 조슬릿은 이런 물음에 답하고자 하는 것처럼, 통화와 유사한 이미지의 잠재력을 오히려 자본의 회로에 침투하고, 그 경로를 바꾸거나 내파시킬 수 있는 가능성으로 상정한다. 『예술 이후』는 그 구체적인 사례로서 매튜 바니, 아이웨이웨이, 셰리 레빈, 피에르 위그 등의 작가는 물론 OMA, 라이저+우메모토, 렘 콜하스, 프랭크 게리 등의 작업을 분석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 시대의 예술과 건축에 대한 흥미진진하고 독창적인 이론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