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서 지음
홍명교 옮김
돛과닻 발행
312페이지, 128x188mm
ISBN : 9791196850166
『고양이 행성의 기록』은 한 중국인이 고양이 얼굴을 한 묘인들의 행성에 불시착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제목과 줄거리가 주는 첫인상과 달리 소설의 내부는 다소 어둡고 비관적인 세계다. 화성으로 일컬어지는 이 낯선 행성에서 묘인들은 아편을 암시하는 미혹나무 잎에 중독되어 있고, 외부의 침략에 무력하게 당하며, 결국 멸망에 이르고 만다. 공상과학 소설. 디스토피아 소설. 풍자 소설. 초현실주의 소설. 우화 소설. 『고양이 행성의 기록』은 참으로 다양한 키워드로 소개할 수 있는 소설이다. 이러한 문학적 장치들 속에서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시선은 현실세계의 어둠을 집요하게 쫓는다.
소설의 숨은 배경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이 대대적으로 진행되던 1930년대 중국이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와 중국에 도래한 근대의 그림자가 묘인들의 삶 곳곳에 투영되어 있다. 이 책의 묘미 중 하나는 저자가 고양이 형상의 인간이라는 낯선 대상을 묘사하면서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신랄하게 던진다는 점일 것이다. 도덕성과 교육의 부재, 정치가와 지배층의 폐단, 왜곡된 역사인식, 그리고 이기심과 잔혹성만 남은 종족의 최후로 이어지는 묘사 전반에서, 붕괴되어가는 중국 사회를 바라보던 당대 지식인의 참담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라오서는 문화대혁명의 폭압 속에서 반혁명분자로 지목되어 고초를 겪고 생을 마감한 작가다. 이 소설은 1949년부터 거의 삼십 년간 중국 내 출판이 금지되었다. 그러나 해외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면서 특히 유럽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1968년 라오서는 노벨문학상 후보에 선정되어 최종 투표에서 1위로 뽑혔다. 주중스웨덴대사는 위탁을 받고 베이징에서 라오서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라오서가 이미 2년 전 사망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노벨문학상은 규정상 사망자에게는 수여하지 않으므로 위원회는 수상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라오서가 사후 복권된 1978년 이후에야 작품들이 다시 출간될 수 있었다.
“국내에 라오서의 소설이 많이 소개되지 않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88년 전에 쓰여진 초현실주의 환상소설 『고양이 행성의 기록』은 이야기 자체가 독특할 뿐만 아니라, 망국에 대한 우울한 기운이 소설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역자로서도 이 낯선 비관주의와 냉소를 온전히 통과하는 것은 꽤나 고역스러운 일이었다. 동시에 비극 속에서도 이상을 잃지 않으려는 안간힘에서 근대를 통과해온 동아시아 전반의 고통과 분투를 느낄 수 있기도 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죽는 순간까지 가장 격렬하고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살아간 작가의 삶을 관통한 무수한 상처들이 그 힘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옮긴이 해제 중에서)
『고양이 행성의 기록』은 급변하는 중국 사회를 목도하는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시선을 다시 읽게 된다는 점에서 일독할 가치가 있다. 한편, 현실의 이야기를 우화적 은유 속에서 읽는 순수한 문학적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흔히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조지 오웰의 『1984』, 예브게니 쟈마찐의 『우리들』을 꼽는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 모자람이 없는 매력적인 디스토피아 소설을 돛과닻 첫 번역서로 펴내게 되어 기쁘다. 이 낯설고도 낯익은 행성을 탐험하는 여정에 함께할 독자들을 기다린다.
『고양이 행성의 기록』은 한 중국인이 고양이 얼굴을 한 묘인들의 행성에 불시착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제목과 줄거리가 주는 첫인상과 달리 소설의 내부는 다소 어둡고 비관적인 세계다. 화성으로 일컬어지는 이 낯선 행성에서 묘인들은 아편을 암시하는 미혹나무 잎에 중독되어 있고, 외부의 침략에 무력하게 당하며, 결국 멸망에 이르고 만다. 공상과학 소설. 디스토피아 소설. 풍자 소설. 초현실주의 소설. 우화 소설. 『고양이 행성의 기록』은 참으로 다양한 키워드로 소개할 수 있는 소설이다. 이러한 문학적 장치들 속에서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시선은 현실세계의 어둠을 집요하게 쫓는다.
소설의 숨은 배경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이 대대적으로 진행되던 1930년대 중국이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와 중국에 도래한 근대의 그림자가 묘인들의 삶 곳곳에 투영되어 있다. 이 책의 묘미 중 하나는 저자가 고양이 형상의 인간이라는 낯선 대상을 묘사하면서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신랄하게 던진다는 점일 것이다. 도덕성과 교육의 부재, 정치가와 지배층의 폐단, 왜곡된 역사인식, 그리고 이기심과 잔혹성만 남은 종족의 최후로 이어지는 묘사 전반에서, 붕괴되어가는 중국 사회를 바라보던 당대 지식인의 참담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라오서는 문화대혁명의 폭압 속에서 반혁명분자로 지목되어 고초를 겪고 생을 마감한 작가다. 이 소설은 1949년부터 거의 삼십 년간 중국 내 출판이 금지되었다. 그러나 해외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면서 특히 유럽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1968년 라오서는 노벨문학상 후보에 선정되어 최종 투표에서 1위로 뽑혔다. 주중스웨덴대사는 위탁을 받고 베이징에서 라오서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라오서가 이미 2년 전 사망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노벨문학상은 규정상 사망자에게는 수여하지 않으므로 위원회는 수상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라오서가 사후 복권된 1978년 이후에야 작품들이 다시 출간될 수 있었다.
“국내에 라오서의 소설이 많이 소개되지 않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88년 전에 쓰여진 초현실주의 환상소설 『고양이 행성의 기록』은 이야기 자체가 독특할 뿐만 아니라, 망국에 대한 우울한 기운이 소설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역자로서도 이 낯선 비관주의와 냉소를 온전히 통과하는 것은 꽤나 고역스러운 일이었다. 동시에 비극 속에서도 이상을 잃지 않으려는 안간힘에서 근대를 통과해온 동아시아 전반의 고통과 분투를 느낄 수 있기도 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죽는 순간까지 가장 격렬하고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살아간 작가의 삶을 관통한 무수한 상처들이 그 힘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옮긴이 해제 중에서)
『고양이 행성의 기록』은 급변하는 중국 사회를 목도하는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시선을 다시 읽게 된다는 점에서 일독할 가치가 있다. 한편, 현실의 이야기를 우화적 은유 속에서 읽는 순수한 문학적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흔히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조지 오웰의 『1984』, 예브게니 쟈마찐의 『우리들』을 꼽는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 모자람이 없는 매력적인 디스토피아 소설을 돛과닻 첫 번역서로 펴내게 되어 기쁘다. 이 낯설고도 낯익은 행성을 탐험하는 여정에 함께할 독자들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