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양아치 작가의 작품집『Yangachi Says』의 제목은 작가의 소셜미디어 ID에서 왔다. 작품집은 미래의 징후를 현재에서 포착하여 이를 작품으로 표현해온 작가의 작업 세계의 큰 줄기를 따라가며,〈양아치 조합〉(2002)부터〈갤럭시 익스프레스〉(2020)까지, 일종의 ‘시간’이라는 구분 아래 그의 작업과 유물론, 시각체계, 연결, 데이터, 미래 등의 키워드 중심의 작업 세계 해제와 함께 구성되었다.
미디어아티스트인 양아치 작가는, 더 정확히 이야기한다면 매체로서의 미디어를 다루는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네트워크라는 개념으로 시작된 작업세계는, 현재 우리의 일상이 된 인터넷 쇼핑몰, 전자정부, 가상세계를 다루었고, 새로운 감각과 신체의 매개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지나, 기존의 시각체계가 아닌 데이터값으로 표현되는 세상의 도래와 이로 인해 흔들어지는 가치체계를 관찰한다. 양아치 작가의 작업은 시간의 충돌과 뒤섞임의 과정을 매개해왔고, 이는 스크린과 웹을 통한 매개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감각하는 세계와 아직 감각하지 못한 세계, 현재와 미래 사이를 매개하는 작업이었다. 데이터, 기술, 사물, 사람, 시각체계의 관계성을 지속적으로 포착해온 작가는 매개체와 매개하는 과정으로서의 미디어 자체에 주목하며 선형적, 고정적 시공간을 확장하고 뒤집어본다.
책 속의 ‘미디어 vs. 미디어아트’는 작가가 1994년부터 현재까지 미디어와 관련된 사건을 모아온 목록으로, 미디어 산업, 이론, 엔터테인먼트, 미술 작업을 아우른다. 이 목록은 미디어 사회와 양아치의 미디어 아트를 연결된 역사로 보며 매체로서의 미디어가 변해가는 과정을 관찰하는 것으로, 작가가 미디어 사회의 예술가로서 보인 반응의 결정체다.
자신이 거쳐온 시간 안에서 양아치 작가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미래를 바라보며, 중심과 주변으로 나뉘어진 가치 체계들이 전복되는 징조들을 탐구한다. 예상치 못하게 현재와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세계가 충돌하는 순간, 그 속에서 반드시 올 미래를 작업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세계를 작품집을 통해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네트워크의 시간: 2002 - 2010
우아름, ‘양아치 가상-유물론의 세계의 해제 혹은 입구들’
•우울의 시간: 2010 - 2017
김성은, ‘양아치 유물론’
•두 개의 은하가 만나는 순간: 2017
이영철, ’게암판 위의 파타포: 《갤럭시 익스프레스》전에 관한 노트'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시간: 2018 -
양아치 x 이광석, ’10가지 키워드에 대한 생각 교환: AI, 로봇, 모빌리티, 에너지, 스마트시티,
사물-네트워크, 감시, 시각체계, 신체 감각’
•양아치 연대기: 미디어 vs. 미디어아트: 1994 -
책 속에서
“양아치의 일부 작품들에 길게 따르는 주제어의 행렬은 작품명으로 제시되거나 부가적인 정보로 제공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키워드들이 내러티브를 직접 쌓거나 설명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그 단어들로부터 사물들이 발견되고, 때로는 어떤 사물들이 단어들을 환기하며 상보적 혹은 균열적 관계를 이루는 가운데, 가시적인 것을 재현하는 요소와 비가시적인 것을 드러내는 요소에 대한 결절점을 감지하는 것은 관객의 몫을 남는다. 양아치의 작업은 본다는 행위, 보아서 믿는 행위, 그리고 보는 주체와 보이는 대상 간의 투
명성을 믿게 하는 시각 매체에 대한 질문과 맞닿아 있다. 양아치가 추구하는 매체는 재현의 미디어가 아니라 상연의 미디어다. 기술 세계에서 존재하고 또 어떤 존재가 되게 하는 매개, 기술 매체나 플랫폼인 미디어가 아니라 시간의 구조 속에서 그 매체와 함께 태어나고 변화해 가는 동적인 과정으로서의 매개, 이것이 양아치의 미디어다.” —‘양아치 유물론’ (p. 97)
“전미래는 프랑스어에 있는 독특한 시제로 우리가 도착할 미래의 시간 직전에 징후로 알려주는 사건이나 상태를 의미한다. 전시에서의 상황은 제3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세계에서 한 남자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실험대상으로 선택되어 낯선 시간으로 보내지는 크리스 맘커의 유명한 영화 <방파제 (La Jetée)>(1962)와 시제 설정이 동일하다. 우리가 위치값을 측정한다고 할 때의 그 위치는 독립적이지 않다. 그것은 물리 세계에서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집요한 싸움이었고 보어가 깨끗이 이겼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실제 진행되는 것이 ‘시간성의 구성’이자 미결정성의 문제라는 것이다. 시간(역사)은 미리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즉 그것은 보편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 시간은 다양한 물질적인 실행을 통해 절합되고 재-동조화된다. 다른 말로 표현해, 상태, 순간, 파동과 입자와 같이 시간은 그 자체로 특정한 현상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은 양아치 작업을 가로지르는 근본 통찰이다.” —‘게임판 위의 파타포: 《갤럭시 익스프레스》전에 관한 노트’ (p. 130)
“인간은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를 재현하기 위해 원근법과 광학 렌즈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다른 눈, 정확히는 비광학적 시각 체계가 주어진다면? 심지어 2개 이상의 수많은 눈으로 세계를 바라본다면? 그래서 ‘단일한 시각 주체’ 라는 서구식 근대성을 완전히 폐기할 수 있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인간 사회가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지 모른다.” —‘게임판 위의 파타포: 《갤럭시 익스프레스》전에 관한 노트’ (p. 131)에서 인용한 양아치의 말.
필자 소개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미술관과 동시대 미술을 연구하는 문화인류학자이자 기획자다. 미디어아트와 신체적·감각적 경험의 관계, 큐레토리얼과 공동·공유개념의 결합 등에 관심이 많다.
이광석
기술문화연구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 전공교수로 일한다. 주요 관심 분야는 기술문화연구, 미디어아트 행동주의, 정보 공유지(커먼즈) 연구, AI자동차와 플랫폼노동 연구에 걸쳐 있다.
이영철
98년 이후 계원예술대학교 미술이론 교수. 미술평론, 전시기획, 공공미술기획에서 일해왔다. 제2회 광주 비엔날레 본 전시 외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으며, 아시아문화개발원(현 문화원) 초대 원장, 백남준아트센터 초대 관장을 역임했다.
우아름
미술연구와 글쓰기 분야 프리랜서. 비평과 창작의 경계에서 작가의 조형언어를 찾아주는 글을 쓴다. 공유재를 생산하는 예술과 그러한 예술의 사용에 관심이 있다.
작가 소개
양아치(b. 1970)는 2000년대 초 웹 기반의 작업을 시작으로 새로운 미디어의 가능성과 그 이면의 사회, 문화, 정치적인 영향력을 비판적으로 탐구해 온 한국의 대표적인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작업 초기에 사용했던 온라인 아이디 ‘양아치’를 예명으로 사용하는 작가는 전시뿐만 아니라 음악, 무용, 건축,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해 미디어의 영역을 실험하고 확장했다. 한국의 사회·정치적인 풍경을 인터넷 홈쇼핑으로 비유한 <양아치 조합>(2002)과 국가적인 감시 메커니즘을 비판한 <전자정부>(2003) 등
웹 기반의 작업을 시작으로, 미디어가 지닌 스토리텔링의 영향력을 실험한 <미들 코리아: 양아치 에피소드ⅠⅡⅢ>(2008-2009), 도심 속 퍼포먼스를 감시카메라로 담으며 가상과 현실 공간의 접점을 탐구한 <밝은 비둘기 현숙씨>(2010), 시각의 세계와 청각의 세계 등 서로 다른 두 세계의 만남을 시도한 Two Galaxies Merge>(2017), 주체와 객체, 신체와 사물, 인공과 자연의 구분이 없는 대상들의 네트워크로 이뤄진 세계를 구상한 (2020) 등을 선보여온 양아치는 미디어의 본질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차원을 탐색해왔다.
책 소개
양아치 작가의 작품집『Yangachi Says』의 제목은 작가의 소셜미디어 ID에서 왔다. 작품집은 미래의 징후를 현재에서 포착하여 이를 작품으로 표현해온 작가의 작업 세계의 큰 줄기를 따라가며,〈양아치 조합〉(2002)부터〈갤럭시 익스프레스〉(2020)까지, 일종의 ‘시간’이라는 구분 아래 그의 작업과 유물론, 시각체계, 연결, 데이터, 미래 등의 키워드 중심의 작업 세계 해제와 함께 구성되었다.
미디어아티스트인 양아치 작가는, 더 정확히 이야기한다면 매체로서의 미디어를 다루는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네트워크라는 개념으로 시작된 작업세계는, 현재 우리의 일상이 된 인터넷 쇼핑몰, 전자정부, 가상세계를 다루었고, 새로운 감각과 신체의 매개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지나, 기존의 시각체계가 아닌 데이터값으로 표현되는 세상의 도래와 이로 인해 흔들어지는 가치체계를 관찰한다. 양아치 작가의 작업은 시간의 충돌과 뒤섞임의 과정을 매개해왔고, 이는 스크린과 웹을 통한 매개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감각하는 세계와 아직 감각하지 못한 세계, 현재와 미래 사이를 매개하는 작업이었다. 데이터, 기술, 사물, 사람, 시각체계의 관계성을 지속적으로 포착해온 작가는 매개체와 매개하는 과정으로서의 미디어 자체에 주목하며 선형적, 고정적 시공간을 확장하고 뒤집어본다.
책 속의 ‘미디어 vs. 미디어아트’는 작가가 1994년부터 현재까지 미디어와 관련된 사건을 모아온 목록으로, 미디어 산업, 이론, 엔터테인먼트, 미술 작업을 아우른다. 이 목록은 미디어 사회와 양아치의 미디어 아트를 연결된 역사로 보며 매체로서의 미디어가 변해가는 과정을 관찰하는 것으로, 작가가 미디어 사회의 예술가로서 보인 반응의 결정체다.
자신이 거쳐온 시간 안에서 양아치 작가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미래를 바라보며, 중심과 주변으로 나뉘어진 가치 체계들이 전복되는 징조들을 탐구한다. 예상치 못하게 현재와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세계가 충돌하는 순간, 그 속에서 반드시 올 미래를 작업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세계를 작품집을 통해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네트워크의 시간: 2002 - 2010
우아름, ‘양아치 가상-유물론의 세계의 해제 혹은 입구들’
•우울의 시간: 2010 - 2017
김성은, ‘양아치 유물론’
•두 개의 은하가 만나는 순간: 2017
이영철, ’게암판 위의 파타포: 《갤럭시 익스프레스》전에 관한 노트'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시간: 2018 -
양아치 x 이광석, ’10가지 키워드에 대한 생각 교환: AI, 로봇, 모빌리티, 에너지, 스마트시티,
사물-네트워크, 감시, 시각체계, 신체 감각’
•양아치 연대기: 미디어 vs. 미디어아트: 1994 -
책 속에서
“양아치의 일부 작품들에 길게 따르는 주제어의 행렬은 작품명으로 제시되거나 부가적인 정보로 제공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키워드들이 내러티브를 직접 쌓거나 설명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그 단어들로부터 사물들이 발견되고, 때로는 어떤 사물들이 단어들을 환기하며 상보적 혹은 균열적 관계를 이루는 가운데, 가시적인 것을 재현하는 요소와 비가시적인 것을 드러내는 요소에 대한 결절점을 감지하는 것은 관객의 몫을 남는다. 양아치의 작업은 본다는 행위, 보아서 믿는 행위, 그리고 보는 주체와 보이는 대상 간의 투
명성을 믿게 하는 시각 매체에 대한 질문과 맞닿아 있다. 양아치가 추구하는 매체는 재현의 미디어가 아니라 상연의 미디어다. 기술 세계에서 존재하고 또 어떤 존재가 되게 하는 매개, 기술 매체나 플랫폼인 미디어가 아니라 시간의 구조 속에서 그 매체와 함께 태어나고 변화해 가는 동적인 과정으로서의 매개, 이것이 양아치의 미디어다.” —‘양아치 유물론’ (p. 97)
“전미래는 프랑스어에 있는 독특한 시제로 우리가 도착할 미래의 시간 직전에 징후로 알려주는 사건이나 상태를 의미한다. 전시에서의 상황은 제3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세계에서 한 남자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실험대상으로 선택되어 낯선 시간으로 보내지는 크리스 맘커의 유명한 영화 <방파제 (La Jetée)>(1962)와 시제 설정이 동일하다. 우리가 위치값을 측정한다고 할 때의 그 위치는 독립적이지 않다. 그것은 물리 세계에서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집요한 싸움이었고 보어가 깨끗이 이겼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실제 진행되는 것이 ‘시간성의 구성’이자 미결정성의 문제라는 것이다. 시간(역사)은 미리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즉 그것은 보편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 시간은 다양한 물질적인 실행을 통해 절합되고 재-동조화된다. 다른 말로 표현해, 상태, 순간, 파동과 입자와 같이 시간은 그 자체로 특정한 현상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은 양아치 작업을 가로지르는 근본 통찰이다.” —‘게임판 위의 파타포: 《갤럭시 익스프레스》전에 관한 노트’ (p. 130)
“인간은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를 재현하기 위해 원근법과 광학 렌즈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다른 눈, 정확히는 비광학적 시각 체계가 주어진다면? 심지어 2개 이상의 수많은 눈으로 세계를 바라본다면? 그래서 ‘단일한 시각 주체’ 라는 서구식 근대성을 완전히 폐기할 수 있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인간 사회가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지 모른다.” —‘게임판 위의 파타포: 《갤럭시 익스프레스》전에 관한 노트’ (p. 131)에서 인용한 양아치의 말.
필자 소개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미술관과 동시대 미술을 연구하는 문화인류학자이자 기획자다. 미디어아트와 신체적·감각적 경험의 관계, 큐레토리얼과 공동·공유개념의 결합 등에 관심이 많다.
이광석
기술문화연구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 전공교수로 일한다. 주요 관심 분야는 기술문화연구, 미디어아트 행동주의, 정보 공유지(커먼즈) 연구, AI자동차와 플랫폼노동 연구에 걸쳐 있다.
이영철
98년 이후 계원예술대학교 미술이론 교수. 미술평론, 전시기획, 공공미술기획에서 일해왔다. 제2회 광주 비엔날레 본 전시 외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으며, 아시아문화개발원(현 문화원) 초대 원장, 백남준아트센터 초대 관장을 역임했다.
우아름
미술연구와 글쓰기 분야 프리랜서. 비평과 창작의 경계에서 작가의 조형언어를 찾아주는 글을 쓴다. 공유재를 생산하는 예술과 그러한 예술의 사용에 관심이 있다.
작가 소개
양아치(b. 1970)는 2000년대 초 웹 기반의 작업을 시작으로 새로운 미디어의 가능성과 그 이면의 사회, 문화, 정치적인 영향력을 비판적으로 탐구해 온 한국의 대표적인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작업 초기에 사용했던 온라인 아이디 ‘양아치’를 예명으로 사용하는 작가는 전시뿐만 아니라 음악, 무용, 건축,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해 미디어의 영역을 실험하고 확장했다. 한국의 사회·정치적인 풍경을 인터넷 홈쇼핑으로 비유한 <양아치 조합>(2002)과 국가적인 감시 메커니즘을 비판한 <전자정부>(2003) 등
웹 기반의 작업을 시작으로, 미디어가 지닌 스토리텔링의 영향력을 실험한 <미들 코리아: 양아치 에피소드ⅠⅡⅢ>(2008-2009), 도심 속 퍼포먼스를 감시카메라로 담으며 가상과 현실 공간의 접점을 탐구한 <밝은 비둘기 현숙씨>(2010), 시각의 세계와 청각의 세계 등 서로 다른 두 세계의 만남을 시도한 Two Galaxies Merge>(2017), 주체와 객체, 신체와 사물, 인공과 자연의 구분이 없는 대상들의 네트워크로 이뤄진 세계를 구상한 (2020) 등을 선보여온 양아치는 미디어의 본질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차원을 탐색해왔다.